##35 9. 베이스 캠프
강준이 마음 편히 잠이 들 때 다른 이든은 누구하나 마음 편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34:00…33:59-
어느덧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하염없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초반에는 공포에 질려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가 점차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적응을 한 이들은 약간이나마 여유를 찾은 채로 주변을 둘러보며 생존에 필요한 요소들을 찾아 나섰다.
인간은 연약하지만 한 편으로 무척이나 생존력이 강한 동물이었다.
그 때문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숫자가 죽지 않은 채로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었다.
아니 아직은 일부의 사람들만이 인간사냥을 하고 있을 뿐 대부분은 자신이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사람을 만나더라도 외면을 하거나 동료로 만드는 등의 행동을 먼저 하고 있었다.
강준이나 벤과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은 꽤나 많았고 그들은 생존을 위해 집단으로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적이라기 보다는 자신들을 이리로 끌고 온 의문의 존재들을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두려워 하지 마요. 모두 잘 될 겁니다.”
하지만 그 것도 단 몇 일이었다. 그 안도의 한숨은 단 몇 일에 불과할 뿐 자신과 타인의 시간 타이머가 0에 점점 가까워지자 자신들에게 도움의 준 이들에 대해서 공포심이 점차 짙어지기 시작을 했다.
‘저 사람 왜 나에게 이리 잘 대해 주는 거지? 무슨 속셈이 있는 거 아니야? 그러고 보니 이상했어. 아무 것도 알지도 못하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거기다가 가끔씩 보여주는 저 눈빛! 이상해! 정말 이상하단 말이야.’
한 번 의심이 들기 시작을 하면 걷잡을 수 없는 법이었다.
연신 불안한 듯이 자신들의 손목시계를 보는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자신 이외에는 다른 이들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불신으로 변해 수 많은 파티들을 파괴하기 시작을 했다.
“죽이자.”
“뭐? 무슨 소리야?”
그에 반해 몇 몇 파티들은 샌존을 위해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우리끼리 죽이고 죽느니 차라리 다른 사람들을 찾아 살인을 하고 살아나자고. 이대로 두려움에 빠져서 의심만 하고 있으면 아무 것도 못해! 차라리 그럴 바에는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적어도 우리끼리는 안심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이야!”
“…….”
제법 많은 수의 파티들이 그런 제안에 거부감을 보였다. 하지만 한 두 사람이 계속 주장을 하고 한 사람씩 수긍을 하며 끌려가자 상당히 많은 숫자의 파티들이 사냥꾼 파티로 변하기 시작을 했다.
-죽여야만 산다.-
살기 위해 죽여야만 하는 현실에 많은 수의 사람들은 점차 눈동자들이 붉게 변해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죽여야 한다는 생각만을 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점차 뇌가 상처를 입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악! 살려줘요! 제발! 살려줘요!”
“시끄러워! 입 닥치지 못해!”
“아악! 악!”
섬이 무척이나 넓다고는 하지만 한 사람이 사력을 다해 고함을 지르는데 적지 않는 사람들이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일들이 한 곳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기 시작을 하자 섬 전체가 비명소리로 난무하기 시작을 했다.
“원한은 없어! 단지 살기 위해서 이러는 것 뿐이라고! 정말 미안하다! 미안해!”
“허윽! 헉!”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무언가를 죽인다는 행위를 경험한 이들은 없었다. 더욱이 동물이나 짐승들 같은 것이 아닌 같은 인간을 죽인다는 것을 경험한 이들은 더욱 더 없었다.
그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 공포에 질릴 수 밖에 없었지만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잔인한 존재들이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을 조르기 시작을 했다.
“흐흐! 흐흐흐!”
그리고 사람을 죽이면서 느껴지는 쾌락에 오르가즘을 느끼기 시작을 했다.
지독하게도 열악한 공간 속에서 받아왔던 스트레스와 분노가 이제는 살 수 있다는 안도와 다른 상대에게 분풀이를 할 수 있다는 희열로 인해 오르가즘을 느끼기 시작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오르가즘은 머리 속에 깊숙하게 각인이 되어 살인을 찾아다니도록 만들었다.
인간의 이성이 점차 파괴되고 동물과 같은 본능이 솟구치는 것이었다.
“히익! 힉! 싫어! 정말 싫단 말이야!”
죽음도 싫고 죽기고 싫은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들리기 시작하는 비명소리에 자신들의 귀를 틀어막고서는 몸부림을 쳤다.
“나가게 해 줘! 제발! 이 곳에서 나가게 해 달란 말이야!”
자신의 위치가 알려지지 않도록 많은 이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지만 그녀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면서 고함을 질렀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의 품에 안겨서 편안한 잠에 들고 싶었다.
하지만 눈을 뜬 곳은 낮선 하지만 점차 눈에 익어가는 지옥이었다.
이런 곳에서 죽을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은 점차 자신을 지쳐가게 만들고 있었다.
“이 나쁜 놈들아! 그만 하라고! 그만해! 제발 그만 하란 말이야!
그렇게 밤이 세도록 울리는 비명소리들에 고함을 지르며 온 몸을 요동치는 그녀는 눈물 범벅이 되어서는 흐느꼈다.
하지만 그런 울음도 오래 흘릴 수 없었다.
“흐흐! 여기 있었구나.”
나무들 구석에 숨어 있던 그녀는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서는 자신을 보며 악마같은 미소를 짓는 것을 보았다.
“까아아악!”
그리고 그녀는 다른 비명소리의 사람들처럼 비명을 지른 채로 죽어야만 했다.
그렇게 죽음의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
“가…강준씨는 무사하겠지요?”
“…….”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가운데 네 명의 남녀가 강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살아 있을 거야. 강준이라면 말이야.”
데이브는 강준이라면 분명 살아서 자신들을 찾고 있을 것이라며 엘리를 위로했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손에 붙잡힌 남자를 바라보며 잔인하게 미소를 지었다.
“훗! 내가 강준에게는 실력이 달리지만 네 놈과 같은 애송이한테까지 무시 받을 자는 아니란 말이지.”
얼굴은 이미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그런 남자의 모습을 엘리가 바라보기는 했지만 이내 외면을 해 버렸다.
자신 또한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일조를 했고 그 누구보다 살고 싶어했던 것이었다.
“그나저나 강준이라는 남자가 대단한 사람인가 봅니다.”
중년의 날렵한 외모의 남자가 데이브와 엘리가 하는 말을 듣고서는 강준에 대해서 호기심을 들어내었다.
“그래. 대단한 남자지. 미국의 특수부대인 델타 포스하고도 작전을 했었다고 하더군. 특수부대 출신인데 그 친구랑 같이 있을 때 굶어 본 기억이 없을 정도야.”
데이브는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그런 데이브의 말에 중년의 날렵한 외모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휘우! 그런 남자라면 분명 살아있겠군요. 그런 남자와 적이라고 한다면 정말이지 등골이 오싹할 것 같은데요. 특수부대원이라니. 허참!”
“데이브 형. 젠트 아저씨. 또 옵니다.”
데이브와 젠트라고 불린 중년 남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데런이 그히 달려와서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 알았다. 엘리양! 미안하지만 부탁 좀 해야겠소!”
데이브는 데런의 말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엘리에게 말을 했다.
그러자 엘리는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강준씨를 찾기 전까지 죽을 수는 없어. 강준씨랑 약속한데로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엘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데이브는 기절을 해 있는 남자의 멱살을 붙잡고서는 급히 젠트와 함께 몸을 숨겼다.
그렇게 세 명의 남자들이 몸을 숨기고 나자 엘리는 고함을 질렀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그녀는 마음 속으로 제발 자신에게 오지 말라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여자의 목소리에 이끌려 부나방처럼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괘…괜찮소?”
넓은 바다 위에서 세이렌이라고 불리는 신화 속의 괴물처럼 사람들을 부르는 엘리는 눈 앞에 나타난 남자의 모습에 눈물 지었다.
그 눈물에 남자는 공포에 질려서 흘린 눈물로 착각을 했지만 그 눈물은 자신을 찾은 것에 대한 애도의 눈물이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예? 무슨?”
남자는 엘리의 사과에 놀라 머뭇거렸고 이내 자신의 머리를 후려치는 몽둥이에 의식을 잃어야만 했다.
“엘리양. 미안해. 이제 그만 해도 돼. 네 명 다 채웠으니까.”
데이브는 눈물을 흘리면서 죄책감에 빠져 있는 엘리가 참으로 안쓰러웠다.
“가…강철씨의 것도 채워야 하잖아요.”
하지만 엘리는 아직 강철을 살리기 위한 여분의 생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데이브에게 말했다. 아직 하루라는 시간이 더 남아 있었고 그 시간 안에 강철을 찾는다면 강철이 생명을 연장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 때문에 엘리는 한 명 더 붙잡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엘리의 말에 데이브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