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6. 노리는 자
133시간 01분.
강준은 잭나이프 하나만을 들고서는 불안한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데런을 보고서는 약간은 안심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을 할 수는 없지. 전투 배낭이 두 개이니까.’
전투 배낭이 두 개란 것은 무기가 두 개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강준의 눈에는 단 하나만이 보이고 있었으니 절대 방심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보이는 독보다 보이지 않는 독이 더 무서운 법이었기에 더욱 조심을 해야만 했다.
“뭐야! 누구야?”
데런의 불안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은 낮이었지만 어두운 정글 속 안에서 온통 녹색의 물결로만 뒤덮혀 있는 곳이었다.
인적 하나 없고 그 어떤 소리 하나 나지 않는 적막은 인간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공포심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을 했고 데런은 주변의 모든 것이 자신을 집어 삼키려는 괴물로만 보였다.
그 때문이었는지 데론의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부상을 당한 다리의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몸은 떨리고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을 한 것이었다.
도망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어디로 도망을 갈 것이며 도망을 간다고 해도 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였다.
차라리 이대로라면 자살을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마저도 들 정도였다.
“으으!”
마치 광인이 되기라도 하려는 듯이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기 시작하는 데런의 모습에 강준은 잘못했다가는 동료는 커녕 사단이 나도 제대로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강준은 한 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데런의 모습에 수풀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으아아악!”
갑자기 수풀에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오자 데런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넘어져 버렸다.
유령을 보았다는 듯한 공포로 인해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저는 강준이라고 합니다! 거기 누구시죠? 괜찮으세요?”
강준은 더는 다가가지 않은 채로 데런과 대화를 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데런은 그런 강준의 목소리에 강준이 유령이 아니라 사람임을 알고서는 적잖이 안심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준을 믿기에는 자신의 속목에 채워져 있는 차가운 금속 재질이 문제였다.
아직은 충분히 시간이 있었지만 살기 위해서는 자신과 같은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이를 죽여야만 했다.
아직은 사람을 죽여 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을 못 죽일리는 없었다.
“…….”
강준은 두 손을 하늘 위로 든 채로 데런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무슨 말을 하기도 그렇지만 일단 데런이 진정이 되기를 기다린 것이었다.
데런 또한 놀란 가슴을 다스리며 강준을 조금씩 관찰하기 시작을 했다.
마치 야생에서의 짐승들이 서로를 발견하고서는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존재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당신도 이 빌어먹을 짓에 끌려온 사람이요?”
마침내 데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강준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대답을 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럼 혹시 이 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없소?”
혹시라도 강준이 이 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없냐고 묻는 데런이었다. 눈을 뜨고 난 뒤 벌어진 일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하루였다.
지금도 이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로 머리 속이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무언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자신에게 속시원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만 저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아니! 그 날 밤 객실에서 수면 가스가 흘러나오는 것까지 기억을 합니다만 그 다음은 저도 기억이 없습니다.”
“수면가스?”
수면가스라는 말에 놀란 데런은 멍하니 강준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그냥 졸려서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것이 수면가스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것 어떻게 아시는 거요?”
문듯 강준이 수면가스라는 것을 알자 의심이 드는 데런이었다.
그렇게 다시금 경계심을 높이는 데런의 모습에 강준은 매번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군대에서 여러 종류의 화학전에 대한 훈련을 했습니다. 특히나 이번 수면 가스는 미군 델타 포스에서 교육받았던 XE-21이라는 신경계 가스와 무척이나 유사하더군요.”
“오! 미군이시오?”
비록 동양인이지만 미국은 세계 인종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인종들이 몰려 있었다.
그렇기에 동양인이 미군이라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데런은 미군이라는 말에 안심을 하며 강준을 호의적으로 바라보았다.
“아닙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특수부대 출신으로 미군의 델타포스와 훈련을 같이 했던 적이 있을 뿐입니다.”
“대한민국?”
미군이 아니라는 것에 크게 실망을 하는 데런이었다. 만약 상대가 미군이었다면 자신들을 구해주러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리 대단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있던 데런이었기에 그 실망감은 대단히 컸다.
그나마 특수부대 출신의 군인이라고 하니 조금은 안심도 되는 데런이었다.
“저희는 사람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탈출을 해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강준의 말에 데런은 정신이 번득 들었다.
자신도 이 곳에서 탈출을 하려고 지금까지 돌아다니고 있던 중이었다.
물론 그 전에 자신의 손목에 끼워져 있는 악마의 물건을 벗어버려야 할 터였지만 말이었다.
그런 중에 데런은 강준으로부터 저희라는 복수형의 단어를 떠올렸다.
“지금 저희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저를 포함해 지금 세 명의 동료가 있습니다. 사람들을 모아서 이 곳을 탈출하려고 합니다!”
세 명이 같이 다닌다는 말에 데런은 침을 삼키며 강준을 바라보았다.
과연 믿어도 될지 의문인 데런이었다. 상대가 군인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그 것으로는 강준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는 당신을 해칠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시간도 충분하기에 사람을 죽여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앞으로 130시간! 5일 이상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 전에 이 곳에서 탈출을 할 방법을 찾을 생각입니다!”
강준의 말에 데런은 흔들리기 시작을 했다. 상대가 자신을 안심시키고 난 뒤에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준의 말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들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곳을 벗어나 안전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문제는 자신의 능력으로는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걸 어떻게 믿지!”
믿을 수 없다는 자신을 믿게 해달라는 절박한 목소리에 강준은 생각보다는 마음이 여린 데런에 미소를 지었다.
“이 봐요! 엘리! 그리고 데이브! 이리로 와 봐요!”
“……?”
강준의 말에 데런은 놀란 눈으로 강준을 바라보앗다. 그리고 잠시 후에 수풀이 움직이더니 느릿느릿 여자 한 명과 몸이 좋아 보이는 흑인 한 명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아! 안심하세요. 동료들입니다. 저희도 만난지는 몇 시간 안 되었지만 이 곳을 벗어나자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그 쪽 분도 저희와 함께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강준의 말에 다시 한 번 엘리와 데이브를 바라보았다.
여자도 파티에 속해 있는 것이 믿음이 가기는 했지만 엘리의 뒤에서 성큼성큼 걸어오는 데이브의 모습에서 위압감을 느끼는 데런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을만큼 가까이 다가왔을 때 강준은 엘리와 데이브에게 그만 다가오라며 손짓을 했다.
자칫 상대를 자극하게 된다면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엘리와 데이브를 향해 바라보고 있을 때 순간 데런에게서 눈을 때어 버린 것이 문제였다.
“우아아아아!”
“……!”
갑작스럽게 데런이 비명을 지르면서 엘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을 한 것이었다.
한 손에는 잭나이프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채로 다리를 절면서 달려가는 데런의 모습에 강준은 깜짝 놀랐지만 순간 어찌하지 못한 채로 데런이 달려들어가는 것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