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선 주인공인 내가 현실에선 은거기인-4화 (4/62)

〈 4화 〉 홉 고블린 (1)

* * *

"후욱! 후욱!"

전신이 땀에 흠뻑 젖은 근육질 사내가 숨을 헐떡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찌이이익!

사내는 웃옷을 벗으려다가 잘되지 않자 그대로 찢어서 벗어던졌다. 사내가 거친 숨을 내쉴 때마다 굵은 목 아래로 코코넛 같은 어깨가 들썩이며 춤을 췄고 속이 꽉 찬 거대한 대흉근이 크게 팽창했다가 수축했다. 그 밑으로는 알이 꽉 찬 여덟 개의 복근이 꿀렁이며 역동적인 움직임을 자아내고 있었다.

내 묘사는 여기까지 하고. 아, 진짜 힘들다.

끔찍한 통증과 함께한 그 시간은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게 만들었다. 결과는 만족스럽다지만, 후유증이 심각했다. 극심한 피로감과 탈력감은 물론이고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마치 자체 찜질방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도저히 몸을 움직이고 싶은 기분이 안 들었지만 식지 않는 열감에 나는 어기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땀을 뚝뚝 흘리며 우물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온몸이 뜨거운 것과는 별개로 뜨겁다고 해야 할지 따갑다고 해야 할지 모를 열기를 가진 눈빛들이 느껴졌다.

"우와아…!"

"랑스 몸이 저렇게 좋았나?"

다 들립니다만…. 나는 그런 눈빛들은 무시하고 뜨겁고 땀에 찌든 몸에 얼른 물을 끼얹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우물 앞에 도착하자 마을 아이들이 물을 끌어오려 장난을 쳐대고 있었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머리부터 물을 확 끼얹었다.

"하아!"

몸과의 온도 차이 때문인지 치익 소리가 나면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데 열기가 확 식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나는 연거푸 물을 길어 올려 이번에는 입을 벌려 목까지 함께 축이며 양동이를 기울였다.

"푸하! 살겠다!"

물을 재차 끼얹은 덕분에 정신도 들고 열감이 식자 피로감과 탈력감도 제법 옅어졌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니 내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내 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젖은 머리를 털어내었다.

다들 왜 그런 눈으로 보시는지…?

그때 아까 물장난을 치던 마을 아이 중 하나가 내게 다가와서 내 복근을 콕콕 쑤셨다. 이름이 한스였나?

"형, 근육 만져봐도 돼?"

이미 만지고 있으면서 묻는 거냐?

"그래, 자 여기 만져봐라!"

내가 우쭐해져서 배에 힘을 주자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 선명하게 여덟 개로 갈라진 복근이 드러났다. 한스가 감탄하며 콕콕 찌르자 다른 아이들도 달려와서는 내 몸 이곳저곳을 찔러본다. 덕분에 온몸에 힘을 준 나는 땀이 삐질 흘러나오는 걸 느꼈지만 몸에 힘을 풀 수는 없었다. 이건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우와아! 단단해!"

"돌 같아 진짜!"

아이들의 순수한 감탄에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던 것도 잠시.

"형형, 때려봐도 돼?"

"하하…."

한스가 아이 특유의 순수하고 짓궂은 얼굴로 주먹을 들어 보이자 나는 가소롭다는 듯이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곤 복근에 힘을 잔뜩 준 채 말했다.

"자, 한 번 때려봐라!"

한스는 잔뜩 신이 난 듯 얼굴에 활기를 띠더니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뛰어와서는 주먹을 휘둘렀다.

"이야아앗!"

"흐읍!"

흠? 역시 가소롭군. 아이의 주먹이란….

"형, 안 아파?"

한스의 물음에 나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간지럽다 못해 개미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구나! 더 강력한 공격을 펼쳐봐라!"

내가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놀리자 한스가 약이 올랐는지 재차 주먹을 휘둘러댔고 갑자기 다른 아이들도 이에 질세라 같이 달려들어 나를 공격해댔다.

"야, 악! 배만 때려, 배만!"

"모두 공격해!"

"꺄하하하!"

"아악! 방금 똥집 한 사람 누구야!"

아이들의 총공세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 집요하게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한스를 시선을 느끼자마자 본능적으로 손이 움직였다.

"거긴 안 돼!"

한 손으로 소중한 곳을 보호한 나는 한 손으로 아이들을 밀어내며 도망쳤다. 괄약근에 힘을 잔뜩 준 채로.

"쫓아가!"

"아냐, 쫓아오지 마! 그만해!"

아이들을 떼어놓고 집에 도착한 난 곧장 옷부터 갈아입었다.

젖은 바지는 창가에 걸어두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침대에 걸터앉아서는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랑스."

그렇게 자연풍을 즐기고 있는데 놀랍게도 바람이 내게 작게 속삭였다.

"어? 나한테 말한 거니?"

바람마저 말을 거는 세상이라니. 내가 허공을 두리번거리다 한곳을 보고 말하자 착각이었는지 바람은 말이 없었다.

"랑스!"

"으앗, 깜짝이야!"

창문을 바라보자 메리가 인상을 한껏 구긴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리 노려봐도 내 눈엔 그저 귀여울 따름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 나가 메리가 찾아온 연유를 물었다.

"무슨 일이야, 메리?"

"무슨 일이긴, 저녁 같이 먹기로 했잖아. 너 자경단 회의 참석하고 근무까지 나가려면 지금 가야 해."

"근무? 아…."

이내 머릿속에서 기억하나가 떠오르며 메리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아, 기억이 들어올 거면 한 번에 다 들어오면 좋을 텐데.

이 마을의 자경단은 총 17명으로 자경단장을 제외한 16명이 교대로 근무를 서서 몬스터들의 침입 및 불특정 거수자들로부터 마을의 치안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하루에 4명은 비번이고 12명은 각각 2명 1개조씩 오전에 2시간 , 그리고 오후에 2시간씩 보초 근무를 서는 것이다.

아니, 군대 전역한지가 언제인데 꿈에서 근무를 서야한다니. 나는 귀차니즘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아..."

"왜 그래, 랑스. 어디가 아파?"

"아니…. 근무 서기 귀찮아서."

메리는 내 말에 예상 못 한 말을 들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 귀찮다고? 혹시 아까 다친 것 때문에 그런 거 아냐? 응? 그러고 보니 붕대는 왜 풀었어?"

"아, 그게. 거의 다 나았어."

나는 원래 붕대가 감겨있던 오른쪽 팔뚝을 내밀어 보였다. 그러자 메리가 화들짝 놀라며 내 팔을 잡고 관찰했다. 놀란 토끼 같은 메리의 모습을 보자 장난기가 발동해 상의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는 메리의 손을 움켜쥐고 그대로 내 배에 문질러댔다. 이제 메리의 얼굴은 토끼가 아니라 딸기처럼 붉게 물들었는데 왜일까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아니, 어떻게? 어떻게 했어?"

나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움츠러든 메리의 눈높이에 맞게 검지를 들고는 마나를 분출해내었다. 마나가 진한 푸른 빛을 내며 검지 위로 톡 튀어나오자 나는 무릎을 굽혀 메리의 눈과 마주치며 검지를 흔들었다.

"요 녀석을 쓰니까, 금방 낫더라고."

메리의 집은 자경단장의 집이기도 했기 때문에 밥을 먹고 자경단의 회의마저 마치고 나왔다. 회의 결과는 개체 수가 증가한 고블린들의 토벌을 위해 용병을 고용해 자경단과 함께 토벌단을 구성해 토벌하기로 결정이 났다. 나는 근무를 서러가는 길을 배웅나온 메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메리의 손을 덥석 잡았다.

"엇, 왜, 왜 그래?"

"그냥, 근무 나가기 전에 한번 잡아보고 싶어서."

고생했는지 거친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대체로 부드러웠다. 이 몸의 기억으로 랑스는 메리를 가족 같은 사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내가 보았을 때 메리는 랑스를 남자로서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어차피 퀘스트를 완료하고 나면 현실로 돌아가겠지만 왜인지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은 심정이 되었고 단지 그뿐이었다. 나는 랑스가 아니니까.

"부, 부끄러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내가 메리가 손을 쭈뼛대며 빼내었다. 그 모습이 또 귀여워 머리를 한 번 헝클어주고는 등을 돌렸다.

"간다."

밤이 되어 음산함을 풀풀 풍기는 산기슭에는 이따금 들려오는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그 스산함을 더하고 있었다.

근무 복장을 차려입고 장비를 챙겨 목책 밖으로 향하자 부사수인 챈이 이미 근무 교대를 마쳤는지 혼자 서 있었고 나는 챈에게 잠시 마을 주변에 설치한 덫이 괜찮은지 한번 돌아보겠다고 말한 뒤 빠르게 숲속을 주파해 마을과의 거리를 벌렸다. 아직 시험해보지 못한 게 너무 많아서 말이지.

밤의 숲은 달빛조차 고개를 내밀기 힘들어서 정말 미세한 불빛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나를 눈에 집중하자 그 희미한 불빛이 증폭되며 자연스레 시야가 확보되었다. 마나의 효능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오늘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다 실험해볼 생각이다.

숲속에는 이따금 공터가 하나씩 있었는데 뛰다 보니 금세 내가 원하던 공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말이 공터였지 길게 자란 잡초들 때문에 무릎 밑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것도 좋았다. 나는 공터의 중앙에 서서 검을 뽑아 들고는 무릎을 굽혀 용병검술의 기초인 베기로 하단을 베었다.

하단 베기를 실시하자 검날이 잘 세워졌는지 잡초들이 부드럽게 잘려 나갔다. 잡초를 베러온 것은 아니지만 몇 번의 하단 베기를 실시하자 몸을 중심으로 둥글게 공간이 생겼다.

"후우."

숨을 한 번 고르고 몸에 흐르는 마나를 관조한다. 뼈, 근육, 그리고 근육의 근섬유에 달라붙어 몸의 움직임을 보조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는 게 느껴진다. 심장의 펌프질에 따라 몸 구석구석에 퍼져있던 마나는 물이 흐르듯 흘러 순환을 계속했고 나는 그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 웅웅거리는 느낌과 함께 자연스럽게 몸에서 발출된 마나가 손을 타고 검에 스며들었다. 눈과 손에 동시에 마나를 움직이니 뭔가 어설픈 느낌이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일단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발출될 정도의 양만 뽑아낸다. 검이 점차 이글거리는 푸른빛에 감싸였고 일순 눈앞이 환해져서 눈에 담긴 마나를 조금은 풀었다. 이윽고 뿜어져 나오는 마나를 날카로운 형태로 만들고 고정시켰다. 여기저기 흩어지던 마나가 내 의지에 따라 형태가 고정되며 검 위에 검이 씌워진 것처럼 푸르고 반투명한 마나의 검이 내 검 위에 쓰였다.

그 상태로 검을 휘두르자 조금 전보다 더 큰 반경으로 잡초들이 베어졌지만 내 반응은 시니컬했다. 말 그대로 조금. 마나가 씌워진 딱 한치만큼 더 크게 베어진 것인데. 생명체를 베는 데는 어쩔지 몰라도 잡초를 베는데 유의미한 결과를 내진 못하는 것이다.

나는 그 상태로 공터의 끝자락으로 향해 나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나무에 작은 생채기가 나며 검이 튕겨 나간다. 이번에는 검뿐만 아니라 다리와 팔에도 마나를 모아 강하게 나무를 베었다. 그리 두꺼운 나무는 아니었지만, 나무가 단칼에 베여 쓰러진다.

쿵.

쓰러지는 나무를 가볍게 피해 나무와 검을 바라본다. 검의 날은 상해있지 않았다. 보통 나무를 검으로 벤다면 검이 부러지거나 검 날이 상하는 게 보통일 텐데 마나가 검을 보호해준 것이다. 마나를 검에 두르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검의 보호. 그리고 단순히 마나를 두르는 것만으로는 나무를 벨 수 없었다. 마나를 통해 육체까지 강화했을 때 나무를 베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잡초와 나무를 베는 건 그쯤 해두고 눈을 감고 가상의 적을 생각해본다. 상대는 퀘스트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는 홉 고블린.

육체적인 능력은 오우거와 비견될 수 없지만,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육체 능력과 인간에 비견되는 지능. 그리고 마나를 다루는 능력과 무리를 이끄는 특성까지. 덕분에 상대하기가 오우거에 준한다고 알려진 몬스터이지만 오우거보다 사냥당한 기록이 적었다. 특유의 교활함 때문이었다.

홉 고블린을 사냥하기 위해 토벌대가 편성되면 고블린들을 투입해 간을 보다가 토벌대의 힘이 약하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투입해 토벌대를 괴멸시키고 토벌대가 너무 강하다면 수하의 고블린들을 방패 삼아 도망쳐버리니 홉 고블린을 잡았다는 말은 듣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기사나 마법사들이 겨우 홉 고블린 때문에 출두하지는 않으니 문제였다. 더군다나 홉 고블린은 한 번 도망치면 자신의 본래 세력보다 더 크게 세력을 불리려고 하기 때문에 본래 랑스 마을 근처의 고블린 부락은 하나뿐이었으나 몇 년 새에 셋까지 늘어나 있는 상황이었다.

아마 예상으로는 언제 홉 고블린이 부락 3개 분량의 고블린들을 이끌고 우리 마을을 침범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오늘 낮에 사냥한 고블린들도 정찰병이라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아마 포화되어버린 부락에서 추방돼 돌아다니던 고블린들이 자경단에게 토벌당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미 이상 징후는 충분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꿈속으로 들어와 퀘스트를 받은 것.'

무언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무슨 일이 터지기 직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인데. 그냥 직감일 뿐이지만 불길했다.

수년 전, 랑스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학살하던 고블린 무리와 홉 고블린은 우연히 마을을 지나던 아던 용병단에게 고블린들을 다수 잃었고 홉 고블린은 당시 전성기였던 아던의 검에 의해 가슴에 긴 상처를 입고 도주했었다. 그때 홉 고블린의 도끼에 아던 역시 팔이 잘렸던 터라 추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행히 마을에 수행 길에 오른 사제 한 분이 묵고 있었기 때문에 아던의 팔은 다시 붙일 수 있었지만, 그 후로 홉 고블린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싸운다면….'

날카롭게 정제된 마나의 칼날을 심상에 새겨진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진 가상의 홉 고블린에게 겨눈다. 그리고.

'마력 폭주.'

잔잔한 수면 위에 기포가 한 방울 솟아오르고 수면 위에 파동이 퍼져나간다. 그리고 그 한 방울의 기포를 시작으로 수많은 기포가 부글거리며 솟아나 수면에 수많은 진동을 만들어냈다. 몸이 열이 오르며 끓는 듯한 감각. 그와 동시에 고블린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 폭발할 것처럼 들끓었지만 심호흡을 하며 최대한 억누른 채 마나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몸 안의 마나는 끓다 못해 기어코 흘러넘치며 폭주하기 시작했고 육체의 수준을 넘어선 마력에 의해 육체의 능력이 급격히 향상되기 시작한다. 감각이 예민해지고 사고는 반대로 단순해졌다. 감각은 확장되었지만, 의지는 하나에 매몰되어 그대로 가상의 홉 고블린을 베어버린다.

허물어지는 홉 고블린을 무심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중 증폭된 감각에 걸리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채 어두컴컴한 숲을 응시하고 귀를 기울인다. 처음에 소리는 작아서 토끼처럼 작은 설치류의 동물인가 싶었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이곳의 토끼는 굴을 파고 단독생활을 하는 녀석들인데 귀에 걸리는 소리는 점차 소나기가 내리듯 쏟아져 내렸고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큭!"

눈을 감고 증폭된 청각에 더욱 집중하자 귀가 터질 정도로 무수히 많은 소리가 절규하듯 내게 아우성을 쳐댔다.

키익킥킥키익킥킥킥끼키키키키키키킥키익키키키킥.

지금 당장 도망가라고.

마치 악마의 웃음 소리와 같은 그것들을 뒤로 한 채 나는 마을을 향해 뛰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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