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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85화 (285/314)

285화.

어느 한 명 멀쩡한 자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최후의 일격만큼은 화경고수라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청해마왕과 당자성이라 해도 멀쩡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들을 본 양측의 반응은 상반되었다.

“와! 마왕님께서 이기셨다!!”

“당연한 일이지! 감히 암군 따위가 마왕님의 상대가 될 리가 없잖아!”

비록 몰골이 엉망이라지만, 청해마왕은 두 발로 굳건히 서 있었다. 그에 반해 당자성은 무릎을 꿇은 채 연신 거친 기침을 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결과는 극명했다.

그때 청해마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젠…장…….”

“헉!”

“마, 마왕님!”

순간 청해마왕의 칠공(七孔)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섬뜩했다. 칠공을 통해서 흘러나온 피에 의해 본인의 육신은 물론 바닥까지 녹아내렸다.

천하의 청해마왕조차 앙천독강을 버텨내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무릎을 꿇은 채 거친 기침을 하던 당자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겼다… 이겼다!’

최후의 승자는 바로 암군 당자성이었다.

허나 승자인 그 역시 온전하지 못했다. 승자로서의 포효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이로써 양측의 희비가 역전되었다.

“저, 저런…….”

“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청해마왕의 죽음과 함께 사해련 사천정벌군의 사기는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비록 머릿수는 몇 배나 많았으나 이대로라면 승산이 없었다.

반대로 오히려 수는 열세였지만, 사천당가와 성도의 고수들은 사기가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

“와! 역시 암군이시다!”

“천하제일! 사천당가!”

그들은 환호를 하며 꺾였던 사기를 다시 고양시켰다.

그럴수록 사천정벌군의 사기는 더욱 나락에 빠져갔다.

허나 아직 포기하지 않은 자가 있었다.

“놈!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벽력마군이 죽여주마!”

“헉! 벼, 벽력마군을 잊고 있었구나!”

청해마왕의 죽음으로 인해 충격이 너무도 컸기에 잊고 있었으나 아미산으로 향한 흑천마옹과 음양색불 외에도 초절정고수가 더 있었다.

바로 벽력마군이었다. 그가 사해련 십대고수이자 오대호법이 된 것은 벽력탄과 진천뢰 때문만은 아니었다.

비록 십대고수의 말석이었지만, 그 역시 초절정지경에 오른 절세고수였다. 당외삼비가 목숨을 걸고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으나 역시 그들만으로는 역부족인 듯싶었다.

그에 반해 당자성은 청해마왕을 상대로 승리를 장식했으나 이미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결코 벽력마군을 막을 수 없었다.

그걸 아는지 사기가 하늘을 찌르던 사천성도의 고수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사해련 사천정벌군의 사기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흐흐흐… 운이 좋군. 이로써 청해마왕의 공적은 나의 것이 된다!’

죽은 청해마왕에게는 미안하지만, 암군의 죽음과 사천당가의 멸문은 바로 자신의 공적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입지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벽력마군의 입장에서는 결코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벽력마군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나와 본련을 위해서 이제 그만… 죽어라!”

“아, 안 돼!”

“가, 가주님을 구해라!”

“흥, 어디서 감히!”

벽력마군의 손바닥에 강기가 어려 있었다.

이미 저항할 수 없는 당자성을 죽이기 위해서 강기까지 펼칠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력마군은 강기를 운용했다.

이는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모두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

그것을 본 당가와 성도의 고수들은 어떡하든 당자성을 구하려고 움직였다.

허나 그들은 당자성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사천정벌군의 고수들로 인해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당자성으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판이었다.

숨기고 있던 앙천독강까지 펼치면서 간신히 청해마왕을 죽였더니, 생각도 못 한 벽력마군에게 죽을 판이었다.

“벽력… 헉!”

콰쾅!

당자성의 머리를 향하던 벽력마군의 손에 갑자기 경로를 벗어나더니 허공을 베었다.

순간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크윽…! 누구냐!! 감히 본군의 일을 방해한 자가!”

“거기까지다! 벽력마군!”

중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를 들은 벽력마군은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순간! 벽력마군은 바로 굳어졌다.

그만이 아니었다. 사해련 사천정벌군 역시 모두 당황했다. 그곳에는 수백의 무인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미산으로 향한 오천의 군세를 제외하고 이곳에 있는 사천정벌군만 족히 삼천은 남아 있었다.

때문에 일천도 안 되는 자들이 나타났다고 해서 벽력마군과 그들이 당황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자들의 깃발들을 봤다면 상황이 다르다.

무림(武林), 백호(白虎), 멸사(滅邪)라는 세 개의 깃발이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호북무림에 파견되었다가 다시 이곳 사천무림에 지원을 온 무림맹의 백호당과 멸사대였다.

무림맹의 정예인 사신당의 백호당과 별동삼대의 멸사대. 게다가 그들은 전혀 지친 기색도 없었다.

그런 그들을 이끄는 자는 백호당주이자 하북팽가주인 벽력도군 팽홍원이었다.

벽력마군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다.

“백호당과 멸사대는 들어라! 사천무림의 형제들을 도와서 무림을 어지럽히는 사해련의 횡포를 막아라!”

“백호당주님의 명을 받듭니다!”

“존명!”

팽홍원의 외침에 칠백의 고수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 강렬한 울림은 허공만 아니라 사천성도의 고수들은 물론 사해련 사천정벌군의 마음속에서도 강력한 파장을 일으켰다.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누군가에게는 절망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쎄? 과연 그럴까?”

무림맹 고수들의 합류로 싸움의 결과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섬서풍운 (1)

“으음… 이런 진격 속도라니…….”

섬서의 성도인 서안을 중심으로 화산과 종남 등 섬서무림의 고수들이 모여들었다.

전력이 분산된 상황에서 감당할 수 있는 그런 무른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섬서무림 명숙들의 입에서 신음이 나왔다.

사해련의 진격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이대로라면 맹주께서 도착하기 전에 사해련과 일전을 치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악의 경우는 그래야겠지요.”

이곳에는 초절정고수만 무려 다섯이나 된다. 서안으로 진격 중인 사해련 섬서정벌군의 초절정고수와 같았다.

문제는 사해련주였다.

화경고수. 그것도 오제인 그를 막을 자가 없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공심대사님께서 계시지만…….”

“그분만으로는 사망도제를…….”

모두 알고 있으나 뒷말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차마 입 밖으로 말할 수 없었다.

팔왕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공심대사는 분명 대단한 고수였다.

그런 그도 오제인 사망도제를 감당하긴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임 무림맹주인 십절무왕이 친히 무림맹 고수들을 이끌고 이곳 섬서로 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역시 팔왕이었지만, 같은 팔왕인 공심대사와 힘을 합친다면 아무리 사망도제라도 물러날 수밖에 없을 거란 희망을 가졌다.

문제는 사해련의 진격이 너무 빨라서 십절무왕이 제때 도착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안타깝게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사해련의 행보가 너무 빨랐다.

일만 오천이라는 대군을 이끌고 있음에도 빠른 진격속도였다.

짝짝!

“모두 너무 비관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저희를 의지하는 많은 분들이 더욱 두려워할 겁니다.”

“맞습니다. 화 장문인 말씀대로입니다.”

화산 장문인 칠매신검 화천기의 말에 명숙들은 굳었던 얼굴을 폈다.

자신들을 믿고 모인 섬서무림인만 일만이 훌쩍 넘는다.

그리고 지금도 빠르게 모여들고 있었다.

이렇게 흔들린 모습을 보인다면 불안이 전파되어서 싸움을 시작도 하기 전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화천기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지 경직된 분위기를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배분은 종남의 원로인 무극검군이 가장 높았으나 회의는 자연스럽게 화천기가 주도하고 있었다. 비록 자하검제가 등선했다고 해도 화산은 여전히 화산이었다.

그런 그에게는 또 다른 마음의 짐이 있었다.

‘령이가 빨리 기운을 차려야 할 텐데…….’

* * *

“사, 사부님! 아직은 쉬셔야 해요!”

“나는… 괜찮단다. 영아.”

한손 거들기 위해서 서안으로 가겠다는 화옥령을 보며 제자인 이현영은 가슴이 타들어갔다.

마물 혈마신이 섬서를 휩쓸고 간지 두달도 채 되지 않았다.

고작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은 내상은커녕 외상조차 완벽하게 회복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물며 화옥령은 거동을 시작한 지 열흘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무슨 수로 사해련과의 싸움에서 한 손을 거든단 말인가.

이대로 가서 싸운다는 것은 그야말로 개죽음이었다.

“뭐가 괜찮아요! 얼굴이 다 하얗게 질리셨는데요!”

“이 사부의 얼굴이 원래 하얀 편이지 않느냐.”

화옥령의 농담에도 이현영은 단호하게 그녀를 만류했다. 몸이 멀쩡해도 무사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 적이 바로 사해련이었다.

하물며 내상까지 입은 상황에서 그녀가 살아 돌아온다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이현영이 단호하게 만류하는 것도 당연했다.

“사부님. 장문 사백께서 떠나시기 전에 저에게 신신당부하셨어요. 사부님을 잘 부탁한다고요. …제게 장문 사백의 명을 거역하라는 말씀은 아니시죠?”

“오라버니께는 내가 잘 말할 테니 걱정 말거라.”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사부님!”

화옥령은 자신의 몸 상태를 모를 리가 없음에도 서안으로 향하려고 했다.

흡사 스스로의 죽을 자리를 찾아가려는 것처럼. 그런 불안한 마음 때문에 이현영은 더욱 화옥령을 막았다.

그녀를 막지 못한다면 사부를 잃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영아… 내 사랑하는 제자 영아… 한번 안아보자꾸나.”

“사부님…….”

화옥령의 말에 이현영은 그녀의 품에 꼬옥 안겼다.

그녀의 품은 너무나 포근했다. 그게 문제였다.

화옥령의 품에 안긴 이현영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그녀의 품이 너무 포근해서 잠이 든 것이 아니었다.

화옥령이 자신의 품에 안긴 이현영의 미혼혈을 눌렀다.

그녀는 의식을 잃은 이현영을 내려놓고는 한동안 지그시 바라봤다.

이현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너무도 애잔했다.

결국 밖으로 나가자 누군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군이구나. 너도 날 막을 생각이더냐?”

“고모님… 꼭 가셔야겠어요?”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자는 화산의 꽃 검봉(劍鳳) 화소군이었다.

사적으로는 화옥령의 조카이기도 했다.

화소군은 화산파 일대제자임에도 본산에 남았다.

화산 장문인 화천기도 결국 아비였다.

죽음을 각오하는 자리에 여식인 그녀를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화소군은 화천기의 여식인 동시에 동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화천기만 아니라 장로들과 사형제들까지 그녀의 동행을 반대했다.

죽을 수 있는 자리에 그녀를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결국 화소군은 본산의 어린 제자들과 함께 잔류하게 되었다.

“가야만 한단다.”

“죽으실 수도 있어요. 고모님.”

너무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화소군을 보며 화옥령은 너무도 슬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화소군을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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