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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77화 (277/314)

277화.

“허허… 이번에도 무리인가… 아무리 심연이라도 시간이 무한한 것이 아니거늘…….”

심연에서 벗어나 깨어난 순간 현실에서 하루가 지났을 수도 있으나 일 년이 지날 수도 있었다.

심연 속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 흐름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시간의 흐름이 다르고 한들 언제까지나 심연에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잔념. 언젠가는 사라지게 된다.

그전에 이현성에게 암천살무의 정수이자 진의를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혼원신공, 태극의 정수. 성승의 가르침 등 그에게 빠른 성장 토대를 만들어준 공부들이 반대로 암천살무의 진의를 깨닫는데 방해가 되고 있었다.

살수천자의 암천살무와 이현성의 암천살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결국은 만류귀종(萬流歸宗).

달라지고 방해가 된다고 한들 결국 종착지는 같다.

“언젠가는 깨달을 수… 허… 하늘이 허락한 시간이 여기…까진가…….”

그 순간 심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살수천자의 잔념은 쓰러진 이현성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나의 이름이 계승한 또 다른 나여. 부디… 뜻을…….”

* * *

“아하~ 하~ 하~!”

뜨거운 열락의 기운이 가득한 방에 색기 어린 신음이 울려 퍼졌다. 그 중심에는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는 남녀가 있었다.

정확히는 운우지정이 아니었다.

교합이란 수단을 통해서 채양보음술을 펼치고 있었다.

검신은 화경고수답게 그의 정기는 매우 순수하고 강대했다.

그의 정기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쾌락은 천요후인 그녀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극상이었다.

덕분에 방중술과 채양보음술의 대가인 천요후가 극상의 쾌락을 감당치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이곳을 지키던 고수들을 10장 물리지 않았다면 들켰을지도 모른다.

내공을 이용해서 청각을 증폭시키는 공부도 있으나, 기파가 검신의 치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못박아두었기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아까워… 이런 사내를 죽여야 하다니…….’

그녀는 선천적으로 요기를 타고난 진정한 요녀였다.

사내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었다.

그렇기에 수없이 많은 사내를 접했다.

개중에는 나름 그녀를 만족시켜준 사내도 있었다.

허나 그들 역시 그녀를 오래 만족시키진 못했다.

그러나 이현성은 달랐다.

자신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였다.

게다가 결코 질릴 것 같지 않았다. 남은 생에 이런 사내를 또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내 노예로 만들어?’

그녀는 상부의 명과 달리 검신을 죽이지 않고 자신의 노예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싶은 충동이 일었다.

천요기의 씨앗만 상단전에 심을 수 있다면 불문의 고승조차 자신의 노예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화경고수인 검신의 상단전에 천요기의 씨앗을 심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쉽지 않겠지. 허나 그의 정기를 흡수한 지금이라면…….’

검신의 정기를 흡수하면서 그녀의 천요기 또한 점점 강성해지고 있었다.

반대로 이현성의 기운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꼭 불가능할 것 같지만은 않았다.

잘만 하면 혈마신을 대신할 비밀병기이자 자신의 밤을 책임져줄 종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반드시 그리 되어야 한다.

검신의 정기를 흡수하면서 자신감 역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결국 천요후는 오만한 결정을 내렸다.

‘그래… 혈마신 따위보단 검신이 훨씬 낫지.’

천요후는 채양보음술을 멈추지 않고 검신의 백회혈에 손을 얹었다.

그리곤 검신의 백회혈을 통해서 천요기를 밀어 넣었다.

검신의 정기를 통해 더욱 강성해진 천요기가 그의 백회혈에 뿌리를 내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으…흠…….”

천요후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쾌락에 의한 신음이 아니었다.

순간 천요후가 미간을 찌푸렸다.

‘칫! 검신이란 말이지… 오냐! 누가 이기나 해보자!’

의식을 잃은 채 정기를 빼앗기고 있었지만, 과연 검신은 검신이었다.

상단전에 침범하려는 천요기를 튕겨냈다.

그녀는 모르지만, 이현성의 상단전은 모산파의 상청도량심결이 보호하고 있었다. 일반 무학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상단전에는 전혀 다르다.

중원술법의 본산인 모산파의 정수답게 천요기조차 뚫지 못했다. 허나 이대로 포기할 천요후가 아니었다.

채양보음으로 흡수한 검신의 정기를 모두 그의 상단전에 쏟아 부었다.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고, 충격이 쌓이자 꿈쩍도 하지 않던 이현성의 상단전에 미세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를 느낀 천요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결국 천요기의 씨앗이 검신의 상단전에 심어졌다.

벌컥!

‘흐흐… 드디어 검신이……! 헉! 저 늙은이가 이곳에 왜!’

검신의 상단전에 심어진 천요기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는 순간 천요후는 기겁했다.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노인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요망한 것! 검신께 무슨 짓을 벌인 것이더냐!”

“큭!”

건원장에 있는 자들 중 가장 어른은 바로 제갈윤호였다. 그런 그의 지시로 모든 사람이 10장 밖으로 물러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천요후는 마음 편히 검신의 정기를 흡수하는 것은 물론 천요기의 씨앗까지 심었다. 허나 제갈윤호를 무시하고 이곳에 나타난 노인이 있었다.

그는 바로 적도진인.

깨달음을 수습하기 위해서 폐관수련 중이었던 그였다.

뜻을 이룬 적도진인은 검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서 돌아왔다.

그러던 중 사이한 요기를 느끼고 말았다. 화경에 오른 적도진인의 기감은 초절정고수와는 격이 달랐다.

그렇기에 십여 장 밖에서도 사이한 천요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에 그는 제갈윤호가 만류할 새도 없이 검신의 거처에 들이닥쳤다.

도문(道門)의 창룡후는 불문(佛門)의 사자후만은 못하였지만, 제법 항마력을 가졌다.

하물며 다른 사람도 아니라 화경에 오른 양의검성 적도진인의 창룡후였다.

요사한 천요기를 품고 있는 천요후에게 충격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 안 돼! 안 돼!!”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적도진인의 창룡후가 천요기에 충격을 주면서 그녀가 운용중인 채양보음술에 이상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 순간 교합을 통한 채양보음술로 흡수하던 검신의 정기가 역으로 이현성에게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천요후는 검신의 정기를 흡수한 덕분에 화경까지 한 걸음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그 기반이 되었던 검신의 정기가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아가게 되면서 화경에 오르긴커녕 점점 퇴보하기 시작했다.

천요후는 안간힘을 쓰며 되돌아가는 정기를 막으려고 했으나 이미 소용이 없었다.

“진인! 이러시면… 헉! 이게 무슨!”

“저 요망한 것이 검신을 해하려고 했습니다. 제갈 대협.”

“그럴 리가… 저 아해는 의봉이거늘…….”

적도진인이 검신을 치료중인 백인혜를 방해하지 못하게 제갈윤호가 뒤따라 들어왔다.

허나 곧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녀가 검신과 교합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머리 좋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제갈윤호조차 이 상황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때였다.

뚜둑! 둑! 둑!

천요후의 몸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천요후가 흡수했던 검신의 정기만 아니라 그녀 본신의 천요기까지 빼앗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십대의 미모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일흔이 넘은 노파였다.

천요기가 줄어들면서 주안술이 깨지려고 하는 것이다.

그 시작이 그녀의 근골에서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개자식아! 멈추라고! 제, 제발……!”

화를 내던 천요후는 울며 사정했다.

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결국 주안술이 깨지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천요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탱탱하고 아름다웠던 얼굴과 몸매가 주름으로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세월의 여파를 한번에 받았기에 부작용으로 빠른 속도로 추레하게 변해갔다.

그녀는 더 이상 천요후도, 의봉 백인혜가 아니었다.

“이…제…그…만…….”

“헉! 이게 도대체…….”

“무량수불…! 저 요녀는 아무래도 천요 같습니다.”

“처, 천요(天妖)!”

적도진인은 천요후의 정체를 간파했다.

제갈윤호는 깜짝 놀랐다.

오래전에 무림에서 사라졌기에 당연히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의봉의 모습으로 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천요기만 아니라 마지막 생기조차 빼앗긴 천요후는 수많은 사내들을 죽인 것처럼 본인도 똑같은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순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이런! 아무래도 물러나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 물러나라!”

이현성의 중심으로 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으니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적도진인과 제갈윤호는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10장 밖에 있는 고수들에게 더 멀리 벗어나라고 외쳤다.

그들의 판단은 옳았다.

일렁이던 기는 점점 강해지더니 폭풍으로 변하며 전각을 시작으로 건원장 전체를 휩쓸었다.

“헉! 뭐, 뭐야!”

“모두 무, 물러나!”

건원장을 지키던 제갈세가, 무림맹 고수들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이들까지 기겁하며 물러났다.

그만큼 건원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너무도 기이하고 놀라웠다.

“뭘 멀뚱히 쳐다보다고 있느냐! 금검대는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경계하라!”

“조, 존명!”

제갈윤호의 일갈에 정신을 차린 금검대는 기의 폭풍이 일어난 건원장 주변을 포위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백호당주 역시 지시를 내렸다.

“백호당은 금검대 형제들을 도와서 주변을 경계하라!”

“명!”

얼이 빠져 있던 것은 백호당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개개인이 고수들이지만, 이런 기이한 현상을 듣도 보도 못했기에 백호당 고수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제갈세가의 금검대와 무림맹 백호당이 건원장 주변을 포위하자, 주변을 서성거리던 이들은 아쉬워하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적도진인은 침묵한 채 기의 폭풍에 휩싸인 건원장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 중심에 있는 검신 이현성을 바라봤다.

‘허… 검신… 그대는 도대체 진정 인간이 맞소?’

혈마신의 최후

“사, 사부님은… 괜찮으신 거예요!”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구나.”

의식을 잃은 검신을 만나기 위해서 호북으로 향하던 이현영은 자하검제의 비보를 듣고 화산으로 돌아왔다.

부친의 죽음으로 상심할 사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사부는 마음만 아니라 몸 역시 상당히 상해 있었다.

정체불명의 마물 때문이다.

“하… 그나마 다행이네요.”

“몸도 몸이지만, 마음의 상처가 더 큰 것 같구나. 현영 사질이 곁에 좀 있어주게.”

“물론이에요. 장문 사백. 제가 사부님의 곁에 있을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고맙구나.”

“고맙다니요. 제자인 제가 사부님의 곁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요.”

화산 장문인인 칠매신검(七梅神劍) 화천기는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얼마 전, 화산의 수호신이자 부친인 자하검제 화월천이 암살당했다.

그로 인해 화산파는 발칵 뒤집어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체불명의 마물에 의해 화산파의 많은 고수들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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