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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51화 (251/314)

251화.

활에 벼락의 기운(震雷)을 담아서 귀신처럼 백발백중으로 맞추는 궁귀(弓鬼).

근접전에 한계를 보이는 일반 궁사들과 달리 활대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적의 머리를 부수는 궁사의 완성형. 바로 사해련 사대봉공인 진뢰궁귀(震雷弓鬼), 바로 그였다. 대라신군은 진뢰궁귀를 무시하고 적천우를 베려고 했다. 하지만 진뢰궁귀의 화살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다른 궁사의 화살이라면 한두 방 정도는 맞을 수 있었다. 허나 진뢰궁귀는 그 한두 방만으로 초절정고수를 죽일 수 있었다. 호신강기조차 무시하는 화살이기 때문이다.

빠드득…….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는 대라신군이었다.

적천우를 죽일 수 있다면 자신이 죽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사제인 건곤신군이 죽었고, 장문인 역시 생존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자신까지 죽는다면 청성파는 진짜 끝이었다.

평소라면 장로들에게 뒤를 맡기겠으나 사파사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었다.

봉문만으로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대라신군은 차마 목숨을 걸 수가 없었다.

그가 주저하는 사이에 아직 목숨을 이은 문인주희 등이 적천우를 둘러쌌다.

대라신군의 생각이 바뀐다고 해도 찰나의 시간은 벌어줄 것이며, 그건 그의 목숨을 지켜줄 것이다.

“진인!”

“그만! 멈추게!”

대라신군과 함께 감숙성에서 먼저 떠난 일천의 사천무림인 중 낙오되지 않은 칠백 고수들이 도착했다.

허나 그들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이미 진뢰궁수단(震雷弓手團)의 사정거리 내에 있기 때문이다.

진뢰궁귀만은 못하지만, 그의 가르침을 받아서 삼십 장 거리라면 8할의 명중률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십 장 거리라면 9할 이상이었다.

사해련 십대고수가 세력화시킬 수 없게 한정된 수의 친위대 양성만 허락되었다. 부련주였던 태양마종조차 이백의 전사들로 구성된 친위대를 두었다.

진뢰궁수단만이 그 강력함과 유용함 때문에 유일하게 단급 무력대의 양성을 허락받았다. 저 활을 든 자들이 진뢰궁수단이라면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된다. 사천무림의 칠백 고수들이라면 날아오는 활을 쳐내는 것이 가능했다.

허나 한두 발도 아니고 수백 수천 발이 쏟아져 내린다면 모두 쳐낼 수는 없었다. 당연히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적은 진뢰궁수단만이 아니었다.

“사망도제가 작정을 했구나… 제 그림자까지 보냈으니…….”

“청해마왕(靑海魔王)!”

사파사세가 처음부터 사파무림의 하늘이라고 불린 것은 아니었다. 물론 오랫동안 잠재력을 가지고 있던 세력이 진정한 주인을 만나서 거대세력이 된 곳도 있는가 하면, 한 명의 절대고수가 힘으로 세력을 규합한 곳도 있었다.

사해련은 후자에 속한다. 화경고수이자 칠사의 한 명인 사망도제가 청해무림을 규합해서 사해련을 세웠다.

청해마왕은 태양마종과 함께 사망도제가 나타나기 전까지 청해무림을 대표하는 고수들이었다. 동시에 사망도제에게 가장 맹렬하게 저항한 존재한 이들이기도 했다.

그들의 강력함과 영향력을 높이 사서 사망도제는 그들을 힘으로 굴복시킨 후 중용했다.

그렇게 태양마종은 부련주가 되었다.

그러나 청해마왕은 오히려 사망도제의 절대적인 힘에 매료되어서 그의 그림자를 자청했다.

청해마왕이란 별호조차 버린 채로. 이에 사망도제는 그를 노사(老師)라고 부르며 존중해주었다.

사해련 최고령자이자 사대봉공이며, 사망도제의 곁을 떠나지 않는 그가 왔다.

“물러나라! 더 이상 피를 볼 생각이 없다면.”

“악종아 어디서… 큭!”

광오한 청해마왕의 말에 발끈한 사천무림 고수가 버럭 화를 냈으나 저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청해마왕의 차가운 눈빛 때문이다. 물론 단순한 눈빛이 아니었다.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의 눈빛처럼 기가 약한 자를 짓누르는 무시무시한 눈빛이었다.

이에 대라신군은 기를 끌어올려서 청해마왕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사천무림고수를 구해주었다.

“신군, 마지막 제안일세. 머릿수가 더 많다고 자신하지 말게.”

“노사께서 계신 자리에서 머릿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소.”

청해마왕은 대라신군에게 말을 내렸다. 그가 반 배분 위의 거마이기 때문이다. 성승과 태극검선보다는 어리지만, 대라신군보다는 족히 열 살 이상 많은 자였다.

그러니 말을 내렸다고 해서 발끈할 일은 아니었다.

비록 걷는 길이 다를 지라도 선배라면 존중하는 것이 무림의 일반적인 법도였다.

게다가 경거망동할 상황이 아니었다.

머릿수는 배가 되지만, 전혀 유리하지 않았다.

눈앞의 청해마왕만 해도 대라신군이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하물며 진뢰궁귀마저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이 이끄는 무력집단들은 안타깝게도 칠백여 명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물론 저들에게도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으나 자신들은 전멸할 것이 자명했다.

수백의 목숨이 대라신군의 결정에 달렸다.

청해마왕은 그가 오랜 시간 고민하게 놔두지 않았다.

“싫다면 더 이상 청하지 않겠다.”

“…좋소. 데려가시오.”

결국 대라신군은 적천우를 포기했다. 사제인 건곤신군과 장문인 그리고 수많은 청성 제자들의 원수를 포기한 것이다. 그런 그의 결정을 사천무림의 고수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진인!!”

“그만! 우리의 목숨을 건다고 해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닐세.”

“아,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

순간 칠백의 사천무림인들은 물론 사해련 고수들조차 입을 다물었다. 대라신군의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 때문이다. 투명한 눈물이 아니었다. 그건 혈루(血淚), 바로 피눈물이었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그의 분노와 한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대라신군의 피눈물을 봤음에도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청성의 제자들은 들어라! 오늘 이후 본파는 봉문을 한다!”

“…제자들, 사백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명을 따릅니다.”

수백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청성파는 그렇게 봉문을 선언했다. 대라신군의 선언은 적천우를 죽이지 못한 책임을 청성파가 지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것을 알기에 청해마왕은 포권을 취해 그의 위대한 결단에 예를 표했다.

“주군의 명이 없는 한, 이 늙은이는 청성에 칼을 겨누지 않겠네.”

“…가시오. 더 이상 보지 맙시다.”

적천우는 본련 고수들의 호위를 받으며 사천성을 떠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사천무림인들은 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사천무림은 또다시 치욕을 맛보게 되었다.

화경고수를 보유하지 못한 대가로 또다시 약자의 비애를 겪어야 했다.

‘청성은… 청성은… 반드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때는 이와 같지 않을 것이다!’

대치

“오셨습니까!”

점창의 제자들은 이현성의 방문을 환대했다.

그가 점창에 베푼 은혜는 쉽게 갚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지옥성으로부터 운남무림이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가 한 행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자존심 강한 점창파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허나 관일창군이 벽을 넘을 수 있게 가르침을 준 것은 그 어떤 은혜보다 컸다. 그것만으로도 운남무림이 지옥성으로부터 저항할 길이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벽을 넘었다고 한들 관일창군이 지옥대제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독왕마저 설득에 실패했다면 운남무림은 여전히 위험했다. 허나 그때는 검신이 지옥대제로부터 지켜줄 것이니 손해 볼 것은 없었다.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사형께서는 수련 중이셔서 아직 검신 님께서 오신 것을 알리지 못했습니다.”

이현성의 방문 소식에 사일신군이 직접 그를 맞이했다.

검신의 방문을 장로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었다.

허나 관일창군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벽을 넘은 이후 관일창군은 밤낮으로 수련에 힘쓰고 있었다. 화경의 힘에 익숙해지기 위함이었다.

천하를 벨 수 있는 신검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오히려 주인을 베는 마검이 될 수 있었다.

화경의 힘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스스로는 물론 주변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기에 관일창군은 열성적으로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점창의 제자 그 누구도 관일창군의 수련을 방해하지 못했다.

“사형께 제자를 보내서 검신 님께서 본파에 돌아오신 것을 알리겠습니다.”

“노선배님의 수련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허나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청이라고요?”

“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현성의 말에 사일신군은 의아했으나 곧 알 수 있기에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리고 장로인 마형준을 관일창군에게 보냈다.

점창의 장로이자 관일창군의 제자이기 때문에 그보다 적합한 자는 없었다.

“그런데 점창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군요.”

“이 모든 것이 검신 님 덕분입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점창파 내에 생긴 여유와 열정은 관일창군이 벽을 넘은 덕분이었다. 아직은 몇몇만 아는 비밀이었지만, 그 몇몇이 점창의 수뇌라면 말이 다르다.

화경고수를 보유하게 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무공수련에 대한 열정이 커졌다. 장문인과 장로들이 수련에 힘쓰는데, 제자들이 쉬엄쉬엄 수련할 수는 없었다. 그런 변화는 점창파 전체를 열정적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점창파는 검종이라고 불리는 화산파에 비견될 정도로 성장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전에 지옥성에 의해서 짓밟히지만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거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빈도가 은공이신 검신을 뵙습니다!”

“예가 과하십니다. 노선배님.”

거대한 기운의 정체는 바로 관일창군이었다.

아직 기운이 완벽하게 안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중후함만은 다른 팔왕에 뒤지지 않았다. 다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조금 더 수련이 필요해 보였다.

허나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며, 그의 열정을 생각하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과하다니요. 은공께서 빈도에게 베푸신 것에 비하면 전혀 과하지 않습니다.”

“제가 불편해서 그럽니다.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참고로 제가 성승 님과 도왕 님께 할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알겠소.”

관일창군의 눈이 커졌다. 이현성이 도왕은 물론 성승과도 그런 친분이 있는 줄은 몰랐다.

자신이 그를 너무 어렵게 대하면 성승과 도왕의 입장도 불편해질 수 있었기에 이현성의 청을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허…! 흠흠… 그보다 가신 일은 잘되셨소?”

감사를 받을 일이 아니기에 관일창군은 헛기침을 했다.

그런 그를 보며 이현성은 미소를 지었다.

관일창군의 물음에 사일신군은 물론 장문인과 장로들 역시 이현성을 바라봤다.

“독왕 님께서…….”

꿀꺽.

이현성의 말에 모두 집중했다.

그의 말에 따라 운남무림의 운명이 바뀌기 때문이다.

“…협정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아…….”

이현성의 말에 좌중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로써 지옥성으로부터 위협이 다소 줄어들게 되었다.

언제든 지옥성으로부터 짓밟힐 수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대적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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