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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30화 (230/314)

230화.

그가 일어나자 참석했던 팔패 역시 하나둘씩 자리를 비웠다.

“적 공자, 본인도 이만 일어나겠소.”

“알겠습니다. 그러시지요.”

사해련의 음풍귀조 역시 젊은 사람들끼리 교류를 하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같은 생각인지, 지옥성과 천사교 장로급 고수들 역시 자리를 비워주었다.

그러자 남은 사람은 호위들을 제외하면 천웅방주의 네명의 제자들과 지옥성의 두 소성주, 천사교 소교주와 환요 그리고 사해련의 적천우만 남았다.

“희매도 앉지 그래?”

“적… 공자님, 속하는 이게 편하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적천우는 거리를 둔 채 호위하고 있는 문인주희에게 자신의 옆자리를 권했다.

천사교 소교주의 곁에도 환요가 앉아 있는데, 그녀만 서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허나 문인주희는 ‘속하’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거절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소교주가 끼어들었다.

“아름다운 소저가 왜 저기에 있나 싶었는데, 적 공자의 애인이셨구려?”

“하하하… 이런 걸렸습니까?”

“적 공자는 눈이 높으시구려. 우리 환요만큼은 아니지만… 하하하.”

문인주희는 두 사내를 살짝 노려보곤 아예 무시를 했다.

반응하면 더 피곤만 할 것 같았다.

소교주는 자신의 도발을 능글맞게 넘기는 적천우 대신 새로운 표적을 찾았다.

“그런데 두 분 소성주들께선 언제 혼례를 치르시오?”

“어, 그건…….”

지옥대제의 아들인 나백만 아니라 란희 역시 소성주가 된 것은 부성주인 독왕의 체면 때문이다.

어차피 두 사람을 맺어준다면 나백이 다음 대 성주가 될 뿐만 아니라 묘족까지 확실히 아우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독왕의 수양딸인 란희는 묘족 중에서도 제일의 미모를 자랑한다.

그렇기에 나백도 은연중에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허나 그들 부자의 생각과 달리 란희는 나백에게 이성적인 관심은 없었다.

덕분에 두 사람의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아직까지 혼사가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소성주님, 제가 좀 취한 것 같은데 먼저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그, 그러시오.”

심기가 불편해진 란희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덕분에 분위기는 싸해졌다. 그저 소교주만이 히죽거릴 뿐이었다.

그가 알면서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그들의 연회 역시 그리 오래는 진행되지 못했다.

그 시각 천웅방 모종의 장소에서는 또 다른 회담, 실질적인 밀담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 * *

“다들 아시겠지만, 사세의 연합이 쉽지 않습니다.”

“정파놈들의 동태도 신경 쓰이고…….”

하나 같이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네 사람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조금 전, 천웅방의 연회에 참석했던 자들이기도 하였다.

아무리 사파사세라는 테두리에 있다고 한들 그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믿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공식적으로는 그들이 적대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천사교의 소교주 놈이 너무 오만하게 구니…….”

“본녀가 면목이 없어요.”

“어찌 그게 요후께서 사과할 일이요? 지 할애비를 빼다 박아서 그놈이 싸가지 없는 것을…….”

“마, 맞습니다. 요후. 당신을 질책하는 것은 아니외다.”

이 자리에 있는 사인은 삼남일녀로, 홍일점인 일녀는 놀랍게도 환희요후였다.

그녀는 천사교 오대교령으로서 소교주를 호위하기 위해서 이곳 천웅방까지 동행했다.

그런 환희요후의 사과에 위로한 인물은 천웅방 팔패의 수좌인 천패였고, 당황한 인물은 지옥성의 독군(毒君)이었다.

독왕의 이복동생인 그 역시 소성주들을 호위하기 위해서 동행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은 바로 사해련의 음풍귀조였다.

놀랍게도 그들은 하나 같이 사파사세를 대표하는 거물들이었다.

허나 그들의 공통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쨌든 련주님의 뜻대로 아니, 본천의 뜻대로 사파무림과 무림맹을 충돌시키기 위해선 어떡하든 이번 회합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합니다.”

“맞습니다. 사실 최종목표는 정사대전이니 우리가 모인 것만으로도 정파놈들이 긴장하고 의심할 겁니다.”

네 사람의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혈천의 호법들이란 사실이었다.

물론 그들 중 혈천십삼세는 환희요후의 환희루뿐이었다.

허나 천패의 경우는 무력만 놓고 본다면 환희요후의 아래가 아니며, 혈천의 팔각 중 건천각(乾天閣)을 맡고 있었다.

독군은 호법이란 신분 말고는 음풍귀조처럼 혈천 내에 큰 영향력은 없으나 남만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오독문주(五毒門主)이기도 하였다.

물론 첫 번째는 독왕의 만독궁(萬毒宮)이었다.

“그래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조금 더 분위기 조성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우선 그렇게 알고 오늘은 이만 헤어지십시다. 창사(槍邪)가 낌새라도 눈치채면 곤란하지 않겠소?”

“흠흠… 그러시지요.”

천웅방주인 천웅창제는 결코 만만한 자가 아니었다.

그건 무위만이 아니었다. 눈치와 심계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오래 자리를 비운다면 의심을 살 수 있었다.

섣부른 움직임으로 일을 그르치는 우를 범할 수는 없기에 그들은 은밀하게 흩어졌다.

허나 그들은 그의 심계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 * *

“사람의 눈을 피해 만났다라…….”

놀랍게도 천웅방주는 네 사람의 밀담을 알고 있었다.

그들, 정확히는 천패에게 감시자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천패를 의심해서 감시자를 붙였다는 것도 놀랍지만, 팔패의 수좌인 그에게 들키지 않고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그들의 대화까지는 엿듣지 못했습니다. 방주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암패, 자네라도 그들의 기감을 속이고 그 이상 접근하는 것은 어려웠을 테니까.”

암패(暗覇). 암월영패의 탈퇴 후 그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은밀하게 등용한 인물이었다.

천웅방주가 직접 삼고초려를 한 끝에 겨우 등용할 수 있었다.

그의 존재는 은연중에 알려졌으나 정확히 누구인지는 천웅방주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가지 알려진 것은 팔패로서 무위나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뿐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천패에게 들키지 않고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계속 지켜보게. 그놈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지…….”

“명…….”

천웅방주의 명령을 받은 암패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 솜씨가 정말 귀신같았다.

천웅방주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제법 오랜 시간 참고 있었군, 구황. 허나… 나 역시 널 오랫동안 지켜봤다. 안 그런가.”

“…주군께서 명하신다면 놈의 목을 베어오겠습니다.”

천웅방주의 말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거대한 칼을 쥐고 있는 중년 사내였다.

다만 그의 한쪽 팔의 소매가 허전해 이상하게 보였다.

사자도패(獅子刀覇). 천웅방주의 칼이자 가장 신임하는 심복이었다.

사자도패는 천사교 환야와의 전투에서 한쪽 팔을 잃었다. 성수 백우종의 의술이라면 팔을 잇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자도패는 과감하게 한쪽 팔을 포기했다.

성수의가에 도착할 때까지 베인 팔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도 불가능하거니와, 완벽하게 예전처럼 팔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한쪽 팔에 익숙해지는 것을 택했다.

한쪽 팔이 없다는 것은 완벽했던 신체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묘한 틈만으로 생사가 오고 가는 고수들의 싸움에서 이는 매우 치명적이었다.

그걸 사자도패는 이겨냈다. 그리고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물론 그것을 위해서 지옥과 같은 시간을 견뎌내야 했지만.

“자신 있나. 천패는 호락호락하지 않네.”

“…….”

“훗훗…! 말이 필요 없단 말이지. 허나 지금은 아닐세. 때가 되면 그때… 부탁하지.”

한쪽 팔을 잃었음에도 변함없이 충성하는 사자도패를 보며 천웅방주는 든든함을 느꼈다.

동시에 천패와 같은 변절자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몰라서 너희를 놔두는 것이 아니다. …아직 때가 아닐 뿐이지.’

등선

“무량수불…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갈세가를 떠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서 이현성의 일행들은 무당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원래 하루만에 도착할만한 거리가 아니지만, 다들 무림고수답게 조금 서두르자 날이 바뀌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당산의 산문에 도착하자 평소와 달리 50대의 중년 도사가 그들을 맞이했다.

“장로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빈도가 강녕치 못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다. 가주님을 다시 뵙다니 무척 기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현성입니다.”

“본파의 장로를 맡고 있는 현극이라 합니다. 검신 이 대협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중년 도사는 무당칠자라고 불리는 현 무당파의 장로 중 한 명이었다.

무당파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그가 직접 마중을 나왔다는 것만으로 제갈인섭과 이현성의 위치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었다.

특히 검신(劍神) 이현성을 향해 무척이나 경외 어린 태도를 보였다.

이현성이 어린 후기지수가 아닌 무림의 절대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제갈인섭은 그런 이현성이 자신의 사위라는 사실에 어깨가 올라갔다.

“본파의 장문인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검은…….”

“소지하셔도 괜찮습니다.”

무당파의 산문 옆에는 작은 연못과 한 그루의 거목이 있었다.

이를 해검지(解劍池)라고 부른다.

이곳에 방문한 무림인들은 무당파를 존경하는 의미로 자신의 검을 나무에 매달거나 연못 앞에 내려놓고 무당파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물론 이는 강요하는 사항은 아니었지만, 무림의 전통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현극 장로는 해검(解劍)을 요구하지 않았다.

덕분에 두 사람은 얼떨떨해하며 무당파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무당이구나. 기운이 청명하고 현묘하구나.’

이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의 제자들은 외부인의 방문에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곤 했으나 그뿐이었다.

그들의 기운은 현문의 제자들답게 청명했다.

게다가 무림에 나가면 제법 고수 소리를 들을 만한 자들도 자주 보였다.

무당파가 왜 소림과 함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리는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수많은 전각을 지나자 목적지인 자소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두 분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따로 쉬실 곳을 내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암월 호법.”

“주군께서 명하신다면… 따르겠습니다.”

대 무당파의 장문인이 기거하는 자소궁이었다.

허락되지 않은 자를 들일 수는 없었다.

암월의 입장에선 주군의 곁을 비울 수 없으나, 자신이 억지를 부린다면 주군이 난처하다는 것을 알기에 따르기로 했다.

현극 장로는 암월이 누구인지 알기에 그가 순순히 따라주는 것에 안도할 수 있었다.

그와 또 다른 호위들이 난동을 피운다고 제압 못 할 무당이 아니었지만, 그로 인한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암월과 귀림의 호위들이 현극을 따라서 움직이자, 이현성과 제갈인섭은 자소궁 안으로 들어갔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무당의 장문을 맡고 있는 현원이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장문인.”

“처음 뵙겠습니다. 이현성입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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