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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118화 (118/314)

118화.

정파무림만으로 천마신교를 막아내지 못할 것 같았다.

황제의 뜻대로 사파무림 역시 참전하게 되었다.

아무리 천마신교라도 정사무림의 연합을 분쇄하긴 어려웠다.

결국 그들은 피눈물을 삼키며 십만대산으로 돌아갔다.

그것이 일갑자(一甲子:60년) 전의 일이었다.

괴력난신은 당시 정사무림에 막대한 피해를 준 천마신교의 마인 중 한 명이었다.

“속이 음흉하기에 머리가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군.”

“감히! 본좌에게 그런 개소리를… 컥!”

괴력난신의 마공을 익힌 대력괴곤은 강했다.

하지만 그는 착각하고 있었다.

위지천이 약해서 밀린 것이 아니라 괴력난신의 마공으로 인해 잠시 놀랐던 것임을.

위지천은 대력괴곤의 철곤과 함께 그를 베었다.

“마, 말도 안…….”

“네가 어떻게 괴력난신의 마공을 익혔는진 모르지만, 넌 괴력난신이 아니다.”

위지천은 죽은 대력괴곤의 품에서 서책 하나를 꺼냈다.

서책의 제목을 알 수는 없었다.

허나 직접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멀리서 하의가 젖은 채로 주저앉아 있는 사내들을 불러냈다.

“이 서책의 제목이 뭐지?”

“처, 철혼대마력(鐵魂大魔力)이라고 저, 적혀 있습니다.”

철혼대마력.

괴력난신이라 불린 철마(鐵魔)의 마공 이름이었다.

철혼대마력의 마공서를 품은 위지천이 그들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너희들에게 유일한 살길을 열어주마. 너희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장부를 찾아서 관부로 가라. 내 지시를 무시하고 도망치는 놈들은 날 다시 만나게 될 거다. 알겠느냐?”

“아, 알겠습니다.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도망치지 못한 대력보의 잔당은 빠르게 움직였다.

범죄 장부를 찾아 관부로 가지 않는다면 눈앞의 잔혹한 마귀가 자신들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잔혹한 검을 봤으니 감히 거역할 수가 없었다.

“아우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어.”

이가장

“허억… 허억… 허억…….”

점포들이 줄 지어 늘어선 중앙북로에 수십여 명의 사내들이 널브러졌다.

다행히 죽은 자는 몇 되지 않았으나 대부분 큰 부상을 입었는지 고통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들 외에도 많은 사내들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아직도 싸우고 있었다.

“끈질긴… 새끼…….”

“후… 내가 할 소리다, 막가놈아!”

그들은 태가장의 경비대장인 허정과 낭아파의 수장인 막추를 필두로 아직도 수십여 명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양측은 팽팽했다.

쓰러진 자들은 낭아파가 더 많았다.

하지만 아직 싸우는 자들 역시 낭아파가 더 많았다.

애초 그들이 태가장의 경비대보다 인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니 어느 쪽이 승리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허나 그들의 싸움은 곧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과, 관부가 난리가 났다는군.”

“관병들이 웬일로 벌써 움직인대? 다 끝난 후에야 대충 훑고 가는 놈들이잖아?”

“그게 아니라 대력보 놈들이 단체로 스스로를 가둬달라고 난리인가 봐!”

“뭔 헛소리야?”

대력보는 정사지간의 방파였지만, 사파에 가까운 자들이었다.

살기 위해서 위지천의 경고대로 바로 관부로 달려간 것이다.

그것도 자신들의 범죄 증거를 들고서.

그 수가 수십이나 되니 정주 관부가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위지천의 경고를 듣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무시한 것인지 아직 수십여 명은 관부로 가지 않았다.

허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글쎄, 웬 고수가 홀로 대력보에 쳐들어가서 대력괴곤의 목을 베었다나 봐.”

“대, 대력보주가 죽었단 말인가!!”

워낙 놀라운 말이었기에 싸움은 중단되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낭아파의 장한이 호통을 쳤다.

“그 말이 사실이냐!”

“저, 정말입니다!”

태가장의 경비대와 한창 싸우고 있던 낭아파는 허탈했다.

눈앞의 태가장이 문제가 아니었다.

뒷배인 대력보가 몰락한 이상 자신들의 거취에 문제가 생겼다.

구화당이 어떻게 사라졌던가.

뒷배인 정주안가가 몰락한 후 다른 흑도무리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졌다.

자신들도 결국 그와 같은 입장이 된 셈이었다.

“그렇다는군. 막가야.”

“서, 설마…….”

허정의 말에 막추는 기겁했다.

대력보주를 베었다는 고수가 태가장의 고수임을 깨달았다.

물론 허정 역시 확신하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괴물 같은 장주나 부장주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 젠장! 모두 항복해라! 목숨은 부지하려면…….”

“현명한 선택이군. 장주님께 말씀은 드려주지.”

막추는 마지막 순간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아니, 당연한 결정이었다.

대력괴곤은 대단한 고수였다.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런 대력괴곤을 죽인 태가장의 고수를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즉, 자신들은 패배한 것이다.

“동료들을 부축해서 본장으로 복귀한다! 너희도 따라와라. 장주님의 결정을 따라야 하니까.”

승자나 패자나 엉망인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돌아가는 발걸음의 경쾌함은 전혀 달랐다.

그들의 싸움.

아니, 대력보의 괴멸 소식은 정주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 * *

“역시… 예상대로군.”

독안귀는 침음성을 흘렸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홀로 대력보를 괴멸시킨 맹인 검귀.

그 정체를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런 맹인이 태가장에 있었다.

이는 정주의 정세가 급변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정주에서 손꼽히는 고수인 그도 휩쓸릴 수 있는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태가장의 사업장들이 있는 중앙북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폭풍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았다.

“손을 잡고 연수를 해야 하나…….”

지금까지 정주의 이권을 놓고 수십의 집단들이 견원지간처럼 지내왔다.

사파인 흑혈방과 귀문은 물론 정사지간의 방파.

심지어 정파세력까지 손을 잡아야 할 상황이었다.

허나 독안귀를 고개를 저었다.

“맹검이 맞다면 모두 무의미해.”

정주 십대고수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절정의 완숙 혹은 극에 오른 자들이었다.

그러나 무림 백대고수라 불리는 초절정고수는 차원이 다른 강자였다.

물론 전원이 목숨을 건다면 혹시 모른다.

허나 스스로의 잇속만 생각하는 그들이 목숨을 걸 리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맹검 하나만 죽인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그 뒤에 있을 천사교를 생각하면 자신들의 발악은 무의미할 테니까.

“소림이 움직일 때까지 버텨야 하나…….”

천사교의 강함은 천하가 다 알고 있었다.

허나 소림의 강함은 그 이상이었다.

개방의 고수에게 눈을 잃었던 독안귀가 구파일방, 그것도 소림의 강력함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 소림의 앞마당인 하남에 천사교가 들이닥쳤다면 그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독안귀는 사파고수이면서도 이 순간 소림의 구원을 기대하고 있었다.

정사를 막론하고 경외하는 곳이 바로 소림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지켜봐야겠어.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니까.”

독안귀만이 아니었다.

정주의 실력자들은 하나같이 숨죽여 사태의 추이를 살폈다.

태가장의 행보를.

* * *

“형님께서 큰 선물을 가져와 주셨어.”

정주 실력자들의 생각과 달리 이현성은 소림이 움직일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태가장에 방문했던 성승이라면 위지천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존재 때문에 소림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사 움직인다 해도 상관없었다.

소림을 막을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는 큰 선물이 있기 때문이다.

“철마의 마공서라면 소림도 만족하겠지.”

천마대전 당시 소림고수들을 제일 많이 죽인 천마신교 마인이 바로 괴력난신이라고 불린 철마였다.

그의 철혼대마력은 괴력난신과 같은 괴력과 철옹성과 같은 단단함을 보여주었다.

소림의 금강불괴신공과 비교되는 천마신교의 절대외공이다.

철마의 손에 소림고수들이 피를 많이 흘렸으나 그를 죽인 것 역시 소림고수였다.

그는 성승 료굉대사의 사제인 료료대사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당대 금강불괴신공의 계승자였던 료료대사는 결국 철마를 죽였지만, 그 역시 당시에 입은 내상으로 인해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했다.

위지천이 죽인 대력괴곤이 철마의 마공을 익히고 있었다.

다행히 그 경지가 괴력난신이라고 불린 철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이 비급을 선물한다면 소림은 태가장의 호의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한담…….”

얼떨결에 받은 태가장이었지만, 이대로 놔둘 생각은 없었다.

앞일을 생각하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정주는 북경과는 달랐다.

황제의 앞마당인 북경은 무림방파들이 활동할 수 없기에 흑도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지역은 조금 달랐다.

흑도무리의 뒤에는 사파나 정사지간의 방파, 위선 떠는 정파세력이 존재했다.

대력보의 경우는 먼저 명분을 주었기에 가능했으나 두 번의 기회는 없었다.

이미 정주의 각 세력은 태가장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인식했을 터라 쉽게 명분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그들과 견줄 수 있는 대력보를 홀로 격파함으로 모두 태가장을 주시하는 중이었다.

흑도라면 몰라도 무림에선 명분이 중요했다.

명분 없는 싸움은 결국 파멸이었다.

어찌 보면 흑룡방 역시 힘으로만 이룬 것이었기에 그런 결과를 맞이했는지 모른다.

“형님과 상의해봐야겠어.”

태가장은 그만의 것이 아니었다.

위지천에게 억지로 부장주를 맡겼다.

때문에 앞 일을 결정할 때 그의 생각도 들어봐야 했다.

위지천을 만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누군가 그를 찾아왔다.

“장주님. 마 집사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아, 마 집사님. 어서 들어오십시오.”

마 집사는 생각보다 식솔들을 잘 묶어주었다.

덕분에 이현성은 일을 많이 덜 수 있었다.

덕분에 그를 집사로 임명한 걸 만족하고 있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마 집사님.”

“장주님께 여쭤볼 것이 있어서입니다.”

“말씀하세요.”

“전(前) 장주님과 본장의 관계를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현성은 마 집사의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태천광과 태가장의 관계를 확실하게 하자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다.

마 집사는 학식을 갖추진 못했으나 그를 대신할 연륜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실없는 소리를 하기 위해서 찾아왔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세히 말씀해보세요.”

“본장은 태가장. 즉, 전대 장주님의 장원이란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식솔들이 장주님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확실하게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식솔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로서는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었기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거라 생각하면서 경비대를 재편하고, 집사를 임명해서 식솔들을 관리했다.

허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

“마 집사님은 장원의 이름을 바꾸자는 말씀이십니까?”

“그게 확실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저희가 모르는 전 장주님과의 약조가 있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지요.”

“아닙니다. 그런 것은…….”

장원의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걸리는 점은 없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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