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4
244화 큰일 났어요
장백호가 그랬다.
후방이 든든해야 앞에 나가서 싸울 수 있다고.
때문에 강형우는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었다.
솔직히 지성분식 2호점이야 딱히 손댈 게 없었다. 신원이 형이 중심을 잡아주고, 은주 형수가 수시로 집과 가게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으니까.
또, 정은혜와 히토미, 최민지와 은선경이 각각 주방과 홀을 맡았고, 여기에 주방 보조 두 명과 주중, 주말 알바 네 명이 더 있었다.
지성분식 3호점은, 홍성구와 오랫동안 손을 맞춘 순이 이모가 오기로 했다. 중간에 이사도 했고 얼마 전에 집들이까지 무사히 마쳤으니, 이제 슬슬 일해도 되지 않겠느냐 권했던 것이다.
그걸 순이 이모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지금 화끈한 형제들의 경우, 직원 시스템이 아주 잘 돌아가고 있었다.
거의 서너 달을 거기에 집중해 공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진짜 중요한 건 직원 관리였다.
어차피 음식도 사람이 만들고, 손님 맞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해서 강형우는 알바들에게 갑자기 누가 아프거나 해서 빠지면 도와줄 수 있느냐고 먼저 물었다. 그런 다음 특근 수당(?)을 과감하게 쳐주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사실 이전에는 사람이 빠지면 강형우가 대타를 뛰었다.
여기에 공지혜와 인정둥이가 있었고, 그걸로도 부족하면 순이 이모에게 부탁해 홍성구나 정은혜를 데려왔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진 이상 그렇게 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화끈한 형제들의 경우, 오전 오후 두 파트에 주중 주말 알바로 나뉘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만한 인력들을 관리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메인급 직원들을 제외하고, 알바만 스물이 넘었던 것이다.
다행히 매니저 이주영과 임정은, 금일우가 붙어서 관리하자 어느 정도 무탈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에 점장만 있으면 딱이었다.
해서 오래 고민한 결과, 강대용이 제일 맞는 것 같았다.
“삼촌, 그냥 하세요.”
“야, 이게 그냥 할 일이냐?”
“지금처럼만 해주셔도 돼요. 딱히 점장이라고 일 더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라면만 끓이고 있을 수도 없잖아요.”
“그건… 맞는데……”
얼마 전, 작은 소란이 있었다.
전에 영상통화 문제로 단단히 주의를 준 적이 있는데, 그 이후 강대용은 일하는 중에는 과감하게 폰을 꺼놓았다. 그게 사달이 돼서 숙모님과 큰딸이 가게를 찾아온 것이다.
그날, 주방에서 땀 뻘뻘 흘리며 라면 끓이는 강대용을 보고 큰딸이 울어버렸다.
결국 강대용은 지금 일 배우는 중이고 거쳐가는 과정이라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강형우는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해 폰을 꺼냈다.
“삼촌이 안 하신다고 하면 숙모님한테 전화합니다?”
“엉? 우리 와이프?”
“예. 삼촌이 자꾸 폰을 꺼놓으니까, 문제 생기면 꼭 전화 달라고 하셨거든요.”
강형우가 씨익 웃는데, 강대용은 기겁을 했다.
“야, 그럼 나 죽어!”
“그럼, 하시던가요.”
갑자기 강대용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진짜, 내가 해야 되냐? 다시 말하지만 나 그 정도 능력은 안 돼. 알잖아?”
강형우는 강대용의 손을 붙잡았다.
“삼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냥… 저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해주시면 돼요.”
한참이나 말이 없던 강대용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확실히 경험은 좋은 자산이었다.
여러 번 식당 오픈을 해봤다고, 큰 작업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는데 몇 가지 문제가 아주 발목을 강하게 잡았다.
일단 홍태구가 가져온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 녀석도 이런 작업은 처음이라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일단 구조가 1층과 2층을 같이 쓰는 거라서, 통일성을 잡기가 많이 곤란했단다.
결국 여기서 열흘이란 시간을 잡아먹고 나서야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왔다.
문제는 또 있었다.
강형우가 직접 움직이면서 확인했는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의외로 불편했다. 옛날 건물이라 폭이 좁았고 자칫하다가는 음식물을 엎을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고민하던 강형우는 이걸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설계 사무소를 통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다시 확인받았다. 그런 뒤에야 2층 바닥 일부를 뜯어내 넉넉하게 확장하는 걸로 결론을 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만 무려 열흘이란 시간이 소비되고 말았다.
그렇게 공사에 들어갔는데, 또 문제가 생겼다. 화끈한 형제들 주방 식구들을 불러서 동선 체크를 했는데,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 박황수에게 전화를 했다.
거의 30여 분을 통화한 결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애초에 주방 직원과 자신을 포함에 네 명 정도가 움직일 구조라고 했다. 그 정도면 분식집치고는 큰 편이었고, 숙련자들에 맞게 꾸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직원 한 명이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거였다.
하지만 화끈한 형제들은 달랐다.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각각의 전문가가 있었고, 동시에 주문이 들어오면 여럿이 움직였다. 그걸 기준으로 잡으면 벽체 일부를 뜯어내 확장해야 할 것 같았던 것이다.
강형우는 여기서 머리가 터질 뻔했다.
3월 말부터 시작하려던 공사가 무려 한 달이나 늦어진 상황.
월세는 꼬박꼬박 나가고 있는데 공사 진척은 느렸다. 여기서 주방 공사까지 하면 얼마나 더 걸릴지 예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건 강형우도 처음 겪어보는 경우였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었다.
주방에 딜레이가 걸리면 음식이 늦게 나온다.
결국 손님들이 늦게 먹는다는 것이고, 또 그만큼 늦게 나간다는 거였다.
박리다매에는 빠른 회전률이 필수.
결국 강형우는, 오픈 날짜를 한참이나 미룰 수밖에 없었다.
“오빠 괜찮아요?”
“어?”
“요즘에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같아서요.”
공지혜가 간만에 술상을 차려줬다.
정확히 말하면 강형우만의 자리가 아니었다. 어머니 박혜숙과 영지, 인정둥이가 간만에 놀러 온 것이다.
물론 목표는 우리 ‘강하늘’이었다.
결혼식 전에 식구들끼리 조촐하게 100일 잔치를 했다.
그때 이미 10㎏에 근접해 있었는데, 애가 얼마나 잘 먹는지 지금은 12㎏가 넘었다. 한창 살이 오르고 포동포동할 때라, 식구들이 아주 좋아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주말마다 집에 사람이 넘쳐났다.
마치 지금 엄마 집에서 온 식구가 같이 살 때의 느낌이랄까?
어쨌든 박혜숙과 강영지가 하늘이에게 달라붙어 있을 때, 공지혜도 겨우 쉴 수 있었다. 덕분에 도련님들 왔다고 이렇게 음식에 술병까지 차려준 것이다.
“그러게요. 우리 형님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웬일로 강인우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반대로 강정우는 심드렁하게 평가했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니까 그러는 거죠. 쓸데없이 욕심 많아서 그래요.”
“이 자식이! 그게 뭐가 쓸데없는 거냐? 다 필요해서 하는 건데.”
강형우가 버럭 하려는데, 공지혜가 잽싸게 술병을 들었다.
단숨에 잔에 든 술을 비운 뒤, 강형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들어가는 돈이 칠억이 넘어. 따지면 내가 지금까지 장사해서 번 돈을 전부 집어넣는 거라고.”
그런데도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벌써 월세만 두 번 들어갔고 또다시 월세 날이 코앞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장사 한 번 못 해보고 육천만 원이 날아간 셈.
사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그게 당연했다.
월세 꼬박꼬박 받으려고 세를 주는 건데, 공사한다고 봐주는 건 거의 보살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박첨기 어르신과 강학희 아버님, 그리고 동대표 사모님이 정말 많이 도와준 거다.
또, 번화가에 들어갈 때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태클이 많을 줄은 몰랐다.
바로 옆 식당에서 민원이 들어왔다. 공사 소음이 심하고 먼지가 자기 가게까지 날린다는 것이다.
결국 그 일 때문에 공사 시간 일부를 날렸고, 차양막을 두 번이나 돌려야 했다.
그리고 자재 내린다고 차를 잠시 주차했는데, 벌금 딱지만 열 번이었다. 아무리 길이 좁고, 단속이 심하다 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때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 외에 정체불명의 태클이 너무 많았다.
어느 날은 맞은편 집에서 그랬다. 우리 차가 지나가다가 자기네 입간판 건드렸다고 돈을 물어내라는 것이다.
또 옆집에서는 간판 조명이 강하니 무조건 줄이라고 우겨댔다.
특히 밤에는 술 취한 손님들이 입구를 가린 천 안쪽으로 들어와 큰 볼일을 보고 갔던 경우도 있었다. 오바이트와 소변은 그냥 애교 정도였고.
그런 자잘한 일들이 공사를 방해했고, 시간이 예정보다 훨씬 오버되었다.
결국 인부들 인건비도 예상보다 지출이 훨씬 커졌다.
“에이, 그래도 곧 오픈이잖아요. 어제 보고 왔는데 거의 끝났던데요?”
“그러게. 바로 다음 주부터 동선 맞춰보고 하면 금방일 것 같은데.”
인정둥이가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됐다.
맞다. 이제 오픈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사실 5월달이 조금 애매하긴 했다. 어린이날에 어버이날, 또 스승의 날이 있었고, 또 석가탄신일이 있어서 날짜를 잡기가 어중간했던 것이다.
결국 강형우는 26일, 탄신일 휴일 다음 날 정식 오픈을 결정 내렸다.
해서 이벤트 업체와 계약을 마친 게 바로 어제였다.
“아휴,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형님이 잔소리를 덜하지.”
“맞아, 맞아. 진짜 그동안 얼마나 예민했는지 말도 못 한다니까?”
“사람이 쓸데없이 완벽하려고 하니까 그런 거야. 그냥 우리처럼 적당히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살아야…….”
강형우가 갑자기 눈에 힘을 주고 노려봤다.
동시에 인정둥이가 고개를 돌리더니 딴청을 부렸다.
“역시 형수님 찌개가 최고입니다.”
“이거 술이 술술 들어가네요.”
“야! 니들은 먹지마. 이 형님 심란한데 소주 한 잔 따라주지 못할망정 놀리기나 하고. 니들은 먹을 자격 없어.”
강형우가 찌개 그릇을 앞으로 당기려고 하자 강정우가 헤헤 웃으며 손목을 잡았다.
“까칠하신 우리 예민 보스님. 한 번만 봐주십시오. 그동안 잔소리 들은 거 다 잊어버릴 테니까요.”
“야, 내가 잔소리를 얼마나 했다고 그래?”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분식집 식구들이 다 알죠. 오죽했으면 순이 이모가 버럭 했겠어요. 손님들 소화 안 된다고 나가서 이야기하라고 했잖아요.”
“쩝.”
딱 한 번 그러기는 했다.
하지만, 평소에는 별로 안 그랬던 것 같은데.
“하여간 형도 이제 조바심 그만 내요. 어차피 공사 마무리겠다, 직원들도 거의 연습 끝냈겠다, 뭐가 그리 걱정이 많아요?”
“그게 말이야…….”
정확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불안했다. 너무 큰돈이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자신의 선택이 맞는지 확신이 서질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으로 불안한 이야기들이 돌고 있었다.
***
“형! 큰일 났어요.”
강정우가 다급히 폰을 꺼냈다.
고개를 갸웃거린 강형우는 일단 주방 밖으로 나갔다.
사실, 걱정은 기우였다.
직원들과 동선을 연습하고, 23일 가오픈을 해서 손님들 일부를 받았다.
동시에 주혁 형과 사총사 형들을, 그리고 은주 형수 장인 어르신과 그 가게 사람들을 초대해 합격점을 받았다.
또, 부를 수 있는 지인들을 불러서 평가를 부탁했고 덕분에 미비한 부분까지 손을 볼 수 있었다.
그제야 강형우는 마음을 놓았다.
이후, 24, 25일 푹 쉰 뒤에 이제 정식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강정우가 말했다.
“메르스 터졌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