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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229화 (229/251)

# 229

229화 멋대가리 없다

“희한하네. 될 거라 생각하나?”

“글쎄요. 안 될 것도 없다 싶은데…….”

강인우가 의외의 말을 꺼내자 강정우도 약간은 인정하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게 오히려 더 신기했다.

인정둥이도 그간의 사정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애초에 정보를 알려준 것도 이 둘이었고, 나름 썩은 계란에 큰 원한까지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판단했다는 건 근거가 있다는 뜻.

“어부지리죠.”

“뭐?”

강형우가 황당해하는데, 강정우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우리 가게 때문에 갑자기 이 동네가 핫 플레이스가 된 거죠. 원래라면 말도 안 되는 건데…….”

화끈한 형제들이, 블로그와 SNS에 연일 맛집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인근 상권을 넘어서 경성대 상권의 손님들까지 일부러 와서 먹고 가는 음식점이 됐다는 것이다.

걸어서 20분이나 걸리지만, 여길 들렸다 광안리로 가는 게 하나의 데이트 코스가 됐다나?

확실히 지하철 한 구간이니 먼 거리는 아니었다.

여기서 세무서와 수영구청을 넘어가면 바로 광안리 백사장이 나오니까.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폰을 꺼내서 보여주는데, 무슨 동영상 같았다.

“이게 뭔데?”

“파프리카 먹방 BJ요. 여기 엄청 유명한 사람들 몇 명이서 우리 가게 돈가스하고 김밥 포장해갔거든요. 그러면서 화끈한 형님들에서도 이만 원어치 사갔대요.”

강형우도 알고는 있었다.

먹방으로 별풍선 받아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는데,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팬이 몇십만이나 되는 스타들도 제법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인터넷 방송은 TV와 달랐다.

솔직히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소개하는 맛집 대부분은 서울 경기권에 편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은, 지방 구석 혹은 동네 골목까지도 찾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SNS에 핫하기만 하면 지옥 빼고는 다 간다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래서 손님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다는 거야?”

“그럼요. 형님은 요즘 옆 가게에 있어서 모를 수도 있는데요. 최근에는 거의 오픈할 때만큼 은근히 빡시더라고요.”

“앵? 진짜?”

“예. 그때는 한차례 확 왔다 가고 했는데, 지금은 계속 꾸준히 바빠요. 다들 반년 가까이 손발을 맞춰서 능숙해져서 버티는 거지.”

그때 강인우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형, 보이죠? 군대에서 삽질할 때도 안 생기던 근육이 이렇게 됐습니다.”

확실히 팔뚝에 잔근육이 장난이 아니었다.

나름 주방일이 고되긴 하지만 설마 저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최근 이 동네. 확실히 사람들이 많이 늘었어요. 손님층도 다양해진 것 같고, 못 보던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그래요.”

“그건 나도 알지.”

알바를 충원하기 위해, 얼마나 더 뽑아야 할지 고민하면서 주변 상황을 나름 알아봤다.

인정둥이의 말대로 상권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우리 가게를 거처 가는 손님들 일부라도 잡으려는 듯, 몇몇 가게들이 새 단장을 했던 것이다.

또, 못 보던 음식을 파는 가게들도 여럿 생겼고, 지하철 역 근처에는 우리 튀김을 따라하는 것도 있더라.

황당한 건, 제일 큰 이득을 본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거였다.

바로 옆옆 마트 사장님이었다.

한 여름에 손님들이 줄을 섰으니, 입구 한쪽을 비워서 아이스크림을 팔았던 거다. 그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단다.

어쨌든, 화끈한 형님들은 손님이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외부에서도 꾸준히 찾는 터라 가게가 항상 만석에 가까웠던 것이다.

“아마 이때다 싶어서 팔려는 거겠죠. 상권이 핫할 때, 권리금 받고 팔면 훨씬 이득이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손님 하나 없는데, 누가 들어오겠어?”

“손님이 왜 없어요?”

“거의 없던데? 점심 장사는 거의 포기 상태 같고. 며칠 동안 계속 문도 닫았잖아?”

강형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강인우가 툭 내뱉었다.

“요즘 앞 가게들도 손님 많아요. 저녁에는 제법 차고, 술장사도 시작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 간판은 그대로인데?”

업종을 바꿨나 싶어 봤는데, 정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트럭이 오더니 뚝딱뚝딱 하면서 김밥집 간판을 다 뜯어버린 것이다.

“어라?”

인정둥이들과 황당해하고 있는데, 안쪽에서 설비가 불렀다.

“브레이크 타임 다 끝나가요.”

끝까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제 다시 장사 시작할 타이밍이었다.

***

“그래? 그런 거란 말이지?”

황도양도 보통 사람이 아닌 건 알고 있었다.

앞자리에서 10년이나 장사를 했고, 썩은 계란에 조폭들까지 투입해 장사 훼방을 놓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때 ‘각서’ 이후 생각을 바꾼 것 같았다. 이 동네가 한창 뜨고 있을 때 단단히 챙기기로 작정한 것이다.

확실히 장사꾼 마인드가 있는 건 맞았다.

며칠 사이, 간판이 뚝딱 바뀌었고 메뉴도 이전과 달라졌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형태로 변화를 주었다는 것이다.

“무슨 컨설팅 실장인가 하는 사람을 고용했다더라고. 천만 원인가 주고 싹 바꿔달라고 했데.”

최성만은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하지만, 대세는 역시 형님들이지. 저건 진짜 나도 처음 보는 형태다.”

진심으로 감탄했는지 엄지를 쓰윽 드는데, 약간 민망했다.

사실 강형우도 고민을 많이 했다.

요즘에는 분식집도 많이 고급화되었다. 지금은 철수한 조가네 떡볶이도 그랬지만, 체인화가 되면서 훨씬 깔끔해지고 시스템적으로 바뀐 것이다.

포장도 위생적이고, 주방도 청결했다.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오픈 주방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소소한 휴지나 나무젓가락 포장에도 가게 상호가 박혀 있었다.

한마디로, 브랜드를 강조하는 시대였다.

하지만 아직도 분식집들의 규모는 영세한 편이었다.

또, 롯X리아처럼 분식을 파는 곳은 드물었다.

작은 규모로 비슷하게 하는 곳은 몇 있었지만, 화끈한 형님들처럼 그 시스템을 가져와 이렇게 크게 하는 곳은 우리가 유일했던 것이다.

메뉴 역시도 차별화가 많이 되어 있었다.

화끈 오뎅의 주 무기는 어묵 국물, 그리고 고급화된 튀김들이었다. 여기에 밥버거와 덕수 형 특제 수제버거도 한 몫을 해서 세트로 어마어마하게 팔리고 있었다.

히트 메뉴 하나가 바로 튀김 밥버거였다.

손님들 스스로 만들어 먹던 건데, 밥버거 위에 튀김을 올리고 간장을 부어서 먹는단다.

특히 인기 있는 건 타이거 새우튀김과 특제 고추 튀김이었다. 여기에 얼큰한 어묵 국물을 곁들이면, 일식집 만 원짜리도 부럽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그 창의력에 박수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어쨌든 두 가게를 합친 건 정말 주효했다.

도저히 내 머리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인 시너지가 나왔으니까.

“그런데, 저 앞에는 신경 쓸 것 없겠더라.”

“왜?”

“황 도둑 양아치님께서 술자리에서 그랬단다. 잠깐 반짝할 때 손님 몰아서 가게 다 팔아버리겠다고.”

“권리금 먹튀네?”

“몇 달 지나면 지난 10년간 다른 가게들이 그랬던 것처럼, 거품이 꺼질 거래. 그 전에 해치우겠다는 거지.”

순간 울컥하는 게 올라왔다.

내가 어떻게 키운 가게인데 반짝이라니.

“처음에는 그냥 장사 접으려고 그랬대. 여기 지성분식 생기고 나서 매달 천만 원씩 적자보다가 화끈 형님들 들어오고 나서 그게 새 배로 늘었다더라고.”

“정말?”

“당연하지. 식당 다섯 개 운영하려면 달에 몇천은 그냥 들어가. 사람을 줄인다고 해도, 적어도 음식 할 수 있는 사람은 있어야 하잖아.”

그것뿐만이 아니라 악성 재고도 상당히 쌓였다고 했다.

식자재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나면 팔아선 안 된다. 상해서 탈이 날 경우 난리가 나는 것이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건 폐기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받는 물량이 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공장에서도 배달료를 핑계로 단가를 슬쩍 올렸단다.

가장 큰 건 역시 임대료였다. 편의점을 제외한 식당 다섯 곳을 합치면, 매달 월세만 천이백이 나간다는 것이다.

목이 너무 좋은 곳이라 그 정도는 당연하다나?

“자업자득이지만, 계약 문제도 있어.”

건물주들이 월세를 못 올리게 압박하면서 대신 장기 계약을 했다. 어차피 나갈 일도 없을 거라 생각해서 3년씩, 5년씩 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게를 넘기지 못하면, 그 기간까지 월세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다른 방식으로도 파기할 수 있지만 어쨌든 법은 그랬다.

여기에 보증금으로 묶인 돈도, 무려 일억이 넘었다.

하여간 그런 식으로 여러 악재들이 한꺼번에 물리는 바람에 빨리 정리 안 하면 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확실히 무조건 가게가 많다고 다 좋은 일은 아니었다.

“역시 팔고 나가는 수밖에는 없겠네?”

“그렇지.”

최성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 앞쪽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이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테니까.

“하여간 고맙다.”

“아니야. 내가 잘못한 게 있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최성만이 미안해하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녀석이 소문을 이상하게 내는 바람에 곤란해진 적이 있었다. 전직 조폭이니, 무서운 사람이니 하는 말이 퍼져서 어이없는 일들이 생겼던 것이다.

환불해 달라고 진상 부리던 아줌마가 찾아와 사과를 하고 갔다.

술 먹고 와서 토하고 도망쳤던 할아버지가 미안하다고 했고, 시끄럽게 욕해서 주의를 줬던 양아치들이 나만 보면 구십 도로 고개를 숙였다.

무엇보다, ‘화끈한 형님들’ 이름이 문제였다.

나 때문에 여기 형들도 전부 조폭 출신이라는 이야기까지 돌았던 것이다.

물론 덕수 형은 맞았지만, 창주 형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무려 30년 전통의 가게 분식집 사장으로서 그런 모함은 용서할 수 없다고 버럭 했던 것이다.

뭐, 지금은 웃고 넘어갈 일이지만 그때는 좀 난감하기는 했었다.

최성만이 일어나면서 말했다.

“친구야! 언제든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해라.”

“아니야. 이 정도면 충분히 고맙지.”

“그러면 말이다. 부탁 하나만 하자!”

“뭔데?”

“소개팅 좀…….”

진심으로 부끄러워하면서, 화끈한 형님들 카운터 아가씨에게 반했단다.

강형우는 진심으로 말했다.

“우리 가게 사람 모자라거든.”

***

“주차장이 따로 없네?”

“그러네요. 오빠!”

“근처에 대고 걸어가자.”

남자의 말이 끝나자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고급 외제차가 근처 주자창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남자와 여자가 내리더니 주변을 둘러봤다.

곧 그들이 향한 곳은 화끈한 형님들이었다.

“아! 이름 멋대가리 없다. 화끈한 형님들이라니…….”

남자가 질색을 하는데, 여자는 풋 하고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진심인 모양이었다.

“이게 뭐냐? 화끈한 형님들. 튀김, 어묵, 밥버거 전문점. 뭐 테이크아웃은 이해하겠는데, 뭔가 강렬한 게 부족해.”

“오빠도 옛날에는 그랬거든요?”

“내가 뭘?”

“왜요? 쭈욱 불러줘 봐요?”

남자는 정색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원래 심플 이즈 베스트야. 그래야 오래 간다고.”

“그거야 10년 전 이야기고요. 요즘은 저런 게 더 인기라고요.”

“뭐, 그럼 그런 걸로 하지. 들어가자!”

남자는 대충 얼버무리고 화끈한 형님들 안으로 들어갔다.

“인테리어는 딱 고만고만하네. 뻘건 적경을 돌리고, 군데군데 검은 기둥에… 아주 실사로 도배를 해놨구나.”

평가가 박한 것치고는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던 남자는 이내 한 곳에 시선을 멈추었다. 저쪽 끝에서 테이블을 닦고 있던 강형우를 본 것이다.

“에휴~ 그럼 그렇지. 저놈은 자기 할 일을 아직도 몰라!”

“왜요? 열심히 하는 거 같은데.”

“사장이 왜 저기서 저러고 있냐고? 직원이 할 일이 있고, 사장이 할 일이 따로 있는데… 저러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불편해서 되겠어? 그리고, 그 시간에 더 생산적인 다른 걸 해야지!”

남자는 연신 투덜투덜거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강형우가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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