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목식당 리얼갑부-150화 (150/251)

# 150

150화 너 큰 실수 했다

“진짜 희한하네.”

강형우는 몇 번이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저 달 수익은 반 토막 정도로 생각했다.

거의 3주 동안 바쁘긴 했었지만, 이후에는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했다. 추석 연휴로 5일이나 쉬었고, 공사도 며칠 하는 바람에 거의 8일을 쉬어버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9월은 예상보다 수익이 훨씬 괜찮았다.

중순까지 더웠던 것도 있어 냉라면 판매가 유지되었고, 다시 오픈한 직후부터 손님들이 몰렸던 것이다.

일부 떨어져 나갈 것도 예상했는데 그대로 되었다.

하지만 가격을 500원 올린 영향이 컸다.

지성분식은 따지면 박리다매에 가까웠다.

그만큼 한 달에 나가는 그릇 수가 제법 된다는 의미였다.

대충 계산했을 때, 일 매출 200만 원이 올라오면 최소 400인분을 파는 셈이었다.

400인분 곱하기 500원 하면 무려 20만 원이다. 한 달에 25일 영업으로 잡으면 무려 500만 원이나 더 버는 게 되는 것이다.

이걸 무시할 수 없는게, 지성분식 2호점의 고정 지출은 최소 이천만 원 선이었다.

월세 비중은 낮았지만, 인건비가 월등히 많이 나갔다. 게다가 식자재도 좋은 걸 썼기에 그 이하로 줄이기 어려웠다.

즉, 500원을 올림으로써 고정 지출의 25%가 해결됐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이대로 유지될 수 있으려나?”

가격을 올렸음에도 생각한 것 이상으로 손님들이 빠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평균 식대가 육천 원 수준인 상황이니, 금액으로 트집 잡는 손님들은 아직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러리라는 법은 없었다.

“일단 좀 더 두고 봐야겠어.”

강형우가 장부를 정리하는데, 마침 전화가 왔다.

역시나 강주혁이 맞았다.

***

“야. 잘나간다?”

간만에 보는데 노골적인 시비조였다.

하지만 강형우는 냅다 고개부터 숙였다.

“죄송합니다, 형님.”

“진짜, 바빠도 내가 몇 배는 더 바쁜데, 너 얼굴 보기 너무 힘들다. 이거 뭐가 바뀐 것 같은데?”

강주혁이 인상을 찌푸리는데, 강형우는 커다란 덩치를 잊은 듯 몸을 꼬면서 손까지 비벼댔다.

나름 형들한테 먹힌다는 애교였다.

문제는 그게 전혀 다른 의미라는 거다.

“야, 무섭다. 하지 마!”

“왜요? 다들 귀엽다고 하는데.”

“곰이 아무리 웃어도, 사람 입장에선 크하하항, 너를 잡아먹겠다거든? 됐고, 이 형님 시간 뺏었으니 근사한 거 사라.”

강주혁이 고개를 저으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체형을 보면 그렇게 힘 쓰는 사람처럼 안 보이지만, 강형우는 알고 있었다.

이 형은 정말 괴물이었다.

펀칭 머신을 한 번 갈기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측정 불가가 떠버렸다.

바로 000이였다. 그것도 숫자판이 멈췄는데도 소리가 한참이나 이어졌던 것이다.

저걸로 맞으면, 최하 사망이었다.

어쩌면 곰도 한 방에 기절시킬지도.

“야, 니가 이 동네 오자고 했으니까, 안내해.”

“옙, 맛있는 데로 모시겠습니다.”

강형우는 또다시 고개를 숙인 뒤, 방향을 잡았다.

10월 초의 선선한 날씨였다.

덕분에 광안리 수변 공원 일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인근 회센터에도 사람들이 그득그득했다.

“먹자는 게 회냐?”

“왜요? 싫어요?”

“날로 먹는 건데 싫을 리가 있나. 근데 아는 가게 있어?”

“아, 전에 지혜랑 여기 왔었는데 괜찮더라고요.”

“초장집?”

“예.”

강주혁은 고개를 흔들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넌 참, 음식 장사 한다는 놈이…….”

“왜요?”

“아니다, 그냥 따라와라.”

강형우는 의아했지만, 이럴 때는 무작정 믿고 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강주혁의 발걸음은 회센터를 지나서 수산물 상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전화 통화를 몇 번 하더니 이내 협상까지 끝냈다.

“예,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진짜 해적 영화에서나 볼 듯한 커다란 덩치의 사장이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뜰채를 들고 커더란 수조로 가더니 금새 광어 한 마리와, 잡어 몇 마리를 꺼냈다.

“이만 원 되겠습니다.”

강형우는 현금으로 이만 원을 준 뒤, 커다란 비닐 봉투를 받았다.

그 안에 살아 있는 광어가 부들부들거리고 있었다.

강주혁이 상회를 나와 앞장서면서 말했다.

“지금이야 관광객들 몰릴 시즌이 끝났지만, 아직도 여기 회센터는 조심해야 돼. 몇몇 비양심적인 가게들이 있거든.”

“예? 전에 왔을 때는 괜찮았는데…….”

“복불복이지. 그런데 굳이 그런 모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초장집들도 옛날 같지 않아. 장사 안 될 때는 잘 나오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님들이 미어터졌거든. 아직 배짱 장사 하는 시기라고.”

강주혁은 또다시 전화 한 통을 하더니, 민락 골목시장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구석의 한 횟집 안으로 성큼성킁 들어섰다.

반백발에 조리모를 쓴 요리사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강 실장님, 오셨습니까?”

“예, 사장님. 오늘 어떻게 됩니까?”

“평소처럼 술값만 계산하시면 됩니다.”

횟집 사장과 그렇게 합의를 본 후, 강주혁은 비닐을 받아서 내밀었다.

그런 뒤, 안쪽 방으로 들어가자고 손짓을 했다.

“형, 여긴 뭐 하는 데예요?”

“초장집 비슷한 데라고 보면 돼.”

“그럼 인당 비용이 있지 않아요?”

“그게… 좀 달라. 너, 혹시 통영 다찌라고 들어봤냐?”

최근에 TV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주문을 하면 술하고 기본 안주 한 상이 나온다. 그 상태에서 술을 더 시키면 안주들이 더 추가되는 그런 형태로 기억했던 것이다.

“대충은요. 그럼 여기 안주값 안 받는 거 맞죠?”

“어, 술값만 계산하면 다 알아서 나오거든. 사실 부산에도 이런 가게들이 옛날에는 많았는데, 요즘은 보기 힘들지.”

“왜요? 그런 방식이면 장사 잘될 것 같은데.”

“그게… 참 뭐라고 해야 하나? 타산이 안 맞는다고 해야 하나? 사실 부전시장 소주방 같은 데도 이렇게 팔거든. 기본 이만 원에 맥주 네 병, 간단한 마른안주와 제철 과일에 회무침, 빈대떡 종류가 나오고…….”

이야기를 듣는데, 정말 신세계였다.

가장 저렴한 버전이 몇 년 전 돌풍을 일으켰다가, 태풍처럼 사라진 막걸리집이란다.

막걸리 시키면, 기본 안주 천 원에 삼색 나물이 나온다. 그 외 안주들도 2~3천 원대였는데 대부분 파전이나 오뎅탕 같은 종류라고 했다.

이게 원래 통영 다찌, 혹은 여수 쪽 막걸리집이 사이즈를 줄인 거라고 했다. IMF 이후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서 생긴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 외에 약간의 변질된 버전도 존재했다. 연세 있는 어르신들이 술집 여사장님들하고 같이 노는 그런 형태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단속 때문에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오래된 동네 으슥한 곳에는 아직 그렇게 장사하는 가게들이 있단다.

“그리고 여기가 거의 원조에 가까운 형태야. 옛날에 해산물이 풍부하고 저렴했을 때부터 장사한 가게인데 요즘은 횟집과 초장집을 병행하고 있거든.”

“그래요?”

“어. 사실 회 안 사와도 되기는 한데, 그러면 미안해서.”

“왜요?”

강형우가 의아해하는데,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

문어에 전복, 개불, 해삼, 멍게 등의 해산물이 한 접시에, 버섯구이에 콘치즈, 새우구이가 나왔고, 가자미, 꽁치 구이에 튀김이 더해졌다.

그 외에도 초장과 백김치, 겉절이에 쌈채소까지도 푸짐했다.

진짜 회센터에서 인당 사만 원짜리 세트 시킨 것처럼 커다란 한 상이 차려졌던 것이다.

그제야 강형우는, 강주혁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안주값이 없으니 이 음식이 거의 공짜인 셈이었으니까.

진짜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게 있을까?

그런 생각하는데 사장님이 바닥에 수건을 깔고 작은 양철통을 올렸다. 거기에 얼음이 가득했는데 맥주 두병에 소주 여섯 병이 들어 있었다.

“강 실장님. 오랜만에 오셔서, 신경 좀 썼습니다.”

“아이구,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그동안 팔아주신 게 있는데…….”

두 사람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데, 강형우는 진심으로 놀랐다.

주혁이 형이 대단한 사람인 건 알고 있었다. 놀라운 건, 많은 식당 사장님들하고도 잘 알고 있었는데 대부분 정중히 대접한다는 것이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당황해하고 말았다.

사장님 말씀이, 올해까지만 영업하고 문을 닫기로 했단다. 불경기도 불경기지만 나이가 있어서 체력적으로 버겁다는 것이다.

그때 강주혁이 바로 명함을 꺼냈다.

“사장님, 나중에라도 적적하시다 싶으시면 연락 주십시오. 저는 항상 사람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강 실장님 명함은 여전히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하여간 언제든지 부담 없이 전화 주셔도 됩니다. 아시죠?”

“예에, 알겠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사장님이 나가고 나서야 강형우는 조심스럽게 물어볼 수 있었다.

“아니 이렇게 잘 나오는데, 손님이 없다고요?”

“그게 시대가 많이 변해서 그래.”

여긴 술값이 사천 원이었다.

기본 여섯 병 하면 이만사천 원, 하지만 나온 거에 비하면 무척 저렴했다.

“우리 같은 주당이라면 모를까 요즘은 옛날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 않잖아.”

“그렇기는 하죠.”

“이렇게 차렸을 때, 최하 열 병은 팔아야 본전이거든. 하지만 단골들이 많으니까 장사 접기는 애매하고 그런 거지. 그리고 형우 너도 명심해라.”

강주혁은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였다. 그런 뒤,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식장사는 꼭 유행을 따라갈 필요는 없어. 하지만 그 시대의 형태에 맞추는 건, 최소한의 예의다.”

***

“끄응, 머리가 빠개질 것 같네.”

분명 1차였다. 그런데 배가 부르다 싶었을 때, 회 한 접시가 나왔다. 거기서 2차가 이어졌고, 이정도면 충분하다 싶었을 때 매운탕이 나왔다.

3차까지 먹었을 때, 계산은 팔만 사천원 이었다.

아무리 다섯 시간 동안 마셨다지만, 근시일 내에 이렇게 많이 마셨던 적은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그럴 만했다.

원래 추석 연휴 때, 강주혁이 집으로 초대를 했다. 부모님하고 여동생 부부가 있는 상황에서 공지혜까지 데려오라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 거절하고 말았다.

이후 몇 번 만나기로 했는데, 서로 바빠서 시간이 맞지가 않았다.

강주혁은 황당하게도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다.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돈 천억을 들여서 단지 하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린지.

어쨌든 그렇게 서로 간의 시간이 맞지 않아 강형우는 아예 하루를 비워 버렸다.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였다.

그 때문에 일부러 술도 많이 먹였다.

맨 정신으로 상담해 주면 꼭 상담료 비슷하게 이런저런 걸 요구했기 때문이다.

진짜 주혁이 형은, 짠돌이, 자린고비, 구두쇠 스쿠루지를 합치고도 남을 그런 인물이었다. 그래도 아는 게 많고 나름 직설적인 해답을 내주니 이상하게도 계속 찾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그러더라.

그게 인간적인 매력이라고.

“휴우, 진짜 머리 터지겠네.”

강주혁은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고, 그걸 넘어 환골탈태를 시켜줄 만큼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이거였다.

“야이, 병신아!”

“예? 왜요?”

“너, 큰 실수 한 거야.”

“예?”

강형우는 곰곰이 생각했다.

이제 2차에 돌입한 상황이었고, 회가 술술 들어가다 보니 취기는 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방금 했던 이야기를 되짚었는데 잘못한 게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강주혁은 단호했다.

“네가 커피 때문에 시달린 건 들어서 알아. 그들이 미친년이라는 것도 알고, 맘 카페에 욕이 올라오는 것도 들었어.”

“아! 예.”

“하지만 장사하는 사람이 손님을 그렇게 대하면 안 돼.”

“왜요?”

“하아! 답답하다. 이걸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강주혁은 맥주잔에 소주를 붓고 단숨에 들이켰다.

그런 뒤 강형우를 노려봤다.

“너 인마, 손님 거지 취급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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