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목식당 리얼갑부-92화 (92/251)

# 92

92화 뭐든지 할 거라고

치킨!

한국에서, 전 세계 맥도날드보다 많다는 게 바로 치킨집이었다.

그에 관한 설명은 너무 많아서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어쨌든, 치킨집을 차리는 건 어떤 프랜차이즈보다 쉬웠다.

막말로 본사 가서 튀기는 거 세 시간 교육받고 차렸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성공하는 가게는 얼마나 될까?

작년인가 하루에 세 집 생기고 두 집이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무엇보다 정부 통계가 그 이상의 처참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생존율 16%.

저기에 피자나 햄버거, 치킨을 함께하는 가게들을 포함하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실제 생존율은 그 이하라 보면 된다.

무엇보다, 말 그대로 살아만 있다는 거지 많이 번다는 건 증명이 되지 않았다.

특히 현우 형이 팔고 있는 두 마리 치킨의 경우, 정말 상황이 심각했다.

들은 이야기를 참고로 분석하긴 했는데 눈 질끈 감은 것 같더라.

앞이 깜깜하다고나 할까?

“대충 계산해 볼까?”

강형우는 계산기를 꺼내놓고 열심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치킨 두 마리 만 원에 팔면 수익은 달랑 천오백 원이었다.

생닭이 아닌, 염지하고 밑간 양념이 되어 하루 숙성한 걸 가져오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치킨 파우더만 바르고 바로 튀길 수 있게 되어 있어 단가가 비쌌다.

하루 200마리를 팔면 15만 원을 버는 셈이랄까?

실제 수익은 소주와 맥주에서 나왔다.

가게에 들어오는 소주 단가는 1,100원, 맥주는 1,300원 선이라고 했다. 손님이 백 명 전후로 와서 대충 80~110병 정도가 나간단다.

한 병에 3,000원이니 대략 20만 원 정도를 버는 셈이었다.

한 달 25일 장사에 주말 특수 이틀이 더해지면 매출은 거의 1,400만 원 수준.

이게 다 순수익이냐?

월세 200만 원에 기타 잡비가 50만 원 정도 나간다.

여기에 인건비만 400만 원 정도가 나가고, 기름값, 양배추 샐러드, 치킨무, 양념 소스, 포장지 비용에 세금까지 미리 빼놓으면 딱 500만 원 정도가 남는다고 했다.

확실히 그 정도 벌면 적게 버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치킨집 차릴 때 들어간 투자금과 일하는 시간 같은 걸 계산하면 못해도 이삼백은 더 벌어야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이거였다.

“사람 골병드는 거지.”

12시에 오픈.

3시까지 장사 준비를 한 다음 초벌로 60마리 정도를 미리 튀긴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손님이 오면 이때부터 정신이 없었다. 저녁 10시까지 쉬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것이다.

이후 손님들이 줄면 뒷정리를 하고 바로 퇴근이었다.

집에 가면 거의 밤 12시.

어머니 보살피고 새벽 3시에 잔 뒤, 9시에 일어나서 식사 챙겨 드리고 출근하면 11시였다.

그런 사이클도 무시무시했지만, 가게 장사도 쉴 틈이 없었다.

그러니 몸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현재 스트레스성 위궤양에 수면 부족까지 왔단다. 약을 먹지 않으면 편하게 잠들지 못할 정도로 몸이 만신창이라는 것이다.

전에 혁기 형네 가게에서 고량주 마시고 쌍욕을 한 게 그래서였다.

돈은 벌리는데, 사람이 무지하게 고달픈 상황.

수익이라도 올라오니 보람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마저도 힘들게 됐다. 정확한 원인도 모르는 채 매출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한 것이다.

안 되는 걸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하다가, 점점 수렁에 빠졌고 이 지경까지 온 거다.

그래서 절박한 심정에 나한테 매달린 거다.

무조건 도와달라고.

해서 강형우는 미리 말했다.

“형, 내가 하라는 대로 해서 망하면 어쩌려고요?”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어느 정도 각오를 가지고 있는 지 알아야 했던 것이다.

현우 형은 담담하게 웃었다.

“당연히 책임은 내가 져야지. 넌 부담 가질 필요 없어.”

하지만 확신이 필요했다.

“정말 망해서 가게 보증금 날리고, 거지 될 수도 있거든요.”

“몰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해야지. 이제 나 혼자인데 입에 풀칠 하나 못하겠냐?”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열심히 하는데 망할 리가 있겠어?”

현우 형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인식할 필요는 있었다.

“그야 모르죠. 하루에도 몇 개씩 문 닫는 데가 치킨집인데요. 알잖아요.”

짧게 설명했음에도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이었다.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이대로 시간 지나면 망할 가게야. 일이 잘못돼도 네 탓은 안 할 거라고.”

이 호구 형이라면 진짜 그럴 거다.

게다가 어차피 망할 가게 살린다고 생각하면 부담도 덜하기는 했다.

“만약에, 망하진 않는데 돈이 안 벌리면 어떻게 할 거예요? 그래도 계속 장사하려고요?”

이게 진짜 궁금한 거였다.

현우 형은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못 벌어도 괜찮아. 나는… 여기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가게야.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거라고.”

이 형은, 진짜 착한 호구 형이 맞았다.

***

“아오, 졸라 어렵네.”

치킨집. 치킨집. 치킨, 통닭, 후라이드, 양념 반반…….

생각하면 할수록 입에 군침만 돌았다.

하지만 강형우는 그래서 더욱 골치가 아팠다.

현우 형의 진심은 확실히 들었다.

하지만 망해가는 가게 살리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일단 메인이 치킨이었다.

강형우는 두 마리 치킨에 사용되는 생닭을 받아 테스트를 해봤다.

“헐, 이게 치킨?”

분명 두 마리인데, 혼자서도 다 먹을 정도였다. 아주 다리 쫙 벌려서 크게 보이게 튀겼는데도 막상 접시에 올려놓고 보니 정말 작았던 것이다.

“이러니 하루 이백 마리나 팔리지. 일인 일닭 수준도 못 되는 양이니.”

들어보니 황당하긴 했다.

늦은 점심 대신, 치킨으로 한 끼 때우는 손님들이 적지 않단다. 만원으로 두 마리 시키고 맥주 한 잔씩 하고 간다는 것이다.

따지면 밥값보다 싸다나?

하긴, 계산해 보니 그렇기는 했다. 게다가 치킨이란 걸 감안하면 확실히 저렴한 편이기는 했으니까.

그게 200마리 판매의 비결이었다.

특히 부모님들이 맞벌이인 학생들이 자주 찾는다고 했다. 만원에 두 마리 포장해 가서 그걸로 저녁을 때운다는 것이다.

제일 대박은 운동부 학생들이었다.

일 인당 세 마리를 뜯어먹고 간다나?

“보자. 세시부터 열 시까지, 일곱 시간이고, 테이블은 열여덟 개니 한 시간에 테이블당 한 팀 받는다 치면…….”

하루 250마리 정도는 무리가 없었다.

맥시멈을 340마리까지 잡아도 될 정도로 손님 받는 건 넉넉한 수준.

“하지만 이건 참…….”

20분도 안 됐는데 치킨이 굳었다.

한 입 먹어보니, 수분이 증발하면서 퍽퍽해져 질기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이런 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먹기에 불편했다.

치아도 안 좋은데, 딱딱하면 누가 찾아와서 먹겠는가?

들어보니 장례식 때 왔던 단골손님들 상당수가 최근에 발길이 끊겼다고 했다.

현우 형은 아직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자주 안 먹어봤겠지.”

이건 정말 중요한 거였다.

파는 음식은, 수시로 맛을 보고 확인을 해야 한다. 일단 손님한테 나가면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에 공지혜가 그러더라.

살이 잘 안 빠지는 게 그래서라고.

수시로 맛을 보고 간을 체크 했다. 못해도 이틀에 한 번은 돈가스 맛을 꼭 볼 정도로 꼼꼼하게 확인한다는 것이다.

식사 외에도 그렇게 먹으니 열심히 운동해도 효과가 별로 없다나?

“그것도 문제지만… 이거 시비가 생기겠는데?”

좀 더 지나니, 이상한 냄새가 났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치 못 챌 정도의 미묘한 누린내였다.

강형우는 치킨을 잘라서 뼈 주변을 살폈다.

일부 검은색이 보였는데, 뼈에서 나온 핏물이 타서 이렇게 된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생닭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상태가 좋지 못했다.

“냉동을 염지하면서 해동을 한 건가? 그럼 생닭이 아닐 텐데?”

분명히 업자가 그랬다. 허림에서 생산한 냉장 유통 닭이라고.

물론 처음에는 그랬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우 형이 바빠서 꼼꼼히 확인 못 하니, 나중에라도 바꿔치기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것도 확인해 봐야겠어.”

강형우는 또다시 메모했다.

그리고 그게 다가 아니었다.

“염지가 안 된 건 아니야. 하지만 맛이 깊숙이 배이지 못할 정도라면 좋은 소스를 쓰지 않았다는 거야. 재료를 아끼려고 물을 많이 탔든가, 아니면…….”

공장용 조미료 비율을 많이 올리면 이런 경우가 생기기는 했다. 짠맛은 스며드는데 화합물과 튀김 기름, 그리고 닭에서 나오는 동물성 기름과 만나면 과해지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강형우는 다시 맛을 본 뒤,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그냥 싼 맛에 먹는 치킨이었다.

혀가 예민한 사람은 한 번 먹고 마는, 딱 그런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악재들이 겹쳐 나날이 맛이 떨어진 게 분명했다. 그러니 손님들이 줄어들 수밖에.

강형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치킨만 봐도 알겠네.”

***

치킨은 치킨이고, 내 일은 내 일이었다.

강학희 어르신이 부산에 내려오셨단다.

오늘부터 공사 시작하기로 약속을 했다. 그래서 무조건 움직여야 한다며 밤늦게 도착하셨단다.

해서 강형우는 이른 아침부터 준비해 지성분식 2호점에 도착했다.

시간은 이제 겨우 6시 반이었다. 그런데 강학희는 먼저 가게 문을 열고 주위를 둘러보며 기다리고 계셨다.

“왔나?”

“예. 일찍 나오셨네요?”

“우리 같은 사람이야, 이 시간이 움직일 때지. 그건 그렇고 어디부터 하려나?”

강형우는 재빨리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냈다. 거기에 자잘하게 고칠 것들이 메모되어 있었다.

“흐음, 이건 자재가 좀 필요하고. 이건 저쪽을 뚫어서 관 하나 연결하면 되겠군. 그런데…….”

“예, 어르신.”

“떽! 내가 왜 어르신이야.”

버럭 역정을 내니 좀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이어진 말도 솔직히 난감했다.

“우리 아들한테 형이라고 한다면서?”

“예? 아~ 그, 그렇기는 합니다.”

“그럼 아버님이라 부르게. 그게 맞지.”

그게 맞는 건가 싶은데, 강학희는 두말하지 않았다.

그냥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볼 뿐!

아무래도 말 잘못했다가는 쫓겨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분명 임대차 계약서에 잉크가 다 말랐음에도 그런 위기감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강형우는 포기하고 말았다.

“예, 아버님. 그러니까 공사는…….”

다이어리를 들고 가게를 오가면서 하나하나 체크를 했다.

강학희는 그 자리에서 바로 줄자를 들고 치수를 쟀고, 메모를 이어나갔다.

“흐음, 됐네. 이거면 됐어. 보자, 오후에 자재 사 오고 사람 부르고, 아들하고 자네가 거들어주면 사나흘이면 되겠군.”

“그렇게나… 빨리요?”

“빨리하면 좋지. 안 그래도 다음 달 오픈이면 늦어진 감이 있건만.”

강형우는 잠시 날짜를 확인했다.

원래 공사 기간을 오 일 정도로 잡았다.

대충 25일 정도에 마무리가 되면 거기에 맞춰 대청소를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월말까지 간판을 달고 전단 주문하면서 알바들을 뽑을 계획이었다.

그 뒤, 바로 장사 시뮬레이션이었다.

원래 예정은 임시 오픈을 하고 해보려고 했는데, 아뿔싸 문제가 생겼다.

설날이 애매하게 끼여 있었던 거다.

2월 9일부터 11일까지, 이렇게 토일월이 연휴였다.

해서 완벽하게 테스트하고 14일 발렌타인데이에 맞춰서 정식 오픈할 계획이었다.

물론 이건 강형우만의 생각이었고, 구체적인 날짜는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은 상황이 허락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월세는 이 월 첫날부터 받기로 했으니 빨리 공사해 줘야지. 그래야 부담이 덜할 게 아닌가?”

“그, 그렇기는 합니다만…….”

“문제 있나?”

“아뇨, 없습니다.”

강형우가 다급히 손을 내젓자 강학희가 웃었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더 던지더라.

“껄껄껄, 그럼 이 아버님은 자재 보러 가겠네. 아드님도 며칠 고생할 각오하고 있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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