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꾸는 스타 메이커-100화 (101/165)

100화

“컥…….”

오후 일정을 위해 뉴욕 맨해튼으로 이동한 멤버들.

수많은 고층 건물들이 즐비해 있는 가운데, 그중 한 건물의 녹음 부스로 들어선 멤버들은 일제히 입을 벌린 채 서 있었다.

“이, 이준 형. 우리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거 아니죠? 저 사람들…….”

평소 크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강준도 이번만큼은 놀란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크게 동요하는 반응을 보여왔다.

그리고, 이준은 그제야 아까 전 하준의 의미심장한 말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표님…….”

이준이 쳐다보자, 하준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마주했다.

“이왕 미국까지 온 김에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만나보고 가는 게 좋지 않겠어? 자주 볼 수 있는 친구들은 아니니까.”

이준을 포함한 멤버들의 당황스러운 반응과는 달리, 하준은 담담하고도 여유로운 모습 그 자체.

그때, 녹음 부스실의 문이 열리며 하준을 발견한 그들이 반가운 얼굴 표정들을 지어왔다.

“헤이, 쭌!”

“와우, 이게 얼마만이야? 한국에 가선 재밌게 놀다 왔어?”

“헤이, 안토니. 쭌이랑 우리 꼬마 친구들한테 대접은 잘 해준 거지? 또 혼자 소주만 들이켜고 있던 건 아니고?”

자신들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는 그들의 실물을 마주하며, 멤버들의 눈과 입은 한층 더 커져만 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목구멍으론 침이 꼴깍 삼켜질 수밖엔 없었고.

눈앞의 그들은 바로, ‘존 로이드’, ‘제프 깁슨’, 그리고 ‘레일라 엠마’였기 때문이었다.

이들 모두 안토니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엄청난 스타들인 것은 물론, 각종 빌보드 기록 및 매년 그래미에서의 활약도 빼놓지 않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이 하준과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선 이미 멤버들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와우, 얘네가 그 새로 키우고 있다는 케이팝 그룹인가? 다들 뭔가 쭌을 조금씩 닮은 것 같은데?”

“크큭. 네 말은 그럼 얘네가 다 쭌의 베이비들이라는 거야? 무려 다섯이나? 오 마이 갓~”

청소부, 배관 수리공 출신의 제프 깁슨과 존 레이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던 그들을 양지로 끌어 올린 스타 메이커 ‘H’의 히스토리.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그것이었기에 멤버들 또한 모를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다만.

“오우, 쏘 큐티 보이즈~? 와우, 죄다 내 스타일들인데?”

그런 ‘H’의 히스토리에선 전혀 언급도 되지 않았던 그녀, 레일라 엠마.

물론 여기에 모여 있는 이들 중 인지도나 기록 면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그녀였기에, 멤버들 또한 한눈에 알아볼 수는 있는 얼굴이기는 했다.

다만 하준과 무척이나 가까워 보이는 사이여서 의아한 마음이 들고 있는 것이다.

“어때, 다들 누군진 알아보겠어?”

하준이 이준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에게 묻자,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일제히 고갤 끄덕여 왔다.

“다, 당연하죠! 이분들을 모르면 가수라고 할 수도 없는걸요!”

“여기 두 분은 대표님 때문에라도 모를 수가 없는 분들이고요!”

“근데 이분은…….”

강준이 조심스럽게 레일리를 가리키자, 옆에서 이유진에게 통역을 부탁해 상황을 파악한 안토니가 웃어 보였다.

“헤이, 레일리. 네가 여기에 있는 게 이 친구들한텐 놀라운가 본데? 쭌이랑 무슨 관계인지 궁금해하는 눈치들이라고.”

“으응?”

안토니의 얘길 듣고는 눈썹을 으쓱거리며 멤버들의 얼굴을 훑는 레일라.

그러고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는 듯 자신의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웃어왔다.

“오! 오케이, 오케이. 얘네들은 다 쭌이랑 사연이 있는데 나는 무슨 일이냐 이건 거지?”

말을 내뱉고는 하준에게 시선을 옮겨 묘한 눈빛을 보내오는 그녀.

그러고는 다시 멤버들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어투로 말했다.

“나도 쭌이랑은 아주아주 특별한 사연이 있지. 아마 쭌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 모르니까.”

잠시 웃음을 거뒀던 그녀가 다시 입꼬리를 올리며 덧붙였다.

“뭐, 그건 차차 얘기하기로 하자고. 우리한텐 아직 시간이 많잖아? 훗, 안 그래?”

레일리의 얘기에 안토니도 고갤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래. 어차피 한동안은 쭌이랑 여기에 계속 머물 거니까. 미지의 스타메이커 ‘H’에 대해 숨겨진 더 많은 얘기들은 차차 풀어주기로 하자고. 하하.”

숨겨진 얘기가 더 많다는 말에 멤버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준에게로 달라붙었다.

하준은 멤버들에게 무슨 답을 해주는 대신 제프와 존을 바라보며 물었다.

“작업은 잘 돼가는 중이야? 이제 며칠 안 남은 것 같은데.”

“그럼, 물론이지. 작업은 이제 슬슬 마무리 단계고 다 같이 무대 합만 맞춰보면 될 것 같아. 뭐 물론. 레일 리가 하도 바쁜 게 좀 문제지만?”

“하필 그래미 일정이랑 얼마 차이도 안 나는 바람에 우리도 빡빡하게 되긴 했어. 다 같이 이렇게 무대에 서는 것도 처음이라 가뜩이나 더 신경 쓸 것도 많은데 말야.”

두 사람의 얘기에 하준이 레일리를 잠시 힐긋하곤 웃어 보였다.

“그래도 두 사람한텐 꿈의 무대였던 거 아냐? 예전부터 슈퍼볼 무대에 한번 서보는 게 소원이었잖아. 이 정도면 엄청 빨리 이룬 것 같은데?”

하준의 말에 제프와 존 둘 모두 서로 눈을 마주하며 수긍의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은호가 다소 놀란 표정으로 하준에게 물어왔다.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슈퍼볼 무대에 서는 거예요……? 그 하프 타임 쇼에?”

“응. 이번에 합동 무대로 섭외를 받았나 보더라고. 이렇게 다 같이 한 무대에 서는 건 나도 처음 보는 거고.”

“와…… 진짜 대박이다.”

은호의 다소 격한 반응에 지호가 작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형, 그게 그렇게 대단한 무대예요? 슈퍼볼이 뭔데요?”

“NFL이라고 미국 프로미식축구 대횐데 거의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라고 할 수 있지. 매년 미국에서만 1억 명이 넘는 사람이 시청하는 데다 광고 경쟁도 엄청 치열하니까.”

“광고요?”

“응. 왜 우리도 스포츠 보다 보면 중간중간 광고 나가는 거 있잖아? 슈퍼볼은 그 광고 단가가 어마어마하거든. 고작 30초 광고 내보내는 데 기업들이 수십억씩 쓰곤 하니까.”

“컥…… 수, 수십억이요? 말도 안 돼.”

지호의 무척이나 놀란 반응에 은호가 고개를 내젓곤 말했다.

“그렇게 해도 매년 경쟁이 엄청 치열해. 그렇게 비싼 돈 주고 광고를 내보내도 그만한 효과가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이분들이 나간다는 하프 타임 쇼도 그래서 더 대단한 거고.”

“와아…… 그래서 형이 그렇게 놀란 거였구나.”

미국에서 꽤 오랜 기간 거주했던 은호였기에 무척 자세히 알고 있는 내용들.

얘길 전해 들은 멤버들은 또 한 번 그들의 대단함에 감탄을 마지않는 얼굴들이었다.

“자! 쭌이랑 우리 큐티 보이즈들도 왔는데 파티 한번 해야 하지 않겠어? 얼른 작업 끝내버리고 오늘 광란의 밤을 한번 보내보자고!”

단발머리를 질끈 묶고선 레일리가 말했고, 제프와 존도 동의의 사인을 보내곤 다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일행들이 있는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세 사람의 목소리.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혹은 음원으로만 듣던 그들의 목소리를 실제로 듣게 되자, 멤버들은 또 한 번 격한 감탄들을 내뱉어왔다.

“와…… 음원으로 듣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레일리 누나는 성량이 음원의 몇 배는 되는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바로 레일리 엠마.

역대 최연소 베스트 신인 아티스트 상의 수상자이자 작년 그래미에서만 무려 3관왕을 차지하며 매번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그녀.

그런 그녀의 평판이나 실력에 대해 모르고 있던 바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그것을 마주하고 나니 절로 감탄이 내뱉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모든 앨범 수록곡을 직접 작곡, 작사하는 그녀가 노래 실력까지 이렇게 완벽하다고 느끼니 새삼 세계의 벽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나기도 했고.

“우린 진짜 우물 안 개구리였어. 그치. 고작 어제 게스트 무대 한번 선 걸론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일이 아니었던 거야.”

오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전해온 소식들로 인해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나름 뿌듯함도 가지고 있던 멤버들.

하지만 눈앞에 세계적인 스타들의 실력과 여유로움을 보고 나자, 일순 위축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게, 이 녹음실 안에 세계적인 스타들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무려 넷이나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각자의 파트뿐 아니라 코러스 및 화음들을 쌓아가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때, 하준의 옆에 있던 하늘이 조심스럽게 하준에게 물어왔다.

“저, 근데요. 대표님. 레일리 누나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아까 누나가 대표님이랑 엄청 특별한 사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건진 얘길 안 해주셔서 궁금해가지구.”

내내 궁금했었던지 머릴 긁적이며 해맑게 웃어 보이는 하늘에게 하준도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곤 물었다.

“궁금해?”

“네! 저런 세계적인 스타분이 대표님이랑 특별한 사이라고 하니까 괜히 제가 뿌듯하기도 하고 막, 막 그래가지구요. 헤헤.”

“으음.”

순수함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하늘을 하준은 귀엽다는 듯 잠시 쳐다봤다.

그러고는 뭔가를 얘기하기 위해 입술을 떼려는데.

마침 녹음실의 부스가 다시 열리며 레일리가 두 팔을 번쩍 들곤 소리쳤다.

“와우! 퍼펙트! 아주 깔끔했어. 역시 모든 일엔 우리 쭌이 있어야 잘 된단 말이지?”

그러고는 그녀가 질끈 묶었던 머리끈을 풀어 헤치곤 하준과 멤버들에게 다가왔다.

“자, 그럼 바로 나가볼까? 오늘 한번 제대로 폭주의 밤을 보내보자고. 후훗.”

씨익 웃어 보이는 그녀를 필두로 안토니와 제프, 그리고 존 모두 들뜬 얼굴을 하고선 나갈 채비를 시작했고, 그 사이로 멤버들은 다소 어색한 자세들을 취했다.

그러자, 레일리가 다시 다가와 물었다.

“우리 큐티 보이즈~ 다들 뭐 해? 파티 안 갈 거야?”

“아! 노노! 고고.”

짧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곤 그제야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나가는 멤버들.

그런 멤버들의 멀뚱멀뚱한 모습들을 바라보며 하준은 웃음이 절로 지어지고 있었다.

그때, 레일리가 하늘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헤이, 넌 이름이 뭐야?”

“아, 하늘! 스카이!”

“오, 스카이? 이름 너무 근사한데? 너의 그 큐티한 얼굴이랑 딱 어울려.”

“헤헤, 땡큐, 땡큐.”

그러고는 그녀가 자신들의 앞에 있는 하준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한 어투로 말을 내뱉어왔다.

“궁금하지 않아? 미지의 스타 메이커 ‘H’에 대해 숨겨진 더 많은 이야기들이?”

그녀의 물음에 하늘이 침을 꼴깍 삼키곤 고갤 끄덕였고, 그녀는 하준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옅은 미소를 지어왔다.

“아마 깜짝 놀랄 거야. 그에 대해 모든 걸 다 알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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