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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56화 (15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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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56화

‘오솔이 모두의 움직임을 이끌어내고 있다.’

데샹 감독은 눈이 흐뭇하게 접혔다. 고작 한 달이었다. 오솔이 팀의 에이스이자 리더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실력으로 인정받고, 성실함으로 팀을 이끈다라……. 다음 시즌에는 오솔에게 주장직을 줘도 되겠어.’

삐이익!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를 보는 것도 잠시, 긴 호각 소리와 함께 경기가 멈췄다.

아스날 수비수 콜로 투레의 몸통 박치기에 일라누가 당한 것이다.

아스날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압박의 정교함도 덩달아 떨어졌고, 그들은 점점 벌어지는 틈을 거친 태클과 몸싸움으로 만회하려 했다.

일라누는 이를 개인기를 통해 극복하려 했는데 몇 번은 상대를 제치는 데 성공했으나, 결국은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휴, 크게 다치진 않았구나.’

다행히 일라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표정이나 제스처를 보면 큰 부상은 아닌듯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혈질인 바튼도 잠잠했다. 다친 상대가 일라누라서 그런 것 같았다.

“프리킥은 어떻게 할까요?”

라이스 수석코치가 물었다. 데샹 감독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답했다.

“오솔이 차게 해요.”

거리는 상당히 멀었다. 골대에서 37m를 살짝 넘어가는 위치로 이 정도면 골대보다 센터 마크가 더 가까웠다.

직접 슈팅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은 거리. 그러나 데샹은 믿고 있었다. 오솔의 킥력과 연습량이라면 이 정도 거리에서도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오솔 역시 프리킥을 사양하지 않았다. 그도 한 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은 거리였다.

‘멀긴 멀구나.’

실제로 오솔이 공을 놓고 물러섰을 때 뒷발이 거의 센터 서클에 닿을 듯했다. 멀리 보이는 골대와 골키퍼의 모습이 평소보다 훨씬 작았다. 제대로 조준은 가능할지 의문인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전력을 다할 수 있겠네.’

오솔은 대강의 위치만 설정하고 찰 생각이었다. 어차피 무회전 프리킥이다. 공의 움직임은 바람에게 맡긴다.

삐이이익-!

이윽고 휘슬이 길게 울리고, 오솔은 몇몇 사람들의 믿음과 대다수의 의심을 뒤로하고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한 발, 두 발, 셋, 넷……, 다섯!

콰아앙-!

오솔이 작정하고 때린 슛은 수비벽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자칫하면 벽에 걸릴 뻔했다. 평소처럼 크게 띄우기보다 힘을 제대로 싣는데 온 정신을 집중한 결과였다.

‘읏! 온다!’

아스날의 레만 골키퍼는 거리가 멀다고 해서 방심하지 않았다. 올해로 서른여덟인 69년생의 베테랑 골키퍼이자 무려 17년에 이르는 프로 경력을 지닌 선수가 레만이었다.

당연히 그는 무수히 많은 슈팅을 겪었고, 그중에는 스티븐 제라드나 스티븐 리드 같은 캐논 슈터의 중거리 슛도 포함되어 있었다.

‘녀석의 킥력은 EPL 최상위권에 속한다.’

영상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했지만 레만은 그것만으로도 대충 오솔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반응이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오솔의 슛을 막을 수 없었다.

‘왼쪽으로 꺾이는구나!’

공은 수비벽을 넘어서면서 왼쪽으로 꺾였고, 레만 골키퍼의 무게 중심도 자연히 그쪽으로 향했다. 레만은 왼쪽 무릎을 굽히고 곧바로 뛸 준비를 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반응이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골이 들어가고 만다.

스스스!

그러나 공의 기묘한 움직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왼쪽으로 가는구나 싶은 순간, 오솔이 찬 슛은 마치 뱀이 들판을 기어가듯 스르륵 대가리를 틀어 오른쪽으로 휘어졌다.

2008년에 주닝요가 선보였던 이른바 뱀 슛이 오솔의 발끝에서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아니, 아직은 2007년이었으니 지금 경기를 보는 이들로서는 세상 처음으로 보는 광경일 것이다.

‘이, 이게 뭐야?’

당연히 경험 많은 레만으로서도 처음 보는 슛이었다. 게다가 방심하지 않고 미리부터 준비하고 있던 탓에 오히려 오른쪽으로 꺾이는 슛을 대처할 수 없었다.

출렁!

이건 막을 수 없었다.

* * *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한쪽 편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응원가가 울려 퍼진다. 오솔의 말도 안 되는 프리킥이 골로 연결된 직후부터 부르기 시작한 노래는 경기가 끝나갈 때까지, 아니,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인사를 올 때까지도 멈추지 않았다.

와아아아-!

노랫소리와 함성은 오솔이 다가갈수록 더욱더 커져갔다. 오늘 승리의 주역이 등장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오솔의 활약은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었다.

리그 4라운드까지 오솔이 넣은 골은 정확히 10골. 물론 리그컵 득점을 제외하면 8골로 줄어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네 경기 8골이고 경기당 두 골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이 정도면 빅 4에 속한 공격수였어도 찬사가 쏟아졌을 기록이었다. 그러니 맨시티에서는 어떻겠는가.

지난 시즌 팀 전체 득점이 고작 29골이었던 팀. 굴욕적이게도 경기당 1득점도 못하던 팀이 맨시티였다. 그런 곳에서 단 한 시즌 만에 득점왕 후보를 영접하게 되었으니, 팬들의 환호성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저기서 아무나 골라잡아서 사귀자고 해도 되겠다.”

리차즈가 말했다. 녀석은 아직도 오솔의 클럽행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경기가 끝난 순간부터 저런 얘기만 계속하고 있었다.

“팬이랑 엮이는 거 아니다.”

“팬이랑 만나는 게 뭐 어때서? 록 밴드에서도 다 이렇게 한다고.”

“그래. 알아서 해라. 네 인생, 네가 알아서 사는 거지.”

오솔은 귀찮다는 듯 리차즈를 무시했다. 경기도 끝났으니 더 이상 달래줄 필요는 없었다. 리차즈는 뭔가 억울하다는 표정이었으나 오솔의 짜증 섞인 얼굴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가끔이지만 오솔은 조이 바튼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길 때가 있었다.

‘쳇! 아쉽네.’

리차즈는 오솔 영입을 포기하고 새롭게 파티를 짜기 시작했다. 항상 같이하던 멤버인 마이클 존슨은 바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고, 베드란 촐루카 역시 함께하기로 했다.

걱정은 하지 않았다. 데샹 감독은 전형적인 프랑스인으로 선수들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터치하지 않았다. 물론 문제가 불거진다면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성인이니까 알아서 잘 처신하라는 입장이었다.

“가자! 오늘의 승리를 기념하는 거야!”

그렇게 젊은 선수들이 오늘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을 때였다. 오솔은 승리에 취하는 대신 역으로 오늘 경기로 드러난 약점을 고민하고 있었다. 감독도 아닌데 무슨 고민이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오솔의 욕심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위해서는 이대로 방관하고 있을 수 없지. 어디 보자, 지금까지 3승 1무. 순위는 딱 4위구나.’

1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고, 2위는 첼시, 3위는 리버풀이었다. 아스날을 꺾은 덕분일까 맨시티가 아스날을 대신해 4위에 올라 있었다.

‘좋아, 이 순위를 마지막까지 끌고 간다.’

오솔은 더 이상 UEFA컵에 만족할 수 없었다.

메시는 벌써 바르셀로나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올 시즌 리그에서만 서른한 골을 넣는 대활약을 펼치게 된다.

당장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만 봐도 올해에는 맨유가, 다음 해에는 바르샤가 우승팀이 된다. 이런 상황인데 내년에 UEFA컵에서 우승해 봐야 뭐가 기쁘겠는가.

‘정비하는 시간은 1년이면 충분해. 내년부터는 바로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제패를 노린다.’

이건 오솔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구단의 수뇌부들도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다. 데샹 감독은 당장 올겨울부터 추가적인 선수 영입을 생각하고 있었고, 구단주인 만수르 역시 이적 자금을 아낌없이 베풀었다.

이제 문제는 ‘어떤 선수를 데려오는가?’였다.

최우선 영입 목표는 왼쪽 윙백인 스르나였고, 그 외로 오솔의 백업으로 뛸 공격수와 추가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그리고 빌드업이 가능한 수비수를 노리고 있었다.

십여 명의 후보로 시작했던 영입 명단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고, 포지션당 다섯 명으로 줄었다가 마침내 9월 중순이 되었을 때, 세 명으로 압축되었다.

데샹 감독이 오솔을 부른 것은 바로 이때였다.

“부르셨다고요?”

“거기 앉아요. 별로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선수에 관한 이야기를 좀 듣고 싶어서 불렀습니다.”

“선수요?”

“네. 오솔 선수가 이전에 함께 뛰었던 선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데샹 감독은 그러면서 몇 개의 프로필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익숙한 이름과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함부르크 시절 동료였던 두 사람이었다.

마리오 만주키치(CF), 뱅상 콤파니(CD).

“우리가 겨울 이적 시장에 몇몇 선수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알 겁니다. 그중에는 오솔 선수의 백업 공격수와 중앙 수비수 역시 포함되어 있죠.”

“그게 이 두 사람이군요?”

“맞습니다. 딱히 이들의 실력에 대해 묻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이미 판단을 끝냈고, 영입해도 괜찮다는 결론이 났으니까요. 다만 오솔 선수가 이들과 합을 맞췄을 때 어땠는지 그런 걸 확인하고 싶어서 부른 겁니다.”

다시 말해 이 중에 싫어하는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오솔이 싫다고 하면 다른 선수를 영입하겠다는 뜻으로 봐도 좋았다.

오솔의 눈썹이 살짝 들렸다. 선수 영입을 할 때 기존 선수들의 의견을 묻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으나, 그처럼 어린 선수에게 이렇게 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보통은 존 테리나 제라드 같은 팀의 핵심 선수에게만 하는 배려였다.

“문제없습니다. 만주키치와 투톱으로 뛸 때는 호흡도 괜찮았죠. 다만 만주키치는 제 백업으로만 쓰기에는 조금 아까운 선수입니다. 당장 한두 해만 지나도 웬만한 EPL 팀의 주전급 선수가 될 거니까요. 뭐, 내년에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기만 한다면 상관없는 일이긴 하죠. 그렇게 되면 더블 스쿼드는 필수니까요.”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이 모든 건 챔피언스 리그를 생각하고 추진하는 일들이니까요.”

“그렇다면 만주키치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겁니다.”

“혹시 나중에 따로 연락을 해줄 수 있나요? 벌써부터 바이에른 뮌헨에서 그를 노린다는 말이 나오고 있거든요.”

데샹의 얼굴이 붉어졌다. 팀의 명성이 부족해서 선수에게 설득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미안하면서도 부끄러웠다.

어쩔 수 없다. 친분에 기대지 않고서는 이적 시장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이길 수 없다. 실제로 바이언과 맨시티를 비교하면 누구라도 바이언을 선택할 것이다. 특히나 독일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라면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단 뮌헨에 가면 리그 우승은 떼 놓은 당상이었다. 기본적으로 트로피가 하나 추가되는 것이고, 매년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심지어 우승권 팀이었다.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탐이 날 수밖에 없는 팀이었다.

“네. 제가 한번 설득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콤파니는 뭐, 고민할 필요가 없죠. 당연히 데려와야 하는 선수입니다. 아마 설득하기도 쉬울 겁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 두 선수를 최우선으로 노려보죠.”

데샹은 밝게 웃으며 프로필을 정리했다. 그러나 대화가 다 끝났음에도 오솔은 앉은 자세에서 미동이 없었다. 그는 만주키치의 얼굴을 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솔 선수?”

데샹 감독이 묻고 나서야 오솔은 고개를 들었다. 반짝이는 두 눈이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혹시 제가 선수 하나를 추천해도 될까요?”

“예? 예,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누굴 추천하려고요?”

데샹은 조금은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혹여나 오솔이 추천한 선수가 그들이 세운 기준에 모자라거나 스타일이 전혀 맞지 않는 선수라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를 추천하려는 걸까? 아니면 이전의 팀 동료를 챙기려고?’

뜻밖에도 오솔의 입에서 나온 사람은 그와 어떤 연관도 없는 이였다.

“루카 모드리치라는 선수입니다.”

때는 2007년 9월. 아직 모드리치가 크로아티아 리그에 있을 때였다.

오솔은 지난 리그 3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와의 경기에서 모드리치가 없는 걸 보고 아직은 그가 EPL에 진출하기 전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만주키치와 영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를 영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모드리치요? 우리도 그 선수를 지켜보고 있긴 합니다만…….”

데샹 감독은 모드리치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솔은 그의 실력과 가능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장담하건대 모드리치는 EPL 최고의 플레이메이커가 될 겁니다.”

지금까지 오솔이 넣은 골들은 주로 좌우 윙어의 크로스나 지울리와의 콤비네이션으로 넣은 것이었다. 함부르크 시절보다 더 다양한 공격 루트가 생겼고, 오솔은 자신의 다재다능함을 뽐내며 역대급 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라누는 발재간이 좋고 돌파력이 있는 선수였으나, 반 더 바르트만큼 날카로운 패스를 넣어주지는 못했다. 오솔의 필살기 중 하나인 라인 브레이킹을 써먹기 힘들다는 소리였다.

‘모드리치의 패스라면…….’

만일 모드리치가 오게 된다면 오솔은 가진 바 재능을 모두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때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폭격이 시작될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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