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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34화 (13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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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스트라이커 134화

함부르크에 남을 생각은 원래부터 없었으니 상관없었다.

‘그나저나 첼시나 아스날에서 날 거부한 이유가 뭐지?’

첼시야 전생에 이미 체험한 곳이었으니 딱히 아쉽지 않았으나 아스날의 거부는 의아했다.

분명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오솔의 영입에 가장 열을 올리던 팀이 아스날이었다.

“첼시랑 아스날은 어떻게 된 거야?”

“아, 그거? 별 거 아니야. 첼시는 셰브첸코 영입의 여파가 컸지. 덕분에 공격수가 포화상태가 되었잖아. 게다가 구단주가 막무가내로 데려온 선수가 저 모양이니, 아무리 뻔뻔한 사람이라도 여기서 공격수를 더 영입하겠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지.”

라이올라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만수르의 맨시티를 제외하면 첼시의 구단주가 그나마 선수들에게 돈을 가장 많이 쓰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현재 EPL 연봉 Top 10 중 첼시 선수가 넷이나 되었다.

가장 주급을 많이 받는 이는 미하엘 발락과 안드리 셰브첸코로 각각 12만 1천 파운드(약 1억 8천만 원)를 받고 있었다. 6위인 프랭크 램파드는 10만 파운드, 존 테리는 7만 파운드를 받고 있다.

과연 오일 머니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상황이었으나 이런 대우가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무리뉴가 있을 때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갔을 땐 감독보다 구단주의 권위가 더 막강했으니까.’

첼시는 감독보다 구단주의 입김이 훨씬 센 팀이었다. 그리고 팀의 보스가 비전문가인 경우에는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었다.

“첼시는 나도 가기 싫었어. 아스날은 뭐래?”

“아스날은 말로는 아데바요르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이제는 네가 필요 없다고 하던데, 내가 봤을 때는 그냥 돈이 없어서 핑계를 대는 것 같았어.”

아스날은 최근에 아데바요르의 잠재력이 터진 상황이었다. 굳이 또 다른 9번을 영입할 필요는 없었다.

‘엄밀히 따지면 돈도 없겠지.’

아스날은 새로운 경기장 건축을 위해 에미레이트 항공으로부터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는데, 한꺼번에 많은 돈을 받는 대신 계약 기간이 무려 15년에 달했고 매년 받는 액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덕분에 아스날은 스폰서 수입이 큰 폭으로 줄었고, 경기장 건설로 많은 돈이 나가면서 매년 부채를 갚기 위해 많은 돈을 써야 했다. 자연히 다른 팀에 비해 이적 자금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스날은 2020년까지는 큰돈을 만지기 힘들 거야.’

오솔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며 각 팀의 조건을 확인했다.

“위에서부터 설명해줘.”

“일단 시작하기 전에 공통적인 것부터 말하고 넘어갈게.”

“뭔데?”

“초상권 문제야. 이 세 팀은 모두 초상권을 50%까지 내주기로 했어. 이제는 주급 외에 부대 수입을 기대할 수 있을 거야.”

“한국에서의 초상권도 50%야?”

“한국 쪽은 맨시티만 100% 다 인정해주기로 했고 나머지는 50%야. 어때? 벌써부터 맨시티로 가고 싶지?”

“알았으니까 홍보는 그쯤하고 빨리 계약에 대해 말해줘.”

“좋아, 그럼 맨유부터 시작하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돈 잘 쓰기로 유명한 팀이지.”

맨유는 현지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인기가 가장 많은 구단에 속했다. 아마 인기만 놓고 본다면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와 함께 빅 쓰리로 뽑힐 것이다. 그렇다 보니 수익도 충분해서 이적 자금을 마련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맨유는 반 니스텔루이가 레알로 떠난 후로 이렇다 할 공격수가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어. 루니가 있긴 하지만 그 녀석이 전통적인 스타일의 9번은 아니잖아?”

현재 맨유의 에이스는 호날두와 루니로 공격의 상당 부분을 이 두 선수가 도맡고 있었다.

오솔이 맨유로 간다면 딱히 경쟁자라고 부를만한 상대가 없어서 주전 경쟁은 좀 쉬울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맨유라면 올 시즌을 시작으로 몇 년간 리그와 챔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테니까, 나쁘지 않지. 팀 내에 에이스가 이미 둘이나 있다는 점은 조금 걸리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실력 있는 동료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도 돼.’

그런데 잘 말하고 있던 라이올라의 얼굴이 갑자기 떨떠름해졌다.

“다만 여기는 아무래도 감독의 권한이 너무 강한 편이라 문제가 될 것 같아.”

“알렉스 퍼거슨이 문제가 된다고?”

알렉스 퍼거슨 경(卿)은 맨유를 수십 년간 이끌며 산전수전 다 겪은, 이른바 만렙 감독이었다. 선수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전술을 짜내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전술을 받아들이며, 상대 전술의 약점에 절묘하게 대응해서 승리를 쟁취한다.

감독으로서 부족한 점이 없는데, 이런 사람이 문제라니…… 무슨 소리일까?

“맨유는 선수 영입까지 감독이 전권을 쥐고 있어. 문제는 그 영감이 상당히 쩨쩨하다는 거지. 맨유가 제시한 조건이야 확인해봐.”

-4년 계약.

-계약금 100만 파운드(약 14억 7천만 원).

-주급 7만 파운드(약 1억 원).

“7만 파운드? 오타 아니야?”

“7만 파운드 맞아. 지금 주급에 비하면 높은 금액이긴 하지만 첼시 선수들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

“왜 이것밖에 안 돼?”

“선수들의 주급이 급등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잖아. 게다가 퍼거슨은 상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이지.”

퍼거슨이 아무리 전술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감독이라고 해도, 그 외의 부분에서는 그간의 경험과 비교하며 서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선수들 주급 체계 같은 경우는 한 명에게 많은 돈을 쥐어주면 연쇄적으로 다른 선수들의 대우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다.

“사실 7만 파운드면 맨유에서 적은 돈은 아니야. 호날두나 루니도 아직 7만 파운드 정도밖에 못 받고 있거든.”

물론 호날두 같은 경우는 이번에 재계약을 진행하고 있으며 주급을 12만 파운드까지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장은 팀의 에이스도 7만 파운드만 받고 있었고, 당연히 신입인 오솔에게 그 이상을 제시할 수 없었다.

“음. 일단은 넘어가고 리버풀 것도 보여줘.”

“리버풀은 그나마 좀 나아.”

-5년 계약.

-계약금 100만 파운드(약 14억 7천만 원).

-주급 9만 파운드(약 1억 3천만 원).

“계약 기간은 조금 길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하지만 적어도 2년 동안은 재계약을 하기 힘들 거야. 더 좋은 활약을 보일수록 아쉬워지겠지.”

“그거야. 일장일단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맨유에 비해 연봉으로 104만 파운드를 더 벌 수 있어. 거의 리그 우승 보너스 수준을 받는 셈이지.”

“아니, 리그 우승 보너스보단 적어. 우승하면 150만 파운드는 주거든.”

우승 보너스라면 직접 받아봤기 때문에 오솔이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그런 건 또 언제 알아봤어?”

“기본이지. 그것보다 여기는 뭐 주의할 것 없어?”

“당연히 있지. 리버풀은 맨유 못지않게 돈을 많이 쓰는 팀이지만 문제는 선수단을 꽤나 자주 갈아치운다는데 있어.”

“갈아치운다고?”

“그래, 매년 열 명 정도의 선수가 팀을 떠나고 마찬가지로 그만한 선수가 팀에 새로 들어오지.”

좋게 보자면 팀의 쇄신을 위해 좋은 선수를 찾는 팀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나쁘게 보자면 선수를 팔아서 추가 이적 자금을 마련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뭐, 사실 선수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게 나쁜 건 아니지. 다만 그렇게 하면서 조직력이 유지가 되느냐가 문제인 거지.’

오솔은 팀의 조직력을 걱정했으나 라파엘 베니테즈 정도 되는 감독이라면 조직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그렇게 하는데도 전력이 증가하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라이올라는 그 점을 지적했다.

“진짜 문제는 그렇게 선수를 갈아치우는데도 시즌이 시작하고 보면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거야.”

이 당시 리버풀은 즉시 전력감을 영입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문제는 그렇게 영입하는 선수들이 리그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데 있었다. 즉, 고만고만한 선수들만 잔뜩 사서 팀을 꾸린다는 뜻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선수층은 두꺼워진다. EPL의 살인적인 일정과 챔피언스 리그를 병행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주전감이 없다는 것, 팀의 에이스가 부족하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이번 시즌에는 너와 토레스를 두고 큰돈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 돈을 마련한다고 기존에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 일부를 팔 생각이더라.”

리버풀은 마치 한쪽으로만 노를 젓는 오리배 같이, 제자리만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팀 전력은 맨유가 더 좋지만 대우는 리버풀 쪽이 낫다 이건가?”

“자, 그러면 이제 맨시티를…… 아니, 만수르의 제안을 확인해 보자고.”

-4년 계약.

-계약금 200만 파운드(약 29억 4천만 원).

-주급 12만 1천 파운드(약 1억 8천만 원).

“와우!”

확실히 만수르는 만수르였다. 주급이 맨유에 비해 1.7배, 리버풀과 비교하면 약 1.3배에 달했다.

“아니, 이 정도면 맨시티의 주급 체계가 완전히 붕괴될 수준인데? 12만 1천 파운드라니…… 도대체 기존의 선수들은 얼마를 받고 있는 거지?”

“내가 EPL 최고 대우라고 했잖아. 그러니 발락이나 셰브첸코만큼은 받아야지. 어때? 1년 연봉으로 치면 629만 파운드, 4년이니까 무려 2,516만 파운드짜리 계약인데, 이래도 부족해?”

629만 파운드면 한화로 92억이 넘어갔다. 이는 맨유에 입단해서 트레블을 달성했을 때나 겨우 받을 수 있는 액수였다.

“굉장하네.”

“굉장하지. 흐흐흐.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고.”

“또 뭐가 있나?”

“최고급 펜트하우스 제공이나 자동차 지급 같은 혜택도 있지만, 진짜 놀라운 건 이 주급이 세금을 포함하지 않는 액수라는데 있지.”

“세금 빼고 계산한 금액이라고?”

“그래, 세금은 자신들이 감당하겠다고 했어.”

오솔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50%에 이르는 가혹한 세금을 구단에서 대신 내준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통이 크긴 크구나.’

세금까지 포함해서 비교하면 맨유보다 3.4배, 리버풀에 2.6배에 달하는 액수가 된다.

‘라이올라가 맨시티로 가야 한다고 거품을 문 이유가 이것이었군.’

조건이 이쯤 되자 오솔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리그 우승이 탐난다 해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 그날 하루는 행복하겠지만 주급을 3배 넘게 받으면 매일매일이 행복하지 않을까?’

하필이면 이번에 구단주라는 꿈이 생기면서 이러한 욕심에 불이 붙었다.

‘돈에 매몰되는 건 좋지 않지만, 목표를 이루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모아야지.’

오솔은 결정을 내렸다. 물론 덜컥 수락하는 대신 끝까지 조건을 걸었지만 말이다.

“만수르에게 EPL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는 약속, 꼭 지켜달라고 전해줘.”

“물론이지!”

“참, 계약서는 아직 받아오지 마.”

“당연하지. 아직은 맨시티의 구단주가 아니니까 의미도 없고.”

“아니, 그것보다는 시간을 끌 필요가 있어서 그래.”

“시간? 시간을 왜 끌어?”

“이번 시즌이 끝나면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재계약을 원할 거 아니야. 그중에 12만 파운드 이상으로 달라는 선수가 없겠어?”

실제로 이번 시즌이 끝나면 존 테리가 재계약을 하면서 주급을 13만 5천 파운드까지 올린다.

오솔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1만 4천 파운드(약 2천만 원)를 더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일로 느낀 거지만 너도 참 대단한 놈이다.”

“흐흐. 최근에 돈 쓸 일이 좀 생겼거든.”

라이올라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되면 조건을 12만 1천 파운드로 정할 게 아니라 종전처럼 EPL 최고 대우로 모호하게 설정해야 했다.

“그럼 또 갔다 오지.”

“힘내라고. 내 주급이 높아질수록 당신이 받는 돈도 많아지니까.”

“망할 놈 같으니. 알겠으니 너는 일단 16강 2차전이나 이겨놔. 8강에는 진출해야 협상하기 더 쉬워지니까.”

“걱정 붙들어 매. 다행히 신무기 개발도 거의 끝났으니까.”

그렇게 오솔은 경기를, 라이올라는 협상을 위해 뛰었다.

* * *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 어느덧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 날이 도래했다.

2차전은 함부르크의 홈, 폴크스파크 슈타디온에서 열렸다. 그래서일까 시작부터 함부르크 선수들이 주도권을 갖고 공격을 진행했다.

‘원정이라 그런가? 초반에는 상당히 수비적인 운영을 하는군?’

오솔은 잔뜩 내려앉은 AC 밀란 선수들을 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양 팀 다 선수 구성이나 전술은 1차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인자기 대신 암브로시니가 출전했다는 점만이 유일한 차이점이었다.

‘이럴 때 하나 넣어야지.’

오솔은 중앙 지역에 단단히 버티고 섰다. 그는 1차전과 달리 피를로를 따라다니지 않았다.

홈이라 보다 공격적인 운영을 할 필요가 있었고 또 피를로를 마크한다는 작전이 생각보다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피를로에게 가하는 압박과 그로 인한 빠른 역습은 얼핏 괜찮은 작전처럼 보였으나, 투톱 구성을 오솔과 만주키치로 한 게 문제가 되었다.

역습 시 최대한 빨리 골문 앞으로 달려야 하는데 만주키치로서는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만주키치가 패스를 잘하는 것도 아니니 결국 패스도 오솔이나 반 더 바르트가 도맡아서 해야 했다.

‘투톱 중 한 사람을 수비적인 역할로만 사용했으니 공격이 잘 풀릴 리 없지.’

다행히 오늘 경기에서는 오솔과 파올로 게레로가 짝을 맞췄다. 두 명의 수비수를 감당할 수 있는 오솔이 전방에 콕 박혀있고, 반 더 바르트와 게레로가 정신없이 이동하며 상대를 휘저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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