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화 : 아무렴 >
이성현은 좌선한 채 눈을 감았다.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르고 가라앉는다.
여러 상념을 흘려보낸 끝에, 그가 택한 것은 자신의 인생을 반추해보는 것이었다.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
되돌아볼 만한 거리는 너무나도 많으니.
개중 반 이상은 흐릿하여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도, 무려 삼십 년 분의 기억이 있는 셈 아니던가.
그리하여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가 살아온 인생의 결과였다.
‘복된 삶이었다.’
맨손으로 왔다가 맨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세상에 이름 하나 남기고 감에 기쁘지 않을 이가 대체 누가 있으랴.
그런 면에서 성현은 자신의 인생이 썩 만족스럽다고 보았다.
그를 꾸미는 미사여구가 제법 괜찮은 까닭이다.
검도계의 살아있는 전설.
한국 검도의 오랜 염원을 이룬 자.
늙어 사라지지 않고 대가의 경지에 이른 괴물.
칠십 대의 몸으로도 패배하지 않는다고 하여 ‘불패의 달인’이라.
그 모든 미사여구가 비록 거창할지언정 한 점 거짓도 없으니.
이성현이라는 남자가 검도 역사에 남긴 발자취가 얼마나 뚜렷한지 알 수 있으리라.
‘허허.’
내심 헛웃음이 나는 건 떠오르는 기억 중 대부분이 검도에 얽혀있는 까닭이다.
한결 정확히 말하자면, 성현의 인생이 쌓아 올린 것들은 모두 검도와 연관되어있는 일들 밖에 없었다.
그만큼 그의 인생이 검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는 뜻이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칠십 년 인생 전체를 검도에 바쳤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참으로 한결같은 삶이었구나.’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도 그랬고, 삶을 되돌아보는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검도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
인생 전부를 바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
그리고 또한, 바친 만큼 되돌려 받기도 했으니.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십 년을 허망하게 흘려보냈다는 점.
진정한 재능이 무엇인지조차 깨닫지 못한 채로, 그저 죽도만 휘두르던 시간이 이십 년이었다.
그리 내버린 시간이 일흔이 넘는 나이가 되어 보니 너무나도 아까워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조금만 더 빨리 재능을 깨달았더라면.
십 년, 아니 오 년, 그도 안 된다면 일 년만이라도 더 빨리 알았더라면.
그랬다면······.
그것만이 늘 아쉬울 따름이었다.
‘부질없다, 부질없어.’
스멀스멀 마음속에 피어나는 아쉬움을 떨쳐낸 성현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인제 와서 연연한들 무엇하랴.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법인데.
[정말 더 빨리 깨달았다면 달랐을까?]
‘아무렴. 다르고말고.’
자신의 재능을 깨닫기 전의 성현이 애벌레였다면, 깨달은 후의 성현은 나비다.
완전히 우화(羽化)한 셈이다.
그러한 변화가 더 빠르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으리라······.
[좋아. 어디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한 번 확인해보자.]
‘음?’
성현은 문득 기묘함을 깨달았다.
나는, 대체, 누구와 대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