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150화 (150/325)

제150화. 선거(選擧)

함포로 개발되고 있는 대구경 장사정포의 시험발사까지 참관한 광해가 화포 개발조를 나서 포탄 개발조를 방문했다.

대구경 장사정포에 사용될 탄은 현재의 일정시간 이후 폭발하는 폭발탄이 아니라 목표에 부딪치는 순간 폭발하는 작렬탄(炸裂彈)을 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사용하길 원하는 이유는 폭발탄을 쓸 경우 크게 늘어난 포탄의 무게와 속도만큼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자칫 포탄이 선체를 관통해서 뚫고 나갈 우려가 제기 되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접촉과 동시에 작동하여 폭발하는 작렬탄이 필요해진 것이었다.

과거에는 기술적인 미비로 구현이 불가능했지만 요새는 다루기 어려운 뇌홍을 넘어 금속제 탄피 개발과정에서 개발된 민감도가 안정적인 뇌관을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구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즉 지면, 또는 선체와 접촉하는 충격으로 뇌관을 건드려 폭발하게끔 제작되었던 것이다.

다만 충격에 너무 민감할 경우 이동 중 폭발의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포탄 개발조에서는 접촉신관을 이루는 포탄 맨 앞의 일명 ‘누름코’와 뇌관사이에 적당량의 탄성을 가진 스프링을 넣어 누름의 정도를 조절했다.

사람이 힘을 주어 누르는 정도로는 눌리지 않을 만큼의 탄성을 가진 스프링을 써서 포탄이 날아가 지면 또는 선체를 충격할 때 정도의 힘에 눌리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개발된 작렬탄을 확인한 광해가 물었다.

“무연화약의 개발은 어찌 되고 있는가?”

“면화약은 개발된 상태이오나 여전히 그것을 총포탄에 사용이 가능할 만큼의 안정성을 가지도록 해주는 적당한 안정제를 찾지 못하고 있나이다. 화학연구소가 수많은 가능성 물질을 찾아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하긴 무연화약의 경우엔 화학의 발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에 고개를 끄덕인 광해가 한쪽에 진열되어있는 금속탄피를 바라봤다.

계획보다 살짝 늦어 올해 초에 개발이 완료된 금속탄피는 현재 대량생산을 위한 장비의 개발이 장원의 또 다른 기구인 제작공구 개발조에서 진행 중이었다.

아울러 그렇게 생산된 탄피와 화약, 탄두를 조립해 총탄을 생산해내는 설비도 마찬가지로 제작공구 개발조에서 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해당 설비들이 완성되면 금속탄피를 채용한 총탄의 대량생산 및 보급이 가능해질 터였다. 그렇게 되면 여전히 습기에 약한 총탄의 고질적인 문제가 조금이나마 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물론 총탄 안에서 발사가스가 온전히 소모됨으로써 총병들이 총을 발사할 때 발생하는 가스의 후방 누출현상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장원을 떠나기 전 광해가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소총 개발조였다. 그곳에선 기관총의 초기 모델인 8연관 회전식 연발총이 최종 개량의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개발자인 안현식의 이름을 따서 현식형 연발총, 또는 현식총이라 부르게 된 이 기관총은 거의 완벽하게 초기 개틀링 기관총을 답습하고 있었다.

뒤쪽에 달린 회전식 운동방향 전환기(크랭크)를 돌리면 총열이 회전하면서 위쪽에 달린 원통(드럼)형 탄창에 삽탄 되어있는 총탄이 총열에 장탄되는 형태였다.

물론 발사도 운동방향 전환기에 연동된 공이가 연속적으로 총탄의 뒷면을 때려 발사하게 되어 있었다.

현재의 발사속도는 분당 5백발이었다.

냉각방식은 수랭식을 택하고 있었지만 물이 부족할 경우 공랭식 방식으로도 발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 경우엔 1분 연사 이후 총열이 식을 때까지 사격이 불가능했다.

수랭식을 적용하더라도 5분 이상의 연사는 사실상 총열의 변형을 초래해서 불가능했기에 소총 개발조에서 권고하는 안정적인 연속사격은 3분이었다.

따라서 광해가 권고한 총열 교환 방식을 채택해 현재 개량이 진행 중이었다.

교환 방식도 야전에서 쉽게 교환할 수 있게 완전분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 개량이 끝나고 전장 적응성 검토가 완료되면 광해는 이 현식총을 분대 단위 지원화기로 보급할 계획이었다.

그와 아울러 본래 오와 대로 구성되어 있던 군제의 기본 편제를 임시편제 형태로 존재했던 분대를 정규 편제로 편입하여 오, 분대, 대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대장이 20명의 오장을 지휘하는 것이 실전 상황에서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해는 현식총의 보급과 더불어 오 5개를 1개 분대로 하는 육군의 편제 개혁을 단행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현식총은 분대 단위 지원화기, 구포는 대 단위 지원화기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 생각으로 일정을 마무리 지으며 광해가 조선 기술발전의 중핵을 담당하고 있는 장원을 떠났다.

*****

다음 날 대전에서 열린 조회 중에 거제 건선단지에서 올라온 장계가 거론 되었다.

시험적으로 제작된 철선에 기관과 무장을 장착할 준비가 끝났다는 보고였다. 증기 기관이 장착될 부분과 무장 부분을 제외한 순수 선체의 완성에 대한 보고인 셈이다.

무장과 기관이 어떻게 완성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설계가 된 것이라 무장 장착부와 기관 장착부로 굉장히 큰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더구나 장착 및 향후 대정비등을 감안하여 기관부와 상갑판까지의 접근이 굉장히 용이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실제로 현재는 상갑판에서 기관부까지 구멍이 뻥 둘려 있었다. 요사이 건선단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증기기관을 이용한 기중기로 기관을 집어넣도록 준비를 갖춘 것이다.

그 윗부분은 그 다음에 조립하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그에 대한 설명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장계를 모두 읽고 난 광해가 조회에 들어와 있던 해군 총사 이억기를 바라봤다.

“해군에서 철선을 얼마나 운용할 생각인가?”

“현재 건조된 시험선 크기의 선박이라면 전열함을 교체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화력입니다. 실질적으로 장비한 무장의 화력을 현재는 확신할 수 없어서 시험선의 화력증명 작업이 진행된 후에나 명확히 확정 될 수 있을 듯합니다. 폐하.”

현재 거제 건선단지에서 건조한 시험선은 전장 250척(약76M), 전폭 27척(약8.2M)으로 그간 조선이 만들어온 그 어떤 배보다 컸다.

범선에서 현대식 함선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설계에 따라 굳이 비교하자면 실제역사에서 과거 프랑스가 건조했던 증기추진 철갑함 르두터블과 비슷한 형태였다.

다른 것이 있다면 연돌(煙突)이 하나가 아니라 2개라는 정도일까. 여기다 앞뒤로 새로 개발된 신형 대구경 장사정 함포를 설치하고, 측면에 선회 포가에 올린 이포를 2문씩 4문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해군은 이 무장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불안해했다.

해모수급 전열함만 해도 한쪽 측면에 장비된 이포의 수가 40문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걸 2문으로 줄인다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건 아직 선회포탑에 설치된 대구경 장사정포의 위력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이다. 선회포탑에 설치된 함포로 행해지는 근대적인 함포전으로 옮겨가면 측면에 고정된 철포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다.

선회포탑을 장비하는 것만으로 유리한 바람 방향을 찾아 복잡한 함선 기동을 통해 포선을 맞추는 소위 전열기동 행위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순항 상태에서 포를 선회시켜 적함을 격침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최종개발 단계에 와있는 대구경 작렬탄 정도면 어지간한 목재 범선은 한두 발이면 침몰을 면치 못할 터였다.

하지만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기에 광해는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잠시 중단되었던 조회가 다시 시작되었다. 11개국의 군왕들을 안내하기 위해 영의정과 우의정이 동행했기에 삼정승 증 조회에 참석해 있던 이는 좌의정인 유성룡뿐이었다.

그가 설탕 수출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설탕의 보급량을 늘려 주십사 하는 청원이 각도에서 올라오고 있나이다.”

좌의정의 말에 광해가 공조 판서를 바라봤다.

“북해도에서 생산되는 설탕의 분배가 어찌 되고 있는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설탕은 올해는 10만 관(375t)이 생산되어 그 중 3만관을 각도에, 나머지 7만관을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7만관이나?”

“작년에 시험 수출된 설탕에 대한 호응이 엄청났었나이다. 그로인해 유럽 상인들의 대량 선주문이 들어와 그것을 맞추느라 요사이 유럽으로 가는 조선 무역선단에서 우선적으로 선적하고 있나이다.”

“역시 가격 때문인가?”

“예. 폐하의 명대로 그간 인도에서 유럽으로 수입되던 설탕의 절반가로 책정하여 공급하였나이다. 그럼에도 품직은 인도 설탕과 큰 차이가 없으니 저들이 반겨하지 않을 리 없었을 것이옵니다.”

“그러라고 그런 것이니. 앞으로 설탕 교역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내년에는 얼마나 생산될 예정인가?”

“사탕무 재배 면적이 올해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파악하고 있나이다.”

“두 배라······. 그럼 20만관인가?”

“예. 그러하옵니다.”

공조 판서의 답을 들은 광해가 좌의정에게 물었다.

“각도에서 늘려달라는 양은 어느 정도인가?”

“약간씩의 차이는 있사오나 평균적으로 3개 가량의 증가를 청하였나이다.”

“3배면 거의 10만관이로군. 그 많은 양을 이렇게 빨리 어디에 쓴다고?”

광해의 물음에 좌의정이 답했다.

“각지의 빵집에서 구워내는 빵과 과자에 설탕을 사용하기 시작한 모양이옵니다. 과자와 빵의 맛이 달아 지니 찾는 이들이 많아져, 최근엔 그렇게 단 빵을 제대로 사먹지 못하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하옵니다. 그로인해 요사이 빵집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이들이 생길 정도이옵니다.”

빵보다는 과자 때문일 터였다. 아직 제과 공장이 설립되지 않아서 간식용 과자는 거의 전량 동네 빵집의 수제 과자인 쿠키가 그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물론 설탕 말고 다른 단 맛의 재료로 만드는 빵과 과자도 많았지만 생전 처음 극한의 단맛을 본 이들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올해는 어쩔 수 없고, 내년에 늘려준다고 이르라.”

“예. 폐하.”

허리를 깊숙이 숙여 답하는 좌의정에게 광해가 물었다.

“그건 그렇고 내년이 선거 아니던가?”

“그러하옵니다. 내년 1월에 이장과 읍장, 그리고 처음 시도되는 시장의 선거가 있을 예정이옵니다.”

백성이 직접 관리를 뽑는 선거의 확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조선 전체에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이장과 읍장조차 선거를 치르지 못한 곳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이장과 읍장, 시장을 뽑는 선거는 남간도를 포함한 조선 9도에 국한되고, 이장과 읍장만 뽑는 선거는 해외 5도에서, 이장만 뽑는 선거는 남간도를 제외한 북부 4도와 서부 3도에서 시행된다.

이상 없이 안착하면 광해는 점점 그 범위를 늘려 현대시대의 도지사에 해당하는 관찰사까지 백성들의 손으로 뽑게 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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