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국민소방관
이정건이 주연인 [DR. 헬기] 드라마 촬영장.
평소의 이정건답게, 1시간 이상 일찍 나와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너무 일찍 왔다고 구시렁대던 매니저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정건아 [D-CRAFT] 기억해?”
“그게 뭔데?”
“예전에 그, 있잖아. 너 [저승 카페]끝나고, [악의 기록]이랑 뭐 들어갈지 고민하던 작품.
“아! 그 SF 블록버스터? 기억난다. 제작비 엄청나게 들어갔다는 그 영화. 그거 개봉할 때 되지 않았나?”
“뭔 소리하냐. 벌써 극장에서 내려갔어. 극장상영 한 달도 못 채우고 내렸어.”
“어? 왜 몰랐지?”
“왜 모르겠냐. 처 망했으니까 모르지.”
이정건이 새로운 드라마를 준비하며 최근에 바쁜 탓도 있었지만, 한 달 안에 영화가 내려갔다면 영화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와··· 그 정도야? 그래도 샘플 영상 봤을 때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회사가 기술력이 좋다고 형이 그러지 않았어? 우리나라에서 CG 기술 하나만 보면 최고라고.”
“그건 그렇지. 특수효과나, 그래픽 자체는 뛰어난데, 그것뿐인가 보더라고. 배급사에서도 영화 못 띄우겠다고 판단했는지, 마케팅도 크게 안 했었어. 거기에다가 평론가 평점은 망했고, 관객수도 안 나오고··· 해외판권도 안 팔린다더라.”
상대적으로 특수효과나 VFX 비중이 높은 SF영화 다 보니 [악의 기록]보다 촬영은 먼저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8개월 이상 늦은 개봉이었다.
“나 그거 들어갔으면 큰일 날뻔했네.”
“큰일 날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면 배우 커리어 조지는 거지 뭐. 사장님이 그쪽 배급사 대표랑 좀 친해서 시사회 갔다가 2시간 동안 욕만 하다 오셨다더라. 대사가 너무 구려서 배우들이 아무리 잘해도 티가 안 난데. 대본 수준이 고등학교 축제수준. 딱 그 정도래.”
“그래?”
매니저나, 배우에게 이런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없다. 못 잡은 작품이 망한다든가, 깐 작품이 잘 된다든가.
그중 가장 재미있는 건 역시 안 한다고 튕긴 작품이 망해버린 이야기 아니겠나.
이정건의 매니저는 이정건이 관심을 두자 더 신이 나는 듯 아는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래 인마. 거기에다가 제작사 사장이 돈 들고 튀는 바람에 투자사들 몇몇도 휘청거리고, 제작사의 자회사로 있던 ‘제로나인’이라는 VFX 전문회사도 도산 직전이라고 하더라고. 작업 대금을 못 받았데.”
“VFX 회사는 좀 아깝네. 포트폴리오에 나온 샘플만 봤을 때는 할리우드 싸다구 때리겠던데.”
“어쨌거나, 진짜 너 잘한 거야. 해외진출한다고 [D-CRAFT] 들어갔다 생각해봐. 끔찍하다. 진짜. 오히려 [악의 기록]이 해외반응이 정말 좋아. 로카르노랑, 토론토, 선댄스 다 초청받고. 너 잘하면 거기서도 조연상 받을 수 있겠더라.”
“어휴 벌써 설레발은. 그건 경쟁부문 올라오는 작품 봐야지 알지. 아직 제출기간 한참 남았잖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정건은 웃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던 해외영화제 진출 아니었던가.
경쟁부문 발표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출품을 하고 기대가 되는 것 자체로 이정건에게는 가치있는 일이었다.
“설레발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니가 몰라서 그렇지 해외 반응이 한국 관객이랑은 달라요. 북미랑 유럽에서 반응 오고 있다니까. 한국의 게리 올드만이라고.”
“게리 올드만? 어휴 그건 아니지. 내가 어떻게 거기에 가져다 대. 그건 오버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야, 내가 하는 소리도 아니고, 인마. [악의 기록] 최태호가 [레옹]에서 게리올드만이 연기했던 ‘노먼 스탠스필드’와 같았다고 북미에서 반응이 올라온다니까 그러네. 중국 일본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지우에 못지않게 이정건의 연기가 주목받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정건의 기존 이미지 때문에 느껴지는 이질감 때문에 오히려 몰입이 힘들다는 평. 하지만 해외매체에서는 그런 선입견이 없이 오로지 연기로만 평가 하므로 호평이 이어졌다.
“그때는 [악의 기록] 들어가면서 좀 손해 본다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악의 기록] 들어간게 신의 한 수였어. 그지?”
손해? 이정건은 그때, 후배 앞에서 손해를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욕심 때문에 작품을 망치려 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문득 이정건은 후배의 말이 생각났다.
‘악인이 그냥 악인이면 안 되나요?”
단 한마디로 자신을 설득한 후배 같지 않은 후배.
그 말이 아니었다면 생각의 전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악인의 사연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만약 [악의 기록]에서 ‘악’ 그 자체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그런 연기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의 상과 명성도 없었을 것이다.
오늘 7화가 방영하는 [응답하라 119].
시청률 3%만 나와도 평타는 친다고 하는 종편방송사이다.
시청률 5%가 넘어가면 선방한 거고, 시청률 10%가 넘어가면 대박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첫 방영부터 시청률 3%를 먹고 가더니 6화 최고시청률은 7%를 돌파했다.
이제 작품 초반부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 선방과 대박을 왔다갔다한다는 거다.
오늘 방영할 이정건 주연의 [DR. 헬기].
중증외상 환자를 다루는 의사의 사투를 그린다.
[응답하라 119]와 비슷한 소재.
이미 상대는 먼저 시작하여 시청률이 치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어쩐지 이정건은 도전자가 되는 것 같아서 가슴이 뛰었다.
***
고구려 일보 사장실. 정종철이 아버지이자 사장 앞에서 전에 없던 공손한 모습으로 섰다.
정상인 사장은 자신의 앞에 아들이 있는 것도 잊은 듯 한참을 업무를 보다가 별 중요한 일이 아닌 양, 흘리듯이 말을 꺼냈다.
“KTVC 사장이 전화 왔었다.”
“네···”
미적지근한 아들의 반응에 그제야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아들을 응시하는 정상인 사장.
아들을 바라보는 눈빛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게 차가웠다.
“분리 경영이 원칙인데, 자꾸 본사에서 간섭한다고, 드라마국 인력 확충이 본사의 의지가 맞냐고 확인전화가 왔다.”
“...”
“내가 그런 자잘한 것까지 확인하면서 일해야 하냐? 내가 니 뒤처리 담당하는 차 뭐··· 이름이 뭐였더라? 하여튼, 그런 사장이야?”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자잘한 일이다.
아들이 하는 일은.
“가라는 유학 안 가고, 그따위로 일 할거면 그냥 집에서 놀아. 괜히 일하는 사람들 방해하지 말고. 재벌 3세라고 꼴값 그만 떨고. 한심한 새끼.”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엉뚱한 짓 하지 말고. 회사 일이나 제대로 배워라. 그만 나가 봐.”
적당한 부모의 무관심.
왜 그랬는지에 대한 물음은 없었다.
결과에 대한 평가만 있을 뿐이었다.
정종철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것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못하게 했다면, 숨 막혀 죽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으니, 앞으로도 적당히 무관심하길 바랐다.
어차피 KTVC는 그룹 전체로 보면 이제 시작하는 조그마한 사업. 그리고 차지석이 사장으로 있는 케이플 엔터테인먼트는, 정상인 사장 입장에서는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작은 회사다.
은퇴한 회장 대신 그룹 전체를 살펴야 하는 아버지에게는 사소한 일 일 것이다.
정종철은 고구려일보 사장실을 나오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차 사장 어떻게 됐어요? 아니다. 일단 내가 그쪽으로 갈 테니까 룸 잡아놔요.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그리고 오늘 물건 준비해놓고.”
정종철은 즐거운 마음으로 운전했다.
고구려 일보 사장실까지 말이 올라갈 정도면, KTVC에서 일을 제대로 했다는 소리니까.
[응답하라 119]의 촬영장은 더 이상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다.
이지우.
마음에 안 드는 새끼.
이건 모두 박현주 그년 때문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냥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질리거나 망가지면 바꾸는 소모품 같은 여자.
그런데 차였다.
그럴 리가 없는데.
이런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계속 들이댔다.
몇 번의 거절.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은 그저 튕기는 거라, 핑계라 생각했다.
학교 내에 박현주 주변 사람에게, 박현주 남자친구가 있냐 물어봤을 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쪽팔리는 마음을 감수하고 재벌 3세라고 어필도 해봤다.
그런데 또 까였다.
그리고 얼마 후, 백룡 영화제.
‘현주야 사랑한다.’
백룡 영화제 신인남우상에서 이지우의 폭탄발언.
정종철은 어쩌면 그 현주가, 이 현주일 거라 예감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두 현주가 동일인물이라는 게 밝혀졌다.
작가 여자친구, 배우 남자친구.
‘들이대는 나를 보며 얼마나 비웃었을까.’
수치스러웠다.
사랑꾼 이지우.
연기천재 이지우.
로카르노에서의 이지우.
부산 국제영화제에서의 이지우.
[저승 카페]에서의 이지우.
이지우··· 이지우··· 이지우.
가슴에 턱 하고 뭔가가 걸려있는 듯한 느낌.
처음으로 느껴본 열등감이라는 감정.
생소했다. 부정하려 했지만 잘 안 됐다.
열등감은 상대와 자신의 비교에서 나온다.
그래서 비교했다.
답이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뭐가 부족하냐는 생각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저딴 딴따라 때문에 나를 차?”
열등감은 금세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분노의 대상은 박현주에게서 이지우까지 넓어졌다.
갚아주리라.
열등감도, 수치심도. 모두 두 년놈에게 갚아주리라.
유학을 포기하고 졸업 후, 바로 회사로 입사해 경영을 배우겠다고 했다.
앞으로 방송과 엔터 사업부를 맡아서 키워보겠다고 하자, 별 관심 없는 아버지는 고구려 일보의 기획전략실 과장 자리를 내어주었다.
앞으로 몇 년. 회사를 키워 방송 연예계에 영향력을 가지리라. 그래서 이 열등감을 극복하리라.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합치되자 묘한 만족감이 들었다.
자신이 회사를 깜짝 놀랄 만큼 성장시키고, 아버지가 자신을 돌아보는 상상.
그리고 이지우의 연예계 생활을 망쳐 놓는다면, 그게 박현주 때문이라는 걸 안다면, 그래도 서로 사랑놀음을 할 수가 있을까?
궁금했다.
즐거운 상상이었다. 서로 원망하는 두 남녀.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1년간 회사에 다녔다.
좋아하는 술도 덜 마시고, 계집질도 예전보다 적당히 했다.
그러던 중, [악의 기록]이 개봉했다.
당연한 관심이었다. 그 빌어먹을 이지우가 나오는 영화.
부디 영화가 처참한 완성도 이기를 기대하며 영화관을 갔다.
하지만.
정종철은 영화에 심하게 몰입했다.
이지우가 싫어서였을까.
아니면 이정건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였을까.
이도저도 아니면, '최태호'와 자신이 비슷하다고 느껴져서 였을까.
정종철은 이정건이 연기한 재벌2세 ‘최태호’에 완전히 몰입했다.
그리고 응원했다.
그러지 않을 거란 것을 알지만, 이정건이 연기한 ‘최태호’가 이지우가 연기한 ‘강현수’를 죽여주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탕탕, 탕’
재벌 2세 ‘최태호’에게 거리낌 없는 방아쇠를 당기는 이지우의 모습.
그 총소리에, 그동안 해왔던 즐거운 상상이 깨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 ‘최태호’에 감정을 이입한 나머지 이지우의 총격이 마치 자신에게 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정종철은 알고 있었다.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다르다.
애송이에게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을 보여주고자 마음먹었다.
정종철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머지않은 미래, 큰 성공을 거둔 뒤, 이지우를 밟아주기로 했던 결심을 지금 당장 실행하기로 했다.
어느덧, 도착한 약속장소 앞.
발렛 직원에게 차 키를 던지듯이 넘기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 흔한 네온사인도, 간판도 없는 가게.
내부는 룸사롱이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단속을 피하고자 인지, 고객관리를 위해서인지 몰라도 고객의 신원을 확인해야 들여보내 주는 회원제 룸사롱.
예약을 확인하고 룸 안에 들어가니 차지석 사장이 이지혜를 대동하고 미리 와있었다.
정종철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됐어요? 촬영 계속한 데?”
차지석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정종철은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그게··· 이지우와 관련된 사람 중에 이수한에 대해서 한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어? 그 히키코모리?”
“네··· 그 이수한 감독이 사장으로 있는 스튜디오 나우에서 [응답하라 119]로 인력을 파견했다고 합니다.”
“뭐?”
순식간에 구겨진 정종철의 표정.
“말씀드려라, 지혜야.”
“어··· 그··· 촬영장에서 못 보던 스태프들이 많이 오셨는데, 아니 왔는데.”
“뭐라고? 씨발년아 웅얼웅얼 대지 말고 똑바로 좀 말해.”
화들짝 놀란 이지혜가 나오려는 눈물을 참는 듯 억눌린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새로 스태프들이 오셨는데, 이지우 씨 아는 분들인 것 같았어요. [폭력의 사슬]이랑 [악의 기록] 이야기를 하는 거 봐서는 그때 같이 작업하시던 분들 같았어요.”
***
[응답하라 119] 8화.
‘후우욱, 훅’
“괜찮아. 조금만 참아.”
‘후우욱, 훅’
귀를 울리는 거친 호흡소리. 일반적인 숨소리는 아니었다.
산소호흡기를 통해서 호흡하는 소리였다.
23kg이 넘는 산소통을 포함한 구조 장비. 그리고 구급대원 품 안에 안겨있는 조그마한 소녀.
거친 숨소리의 주인이었다.
온 화면을 붉고 검게 물들이는 화염과, 매캐한 연기.
그리고 화면은 다시 품 안의 소녀를 잠시 스쳐 지나간다.
나레이션이 이어진다.
‘생명수당 5만원··· 한때는 5만원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 직업이 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와장창’
천장의 석고보드가 불에 그슬려 무너지고, 이지우가 그 파편을 몸으로 막아내며 품 안의 아이를 보호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레이션.
‘신이시어 내가 부디 두 사람을 구할 수 있기를. 나와, 내 품에 있는 이 사람을. 내가 죽으면 이 아이를 구할 수 없으니.’
다음주에 계속.
내 촬영이 모두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 배우들을 위해 마련된 의자에 잠시 앉았다.
“크··· 지리네요. 개 멋있어. 소방관이 이렇게 멋있는 직업이었나?”
김수호가 DMB로 오늘 자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을 모니터링 하면서 말했다.
모니터링이라기 보다 그냥 감상에 가까운 것 같지만.
지금처럼 드라마가 방영되는 중에도 촬영을 멈출 수가 없다. [응답하라 119]는 그만큼 시간이 부족했다. 나도 지금 이 시간까지 계속 촬영 중이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스튜디오 나우의 스태프들이 무난하게 적응을 했다는 점이다.
A팀은 류창진 PD와 스튜디오 나우팀으로 촬영을 하고 있고, B팀은 TNN촬영팀으로 구성되어 조연들과 야외촬영 중이었다.
뒤섞인 스태프들로 연출의 느낌이 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한 나름의 꼼수이다. 어차피 A팀은 스태프가 바뀌어도 류창진 PD가 직접 연출하므로 영상의 질감이 바뀌지는 않을 테니.
문제는 B팀인데 그동안 [응답하라 119]를 작업하던 TNN 스태프를 B팀에 몰아줘서 기존 촬영분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로 한 것이다.
잠시 한숨 돌리고 다음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데. 김수호가 보고 있는 DMB 화면에서 긴급속보가 떴다.
‘미국 콜로라도 오오라 극장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여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부상자는 50명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범행동기는 범인은 연인에게 차인 뒤 조현병을 앓기 시작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체포됐을 당시···’
아··· 벌써 저 사건이 일어난 때인가. 시간 빠르네.
미국에서 의사를 준비하던 수재가, 영화의 캐릭터에 과몰입하여 무차별 총기 난사를 했던 사건.
전생의 대학 시절. ‘영상매체의 부정적 파급력’에 대해서 학우들과 한참 토론했던 기억이 있다.
휴대폰을 보던 김수호가 ‘말세네, 말세야’ 이런 소리를 중얼거리다가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네, 네’ 하는 소리가 이어지고 전화를 끊고 바로 나를 보며 말했다.
“지우 씨. 사장님이 바빠도 내일 회사 한번 들리라는데요?”
“네? 지금 촬영 엄청나게 빡빡한 거 아시면서. 시간 안 될 거 같은데.”
“잠시라도 꼭 들려 달래요. 들어온 광고가 너무 많아서 짧게라도 검토하게 꼭 와달라고 하시네요.”
슬슬 입질이 올 때가 됐다.
내가 다른 작품을 제쳐놓고 이 작품을 선택했던 이유.
하고 많은 드라마 중 이 드라마를 띄워야 했던 이유.
국민 소방관.
내 새로운 이미지.
내 새로운 별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