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녀를 위해 연기하라-79화 (80/121)

79. 방금 저분이 선배라구요?

TNN 회의장.

[응답하라 119]는 6명이 주인공이다. 그중에서도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지우의 캐스팅이 끝난 지금에서는 진행이 급물살을 탔다.

아직 스태프 구성이 끝나지 않은 상태. PD와 작가, AD와 FD만 참여한 캐스팅을 위한 회의였다.

"김형섭 미술 감독은 어떻게 한데?"

"네, 하신다고 하네요. 그런데 음악 쪽이 좀 문제가 났어요. 원래 '럼블'이라는 회사 쪽에 계약하기로 했는데, 그쪽에서 다른 작품을 벌써 계약했다고 하네요. 지금 다른 업체 섭외 중입니다."

"그러면 영진아, 내가 예전에 [저승 카페]작업하면서 받아놓은 명함 있거든? 어디 보자··· 여기 있다. 이쪽으로 한번 연락해볼래?"

류창진 PD가 명함지갑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어 이영진 AD에게 건넸다.

"네네, 일단 한번 연락해보고, 안돼도 음악 쪽은 2순위 3순위도 아직 연락 안 해본 상태라서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아요."

캐스팅 디렉터가 오기 전까지 간단하게 업무를 파악하던 중, 회의실 문을 열고 캐스팅 디렉터가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우 차가 너무 밀리네요."

"아니에요 앉으세요. 작가님은 처음 보시죠? 여기는 추형섭 캐디. 이쪽은 유수영 작가. 나머지 스태프들은 차차 알아가는 걸로 하고. 일단 결과부터 좀 듣죠? "

자리에 앉은 캐스팅 디렉터는 서류 한 부씩을 나눠주며 말을 이었다.

"그때 보내주신 캐스팅 목록에서 주인공급 홀드 잡힌 게 있긴 한데, 아마 지금 눈치 보고 있는 걸 겁니다. 이게 주인공이 여섯 명이다 보니, 뭐 약간 기 싸움? 그런 거 있잖아요. 내가 급이 있는데 누구보다는 늦게 해야지 하는 거."

"웃기네요. 지금 목록 중에 제일 쎈 이지우 씨가 제일 먼저 수락했는데."

"뭐 이지우 씨야 지금 동년배 중에서 제일 잘 나가니까 논외로 두고요, 배우들끼리도 좀 그런 게 있어요. 비슷한 급에서 누가 먼저 배역을 수락했고 얼마를 받았고. 어쨌든 홀드 잡힌 거도 곧 해결될 것 같은데. 중년 배우들이 문제네요. 이지우 씨 배역의 어머니 역할 있잖아요. '이영애'역. 이게 1순위로 최지연 씨 잡아놓으셨는데 이분이 좀 힘드네요. 차라리 2순위나 3순위 쪽에서 시간 되는 배우분을 연락해보는 게 나을 겁니다."

그러자 인사 이후 조용히 있던 유수영이 놀라며 반문했다.

"네? 왜요! 최지연 씨 시트콤도 하셨고, 정극에서 연기도 너무 좋으셔서 꼭 모셨으면 했는데···이미지도 좋으시고."

"그게 사연이 좀 있어요. 최지연 씨가 몇 년 전부터 아동복이랑 완구사업 하시거든요. 그게 올 초에 대박이 나는 바람에 좀 바쁘대요. 그··· 뭐더라. '블루캣'인가? 하는 브랜드."

"아 맞다. 저 홈쇼핑에서 본 것 같아요. 어쩐지, 최지연 씨가 직접 홈쇼핑에 나오시길래 뭔가 싶었는데, 직접 하시는 거구나."

"네. 제가 최지연 씨랑 개인적으로 친분이 좀 있거든요. 그래서 일단 계속 연락을 해 보겠습니다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네··· 힝 아쉽다."

'지이이이잉'

그때 테이블에 올려놨던 캐스팅 디렉터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 잠시만요. 어? 최지연 씨인데요? 잠시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

[벡터맨 : 카오스의 비밀]의 서울 공연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후는 전국 투어 일정이기에 나는 출연하지 않기로 했으니. 이에 맞춰 채시원 실장은 벌써 차기 공연 준비를 위해서 극본 탐색에 들어갔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벡터맨]의 시즌2에 해당하는 차기작을 현주에게 의뢰했고, 추가로 한 작품을 더 준비 중이라고 했다. 뮤지컬이 될지, 해외에 판권이 있는 유명한 연극을 사 와서 각색할지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채 실장의 업무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걸 의미한다. 기획부 실장급으로 연애인 스캐줄 관리에 더해 신사업인 연극 제작까지 도맡아 하기엔 신사업 사이즈가 너무 커져 버린 것이다.

청운 엔터테인먼트는 '공연제작 지원팀'을 새로 확대 편성하여 그 팀장으로 채 실장이 앉혔다. 이로써 채 실장이 아니라 채 팀장이 되는 거지.

그리고 새로 온 실장은.

"동수 씨, 아니. 이제 이 실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하하, 지우 씨. 우리 같이 다닌 지가 1년이 넘는데 이제 그냥 형이라고 해주면 안 돼요?"

그렇다. 내 로드매니저였던 이동수가 실장급으로 올라가고 새로 들어온 신입 매니저가 내 로드매니저를 담담하게 되었다.

"축하해요. '동수 형'. 그래도 이제 실장인데 형형 거리면 이상하잖아요. 앞으로는 이 실장님이라고 부를게요."

"하하, 오늘 승진해서 그런지 이 실장이라 불리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이동수란 사람. 보면 참 괜찮은 사람이다. 우락부락 한 외모와는 달리 꼼꼼하고 잔정이 많은 사람이다.

예전 처음 만났을 때, 형이라고 불러달라던 동수 씨. 그때 딱 잘라 거절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나랑 9살 차이가 넘게 나는데도 불구하고 여태껏 말을 높이고 있고.

경우가 있는 사람이랄까.

우리 집 이삿날에 나 몰래 가서 어머니가 하시기 힘든 큰 짐 정리하는 것도 도와줬다고 하고, 내가 체중 조절하며 몸만들기 할 때도 그렇고, 현주를 챙길 때도 그렇고 세심하게 잘 챙겨주는 모습에 항상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정말로요. 이 실장님. 사실 이거 어떻게 보면 회사 일이 아니라, 제 개인적인 일인데."

"그런 말 마요. 매니저랑 배우가 그런 게 어딨나요. 한 몸처럼 움직여야죠. 지우 씨가 이런 서류 때고 정리하는 잡다한 일 할 시간에, 지우 씨가 잘하는 연기하고 연극을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분업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우리 서로 잘 하는 거 하자고요."

하··· 참, 사람 괜찮네. 내가 술을 안 마시다 보니 따로 진솔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방금 살짝 비친 그의 직업관을 듣고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고, 다른 매니저들을 제치고 실장급으로 승진한 이유를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 로드매니저 하실 분 새로 오시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네, 올 시간이 됐는데 좀 늦네요. 오늘 지우 씨가 부탁한 거 가지고 오라고 했거든요."

내가 부탁한 거? 설마?

"드디어 나왔나요?"

"네. 보험이랑 서류까지 싹 다 만들어서 왔어요."

"인수인계도 할 겸, 오늘은 스케줄 까지는 지우 씨 내가 데리고 다녀야 되니까. 이참에 신입한테 가지고 오라고 시켰죠."

"그럼 현주 집 앞으로 바로 가죠! 갔다가 다음 스케줄 가도 되죠?"

이동수가 수첩을 펼쳐 들고 오늘 스케줄을 확인했다.

오늘 스케줄은 사실 별거 없었다. 오전에 CPR이나 제세동기 사용법, 그리고 하임리히법 등을 배우기 위한 스케줄과 4시 30분 [벡터맨 : 카오스의 비밀] 공연만 있을 뿐이니까.

차기작인 [응답하라 119]에 필요한 기본적인 처치술을 좀 배워두고 싶어서 인근 병원의 응급구조사를 섭외했다.

고증에 관해서는 나는 꽤 까다롭게 구는 편이다. 특이 이런 전문직을 배경으로 하는 캐릭터는 디테일을 살리는 쪽이 캐릭터 분석하는데 좋다.

직업 특유의 버릇이나, 마인드를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기때문이다.

예전에 [악의 기록], '강현수'를 연구하기위해 북파공작원들을 인터뷰하러 다닌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구조사와의 수업은 배우가 하는 일반적인 직업 인터뷰 형식을 빌어서 하는 과외에 가까웠다. 페이도 고액과외 비슷한 수준으로 지불했고.

"네. 어디 보자··· 네 괜찮을 것 같아요. 구조사님을 우리가 픽업 하기로 했거든요. 위치도 이 근방이고. 그래서 조금 늦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럼 그 오신다는 신입 매니저분도 바로 현주 집 앞으로 오시라고 하고 우리 바로 출발하죠?"

***

"현주야 나와봐!"

현주의 집 앞에 도착하고, 신입 로드매니저가 가지고 온 물건 앞에 선 다음 바로 현주에게 전화했다.

'어쩐 일이야?'

'왜?'

'무슨 일 있어?'

분명히 내게 하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혼잣말처럼 하는 현주. 그러면서 내 몸을 여기저기 훑어본다.

안 아프다고 좀···

뜬금없는 시간에 집 앞에까지 찾아와서인지, 말로 하지는 않아도 내 몸부터 걱정하는 현주다.

거기에다가 급하게 나왔는지 극세사 수면 바지에다가 삼선슬리퍼까지.

흐음··· 이건 이거대로 잘 어울리겠는데.

"손 내밀어 봐."

"왜 뭔데? 갑자기 이 시간에 웬일이야."

내민 현주의 손 위에 열쇠를 올렸다.

"어머? 이거 뭐야."

일반 차 키에 비해서 두 배는 될 법한 두께의 열쇠.

"눌러봐."

'삐빅'

그러자 내 뒤에 있던 허머 H3의 헤드라이트가 번쩍이고, '달칵'하며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뭔데, 이게?"

"선물!"

허머는 한국에 팔지 않아서 미국에서 직배송 시켰다.

마음 같아선 경장갑판 달고 나온 군용 험비를 주문하고 싶었다. 전쟁영화에서 보면 항상 등장하는 미군의 소부대 수송차량 같은 거 말이다.

현주는 소중하니까. 헌데 군용 험비는 민간인한테는 안 판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험비의 민수용 버전인 허머를 샀다.

이전부터 어느 정도 통장 잔액이 쌓이면 어머니에게는 집을. 그리고 현주에게는 차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일단 나는 운전면허증이 없는데다가, 대부분의 이동을 로드매니저와 함께 다니기에 크게 개인차량이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현주와 데이트 할 때마다 로드매니저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에 와서 내가 현주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데이트 할 수는 없으니까. 거기에다가 현주는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면허를 따놓은 상태.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주에게 차를 선물하게 된 거였다.

원래라면 [폭력의 사슬]의 투자금이 정산된 뒤 바로 사려고 했었다. 그런데 집을 산다고 목돈을 지출한 이후에, [악의 기록]에 투자했고, [악의 기록]의 출연료가 입금되자마자, 가지고 있던 현금 대부분을 아동극에 투자금으로 부어버리는 바람에 늦어버린 것이다.

[악의 기록]이 성공할 거란 자신감은 있었지만, 혹시나 모르는 일이니까. 영화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서 어느 정도 목돈을 쓰지 않고 쥐고 있었다.

[악의 기록]에 걸려있는 투자금과 러닝 개런티. 그 기준이 되는 손익분기점 150만 명이 돌파하자마자 험비를 주문하고 3주가 되는 지금에서야 배송된 것이다.

보라 이 우람한 차체, 떡 벌어진 어깨와 같은 휀다.

야수와 같은 배기음!

왠만한 차들은 박아도 꿈쩍도 안 할 듯한 중량감!

실제로 전장이 5미터가 넘고, 공차 중량이 3톤에 육박하는 육중하고 거대한 차다.

전생에 이런저런 선물들을 잘 못 챙겨줘서 미안했던 감정들. 이번에 좀 신경 썼다. 허머 H3야말로 안전과 감성을 모두 담은 자동차 아니겠나.

현주야, 내가 이렇게 디테일한 남자다.

후훗.

현주가 입을 오물오물 거리다가 한마디 했다.

"어··· 음··· 지우야. 이거 트럭이야?"

***

현주에게 허머 H3의 매력을 한참 동안 설명하고 현주를 납득 시켰다.

가격을 알려주고 등짝 스매싱을 좀 당하긴 했지만.

내가 현주의 취향을 몰라서, 혹은 보편타당한 여자의 취향을 몰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나로서는 현주의 안전이 중요한 거였다.

1톤 트럭이 허머와 정면 추돌했는데, 험비는 도색도 안 벗겨졌는데 1톤 트럭은 폐차, 트럭 차주는 병원 신세였다고 한다. 나도 거기에 꽂혀서 험비를 주문한 거고.

현주에 안전에 비하면 등짝쯤이야.

처음에는 트럭이니 뭐니 하던 현주도 막상 차량을 운전해보고는 만족하는 눈치였다. 차고가 높다 보니 시야도 잘 확보되고 묵직하게 나가는 게 매력이 있는 차거든. 차의 매력을 떠나서, 일단 첫차니까. 첫차는 뭐 사실 티코만 사도 좋지.

수면바지에 삼선 슬리퍼 신은 현주 모습이 우락부락한 검은색 험비와 대비되어 묘하게 매력적이다.

"오늘 공연 끝나고 데리러 와."

"알았어, 오늘 저녁은 내가 쏜다!"

"무리하지 말고. 운전 조심하고."

그렇게 현주와 작별인사를 하고, 회사벤을 타니 새로 온 로드메니저가 웃으면서 나를 반겼다.

"사이 좋으시네요. 연예인이 이렇게 편하게 여자친구 만나고 다니는 거 처음 봐요. 아까는 제대로 인사 못했죠. 김수호입니다."

"반가워요. 잘 부탁합니다. 이 실장님 후배라고 하더니 운동하셨나 보네요."

헐렁한 티를 입었는데도 딱 티가 나게 운동한 몸이다. 실루엣 자체가 일반인이랑 다른 느낌이었다.

"네. 동수형 후배예요. 잘 부탁하겠습니다."

그렇게 이동수 실장이 로드매니저로 새로 온 최수호에게 이것저것 인수인계를 하면서 스케줄을 시작했다.

응급구조사를 픽업해서 회사로 간 다음, 실습 위주의 교육을 받았다. CPR, 하임리히법, 제세동기 사용법 등.

간단하게 시범을 본 다음, 실습을 반복해서 하는 방식으로 연습했다. 그리고 응급구조사에게 자세가 잘못됐거나 어설픈 부분을 지적받아서 계속 고치는 방식으로 한참에 숙달했다.

"이지우 씨, 이제 자세 좀 나오시는데요?"

응급구조사 입에서 저 소리가 나올 때까지 몇 시간을 연습한 뒤, [벡터맨 : 카오스의 비밀] 공연까지 끝냈다.

공연장 후문으로 나가니, 현주가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내리긴 내리는데.

나름 멋지게 내리려고 한 거 같은데··· 차고가 높은데다가 현주 키가 큰 편이 아니라서, 내리는 것인지 뛰어내리는 건지 좀 헷갈리네. 안전 발판이라도 좀 설치해줘야 하나.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리면서 현주는 웃고 있었다.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나 보네?"

"어어어어엄청. 이차 지나가면 다른 차들이 다 피해! 운전하기 엄청 편하고 어려워. 얼른 타. 식당 예약해놨어."

아하, 차가 워낙 옆으로 넓어서 까딱 잘못하면 바로 접촉사고 나다. 그래서 능동적 양보 운전을 잘 이끌어 내는 편이긴 하지. 반대로 차폭이 너무 넓어서 골목이나 주차하기가 힘들고.

어쨌든 현주가 예약한 식당에 도착했다.

상당히 비싼 다이닝 레스토랑이었다.

나름 현주가 신경 쓴 건 알겠는데, 그냥 집 앞에서 국밥이나 먹지.

내가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 허머를 사준 것 처럼, 현주도 마음이 좀 편하려고 비싼 식당 온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현주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저녁을 즐기고 있는데, 식당 한쪽이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 이 정도의 소란이 일어나면, 직원들이 정리하거나 조치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직원들이 더욱 분주히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모습이었다.

"현주야 잠시만."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면 자리를 피할 생각으로 상황을 살피러 갔다.

그곳에는 한 중년의 여성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상태에서 목을 감싸 쥐고 있었고, 앞의 남자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였다.

불과 몇시간 전에 봤던 동영상. 그 영상에서 봤던 증상과 똑같았다. 음식물이나 이물질 때문에 기도를 폐쇄, 수분 내에 저산소증으로 심정지까지 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응급구조사와 몇 시간을 연습했고, 이후에도 최수호의 육중한 몸을 상대로 연습했던 하임리히법.

내가 잠시 놀래는 사이 의식마저 잃은 중년의 여성.

재고 따지는 것 없이 직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중년 여성의 뒤로 돌아간 뒤, 바로 하임리히법을 실시했다.

복부와 명치를 조이듯이 밀어 올렸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탁' 하는 소리와 동시에 조그마한 고기조각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중년의 여성은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바로 이어서 심폐소생술까지.

'커컥'

숨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호흡이 돌아오고. 푸르게 변했던 얼굴색도 점차 붉은색으로 다시 흰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정신이 드세요?"

겨우 고개를 끄덕이는 환자.

곧 구급차가 식당 밖에 오고, 구급대원이 조치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주변이 좀 보였다. 그 중년의 여성도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고, 같이 온 일행인 남자도 어디서 한번은 본듯한 인상이었다.

"감사합니다. 와··· 진짜 어떻게 되는 줄 알았는데. 감사합니다."

"네··· 혹시라도 무슨일 있으시면 나중에 이쪽으로 전화 주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나를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기에 이 실장의 명함(명함은 아직 바뀌기 전인 이동수 로드매니저)을 건넸다.

혹시라도 방금 구명 활동 벌인 사람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명함을 거절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청운 이동수 매니저랑도 알고 지내는 사이고요. 저 [응답하라 119] 캐스팅 담당 추형섭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먼저 합류하셔서 얼굴 뵙는 건 처음이시죠."

"아···네."

"진짜 최지연 씨 큰일 나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네? 누구요?"

"아··· 모르셨구나. 방금 그 분 [응답하라 119] 지우씨 어머니 배역 1순위이셔요. 오늘은 캐스팅 때문에 잠시 미팅했는데 이렇게 되서."

"네? 방금 저분이 최지연 선배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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