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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104화 (104/155)

104. 분노어린 진실.

104. 분노어린 진실.

아크가 그리 분노한 여인의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편지의 처음은 여인의 소개로 되어있었다. 자신은 니르를 따르던 여 시종이었고 렌 사부가 도와줘 살아남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렌 사부의 조언대로 숨어 지냈으며, 보브와 니르의 아들인 아크의 성장 소식을 멀리서 들으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히 일개 늙은 여인이 영웅 왕인 아크에게 다가가긴 죄송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부나이드 후작이 버젓이 벨 제국에 있는 것을 알자 진실을 알리기 위해 감히 편지를 쓴다고 한다. 렌 사부에게는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 어린 아크가 분란의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기에 말이다.

이에 자신은 이 편지를 숨기고 아크, 자신을 만났으면 하지만 암살당할 것을 미리 알았다. 나부나이드 후작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을 예상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글은 충격적이었다. 나부나이드 후작이 대혼돈 이후 쉘츠 제국이 있을 때부터 보브와 니르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아크를 낳자 롬 황제에게 구원 요청을 한 보브의 정보를 중간에서 역이용해 바알에게 넘긴 이도 나부나이드 후작이라는 것이었다.

이 사실은 평소에는 평정심 있게 행동하려는 아크의 의지를 단번에 깨버리는 진실이었다.

‘나부나이드!’

아크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의 자신은 단순히 혈기왕성한 27살의 청년이 아니었다. 자신은 수많은 사람을 책임지는 천왕이기에 진정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나부나이드 후작은 함부로 건들 수 있는 자는 아니었다. 그는 전 쉘츠 제국의 난민들을 대표하는 자였다. 그런 자를 섣불리 건드렸다간 간신히 혼란이 진정되려는 브란티아 대륙이 다시금 혼란해지기에 아크의 머리는 차갑게 생각했다.

물론 아크가 마음만 먹는다면 제거할 수 있고 그 권력을 빼앗을 수 있었지만, 아크는 힘없는 백성들을 위해서 참는 것이었다.

‘확실한 물증과 명분이 필요해.’

아크는 아미의 틸로 알아낸 암살당한 여 시종의 편지를 신뢰했으나, 객관적으론 증거가 부족하였다. 적어도 전 쉘츠 제국의 자료를 통한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확실한 물증도 없이 나부나이드 후작을 몰아세웠는데. 아니라고 잡아떼면 상황이 불리해지는 것은 아크이기에.

그래서 아크는 한 가지 꾀를 내었다.

※ ※ ※

며칠 후.

벨 제국의 대전회의장.

여느 때와 같이 벨 제국의 신료들은 천왕 아크와의 회의를 의논하며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했다.

그중에는 머리는 차갑게 그러나 심장은 분노로 뜨거운 아크와 자신의 심계를 통해 본심을 숨긴 나부나이드 후작도 있었다.

“...... 이것을 끝으로 이번 대전 회의는 안건은 모두 끝났습니다. 폐하.”

벨 제국의 제 2 재상인 카셀 브레스 공작이 대전 회의를 끝내려고 했다.

그때. 아크의 입에서 회심의 카드가 꺼내졌다.

“하나 더 안건을 내도 되겠습니까?”

아크는 평소와 다름없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나부나이드 후작은 왠지 모르게 오싹함을 느끼는데.

“무엇이든 하명 하옵소서 폐하.”

대소신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제가 내는 안건은 전 브란티아 대륙의 맹주국이었던 쉘츠 제국의 역사를 조사하는 것입니다. 비록 안타깝게 망국이 되긴 했지만, 후손들에게 좋은 역사적 자료가 될 것입니다. 아! 특히 롬 쉘츠 황제 때의 일을 상세히 조사하도록 하십시오.”

“?!”

아크의 말에 나부나이드 후작은 얼어붙었다. 그러나 표정은 변함이 없었고. 이를 보는 아크는 회심의 미소를 나부나이드 후작에게 보냈다.

‘이 어린놈이 날 물려고 하는구나.’

시초 대륙 때부터 귀족 가문이었고 브란티아 대륙에 넘어온 이후 쉘츠 제국이 왕국이었을 때부터 깊은 연관을 지닌 가문은 누가 뭐래도 나부나이드 가문이었다.

그만큼 해 먹은 것도 많았다는 뜻이다.

혹여나 아크의 말대로 쉘츠 제국의 역사를 조사하다가 이것저것 부정을 지닌 것이 밝혀지면, 감추었던 불편한 진실이 굳이 밝혀진다면, 지금의 나부나이드 후작에겐 치명타였다.

거기다가 롬 쉘츠 황제 때의 역사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부나이드 후작과 관련된 것이 많다. 그걸 밝혀내면 자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암살한 니르의 여 시종이 고발하려던 진실 또한 밝혀질 터, 그렇다면 자신은 끝이었다.

‘혹시 이놈이?!’

아니 나부나이드 후작은 아크의 눈빛을 보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미 이놈이 진실을 알아챘군.’

아까 전부터 나부나이드 후작은 악의 가득한 생각을 가졌지만, 아크는 그걸 느끼지 못했다. 나부나이드 가문이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심계를 깊게 하고 자신의 진심을 숨기는 방법 덕분이었다.

‘역시 나부나이드 후작은 특별한 심계 제어 방식이 있군.’

아크는 나부나이드 후작으로부터 악의는 느끼지 못했지만, 오늘따라 나부나이드 후작에게 불쾌한 느낌을 받았다.

전날 크리에게 태극사신무의 능력으로도 악의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가를 물었다.

크리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심계가 아주 뛰어나거나 예전 시초 대륙에는 지금은 소실된 많은 능력을 갖춘 이들이 많아. 나부나이드 후작의 가문은 시초 대륙 때부터 귀족 가문이었다며, 혹시라도 그런 기술을 알고 있을 수도 있어. 그리고 내가 보기엔 나부나이드 후작은 심계도 뛰어나 보여 두 가지 경우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아.’

이것이 크리의 의견이었다.

이는 아크 또한 그리 생각한 것이다.

‘자, 나부나이드 후작, 어떻게 할 것이냐?’

그러나 아크의 기대를 저버린 나부나이드 후작의 대답이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미 망국이 되어버린 전 쉘츠 제국과 난민들을 생각해주시는 폐하의 은덕, 모든 백성이 우러러볼 것입니다. 소신이 앞장서서 그 황명을 받잡겠나이다.”

“?!”

나부나이드 후작의 말에 아크의 표정이 순간이나마 일그러진다.

“고맙습니다. 후작, 그럼 그 일의 책임을 후작이 맡으세요.”

아크는 본심을 숨긴 채 그리 말한다.

“황명, 받잡겠나이다. 폐하.”

그렇게 서로에겐 찝찝하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는 아크와 나부나이드 후작의 기 싸움은 대전 회의를 마치며 끝났다.

※ ※ ※

나부나이드 후작의 저택의 비밀의 방.

그곳에는 분통을 터뜨리며 비밀의 방의 가구를 망가뜨리는 나부나이드 후작이 있었다.

쨍그랑!

퍽!, 퍽!

“젠장! 붉은 머리 꼬마가 감히 날 가지고 놀아!”

나부나이드 후작은 분노로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분노를 표출하였다.

“후, 후우~”

잠시 후 겨우 진정된 나부나이드 후작은 자신의 품속에 기운을 봉인한 채 간직하고 있던 한 조각의 돌을 꺼낸다.

“이건 내가 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쓸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군. 일단 그 건방진 붉은 머리 꼬마부터 처리해야겠어.”

그리 말하는 나부나이드 후작의 눈빛은 교활하게 빛났다.

“어디,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고통을 겪어봐라. 아크, 크크큭, 크하하하!”

나부나이드 후작은 광소를 내며 웃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나부나이드 후작 저택의 비밀의 방엔 수만 가지 방음 마법과 보호 마법이 겹쳐있어.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오직 나부나이드 후작만이 그 웃음소리를 내며 들었다.

※ ※ ※

며칠 후.

아크는 자신의 경호를 맡은 란델 백작과 몇몇 근위 기사들을 위장시키고 서민 시찰을 위해 카다른 황궁 밖으로 나갔다.

“폐하,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란델 백작은 조용히 아크에게 대가와 말을 걸었다. 어젯밤도 늦게까지 정무를 보고 잠은 아크를 걱정한 것이다.

처음에는 아크를 어린애로 보아 보좌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던 란델 백작이 지금은 누구보다 아크를 믿으며 존경하였다.

아크의 경지도 경지였지만 벨 제국이 세워진 지 7년이 넘도록 보인 아크의 행동은 충분히 귀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크의 본래 나이를 몰랐다면 그 깊은 생각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보아 한 800년은 산 데바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데바는 외모나이를 젊게 할 수 있어서 그러한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아크도 데바이지만 실제 나이는 27살밖에 안 된 청년이기에 더욱 그 심계에 놀란 것이다.

‘내가 모실 주군은 오직, 폐하뿐이십니다.’

란델 백작은 아크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따랐다.

그런 란델 백작의 태도에 최근 스트레스를 받은 아크의 마음도 어느 정도 나아졌다.

“전 괜찮습니다. 란델 백작, 란델 백작 같은 인재를 이리 불러내서 제가 다 미안합니다.”

아크는 오히려 수련하고 싶을 란델 백작은 불러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저는 폐하를 모실 수 있어서 즐겁사옵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거짓말이었다. 자신은 기사의 꽃의 경지라는 마스터이고 더 높은 경지를 목표로 하는 기사였다.

하지만 자신의 주군인 아크를 보필하면 다음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기에 이리 따라나서는 것이었다.

누가 뭐래도 인류 최강의 전사이자 기사는 자신이 모시는 아크였기에.

“그러면 저기 아무도 없는 데서 검을 좀 나누어 볼까요?”

아크는 그런 란델 백작의 마음을 읽었는지 수련을 도와주길 자청하였다. 이에 란델 백작은 물론 같이 따라나선 근위 기사 두 명 또한 가슴이 뛰었다.

‘로드의 경지의 폐하께서 직접 지도해주신다니!’

‘가문의 영광이옵니다. 폐하!’

근위 기사 두 명은 기쁨의 환호성을 마음속으로 내질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란델 백작은 부하들도 있으니 표정 관리하며 말하였다. 그러나 입꼬리가 올라간 것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잠시 후.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장소로 와서 란델 백작과 근위 기사들의 검술을 지도해주는 아크.

그러나 위험은 언제나 그렇듯이 갑자기 찾아온다.

촤차착!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이들이 아크의 주위에 은신하며 다가온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후작 나으리.”

그리 말하는 사내의 두 눈은 불타오르는 붉은 눈이었다.

“나는 괜찮소이다. 나의 기운은 아무리 아크라도 읽을 수 없는 특수한 기술을 적용하여 모르오. 그리고 붉은 머리 꼬마가 좌절하는 마지막 모습은 내가 꼭 봐야겠소.”

사내에게 말을 건넨 이는 다름 아닌 나부나이드 후작! 그러나 감히 인류 최강의 사내인 아크를 암살하기에는 많이 모자라 보인 일행들이었다.

촤차착!

조심히 다가가는 나부나이드 후작 일행.

가죽 갑옷을 입고 두 눈이 불타오르며 붉은 사내들은 어떤 특수한 아이템을 통해 기운을 가리고 아크에게 접근한다.

그때. 아크의 기감에 어떤 이상함이 느껴지는데.

“누구냐!”

아크의 그 말에 란델 백작과 근위 기사들은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잡는다.

“흥! 알아채봤자 늦었다. 꼬마 녀석!”

나부나이드 후작이 비아냥거리며 나섰다.

“나부나이드? 드디어 미쳤군! 감히 폐하 앞에 그리 나서다니!”

란델 백작은 나부나이드 후작에게 다가가며 일갈을 내뱉었다.

챙!

채캉!

란델 백작의 검을 막은 것은 나부나이드 후작과 같이 온 사내였다.

“크윽!”

란델 백작이 주춤하고.

“이때이오!”

사내중 하나가 소리친다.

나부나이드 후작은 품속에 돌을 꺼내며 말하는데.

“진정한 큰 신인 아누의 이름으로 명한다. 7개의 영광의 시련을 받을지어다!”

나부나이드 후작이 꺼낸 것을 본 아크는 놀란다. 나부나이드 후작이 든 것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7개의 영광 중 눈갈의 영광이었다.

그때 아크의 품에 있던 7개의 영광 중 6개의 조각이 빛나며 상호 작용을 하는데.

이윽고 7개의 영광의 조각은 하나가 된다.

“잘 가라! 아크!”

이를 보며 나부나이드 후작은 회심을 미소를 짓는다.

그러자 아크가 어찌할 수 없이 사라지는데.

“나부나이드 이 개자식이!”

팟!

그 말이 아크의 마지막 말이었다.

“이놈! 나부나이드! 폐하를 어디로 보냈느냐!”

란델 백작이 분노로 부들거리며 말한다.

“이제 죽을 놈들이 뭐를 궁금해하느냐! 자, 어서 제거하시오.”

그렇게 사내들은 란델 백작과 근위 기사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였다.

란델 백작은 마스터의 기운을 끌어모으며 전투를 벌이려고 하는데. 상대가 나빴다.

후아앙!

사내들의 기운이 올라오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수....... 라?!”

그렇게 란델 백작과 근위 기사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상급 수라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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