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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92화 (92/155)

92. 왕의 수호자.

92. 왕의 수호자.

어느덧 회복기에 온 카다른의 땅에 낯선 손님이 왔다.

쿠루룽.

그날은 아침에는 맑았으나 오후부터는 날이 흐려지더니 이내 눈이 내리기 시작한 날이었다.

타 타 탁!

“아크 벨 님!”

아크는 영주 실에서 적과 대치한 군사들을 위해 서류작업을 하던 차에 무라스 경이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아크는 평소와는 다르게 흥분한 무라스 경에게 물었다.

“지금 예전 쉘츠 제국의 근위 기사 장이자 전 제국 최강의 검 제너 후작이 왔습니다.”

“뭐라고요?”

아크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주군을 은밀히 뵙고 싶다면서 영주 관으로 바로 왔습니다. 제너 후작의 말에 따라서 입은 모두 다물게 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아크는 쉘츠 제국이 무너지고 롬 황제가 암살되었을 때 제너 후작의 존재를 의심했다. 예전에 대련했을 때 제너 후작의 실력은 암살을 허용할 자가 아니기에 제너 후작이 모습을 감추었던 것이 그러한 의심을 강화시켰다.

그런데 지금은 그자가 자신의 발로 아크를 찾아온 것이다.

아크가 영주 관에 도착하고.

“제너 후작.”

아크는 후드를 쓴 덩치가 있는 자의 등에 대고 말하였다. 그자가 뒤돌더니.

“아크 경......”

예전 이스에서 봤던 제너 후작이 맞았다.

※ ※ ※

아크는 제너 후작을 은밀히 회의할 수 있는 곳으로 장소로 갔고 제너 후작은 따뜻한 술을 마시며 몸을 녹였다.

“어찌 된 것입니까. 그동안 어디에서......”

제너 후작은 예전 이스에서 봤을 때보다 살이 더 빠지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후후후, 주군을 지켜내지 못한 불충한 자가 어찌 지내겠습니까.”

“......”

아크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제너 경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태극사신무를 활용하여 란셀이 보낸 첩자인지부터 살폈다. 악의를 감지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색은 전혀 없었기에 아크는 조용히 제너 경을 바라본다.

“...... 지금부터 한 이야기는 혼자만 아셔야 합니다.”

데운 술을 약간씩 마시던 제너 경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는 제너 경.

뿌드득뿌드득.

제너 경의 몸이 변화하는데 붉은색의 비늘 같은 것이 온몸을 감싸더니 눈이 파충류의 눈처럼 변하였다. 설마하니 제국 최강의 검이 수인 족. 그것도.......

“드래고니안....... 이었다니.”

드래곤과 인간의 혼혈. 드래고니안 종족이었다.

“그렇습니다. 이런 저주스러운 피이기에 주군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

아크는 그 말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럼 암살자는 역시 란셀이겠군요.”

“.......”

제너 경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크는 바로 이해가 되었다.

드래곤. 세간에 알려진 그 신비로운 종족은 그들의 시조 시초룡, 즉 프라임 드래곤으로부터 시작된다.

‘영원히 사는 저주’에 걸린 프라임 드래곤들은 그들의 후손인 드래곤 일족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왕의 핏줄을 지키라는 특명을 내린다. 진정한 왕의 후손이 그들을 ‘영원히 사는 저주’에서 풀어주기에.

“......이라는 이야기는 아시겠지요.”

제너 경이 말한다.

“네. 하지만 그건 왕들이 자신의 통치를 더욱 쉽게 하려는 허구인 줄 알았는데.”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비밀을 말씀드릴 겁니다.”

꿀꺽.

아크는 침을 삼켰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비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던 일이라서 아크는 긴장했다.

제너 경의 말은 충격이었다. 프라임 드래곤은 예전 ‘큰 신’ 일족이었다. (아크가 큰 신에 대해 알고 있어서 쉽게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태초에 큰 신을 배신하여 그 대가로 큰 신의 우두머리인 아누의 저주를 받아서 그 위대한 육체는 파충류의 몸이 되었고 죽지도 못하는 몸이 되었다.

그들은 모두 48명이었고 아누는 나중에 그 저주를 풀어주는 것은 왕의 핏줄 중에 한 존재가 풀어준다. 라고 했다.

그래서 프라임 드래곤들은 왕의 피라고 인식되는 자들을 지키게 되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래서 그 명령에 따라 왕의 핏줄을 지켜왔고 같은 왕의 핏줄인 란셀이 롬 황제 폐하를 암살할 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프라임 드래곤들이 제약을 걸었기에......”

“그리고 지금 저에게 오신 이유는......”

“그렇습니다. 지금 그 태초부터 이어져 온 약속에 따라 프라임 드래곤들은 가장 대두되는 왕의 핏줄인 아크 경과 란셀 놈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입니다.”

꿈틀!

아크는 프라임 드래곤들에게 대단한 적대감이 들었다. 그러한 자신들만의 이유로 기사란 한 남자가 지키고자 한 자신의 주군을 지키지 못하게 했다는 것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란셀 또는 제가 그런 저주를 풀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것 또한 알 수가 없습니다. 기약 없는 약속이기에 그저 프라임 드래곤들은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죠. 가장 가능성이 있는 자를 지키는 것으로.”

아크는 가만히 있다가 말한다.

“그 프라임 드래곤들 강합니까?”

“? 모릅니다. 그래도 큰 신 일족의 일원이었으니 강했겠지요. 근데 그것은 왜?”

“그 프라임 드래곤들 직접 죽이고 싶네요.”

콰카카카!

“허억!”

제너 경은 아크가 은연중에 내뱉는 기운과 살기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누가 말한 저주를 풀어주는 자는 아크 경일지도 몰라.’

그렇다 프라임 드래곤들이 원하는, 저주가 풀어진다는 것은 죽음이라는 안식을 얻는 것이기에.

※ ※ ※

아크는 제너 경이 신분은 숨긴 채 카다른 성에서 조용히 지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제너 경은 이번 겨울 전쟁에서 승리한 자를 모셔야 한다고 하여 전력에서는 뺐다.

‘그래도 이번 전쟁. 이길 수 있다.’

아크는 그리 자신하였다. 카다른을 중심으로 하는 연합군이 서서히 결집하어 갔고. 아크 자신은 물론 유능한 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렇기에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아크는 눈이 오는 카다른을 높은 궁전에서 보며 그리 생각했다.

타 타 탓!

“아크!”

아크의 품에 와락 안기는 여인.

“아미, 벌써 뛰어도 돼?”

아미였다.

“응! 아크. 봐 응찻!”

아미는 얇은 팔에 힘을 줘서 알통을 만들어 보여주며 말한다. 그 모습에 아크는 웃는다.

“풋! 아미 그만 쉬어 그러다 쓰러져.”

“어머! 아크 나를 너무 약한 여자로 보는 거 아니야? 난 영웅신 닌우르타의 외동딸 아미라고.”

아크는 피식 웃으며 아미에게 말한다.

“기운은 좀 어때?”

아미는 자신의 몸 안의 기운을 살핀다.

“이게 황룡의 기운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기운이야.”

크리가 나오며 말한다.

“흐음, 태극사신무의 힘 중 황룡의 기운이 제대로 아미의 몸 안에 들어 갔나 보군. 그럼 태극사신무의 전통인 성을 내야겠는걸?”

“으응?”

“?”

아미와 아크는 갸우뚱거린다.

“하하하, 이건 그냥 내가 지은 게 있어서 그런 거야. 태극사신무의 후계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네요. 사실 아미처럼 이런 특이한 경우는 선례에 없어서 뭐라 할 수가 없어.”

“뭔데, 뭔데. 크리?”

아미는 그동안 큰 신 일족으로 지내며 성이 없이 지냈기에 크리가 준다는 성에 관심이 많았다.

“이건 어때? ‘셀라’ 옛날 고대어로 ‘찬양하다’란 뜻이야. 우주의 법칙인 절대적인 의지를 숭상하는 너에겐 딱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크리와 아크는 아미의 반응을 기다린다. 참고로 아크는 마음에 들었다.

“음....... 으음. 좋아. 셀라. 아미 셀라! 뭔가 예쁘네. 뜻도 좋고.”

“하하하, 그래 잘 어울릴 줄 알았어.”

크리는 만족한 듯이 웃었고.

“아미, 예쁘다.”

아크 또한 기뻐했다.

“그럼 아크, 크리. 내 새로운 이름을 알리러 갈게 좀 이따가 봐! 호호호.”

아미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뛰어다녔다.

“귀엽네.”

아크가 그리 중얼거렸다.

앞으로 천년을 갈 단 한 명만을 위한 아크의 콩깍지의 시작이었다.

※ ※ ※

아크는 카다른 궁전에서 나와서 아다파들을 거두어준 교회에 갔다.

끼이익.

“아이쿠 아크 벨 님. 신성한 교회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사제님.”

이 교회는 디아우스들을 모으는 신전이 아닌 창조주 안을 위한 작은 교회였다. 그렇기에 아다파들을 조용히 거두어 줄 수가 있는 것이다. 아크는 그 대가로 지원금을 교회에 넣어주었다.

그곳의 여사제인 팜 사제는 워낙 욕심이 없는 자라서 탐욕을 내비치지 않는 참된 사제였다. 그렇기에 아크가 믿고 아다파들을 맡긴 것이다.

“제온과 다른 아이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크가 팜 사제에게 물었다.

“모두 일을 배우러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크 벨 님도 알다시피 그 녀석들이 호호, 워낙에 건장하여 부셔 먹는 것이 많습니다.”

“그렇습니까. 사제님. 그럼 이번에 지원금을 더 넣어드리겠습니다.”

팜 사제는 손사래를 쳤다.

“아유 아크 벨 님. 이번 달에 받은 지원금도 아직 여유입니다. 안 주셔도 돼요.”

“그렇지만 사제님도 어느 정도 쓰시고......”

“저는 오직 하느님을 위해 쓴답니다. 저는 딱히 필요 없어요.”

아크는 더 말하라고 하나 이미 경건한 믿음으로 기도하는 사제에게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럼 아이들을 위해 더 받아주세요.”

“에코! 내 정신 좀 봐. 예전처럼 혼자 생활하는 게 아닌데....... 호호, 제가 요즘 정신이 좀....... 아이들 고기 먹여줘야지.”

정말 청렴결백한 자의 표본이었다.

아크는 지원금이든 금화를 팜 사제에게 주고 조용히 교회를 빠져나오는데.

“어?! 아크 형!”

“제온!”

아크는 교회로 돌아오는 제온과 아이들을 만났다.

“어때? 잘 지내고 있어?”

“흐음~ 잘 지내고 있지 팜 사제님도 우리에게 잘해주고 있어. 하지만 하나 불만이 있다면.”

“불만?”

“그래 불만. 일반 사람들은 뭐 그리 힘이 약한지 물건들이 다 진흙 같아.”

아크는 내심 긴장하고 있다가 제온의 말에 웃는다.

“하하하, 그래, 너희들은 특별한 존재니까 일반 사람들이 공격하면 살살 봐주면서 때려야 한다. 그렇다고 맞기만 해서도 안 되고 언제나 씩씩하고 당당하게 알았지.”

“응, 형. 근데 형 곧 출정 나가?”

아크의 출정은 이미 카다른에 있는 모든 이는 아는 사실이었다.

“응, 그래 무슨 용건 있어?”

“이스에도 우리와 같은 아다파들이 있어 형이 좀 구해줘. 그들을 말이야.”

그렇다 이스에도 아직 엔키의 죽음을 모르는 아다파들이 좀 있을 것이다.

“그래 형이 꼭 너희 형제들을 구해올게.”

“고마워 형.”

“고맙습니다.”

제온과 다른 아다파들은 아크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아크는 기분 좋게 카다른의 궁전으로 돌아왔고 목욕 후 잠시 차를 마셨다.

똑똑똑.

“벨 님, 이그나이트 공작께서 벨 님을 만나기를 원합니다.”

시종이 말하고.

“어서 들어오시라고 하여라.”

아크는 그동안 제노를 잠깐잠깐 만났지만 긴 대화는 못 나누었다. 그동안 아크는 황룡의 기운을 자기 것으로 만들라고 수련과 갓 슬레이어를 만들고 업무를 보아서 시간이 없었고 제노 또한 재활을 끝마치고 수련에 들어가서 그러한 것이었다.

“형님......”

“아크......”

제노는 그동안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그러나 렌 사부가 아크의 예전 이야기와 함께 상담을 해주어서 어느 정도 나아졌지만 이보다 앞으로 전진하려면 지금 아크와 이야기해야 했다.

“앉으시지요. 차를 더 내오고 과자를 들이겠습니다.”

“괜찮다. 아크.”

자리에 앉는 제노 그리고 아크에게 말한다.

“미안하구나. 아크. 너의 여자이자 나의 일가인 유이를 못 지켜서.”

“아닙니다. 형님.”

아크는 여전히 유이라는 이름에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내가 좀 더 강했다면......”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이를 잘 보냈느냐.”

“네 테미스강으로 장례식을 치르며 잘 보냈습니다.”

“...... 그래 나도 몇 번 테미스강으로 갔지.”

“......”

“유이가 생전에 나에게 부탁한 말이 있다. 그게 설마 유언이 될 줄이야.”

“무슨 말입니까?”

“아크 너의 검이 되어 달라더구나. 그래서 이제 이 어정쩡한 관계는 그만 끝내고자 한다. 그리고 나의 각오도 새로이 세웠다.”

쓰윽.

제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크에게 기사의 예를 다하였다.

“형님......”

“너는 언젠가 왕이 될 자. 나는 너의 검이 되겠다. 이제부터는 군신의 예우로 대하겠다. 너의 수호자가 되마.”

아크는 제노의 진녹색 눈을 바라봤다. 제노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아크의 영혼에 남아있는 기운이 움직인다.

화치인 주작의 기운이었다. 아크는 제노의 가신의 예우에 주군의 예우로 대하였고.

그렇게 천왕인 아크를 수호하는 네 명의 수호자가 모두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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