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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112화 (112/172)

◈ 112화. 아아 이것은 ‘신성’이라는 것이다.

“잉? 은우씨가 왜 여기 있어요?”

“구…궁수씨죠! 살아있는 거 맞죠! 꿈 아니죠…!”

“네?”

“구…궁수씨이이이!”

은우는 동료를 만났다는 기쁜 마음에 벅차오르며 궁수를 끌어안았다.

“사람이야! 제대로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아흐흐흐흑!”

“어허이 남사스럽게 왜 이래.”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십니까! 무기도 겨우 훔치고! 거지같은 쇠사슬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쇠사슬에 무기? ㅗㅜㅑ]

[은우 쉑 궁수 없는 사이에 무슨 플레이를 한거냐고 ㅋㅋㅋㅋㅋㅋㅋ]

[아앗… 새로운 세상에 눈 떠버렸달까?]

ㄴ 빨리 눈감아 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심봉사 딱대 ㅋㅋㅋㅋㅋㅋㅋ

평소의 궁수라면 그대로 멱살을 잡고 바닥에 꽂아버렸겠지만, 지금 은우는 너무나도 서럽게 울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무슨 고난을 겪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은우의 꼴을 봤을 때 평범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잠시 안정이 된 후 궁수는 은우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여기 있어요?”

“네? 여기라뇨?”

“여기가 어딘지 몰라요?”

은우는 정말로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는 듯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은우가 알고 있는 것은 이곳이 정상적인 장소는 아니라는 것뿐이었다.

은우도 적당히 괴물들을 피하며 동굴 속으로 들어왔던 것뿐이라 별다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냥 괴물들을 피해서 들어오니까 여기던데요?”

“응? 그래요?”

“네, 숲 안쪽에 동굴이 하나 있더라구요.”

궁수는 시종일관 현 상황을 은우에게 설명했다. 현재 이곳이 어디인지부터 최종 목적까지 말이다.

방금 전까지 훌쩍이던 은우는 궁수의 말을 듣자마자 퍽 표정을 구겼다.

“섬이 아니었다니….”

“일단 빨리 움직이죠, 이러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잠깐만요!”

설명을 마친 궁수가 심장을 찾기 위해 출발하려 했으나 은우의 외침에 다시 발을 멈췄다.

“아 왜요.”

“그럼 이제 막 들어오신 거죠?”

“네, 그렇죠.”

은우는 잠시 고민하더니 궁수와 일행을 스윽 둘러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일단 신성 버프부터 받죠, 힐님 버프 좀 걸어주세요.”

“걸어주는 거야 어렵지 않다만, 갑자기?”

신성 버프는 그 효과가 미비하여 크게 사용하지 않는 스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신성 버프를 사용한다는 것은 하나였다.

“응? 언데드라도 나와요?”

“네, 그것도 바글바글하게 나옵니다.”

“허어….”

- 전에 삼켜진 땅의 주인이겠지.

“별게 다 나오네 정말.”

그 말을 들은 힐은 곧바로 신성 버프를 사용하였다. 궁수와 일행들의 몸 주변에 새하얀 막이 씌워졌다.

“흐음, 뭐 걸리는 게 조금 있지만 괜찮겠죠!”

“응? 뭔데요?”

은우는 마치 퀴즈를 내는 사회자처럼 궁수에게 물었다.

“언데드 타입이 제일 싫어하는 속성은 뭘까요?”

“응? 당연히 신성이죠?”

“그럼 본능밖에 남지 않은 놈들이 이 어두운 곳에서 신성력을 탐지한다면?”

“네? 어….”

쿠구구구구구

저장고 싶은 곳에서 무언가 어마어마한 수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최소 수천은 될법한 소리였다.

“야이 씨….”

“뭐요! 어차피 다 죽여야한다고요!”

“그럼 천천히 죽이면 되잖아!”

“거 당장에 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천천히가 어딨어요!”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그렇지 않아도 신성을 싫어하는 놈들이 주변에 신성의 기운이 감지된다?

적들이 몰려올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은우도 처음에는 잠시 고민했지만 테러범과 폭파광…이 아니라 궁수와 법사의 능력을 믿고 버프를 말한 것이다.

“더럽게도 많이 왔네!”

엄청난 수의 스켈레톤 때가 궁수와 일행을 향해 몰려왔다.

당장에 눈앞의 적만 하더라도 가볍게 천 마리는 넘어 보였다.

“쯧, 등급은요.”

“최소 B급입니다. 뼈가 단단하고 연계 공격이 제법 위협적이니 조심하죠.”

거기까지 말한 은우는 이미 몰려오는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체인 라이트닝!”

복잡한 마법을 캐스팅할 시간은 없었다. 질보다 양이라고 법사는 먼저 적들의 머리 위로 벼락을 떨어트렸다.

전류가 스켈레톤 사이에서 팡팡 튀며 제법 그 수를 줄여나갔다.

궁수 또한 화살에 불꽃을 모으며 적들을 쓸어버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시위를 놓으려던 그때 궁수의 시야에 익숙한 알림이 등장했다.

[스킬 - 속성화살에 새로운 속성이 추가됩니다.]

“응? 추가?”

스킬창을 킨 궁수는 후다닥 스킬 설명을 읽었다.

[신성] - 인간에게는 평범한 화살이지만 망자들에게는 더없이 흉악한 속성입니다.

[전기] - 다수의 적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속성입니다. 연쇄적으로 전기가 터지며 적들을 감전시킬 수 있습니다.

“오호!”

마침 타이밍 좋게 등장한 두 속성에 궁수는 불꽃을 거두고 신성을 불어넣었다.

화살촉에 어둠을 멸하는 거룩한 신성이 모이기 시작했다.

“되게 신기한 느낌이네.”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이 궁수를 감돌았다.

궁수는 자연스럽게 적들의 한복판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신성력은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으니 딱히 동료를 의식할 필요도 없었다.

쐐애애애애액!

아찔한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궁수의 신성화살은.

화아아아아아악!

“어…?”

적에게 적중함과 동시에 거대한 신성의 원기둥이 솟아났다.

[네?]

[할렐루야…?]

[아멘…?]

[이제 언데드 전용 테러 무기까지 개발한거야?]

ㄴ 테러는 종족을 가리지 않는다.

ㄴ 좀 가리고 살아.

[오늘부터 헬창 궁수교 가입합니다.]

ㄴ 차라리 궁수 사랑교 어떰.

ㄴ 에이 프로틴 사랑교 하자.

ㄴ 여기가 어딘교 ㄱ

ㄴ 이 새낀 또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는 물론이고 당장에 화살을 발사한 궁수도 어안이 벙벙했다.

신성 마법을 사용한 힐도 어이가 없어서 궁수를 바라보았다.

“천벌…?”

신성 최고위 마법인 천벌과 비견될 정도의 위력이었다.

심지어 저런 위력을 아군의 위치에 상관없이 난사할 있다니.

신성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순식간에 적의 절반을 넘게 학살한 궁수는 이가 드러나게 웃었다.

“히히.”

분명 스켈레톤들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들에게서 궁수를 향한 엄청난 공포가 느껴졌다.

꺾을 수 있는 신성이 아닌 감히 쳐다도 보기 힘들 수준의 압도적인 신성력 때문이었다.

궁수는 적들을 바라보며 화살에 시위를 걸었다. 또 다시 위로 새하얀 신성력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전장의 모든 시선이 궁수에게 집중되었다.

“죽어라, 해골 대머리들아!”

[이런 놈이 신성력을 쓰네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만큼 사탄도 없을텐데.]

[병신성력이면 인정함.]

[도대체 어떤 신이 준거냐?]

ㄴ 병신.

ㄴ 응? 왜?

ㄴ 시청자가 줬네 ㅋㅋㅋㅋㅋㅋㅋ

ㄴ 21만 병신 양성소 ㅋㅋㅋㅋㅋㅋㅋㅋ

화살이.

신성력이.

정확히는 신성력을 가득 머금은 폭탄이 또다시 적들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이를 바라본 스켈레톤은.

덜그락.

뼈를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궁수의 신성력에 의해 정화당하고 말았다.

“크하하하하하!”

거의 이천 마리에 가까운 적들이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남은 적은 기껏해야 50마리 정도.

지휘관급인 녀석도 있는지 놈은 말에 타고 궁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적의 불은 안광이 번뜩였다.

“뭘 꼬라봐?”

노려보기도 잠시 놈은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깨달았는지 결국 해골 말을 돌렸다.

키~키키키킹!

따그닥! 따그닥!

궁수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적은 부지런히 발을 옮겼다.

그러나 헌터들은 도망가는 적들을 잡지 않았다.

‘따라가서 본진까지 터트린다.’

오히려 모두 일망타진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놈은 헌터들이 느려 쫓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다.

“자 나머지 정리하러 가죠.”

“흠 아마 저 놈들 본진에 심장이 있겠지?”

“그렇지 않을까요?”

기척을 지운 헌터들은 은밀하게 적의 뒤를 밟았다.

다행히도 놈은 말발굽 소리에 귀가 막혀 궁수 일행이 따라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놈들의 본진은 그닥 멀지 않았다.

물론 말로 달렸을 때를 상정했을 때지만 30분쯤 달리자 도착할 수 있었다.

“허어? 성?”

그곳에는 멋들어진 칠흑의 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성벽의 문이 열리며 놈은 서둘러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 바깥에서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궁수는 다시 활대에 시위를 걸었다.

성벽에서는 스켈레톤 창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평범한 헌터라면 은밀하게 잠입하여 적들을 습격한다는 선택지를 고를 것이다.

그러나 궁수와 일행은 그 생각 자체가 달랐다.

‘내가 왜 적 홈그라운드에 들어가 줘야 해?’

다른 헌터들이야 화력이 부족해서 들어간다 하지만 궁수와 일행은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적들의 수가 많으면 때 죽음이요, 본진이 나온다면 폭파시킬 뿐이다.

굳게 잠긴 성문은 열릴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헌터들은 급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법사야 문.”

“하고있다!”

이미 궁수가 말하기 전부터 법사는 손에 새하얀 빛을 응축시키고 있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한 구가 법사의 손 위에 만들어졌다.

키, 키케케케케케!

얼마나 그 빛이 밝은지 적들도 곧바로 눈치를 챘다. 하지만 이미 법사의 마법은 캐스팅이 끝난 상태였다.

“문! 연다!”

법사의 손에서 적들을 가르는 빔이 나오기 시작했다.

법사는 눈 하나도 깜빡하지 않고 그대로 성문에 거대한 구멍을 뚫어버렸다.

콰아아아앙!

“캬하! 시원시원한게 좋군!”

“그래~ 우리가 리모델링도 해주는거지~”

“어…. 네….”

[선생님 저희는 이걸 ‘파괴’라고 부르는데요.]

[리모델링이 아니라 무슨 철거인데 ㅋㅋㅋㅋ]

[맘에 안 드니까 일단 부술게요!]

ㄴ 우리집을 왜 니들 맘대로 부수냐고 ㅋㅋㅋ

ㄴ 너네집이나까 부수지 ㅋㅋㅋㅋㅋㅋㅋㅋ

ㄴ ??? : 집이 무너졌다해서 갔는데 우리집인 거에요! 눈물이 났죠.

아직도 파티에 적응을 못한 승윤이 어색하게 대답했다.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궁수의 차례였다.

‘신성에 익스플로전을 섞는다면?’

이전 바람도 터트려본 전적이 있는 궁수다. 궁수는 곧바로 신성에 익스플로전을 불어넣었다.

“살짝 모자라….”

성의 크기가 제법 거대했기 때문에 궁수 또한 상당한 양의 마력을 써야만 했다.

익스플로전과 신성에 마력을 고루 사용하면서 조화를 찾아야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신성력이 얼마나 모였는지 궁수의 화살에서 나온 빛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마치 어둠컴컴한 저장고에 해가 뜬 게 아닌가 할 정도였다.

“성채로 죽어라!”

- 성은 안 죽는다만?

“시끄러!”

찬란하게 빛나는 화살이 궁수의 화살을 떠나갔다.

폭풍전야라고 하던가.

폭발 전의 고요함.

전장에 잠시 고요가 흘렀다. 일직선을 뻗으며 날아간 궁수의 화살이 성문을 지나 정확히 성 정 중앙에 꽂혔다.

그리고는.

삐이이이이이.

“어?”

순간 귀가 멍해질 정도의 폭발이 일어났다.

진홍색 화염이 나부끼는 섬뜩한 불꽃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새하얀 신성이 성을 집어삼켰다. 셈의 머리처럼 아름다운 반구가 성을 통째로 집어삼킨 것이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며 궁수는 이렇게 말했다.

“헌터를 은퇴하면 리모델링 사업을 해볼까 해.”

차후 궁수의 업적에 철거왕이 추가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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