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상혁이와 수연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언제부터인가 주변의 시선이 그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하기야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옆에서 '검은 긴생머리 미소녀를 찾아라!'같은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아무리 참가를 하지 않은 듯 하지만 '검은 긴생머리 미소녀'의 화신같은 소녀가 옆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그림으로 그린 것같은 앞머리가 일자에 곧게 뻗은 검은 머리칼이나, 흰색컬러의 원피스, 그 아래에 쭉 뻗은 검은 스타킹은 매니악할 정도로 잘어울렸다.
그런 상태에서 머리에 쿠로네코의 머리띠를 사용한다던지, 각종 긴 생머리 미소녀들의 용품을 사용하니 싱크로가 더더욱 배가 되었다.
" 저기 말이야. 근데 좀 시선이 쏠리지 않냐?"
아무래도 상혁이조차 그 사실을 알았는지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감상하는 수연이에게 물었다. 어디서 났는지 알없는 안경을 쓰고 거울을 보던 수연은 흘깃 뒤로 시선을 준뒤 가볍게 답했다.
" 알고 있어."
이정도로 시선이 쏠리는 모를리가 없다. 하지만 이정도 시선이야 수연이에겐 익숙한데다가 자신을 향해 넋을 놓고 보는 시선이나 동경, 그러한 시선을 상당히 즐기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물론 성적으로 보는 것은 누구나 그렇듯 선호하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남들에게 보이는 것은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 너는 어떻게 생각해?"
쓰고 있던 안경을 옆에 놓으며 수연이가 작게 물어왔다. 가뜩이나 이쪽에 꽂히는 여러 시선에 정신이 없는 상혁으로선 그 말에 특별한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고 간단히 대답했다.
" 예쁜 것은 확실하겠지."
그래. 예쁜 것은 확실하다. 그 속내는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올만큼 독살스런 말투에, 과거가 어두운, 뭔가 외로운 소녀지만 말이다. 처음에 보았던 수연이는 상혁으로서 완전 무결하고 약점이라곤 없는 그런 소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친구가되어 옆에서 지켜보니 처음에 그런 첫인상은 '잘못'보았다고 깨달았다.
집안의 문제로 말도 안되는 선택을 하고 있었던 그녀의 모습. 분명 외로움을 느끼고 있지만 티를 내지 않는 그런 수연이의 모습. 남자에게 이상할정도로 털털할때도 있고, 부끄러워 할때도 있다. 여러가지로 상혁이에게 수연은 '특이한 녀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예쁜 것'은 확실한 것이다.
" 뭔가 미묘한 대답인걸?"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답이었던 듯 수연은 눈을 흘키며 말했지만 상혁은 어깨를 으쓱 거릴 뿐이었다. 일일이 말하기엔 주변에 사람도 많고, 윤아와 곱슬이가 슬슬 이곳으로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잖아. 우선 뭐좀 먹고 다니지 않을래? 점심도 못먹어서 배고파!"
아침에 있었던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 아키아바라에 온 탓에 점심은 아직이었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곱슬이로선 배가 고픈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징징거리며 상혁이의 팔에 매달렸다. 그런 곱슬이의 행동을 옆으로 잡아뜯은(이런 것을 보면 윤아도 은근히 힘이 쌔다) 윤아는 빙긋 웃으며 이야기했다.
" 그럼 우리 아까전에 봐둔 곳으로 가자. 상혁아, 저기 어때?"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수연은 그런 윤아의 모습을 보며 최근 자주 보지 못했던 유아의 질투에 혀를 내둘렀다. 곱슬이와 친해지긴 했어도 아직 그러한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것인가.
다만 상혁이가 그런 윤아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게 문제지만."
" 윽, 뭐야 눈빛이 무서운데... 그, 그래 확실히 밥은 먹어야 되니까- 라니. 저기로 갈거야?"
의아한 얼굴로 반문하는 상혁. 뭔가 싶어 수연이도 윤아가 가리킨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아까전 곱슬이와 윤아가 '메이드가 가는 카페인가?'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음식점이 있었다. 메이드 카페라기보단 메이드 음식점이라고 해야하나. 딱보기에도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메이드복을 입은 메이드 두명정도가 가게입구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호오. 그러고보니 예전에 왔을 때도 저런 곳만큼은 눈치가 보여서 못갔었지.'
뭔가 다양한 굿즈와 상품을 들고 있던 탓도 있었지만 차마 저런 곳까지 들어갈 용기는 없었던 '전생의 명환'을 떠올린 수연은 저런 곳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전에야 여자들이 많아 들어가는 것도 부끄러웠지만 지금이야 저 메이드들보다 자신이 월등히 예쁘지 않은가.
" 마음에 드는걸. 가는게 어때?"
" 야, 마음에 들다니-! 하아, 그래 곱슬이와 윤아도 다른 곳을 하나하나 찾아볼 생각은 없는 것같고 신기하기도 하니 저기에나 가볼까."
상혁이는 오히려 가는 것이 부담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오타쿠인데다가 저곳이 어떤 가게인지 잘알고 있다보니 윤아나 곱슬이가 실망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 그런데 저기에가면 정말 메이드씨들이 잔뜩있는건가?"
" 수연이가 하던 미연시보면 그렇던데..."
이 두 여자아이들도 이미 주변에서 본게 많아서 그다지 상관하지 않을 것같았지만 말이다. 사실 저런 메이드 카페같은 것보다 수연이와 같은 성인게임을 하는 초 미소녀 오타쿠쪽이 훨씬 희귀한 것이 사실이다.
일행이 입구쪽으로 걸어가자 한창 호객을 하고 있던 메이드 두명이 우리를 발견하곤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다가 살짝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 곳이 보통 메이드 카페를 찾는 멤버들과는 조금 이질적이었기 때문이다.
여자들끼리 오는게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의 숫자가 세명에 그중에 남자가 한명 껴있다. 그리고 여자쪽이 눈에 띌정도로 예쁜 여자아이들이라면 남은 한명의 남자가 무엇인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 어서오세요. 네 분이신가요?」
그래도 곧바로 귀엽게 웃으며 이야기해오는 메이드. 얼굴은 그렇게까지 귀여운 것은 아니어도 옷이 무척이나 귀여운터라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 멀리서 보고 나름 예쁘네~라고 생각을 하고 있던 수연이도 메이드복을 가까이서 보자 '음, 하나 살까?'라고 생각하며 메이드복을 입은 자신을 떠올릴 정도였다.
「 네, 네명이 같이 앉을만한 자리가 있을까요?」
수연이가 유창한 일본말로 대답하자 '여기서 돌아다니던 한국인 아이들이 입던 교복인데-'라고 생각하던 메이드는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들어가시면 안내해 주실거에요.」
아, 그렇구나. 사실 이런 가게에 온 것은 처음이니 다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호객하는 메이드 두명을 지나쳐 건물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메이드 카페가 아니라 엘리베이터와 자세한 설명을 한 이런저런 글이 쓰여붙어있다.
수연은 그것을 어디선가 본듯 유심깊게 바라보다가 이내 아, 하고 작게 이야기했다.
" 여기가 얏토호무- 카페인가 하는 메이드 홈카페구나?"
인터넷으로 우연히 아키하바라의 메이드 카페를 검색하다가 알았던 곳이다. 그때는 그냥 꽤 신기한 곳이려니~하고 넘겼는데 직접와보니 상당히 시설이 좋았다.
설명을 보니 4,6,7층은 일반적인 메이드 카페인듯하고 5층은 유카타 복장의 메이드 카페인 모양이었다. 유카타 복장도 나름 궁금했지만 우선 기본적인 메이드 카페로 가기로 마음먹고 주변에게 설명해주었다.
" 에. 그럼 가게가 4층이나 구성되어 있는거야? 생각보다 훨씬 좋네."
" 인기 있는 가게라 그런가? 무지 비싼거 아냐?"
확실히 돈 걱정을 할만큼 시설이 좋아보였다. 하지만 여기까지 들어왔는데 그냥 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차하면 상혁이가 있지 않은가. 놀이공원에서 수연이게 진 빛도 있었기 때문에 상혁은 여기서만큼은 쿨한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 걱정마. 여기서 비싸다 싶으면 내가 낼테니까."
" 헤에, 왠일이야. 유상혁?"
윤아가 상혁이의 옆구리를 쿡쿡찌르며 놀렸지만 상혁은 내심 당당한 얼굴로 수연이를 바라볼 뿐이다. 놀이공원에서 돈을 꿨던 것은 오늘 갚겠다는 이야기인가. 뭐 나쁘지는 않네. 수연은 확실히 자신의 지갑사정을 돌이켜보면 먹을 것에 투자할 돈이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우선은 '본점(?)'이라고 할 수 있는 4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하니 다시 귀여운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쭈뼛쭈뼛 어떻게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 사이 수연이 한걸음 옮겨 가벼운 손놀림으로 문을 열었다.
「엣-,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문이 열리자 수연이가 생각했던 (애니나 그런 곳에서 보듯이 여러명의 메이드 카페 점원이 인사하는 장면) 것은 아니었지만 근처에 서있던 메이드 한분이 인사를 하며 안내해주었다. 일본말을 잘 알지 못하는 윤아와 곱슬이로선 그저 깜짝놀라며 정신없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지만 수연은 안내하는 메이드 아가씨의 뒤를 따라가며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귀택료'라는 이름으로 돈을 걷어간 메이드 아가씨는 일행들을 작은 룸같은 곳에 자리를 잡아주고는 사라졌는데, 생각보다 메이드 카페에는 남녀 커플도 많이 있었고 그리 오타쿠적인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그냥 해외여행을 하면 한번 들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라고 생각하며 전에도 쫄지말고 와볼걸. 하고 수연이 생각할 정도였다.
============================ 작품 후기 ============================
더쓰고 싶지만 으윽 몸상태가. 항암제가 좀 쌘게 들어오다보니 제대로 쓸수가 없군요.
메이드 카페편 끝나고 이제 명환과 만날 타이밍이 다가오는데 말이죠. 메이드편 넘어가면 이제 명환이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이제 수연이 슈퍼멘붕타임이 다가옵니다.
(본래는 명환이가 멘붕해야되지만)그럼 오늘은 여기까지구요. 몸상태가 나아지면 다시 올리도록 할게요. 내일부터 이제 조혈모세포 이식입니다. 숙주반응때문에 걱정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