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77화 (177/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77 >

첼시의 선수단.

특히나 그중에서 수비진은 오늘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를 앞두고 평소보다 더 많이 긴장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망할 크레이지 김치팍을 상대하라고?’

‘울브스에서도 괴물이었는데……. 레알 마드리드에 녹아든 뻐킹 크레이지 김치팍은 더 무섭겠지.’

‘어떻게든 막는다. 거칠게 해서라도!’

필드에 나온 그들의 눈은 계속해서 박규태에게 향했다.

유일하게 박규태의 무서움을 모르는 부카신 펀누즈랙은 헤라르트 하위스만과 밀란 슈크리니아르가 왜 저렇게 긴장을 하며 경기를 준비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얼마나 잘하기에 김치팍……. 김치팍을 입에 달고 사는지 모르겠네. 축구는 팀 스포츠 아니었어?”

“너! 레알 마드리드에 있을 때 팍을 상대해 본 적이 없는 거야? 예전에 울브스랑 레알 마드리드랑 조별예선에서 붙은 거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부상으로 2개월이나 날렸었으니까.”

“그래? 그러면 이번에 느끼겠네.”

도대체 뭘 느낀다는 거야?“

“뻐킹 크레이지 김치팍의 공포를 말이야.”

부카신 펀누즈랙은 헤라르트 하위스만의 말에 ‘도대체 김치팍이 어떻길래?’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곧이어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첼시의 수비진은 박규태는 물론이고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을 경계했다.

하지만 박규태는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조금은 소극적으로 움직이며 연계에 집중했다.

부카신은 전반전 10분이 지나는 시간 동안에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박규태를 보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확히는 젊은 선수의 ‘패기’였다.

“역시…… 빈 수레가 요란하다니까?”

“언제 폭발할지 모르니까. 집중해!”

헤라르트 하위스만의 말에도 부카신 펀누즈랙은 자신감이 넘치는 눈빛으로 박규태를 바라봤다.

‘그래……. 차라리 흔들리는 거보다 저렇게 배짱이라도 부리는 게 나은 거지. 난 모르겠다.’

헤라르트 하위스만은 부카신의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상대도 안 해보고 겁먹는 것보다 저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게 훨씬 낫다고는 보지만, 박규태는 젊은 선수가 우습게 볼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때였다.

4-4-2 포메이션으로 천천히 간을 보던 레알 마드리드가 탐색전은 끝났다는 듯이 라두 웅구레아누의 위치를 위로 올리며 비대칭 4-3-3으로 포메이션을 변환했다.

동시에 첼시는 레알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3명의 공격수에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위칭! 팍이 측면으로 이동했어!”

“자시 중앙으로 들어온다!”

“막아! 라인을 유지해!”

“니콜라스 브라보를 막아! 뒤로 돈다!”

스위칭을 시도하는 레알 마드리드.

틈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한 상대 공격진의 움직임에 첼시의 수비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나 자신감을 드러내던 부카신은 폭발적인 박규태의 돌파에 크게 혼이 나고 있었다.

“큭!”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가능할까.

이해할 수 없었다.

188㎝의 건장한 신체에 단단한 근육까지 붙었으면서 유연하고 발도 빠른 편이다.

문제는 저러면 기술적인 부분에서 뭔가 부족할 만도 한데 박규태는 그런 것도 없었다.

돈-치미! 돈-치미!

박규태가 공을 몰고 달리자 레알 마드리드의 홈팬들이 ‘동치미’를 외치며 환호했다.

부카신 펀누즈랙은 관중들이 외치는 ‘돈-치미!’가 ‘돈-터치미!’로 들렸다.

덕분에 이를 꽉 물었다.

‘건들지 말라고?’

그렇게 놔둘 수 없었다.

그가 거칠게 발을 내밀었다.

툭! 툭!

단 두 번의 터치로 부카신의 태클을 피한 박규태가 그대로 첼시의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적당한 위치에서 슈팅 기회가 오자 반 박자 빠른 타이밍에 자신의 오른발을 휘둘렀다.

뻐어엉!

-알로이스 베리!! 멋진 선방입니다!

-박규태 선수가 아쉬워하네요.

-순간적으로 부카신 펀누즈랙이 뚫리면서 그대로 실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역시 첼시의 수호신인 알로이스 베리는 다릅니다!

예전에 울브스를 상대로 실책을 범하며 자살골을 넣었던 알로이스 베리가 멋진 선방을 하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방금의 선방은 1골을 넣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활약이었다.

“부카신! 집중해!”

실점의 빌미가 될뻔한 부카신 펀누즈랙은 잔디즙이 묻은 유니폼을 손으로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길……. 저게 김치팍이라고?’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갔다.

어째서 첼시의 수비진이 박규태를 그렇게 경계하며 긴장했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저 정도는 다른 월드클래스 공격수들도 다 보여준 모습이야. 조금만 적응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어!’

다시금 공을 끌고 자신의 앞으로 온 박규태를 보며 부카신이 이번에는 침착하게 접근했다.

‘이번에는 안 놓친다!’

박규태가 공을 잡고 부카신과 대치하는 사이에 첼시의 미드필더진들이 빠르게 백업에 나섰다.

상대가 강팀이기에 필요하면 공격수들까지 깊게 내려와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막을 생각이었다.

박규태는 천천히 더 깊게 공을 차고 움직였다. 그제야 거리를 벌린 부카신이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가 강한 압박을 했음에도 박규태는 끄떡없었다. 부카신은 공에 접근도 할 수 없었다.

‘큭! 무슨 몸이 이렇게 단단하지? 거기다 벨런스가 좋아서 내가 밀어붙여도 공을 빼낼 수 없어!’

피지컬은 물론이고 기술에서도 밀리는 것이 느껴지자 부카신의 근처에 있던 보니크 실바가 수비를 도와주기 위해서 박규태의 뒤에서 접근했다.

하지만 박규태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가볍게 부카신을 밀어내고 빠르게 높은 크로스를 올렸다.

중앙에 파고든 니콜라스 브라보의 앞에 정확히 떨어지는 완벽한 크로스였다.

‘이야……. 오늘 되는 날이네!’

박규태가 씩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크로스를 올렸음에도 스스로 놀라면서 절로 감탄했다.

“크크……. 이게 김치뽕이 잔뜩 들어간 크로스다.”

부카신의 수비를 돕기 위해서 뒤에 붙었던 보니크 실바는 박규태의 혼잣말에 묘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다시금 자신이 있던 위치로 돌아갔다.

-박규태 선수의 크로스으으으으!

-아! 아깝습니다! 니콜라스 브라보! 분명히 넣을 좋은 기회였는데요!

-하지만 좋은 움직임이었습니다.

-네, 점점 첼시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슈팅의 숫자도 이제 두 배까지 차이가 나기 시작합니다.

니콜라스 브라보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도 알고 있었다.

완벽한 기회를 하나 날려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후……. 이걸 놓치다니! 내가 너무 조급했나? 도대체 뭐가 문제지? 진짜 내 성격이 문제인가? 사이먼도 저번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는데……! 제기랄!”

“성격이 문제인 것 같네.”

“그렇지?”

“넌 너무 조급하면서도 신중해.”

어느새 다가온 박규태의 말에 니콜라스 브라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조금만 더 침착하게 마무리해봐. 그렇게 좋은 발기술을 가졌으면서 왜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하는 거야?”

“모르겠어.”

“거기다 성격은 조급하면서 결정은 되게 신중하게 하잖아. 그러면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지.”

니콜라스 브라보는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박규태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침착함이 많이 부족했다.

“끄응! 모르겠네.”

“그렇다면 골을 넣기 전에 미리 결정을 해봐.”

“골을 넣기 전에 미리 결정하라고?”

“아니면 내가 ‘김치!’를 외치면 오른쪽으로 차고, ‘주-모!’를 외치면 왼쪽으로 차던가.”

“음…….”

“니콜라스! 넌 1대1 상황이 되면 자주 시야가 좁아져. 그래도 주변에서 우리 팀이 외치는 소리에 반응은 하는데……. 시야가 좁으니까 패스가 부정확해져.”

“그래도 중거리 슈팅이나 공중볼 경쟁에서는 골도 자주 넣고 나쁘지 않았는데…….”

“하지만 매 시즌 10골 이상은 넣지만, 20골 이상을 넣어본 적이 없지. 그건 마무리를 확실하게 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어서 그런 거야. 네가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면 매 시즌 20골 이상의 골을 넣는 공격수가 되었겠지.”

“어떻게 고칠 방법이 없을까?”

“일단은 1대1 상황에서 슈팅하기 전에 내가 외치는 암호에 맞춰서 방향을 정해봐.”

“음……. 그래 볼까? 왼쪽이 킴치?”

“오른쪽이 김치, 왼쪽이 주모!”

“알겠어.”

니콜라스 브라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 그에게 기회는 금방 다가왔다.

첼시가 모처럼 얻은 기회를 놓치는 순간 레알 마드리드의 매서운 역습이 시작되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

-미하엘 슐츠 골키퍼가 길게 찬 공이 전방에 있는 라두 웅구레아누 선수의 발에 걸칩니다!

-빠릅니다! 빨라요! 바로 측면으로 공을 돌리고 전방으로 뛰어들어가는 라두 웅구레아누!

-박규태 선수에게 연결이 된 공!

-빠르게 공을 가지고 치고 올라갑니다!

-오늘 경기의 플레이 메이커는 박규태 선수인 것 같습니다! 9번이 아닌 전형적인 10번처럼 움직입니다!

-자주 왼쪽 측면에서 첼시의 부카신 펀누즈랙 선수를 흔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레알 마드리드가 측면에서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라두 웅구레아누가 원래 있어야 할 위치에 자주 자리를 잡는 박규태가 날카로운 패스를 중앙으로 찔렀다.

박규태의 넓은 시야는 좋은 기회를 찾아서 첼시의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니콜라스 브라보의 위치를 순식간에 파악했다.

‘대단하네……. 마무리는 좀 아쉽지만……. 뒷공간으로 파고 들어가는 움직임은 인간을 초월한 것 같아.’

다시금 공을 잡아낸 니콜라스 브라보.

그가 자신의 앞으로 달려 나오는 골키퍼를 보자 다시금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처리하지?’

하지만 아까와 다르게 그의 귓가에 박규태랑 정했던 암호가 들려왔다.

“김-치이이이이이!”

니콜라스 브라보는 박규태의 외침을 듣고서 골키퍼의 오른쪽으로 급히 슈팅을 시도했다.

뻐어엉!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던 첼시의 알로이스 베리 골키퍼가 니콜라스 브라보의 슈팅에 급히 손을 뻗었다.

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철썩!

공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

니콜라스 브라보의 시야가 다시 넓어졌다.

그는 골대에 들어간 공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관중석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흥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른쪽 킴-치! 왼쪽 주-모우! 오른쪽 킴-치! 왼쪽 주-모우! 오른쪽 킴-치! 왼쪽 주-모우! 오른쪽 킴-치! 왼쪽 주-모우!”

폭주 기관차처럼 달린 그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찾은 홈팬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오른쪽은 킴-치야아아아아아! 킴치!”

와아아아아!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말이 맞아!

니콜라스!! 니콜라스!

맞아! 오른쪽이 킴-치야!

오른쪽은 킴치고 왼쪽은 주-모야!

관중들이 같이 환호했다.

하지만 니콜라스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왼쪽은 주-모우우우우우! 이거야! 이거라고오오오오! 왼쪽은 주-모였어! 주-모우우우우우!”

그러는 사이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골을 넣은 니콜라스 브라보를 축하하기 위해서 달려왔다.

경기를 인터넷 중계로 보던 한국 네티즌들도 니콜라스 브라보가 외치는 말에 반응했다.

[레알 마드리드 1 vs 0 첼시 FC]

-오른쪽이 왜 김치임?

-왼쪽이 주모라서 오른쪽이 김치임.

-그러면 왜 왼쪽은 주모야?

-오른쪽이 김치라서 왼쪽이 주모임.

-미친 새끼들…….

-오이오이! 오이김치! 믿고 있었다구우!

-근데 왜 이렇게 뽕이 안 차지?

-이미 김치뽕과 국뽕에 심하게 절인 상태라서 저런 뽕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음.

-이제 저걸로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었음.

-아아……. 국뽕과 김치뽕이 부족해!

-김치팍이 한국과 스페인에 국뽕을 뿌렸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78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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