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76화 (176/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76 >

기세를 탄 레알 마드르드.

세비야까지 잡아내면서 리그 5연승을 기록했다. 당연히 프리메라리가의 변화를 감지한 스페인 언론과 세계 여러 언론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나 선수단의 분위기 변화에 집중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어떻게 변화했나?]

[돈-치미라는 마법의 주문 덕분? 아니, 레알 마드리드의 완성된 팀워크가 승리를 이끌어!]

[압도적인 경기력! 리그 5경기 8골의 활약! 박규태는 스페인에서도 김치팍이었다!]

몇몇 언론은 박규태가 홀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을 이끌고 있다며 꼬집었지만, 6라운드 경기에서 데포르티보 알라베스를 상대로 박규태 없이 레알 마드리드가 4-0 승리를 거두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첼시에서 멀티 골을 넣어본 적도 없는 사이먼 셔틀워스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승리를 견인했다.

그는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흥분한 목소리로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는데, 유일하게 한국인만이 사이먼 셔틀워스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팩-킴치! 팩! 킴-치!”

-저거 백김치 말하는 거지?

-그런 듯……. 근데 저번에는 동치미에 이번에는 백김치라니……. 고춧가루 팍팍 들어간 김치를 가장 좋아하던 박규태의 취향이 바뀐 건가?

-하얀 유니폼에 어울리는 백김치! 위대한 김치팍은 매운 것을 좋아하는 신도는 물론이고 싫어하는 신도까지 수용할 수 있는 동치미와 백김치를 레알 마드리드에 전파했다.

-김치규태교는 이러다가 진짜 종교처럼 되는 건 아니겠지? 요즘 저런 댓글 보면 소름까지 돋는다.

-‘무안단물’급의 개그요소가 이제는 진짜 사이비 종교처럼 느껴져서 나도 좀 무섭다.

아무튼, 몇몇 반응을 제외하면 대체로 레알 마드리드와 박규태에게 향하는 언론과 축구팬들의 시선은 나쁘지 않았다.

알라베스까지 잡아내면서 리그 6연승은 물론이고, 챔피언스리그까지 생각하면 7연승을 이어나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몇몇 팬들은 레알 마드리드의 연승이 이번에는 깨질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10월 3일, 챔피언스리그 A조 2차전, 레알 마드리드 vs 첼시!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첼시로 이적한 부카신 펀누즈랙 vs 첼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사이먼 셔틀워스의 대결!]

[새로운 첼시의 사령탑인 이반 다르더이 감독의 자신감 ‘울브스’의 팍과 ‘레알 마드리드’의 팍은 전혀 다르다!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난 시즌에 샬케04에서 더블을 기록한 명장의 자부심! 과연 레알 마드리드의 질주를 막을 수 있을까?]

[7연승의 레알 마드리드 vs 9경기 무패 첼시! 각 리그 1위 팀의 대결에 축구팬들은 환호!]

상대는 챔피언스리그 A조의 강팀으로 분류된 첼시였다.

첼시는 샬케04에서 리그컵 우승과 분데스리가 우승을 기록한 이반 다르더이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고, 다른 시즌과 다르게 많은 금액을 투자해서 좋은 선수들을 데려왔다.

덕분에 이번 시즌에 무패로 시즌 초를 보내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의 기세는 좋았다. 다만, 첼시와 이반 다르더이 감독에게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응, 박규태만 만나면 피똥 싸는 팀ㅋㅋㅋ

-진짜……. 울브스 시절의 박규태한테 몇 골을 내준 거냐? 첼시는 물론이고 샬케04도 챔피언스리그에서 박규태랑 울브스한테 진짜 미친 듯이 두들겨 맞았잖아!

-이반 다르더이 감독도 샬케04에서 박규태랑 울브스 상대로 참교육을 당했자넠ㅋㅋ

바로 박규태와 울브스였다.

그나마 울브스는 상대할 만했다.

공격의 중심인 박규태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고, 전술을 책임지던 마이크 타이슨 감독까지 미국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부임을 하기 위해서 울브스를 떠났다.

덕분에 이번 시즌의 울브스는 초반부터 두 사람의 빈자리를 확실히 느끼며 리그 7위에 머물러있었다.

경기력도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박규태는 달랐다.

울브스보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레알 마드리드에서 박규태는 울브스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하고 있었다.

덕분에 느긋한 레알 마드리드와 다르게 첼시는 인터뷰부터 잔뜩 날이 서 있었다.

-리그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레알 마드리드 원정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우리 선수단의 재능은 그 어떤 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충분히 이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몇몇 언론에서는 첼시와 당신의 공통점이 ‘울브스와 팍에 약하다.’라고 하는 데 동의하는가?

“고작 챔피언스리그에서 한두 번 만나서 진 것으로 그런 평가를 받기에는 근거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헤라르트 하위스만의 최근 경기력이 썩 좋지 않은데……. 그가 팍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

“헤라르트는 뛰어난 수비수입니다. 최소한의 실점으로 팍은 물론이고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막아줄 겁니다.”

-최근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동치미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런 질문을 할 생각이면 인터뷰장에서 나갔으면 좋겠다. 나는 다음 경기와 관련된 질문만 받을 생각이다.”

-팍은 당신과 첼시를 상대로 좋은 기억이 있어서 기대된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 발언을 후회하게 해주겠다.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다. 질문의 수준이 떨어져서 더는 못하겠다. 나는 축구를 이야기하러 왔지. ‘상대방 선수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아느냐?’는 질문을 대답하러 온 것이 아니다.”

몇몇 기자들의 이상한 질문과 도발적인 질문에 이반 다르더이 감독이 인터뷰장을 박차고 나섰다.

그리고 잉글랜드의 황색언론을 좋다고 그 장면과 함께 다양한 루머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루머가 변질이 되어서 한국에 퍼졌다.

[이반 다르더이 감독, ‘김치는 수준 낮은 음식이다.’]

박규태는 인터뷰의 원본을 동영상으로 봤기에 한국에 퍼진 기사가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대단해……. 진짜 기자들이 대단해!”

그리고 몇몇 기자들의 수준에 감탄했다.

다음날 훈련장에 도착한 박규태는 주차장 근처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몇몇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수 있었다.

“박규태 선수! 박규태 선수! 첼시의 이반 다르더이 감독이 ‘김치는 수준이 낮은 음식이다. 축구 선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새롭게 추가된 루머에 박규태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 질문을 무시하지 않았다.

국뽕력을 상승시킬 좋은 질문이었으니까.

‘원래 인생이란 팩트가 아닌 선동과 날조로 승부를 보는 것이지. 지금처럼 말이야.’

그가 환하게 웃으며 그 질문에 대답했다.

국뽕을 가득 담아서.

“김치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한국 김치의 힘이 어떤지 첼시와 이반 다르더이 감독에게 보여주겠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팬들에게 국뽕을 주기도 좋고, 첼시를 흔들기에 딱 좋은 루머라고 생각한 박규태가 기자들이 만든 선동과 날조에 작은 조약돌을 던지며 그 파장을 키웠다.

인터넷이 얼마나 빠른지 몰라도 박규태의 짧은 말이 나온 지 4시간 만에 그의 발언이 한국에 퍼졌다.

그리고 다음 날에 스페인으로 비행기를 타고 온 첼시의 선수단과 이반 다르더이 감독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그가 독일어로 욕설을 내뱉었다.

“Verdammt!(빌어먹을!)”

* * *

루머는 더욱 커졌다.

사실 서로가 루머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를 흔들기 위해서 루머를 키웠고, 그것은 ‘진실’이라는 작은 정보를 먹으며 더욱 거대해졌다.

덕분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은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돈-치미를 우습게 보다니!”

“첼시 녀석들에게 지옥을 보여줄 거야.”

“우리 유니폼에 어울리는 하얀 팩-킴치도 모욕했어. 멍청한 파란 고릴라들!”

“가서 진짜 돈-치미가 뭔지 보여주자! 팍과 킴치를 우습게 본 첼시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

박규태는 생각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자신의 축구와 삶이 이렇게 선동과 날조 속에서 김치 범벅이 되었는가.

‘그냥 처음부터 VTS처럼 카리스마 있고 실력만 좋으면 그만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알 수 없는 후회가 그의 심장을 찔렀다.

박규태는 회귀 전에 레알 마드리드는 물론이고 다양한 팀에서 활약한 축구 선수들이 ‘돈-치미!’와 ‘팩-킴치!’를 외치는 것을 눈에 담으며 작은 미안함이 생겼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일 뿐이었다.

-띠링!

[두 유 노 랭킹의 상승에 좋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알림음과 함께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본 박규태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

그러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같이 그의 말에 호응하며 같이 소리를 내질렀다.

“주-모오오오!”

“돈-치미! 돈-치미!”

“그란 킴치! 그란 킴치!(위대한 김치! 위대한 김치!)”

아까 느꼈던 미안함은 사라졌다.

박규태는 뻔뻔한 얼굴로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에 김치와 국뽕을 전파하며 다시금 자신의 목표를 기억했다.

‘진짜……. 어떻게든 살아서 100세까지 장수한다. 그리고 축구를 하면서 번 돈으로 떵떵거리면서 살 거야! 난 단명하지 않는다! 김치와 국뽕을 팔아서 꼭 살아남을 거다!’

그러고는 더욱 크게 소리쳤다.

“결코, 다시 김치! 결코, 다시 김치!”

“김치팍이 전쟁을 원한다!”

“위대한 김치의 성전이다! 우매한 이단들아!”

“돈-치미!! 돈-치미!”

그럴수록 레알 마드리드의 라커룸은 더욱 혼돈과 알 수 없는 광기에 휩싸였다.

* * *

첼시는 마드리드 원정에 많은 준비를 하였다.

우선 호텔을 잡을 때 훈련장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잡았다.

그리고 원정에 큰 피로감을 느낄 선수단을 위해서 다양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식사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신경 썼다. 그만큼 첼시에게는 이번 경기가 크게 중요했다.

조 1위를 미리 결정짓는 경기니까.

이반 다르더이 감독은 평소보다 훨씬 날카로운 눈빛으로 첼시 선수단의 컨디션을 점검했다.

“나쁘지 않군.”

라커룸에 들어선 그는 경기를 앞두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수단의 컨디션이 좋았으니까.

하지만 마냥 상황이 좋지만 않았다.

팀의 주전 공격수인 뤼카 윌렘 디벨이 이틀 전에 훈련에서 허리 통증으로 빠지면서 이번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선발로 나설 수 없게 되었으니까.

‘그래도 큰 부상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후반전에 조커로 활용할 수 있겠어.’

거기다 뤼카 윌렘 디벨이 없어도 케빈 티몽이나 재스퍼 다우스가 있기에 걱정이 없었다.

수비진도 헤라르트 하위스만이 슬럼프로 헤매고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입한 부카신 펀누즈랙이 측면은 물론이고 중앙까지 커버하는 폭넓은 수비능력을 보여주며 헤라르트의 부진까지 커버하고 있었다.

“할 수 있어.”

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망할 김치팍을 이겨낼 수 있다.’

샬케04를 이끌던 지난 시즌에 박규태가 있던 울브스에게 챔피언스리그에서 무참히 패배했음에도 그는 이번 경기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고작 두 번의 패배일 뿐이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첼시의 선수단을 바라봤다.

부족한 지원의 샬케04와 다르게 첼시는 풍족했다. 거기다 선수단의 수준도 전혀 달랐다.

‘이런 선수단이면 무조건 우승해야지!’

그렇게 선수들을 보면서 자신감을 충족시킨 그가 라커룸을 먼저 나섰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먼저 자리를 잡은 그는 오늘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고민했다.

짧은 시간이 흐른 뒤.

곧 두 팀의 선수들이 필드에 들어섰다.

그는 입장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 중에서 등에 9번을 달고 있는 박규태를 노려봤다.

‘오늘을 위해서 최고의 전술을 준비했다. 팍은 물론이고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오늘 우리는 승리를 하고 런던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자기 최면을 걸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곧이어 주심이 휘슬을 부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삐이이이이익!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76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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