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54 >
박규태의 말처럼 맨유는 더는 웃을 수 없었다.
동점이 터진 다음부터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전반 28분에 울브스의 엠마누엘이 알렉스코 아리에타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아서 골을 터뜨렸다.
-울브스! 역전에 성공합니다!
-맨유의 관중들이 야유를 내지릅니다! 원정까지 따라온 울브스의 원정팬들이 엠마누엘의 이름을 외칩니다!
엠마누엘! 엠마누엘! 엠마누엘!
울브스의 원정팬들이 골을 넣은 엠마누엘의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맨유는 전반 43분에 저메인 알리송의 득점으로 다시 2-2로 점수의 균형을 맞추었다.
-정말 치열합니다!
-전반전에 주고받은 골만 2골씩 총 4골입니다! 울브스는 물론이고 맨유도 치열하게 골을 주고받습니다!
-대단합니다! 올드 트래포드가 뜨거운 환호성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정말로 치열하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전반 45분은 물론이고 추가 시간까지 모두 흐르면서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치열한 경기였습니다. 점수는 2 대 2로 두 팀의 공격진이 각 2골씩을 주고받았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기 무섭게 두 팀의 감독들은 평소와 다르게 급히 라커룸으로 달려 들어갔다.
중계 카메라에 그런 모습이 담길 정도로 두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라커룸으로 먼저 들어간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전술판을 들고 전반전에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했다.
“팍! 후반전에는 펄스 나인처럼 2선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아줘! 공을 소유하면서 두 윙 포워드가 페널티 에어리어에 들어가기 쉽게 공간을 만들면서 전방으로 패스를 찌를 타이밍을 봐.”
“조금 더 연계에 치중하라는 말씀입니까?”
“가능하면 직접 노려도 좋아!”
“그렇게 하죠.”
“그리고 수비진! 중앙과 측면의 틈이 너무 느슨했어! 덕분에 상대 2선이 우리의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를 신나게 돌아다녔지. 카를로스! 후반전에는 티모 베일리에게 크로스를 허용해도 되니 중앙 수비수와 간격을 신경 써라.”
“알겠습니다.”
“횡적인 부분에서만 간격이 벌어진 게 아니야!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의 틈도 너무 많았어! 평소보다 너무 느슨한 경기 운영이었다. 오늘 이길 생각이 없는 건가?”
그의 말에 선수들이 대답을 못 했다.
확실히 전반전의 그들은 너무 느슨했다.
그 결과가 맨유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저메인 알리송이 만들어낸 골 두 개였다.
“아직 우리는 챔피언이 아니야. 챔피언이 되고 싶다면…… 그만한 마음가짐을 보여줘!”
그 말을 끝으로 하프타임이 끝났다. 선수들은 아까와 다르게 두 눈을 반짝이며 라커룸을 나섰다.
* * *
후반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전반전과 다른 울브스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라커룸에서 저 괴물 감독에게 어디 맞기라도 한 걸까? 악착같이 달라붙어서 힘들다.’
‘압박의 강도가 달라졌어.’
맨유의 선수들이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울브스는 흔들리는 맨유의 수비진을 잘 공략했다.
거기다 전반전과 다른 박규태의 움직임에 맨유의 수비진이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라르 트뤼포 감독은 울브스가 무엇은 원하는지를 깨닫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윙 포워드가 더 깊게 공격에 관여하겠다는 뜻인가? 팍이 펄스 나인처럼 움직이기 시작했군.’
박규태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미드필더진과 벌어진 간격을 줄였다.
그리고 울브스의 긴 패스가 최전방이 아닌 맨유의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에서 움직이는 박규태의 발에 먼저 연결이 되기 시작했다.
뛰어난 시야를 갖춘 박규태는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전방으로 움직이는 윙 포워드에게 공을 연결하면서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전과 다르게 홀로 공격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중심으로 윙 포워드와 미드필더들의 공격을 도왔다.
덕분에 울브스의 단조로운 패스가 많이 개선되었다.
-울브스가 전반전과 다르게 점유율을 꽤 올리며 맨유에게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합니다.
-박규태 선수가 최전방 공격수라서 별로 돋보이지는 않지만, 최근에 시야가 정말로 넓어졌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공격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팀원을 활용할 줄 아는 선수가 되었어요.
-맨유도 급하게 전술을 수정합니다.
-중앙에 있는 두 명의 미드필더를 상당히 수비적인 위치까지 내릴 생각인 것 같습니다.
박규태가 맨유의 벌어진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에서 좋은 기회를 여러 번 만들자, 제라르 트뤼포 감독은 급히 중앙에 있는 두 미드필더는 급히 내리며 그 틈을 좁혔다.
덕분에 공격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측면이 아니면 상당히 단조로운 공격 전개가 이어지게 되었다.
‘팍을 자유롭게 놔두면 안 된다. 공격의 전개가 단조롭게 변한다고 해도 실점을 허용할 수는 없어.’
박규태를 활용한 공격 전개로 득점에 성공하는 순간부터 울브스는 맨유가 드러낸 틈을 연이어 노릴 것이다.
하지만 제라르 트뤼포 감독의 선택은 실패했다. 단조로운 맨유의 공격 덕분에 울브스의 수비진이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울브스의 수비진이 안정을 되찾기 무섭게 후방 빌드업을 활용해서 맨유의 측면을 매섭게 허물기 시작했다.
안정된 후방 빌드업.
그리고 하나 더 생긴 공격 옵션.
울브스는 그것을 잘 활용했다. 카를로스가 측면으로 날아든 맨유의 패스를 커트하기 무섭게 소리쳤다.
“팍!”
맨유의 압박을 풀기 위해서 중앙까지 깊게 내려온 박규태를 확인한 그가 중앙으로 패스를 연결했다.
박규태는 어렵지 않게 공을 연결받았다.
“압박해!”
“라인을 내려! 울브스의 역습이야!”
급히 수비진을 정비하는 맨유.
수비진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인 파벨 바브루스크가 박규태의 뒤에 붙었다.
아니, 거의 태클을 거는 것처럼 강하게 몸을 들이밀었다. 그는 박규태가 역습을 이어나가지 못하게 일부러 반칙으로 끊을 생각으로 몸을 움직인 것이었다.
‘넘어질까?’
박규태가 고민했다. 이대로 넘어지면 조금 먼 거리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세트피스 준비도 했으니까. 넘어져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버티면서 역습을 이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공격 가담을 위해 올라간 울브스의 선수들이 너무 좋은 위치에 있었기에 박규태는 등으로 파벨 바브루스크를 밀어내고 그대로 몸을 돌려서 돌파를 시도했다.
-박규태! 공을 지켜냈습니다!
-돌아서 전진하는 박규태! 그리고 박규태와 몸싸움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파벨 바브루스크입니다!
'무슨…… 동양인의 몸이 이렇게 단단하지?‘
그는 당혹감을 드러내면서 더 몸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박규태는 그런 파벨을 뿌리치고서 더 깊게 파고들었다. 파벨은 그대로 필드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박규태! 뚫어냅니다!
-맨유의 수비진이 급히 움직입니다! 다른 울브스의 선수들이 이미 맨유의 수비진 사이로 파고들었거든요?
-좋은 기회입니다! 울브스!
그의 눈에 맨유의 수비진이 보였다.
‘나도 주력이 빠른 편이지만……. 루카 게른마노랑 디에고 페레즈를 뚫을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다.’
그렇기에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박규태의 선택은 중앙까지 들어온 엠마누엘이었다.
-엠마누엘에게 연결되는 패스!
-기회입니다! 득점할 기회에요!
-엠마누엘! 엠마누에에에엘!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파고든 엠마누엘.
그가 슈팅을 차려는 순간 맨유의 측면 수비수인 카를로스 마뉴엘이 태클을 걸었다.
문제는 그 태클이 공을 먼저 터치한 것이 아닌 엠마누엘의 다리에 먼저 닿았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슈팅은 무산되었다.
하지만 울브스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삐이이이익!
-페널티킥입니다!
-카를로스 마뉴엘의 성급한 태클이었습니다! 이건 조금 좋지 못한 태클이군요!
-울브스가 후반전 16분에 페널티킥을 얻었습니다.
후반전에 얻은 페널티킥 기회.
대체로 페널티킥을 담당하던 선수는 가스통 렌도와 아구스틴 퀴논이었다.
하지만 가스통 렌도는 오늘 경기에서 나오지 않았고, 아구스틴 퀴논은 오늘 감이 좋지 않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결국에는 내가 차야 하네.”
박규태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그는 자신의 페널티킥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기대감이 들었다.
그렇게 천천히 페널티킥을 위해 움직인 박규태가 멈춰있는 공 앞에 섰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가 돌발행동을 보여줬다. 영화인 ‘글래디에이터’의 로마 황제처럼 엄지를 들고 손을 들어 올렸다.
울브스의 원정 팬들은 그의 손을 보고서 ‘김치규태교’의 최근 업데이트 게시물을 떠올렸다.
[김치팍과 함께하는 콜로세움 응원법!]
-2029/4/10 업데이트.
팬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박규태를 바라봤다.
“팍이 엄지를 들었다!”
“김치팍이 엄지를 들었다!”
“7번째 응원법이다!”
그러더니 다 같이 큰 소리로 ‘김치무스’를 외치기 시작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콜로세움을 찾은 관중들이 주인공인 ‘막시무스’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처럼 그들의 목소리가 올드 트래포드를 ‘김치무스’로 물들였다.
김치무스! 김치무스! 김치무스! 김치무스!
김치무스! 김치무스! 김치무스! 김치무스!
그리고 박규태가 엄지를 아래로 내리며 맨유의 선수들과 홈팬들을 도발했다.
그러자 큰 야유가 올드 트래포드를 가득 채웠다. 몇몇 흥분한 홈팬들은 오물을 투척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울브스의 원정 팬들은 ‘김치무스’를 계속해서 외치며 박규태의 페널티킥 득점을 기원했다.
그렇게 잠깐의 소란이 지났다. 주심은 맨유의 홈팬들이 조금 진정하고 나서야 힘차게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이익!
골키퍼인 다비드 에레라는 굳건한 눈빛으로 박규태를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꼭 막는다!’
박규태의 도발을 보고서 꼭 막겠다고 다짐한 그가 박규태가 움직이기 무섭게 빠르게 몸을 날렸다.
‘팍은 페널티킥 상황에서 꽤 높은 확률로 골키퍼의 오른쪽으로 슈팅을 가져간다.’
그가 확률을 믿고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박규태가 찬 슈팅은 그의 예상과 다르게 왼쪽으로 날아들었다.
철썩!
그렇게 골이 들어가기 무섭게 박규태가 원정 팬들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펄쩍 뛰며 소리를 내질렀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
와아아아아아!
김치무스! 김치무스! 김치무스! 김치무스!
커모오오오온! 김치 워리어!
최고야! 김치팍! 최고라고!
그리고 울브스의 팬들도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 * *
후반 43분에 터진 루이스 너츠의 동점을 우습게 만드는 엠마누엘의 환상적인 원더골이 후반 45분이 지나고 추가 시간 3분에 터지고 말았다.
점수는 4-3.
울브스가 다시 1점을 앞서버렸다.
원정까지 따라온 울브스의 팬들은 큰 목소리로 팀을 응원하면서 우승을 확신하고 있었다.
반대로 올드 트래포드를 찾은 맨유의 몇몇 홈팬들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긴 추가 시간이 지났다.
주심이 경기의 끝을 알렸다.
삐익! 삐이익! 삐이이익!
-끝났습니다!
-울브스가 2028-29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거두면서 2년 연속 리그 우승을 거머쥡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작년부터 이어진 울브스의 기세가 올해에도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2028-29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이 일찍 정해졌다. 작년의 챔피언이었던 ‘울버햄튼 원더러스 FC’가 올해도 리그 우승을 거두며 우승의 기쁨을 맞이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54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