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34 >
첼시와 경기가 끝나고 울브스의 남은 일정은 딱히 바쁠 것이 없었다.
1월 23일은 리그 13위인 레딩과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고, 1월 27일은 리그 19위인 브라이튼을 상대하면 1월의 모든 경기가 끝나기에 선수단은 모처럼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유로운 일정과 다르게 울브스의 겨울 이적시장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파비오 실바가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레알 마드리드가 리버풀의 라두 웅구레아누를 영입할 금전적인 모든 것이 충족된 것 같습니다.”
“메디컬 테스트도 끝냈다는데요?”
“그러면…… 진짜 라두 웅구레아누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는 거야? 와……. 진짜 레알 마드리드가 작정했구나.”
“리버풀은 갑자기 비어버린 윙어 자원을 찾으려고 하겠네? 혹시 테오 나두나 우리 팀의 다른 윙어 자원을 노리지 않을까? 우리가 EPL 최고의 공격진을 갖춘 팀이잖아.”
“그렇지는 않을걸? 리버풀의 마르셀로 소르디 감독이 최근에 스리백을 활용하고 있어서 윙어를 잘 활용하지 않지. 아마도…… 중앙에서 뛸 미드필더를 원할 거야.”
울브스의 코치진의 이야기는 제대로 적중했다. 리버풀은 라두 웅구레아누를 판 돈으로 울브스의 아구스틴 퀴논을 영입하고 싶다는 제의를 해왔으니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원하는 박규태에게 이 소식은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르르에! 아구스틴 퀴논의 바이아웃이 얼마였죠?”
“한화로 1,300억 원쯤…… 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팍이 뭘 걱정하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구스틴 퀴논이 울브스를 떠날 일은 없을 겁니다.”
“어째서죠?”
“그는 최종적으로 바르셀로나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선수니까요.”
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인 아구스틴 퀴논은 언젠가 다시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리버풀의 제의에 응하지 않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르르에 콜리쉬의 예상은 적중했다.
아구스틴 퀴논은 리버풀의 제의를 단번에 거절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에 라두 웅구레아누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확정되었다.
[라두 웅구레아누를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
[이적료만 한화로 2,100억 원을 기록! 레알 마드리드가 드디어 자금줄을 풀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 ‘잘 가! 파비오! 어서 오세요! 라두!’]
[팀의 핵심 윙어를 잃은 리버풀!]
[콥의 분노! ‘어째서 라두를 판 거냐? 그는 우리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었다!’]
그 외에 자잘한 영입과 이적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울브스는 그저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지금의 선수단으로도 충분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1월 23일이 다가왔다.
레딩과 경기에서 울브스는 로테이션을 돌려서 주전들의 체력을 관리해 주었다.
거기다 경기에서 1 대 0 승리까지 거두면서 실속까지 챙겼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어지는 1월 27일 브라이튼과 경기에서 울브스는 4 대 0 대승을 거두었다. 박규태가 2골, 엠마누엘이 1골을 기록했다.
마지막에 브라이튼의 골키퍼가 자책골까지 허용하면서 완벽하게 무너지는 것을 끝으로 1월의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그리고 잘 나가는 울브스에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톤 필크만 쇄골 골절로 5주 결장!]
[울브스, 최악의 상황! 주전 골키퍼의 부상!]
[이적시장 마지막 날에 머리가 아파진 마이크 타이슨 감독! 과연 그는 골키퍼를 영입할 수 있을까?]
주전 골키퍼인 톤 필크만의 쇄골 골절.
이적시장 마지막 날에 변수가 생겼다.
* * *
“톰 맥기네스는 어떻습니까?”
“나쁘지 않은 선수입니다. 좋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죠. 하지만…… 큰 경기에 강한 선수가 아닙니다.”
“음……. 2월이 중요하죠?”
“맞습니다. 리그에서는 아스날을 상대해야 하고, FA컵 5라운드의 상대는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거기다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도 기다리고 있죠. 샬케04는 무시할 수 없는 분데스리가의 강팀입니다.”
“그 뒤에 리그 컵 결승전이 있습니다. 상대는 맨유죠. 강팀을 연이어 상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울브스의 이사진은 물론이고 코치진까지 모두 모인 회의장에서 그들의 활발한 의견이 오가고 있었다.
“골키퍼 영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쉽지 않습니다. 거기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통할 골키퍼를 백업으로 영입할 시간적 여유도 없습니다.”
고민이 깊어졌다.
가장 좋은 선수는 첼시의 얀코 마르치치였다.
20살의 주전 골키퍼인 알로이스 배리를 밀어내지 못하고 있는 얀코 마르치치는 이번 시즌에 울브스와 경기에서 뛴 1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얀코 마르치치라면 기회라고 생각할 겁니다. 임대를 제의하면 분명히 좋은 반응이 올 겁니다.”
“음…….”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첼시는 얀코 마르치치의 선발 출전을 늘릴 생각이라고 밝히며 울브스의 임대 제의를 거절했다.
결국에는 겨울 이적시장이 모두 지나갔다.
막판에 리버풀은 바르셀로나의 젊은 미드필더인 클레버 셀메르티를 한화로 약 1,250억 원의 몸값을 치르고 데려오면서 화가 난 콥들의 민심을 잘 달랬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가장 큰 몸값이었다.
그렇게 중요한 경기가 많은 2월이 찾아왔다.
훈련장은 모처럼 긴장감이 가득했다.
특히나 앤디 수아즈는 젊은 골키퍼인 톰 맥기네스를 많이 신경 쓰면서 크게 고생을 하고 있었다.
“톰! 앞으로 나와야지!”
“톰! 수비수를 활용해서 슈팅할 각을 좁혀!”
“톰! 측면으로 처리해!”
“톰……!”
“톰……!”
훈련장에는 앤디 수아즈가 톰을 부르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몇몇 선수들은 그런 앤디 수아즈를 보며 ‘어머니’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누군데?”
“저기 아버지가 오네.”
테오 나두가 가리킨 방향에는 뚱한 표정의 누룰라 갱스가 톰 맥기네스를 노려보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말로 톰 맥기네스를 나무라지 않았다.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볼 뿐이었다.
다정한 목소리로 톰 맥기네스를 다독이는 앤디 수아즈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톰 맥기네스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음……. 좋군.’이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까. 이번 경기가 톰의 프로 첫 데뷔전이라고 했던가? 22살이면 좀 늦는 편이네.”
“골키퍼니까. 거기다 네덜란드 국가대표 골키퍼인 톤이 있는데……. 아직 경험이 부족한 톰이 선발로 나오기엔 무리지.”
“엄청 긴장되겠네.”
박규태의 말에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앤디 수아즈가 씩 웃으며 톰 맥기네스를 가리켰다.
“그러면 팍이 응원의 한 마디를 좀 해줘 봐.”
박규태가 턱을 잡고 고민했다. 톰 맥기네스는 그런 박규태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봤다.
“음, 힘든 상황에서 ‘주-모우!’를 외치면 잘 할 거야.”
톰 맥기네스가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다른 울브스의 선수들과 다르게 꽤 정상적인 선수였다. 앤디 수아즈는 그 모습을 보고 낄낄 웃었다.
“이야! 김치팍의 세레머니를 거절한 선수가 있다니! 오랜만에 재미있는 모습을 봤어.”
“전 저렇게 망가질 생각이 없어요.”
톰 맥기네스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최근에 울브스의 선수단이 반쯤 미쳐 돌아가는 것을 벤치에서 항상 지켜보던 선수였다.
그는 그런 울브스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앞으로도 이해 못 하겠지.’
그래, 앞으로도 그는 정상적인 선수로 활동할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며 훈련에 열중했다. 하지만 앤디 수아즈는 알고 있었다.
톰 맥기네스가 언젠가는 다른 선수들처럼 ‘주-모우!’를 외치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톰 맥기네스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톤 필크만이 빨리 복귀하기를 기원하는 이벤트를 생각하며 박규태에게 물었다.
“아……! 팍! 염색은 어떻게 할 거야?”
* * *
맨유에서 경질을 당하고 이를 갈던 사무엘 토드 감독은 이번 겨울에 아스날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쫓아낸 맨유와 에드 우드워드에게 이를 갈았으며 자신의 경질에 간접적인 원인이 된 울브스를 잡고 싶어 했다.
그리고 2월 3일에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울브스의 수비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톤 필크만이 쇄골 골절로 5주가량 뛸 수 없는 상황에서 아스날이 울브스를 상대하게 되었다.
이건 정말 최고의 기회였다.
‘울브스의 골키퍼는 애송이다. 우리 팀의 노련한 공격진을 막기에 부족함이 많을 거야.’
문제는 울브스의 무서운 공격이 문제였다. 하지만 사무엘 토드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수비가 흔들리면 빌드업에도 큰 문제가 생길 거다. 특히나 톤 필크만이 골킥으로 만든 많은 역습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라커룸에 들어선 아스날의 선수들도 오늘 경기에 꽤 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울브스의 애송이 골키퍼 녀석은 지금쯤 긴장감에 부르르 떨고 있겠지?”
“방심은 금물이야. 하지만…… 골키퍼가 이번 경기에서 데뷔하는 애송이라는 건 사실이지.”
“그래……. 슬슬 울브스도 꺾일 때가 왔지.”
아스날의 선수들이 그렇게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있는 사이에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필드에 입장하기 위해서 복도에 선 그들은 뭔가 평소와 다른 울브스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머리를 붉은색으로 물들인 9명의 선수.
톰 맥기네스와 박규태를 제외한 9명의 선수가 김칫국물이 생각이 날 정도로 시뻘건 머리카락을 자랑했다.
아스날의 선수들은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여기서 붉은색이 왜?’라는 표정으로 울브스의 선수들을 바라보던 그들은 엉겁결에 필드에 입장했다.
몰리뉴 스타디움을 찾은 팬들도 9명의 선수 모두가 붉은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테오 나두의 머리가 김치처럼 붉어!”
“젠장!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설마 저 망할 구너들이 우리 선수들의 머리를 때려서 피가 흐른 건 아니지?”
“무슨 일인 거야?”
“갑자기 붉은색으로 염색이라니……. 뭐지?”
“홀리 카우……. 우리가 뭘 보고 있는 거야?”
“그리고 김치팍은 왜 밤송이야?”
“뒤통수에 스크래치로 ‘톤’이라고 적은 거야?”
그때 구장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쇄골을 다쳐서 빠진 톤 필크만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선수들이 그가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염색하고, 박규태는 머리에 스크래치로 그의 이름을 새긴 것이었다.
그제야 몰리뉴 스타디움을 찾은 홈팬들이 큰 목소리로 거대한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이게 ‘OneTeam!’ ‘OneKimChi!’ ‘OneJuMo!’ ‘OneKukBbong’의 정신이지! 커모오오온! 레츠고 울브스!”
“이게 팀이라는 거야! 알겠어? 멍청한 구너스! 우리가 어떤 팀인지 알겠냐고?”
“하하하! 김칫국물처럼 붉은색으로 염색한 머리가 정말 잘 어울리는데? 이게 팀의 정체성이라는 거지!”
아직 경기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도 울브스의 홈팬들은 지난 경기에서 박규태가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순간보다 훨씬 큰 환호와 광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당연히 아스날의 선수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뭐야?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진짜…… 팀뿐만이 아니라 팬들도 미친 거야?’
‘이게 팀이야?’
‘어째서 안필드 다음으로 인정받는 원정팀의 지옥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
‘여긴 진짜 미친놈들의 소굴이야.’
와아아아아아!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레츠고! 울브스! 레츠고 김치스!
아스날 선수들의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흔들릴 정도로 몰리뉴 스타디움이 광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필드에 흩어져서 자리를 잡기 무섭게 주심이 거침없이 물고 있던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그렇게 울브스와 아스날.
두 팀의 리그 25라운드 경기가 시작되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34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