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33 >
첼시는 최근 5경기에서 유일하게 울브스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었다.
2027년 12월 18일에 있었던 리그 경기를 시작으로 리그컵과 유럽수퍼컵까지 포함한 5경기에서 3승 1무 1패로 좋은 성적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첼시의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은 조용히 필드를 바라봤다. 첼시의 수비진이 울브스가 자랑하는 측면 공격수 둘을 잘 막아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문제는 우리가 완벽한 상태의 울브스를 상대로는 제대로 우위를 잡은 적이 없다는 거지.’
항상 아슬하게 이긴 경기가 많았다.
거기다 항상 울브스는 첼시를 상대로 1.5군을 꺼내거나 팍을 뺀 스쿼드로 싸웠다.
그렇기에 오늘 경기가 중요했다.
‘우리 팀이 울브스의 베스트 맴버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가고 싶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이번 시즌은 무리더라도 다음 시즌에 리그 1위를 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인생과 축구는 언제나 사람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었다.
그가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에 첼시의 중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빠르게 달려듭니다! 아구스틴 퀴논!
-오늘 이 선수가 보여주는 플레이가 기갈납니다! 고작 전반전 5분 만에 좋은 기회를 두 번이나 만듭니다!
-첫 번째 기회는 가스통 렌도의 슈팅이 골대를 맞으면서 아쉽게 빗나갔지만……. 이번 기회는 다를 것 같습니다!
-박규태에게 패스!
-박규태가 공을 잡았습니다! 페널티 에어리어로 거침없이 진입하는 그를 막아서는 첼시의 수비진입니다!
순간적으로 중앙이 무너지면서 기어코 최전방의 박규태에게 공이 날아들었다.
당연히 첼시의 포백은 급히 라인을 맞추고 망할 김치팍이 실수하기를 기도하며 틈을 좁혔다.
아약스 출신의 헤라르트 하위스만이 박규태의 앞을 막았다. 그는 박규태가 슈팅을 시도할 타이밍을 주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박규태는 부드럽게 그의 수비를 뚫었다. 어깨를 먼저 집어넣은 그의 플레이에 헤라르트 하위스만은 몸싸움에서 쉽게 우위를 가져갈 수 없었다.
‘여기서 뚫리면 진짜 위험하다.’
결국에는 그가 급히 손으로 박규태의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박규태가 그의 생각보다 훨씬 영리하다는 점이었다.
유니폼을 잡고 끈질기게 붙으려던 헤라르트 하위스만은 순간적으로 박규태가 필드에 쓰러지자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쉽게 쓰러질 선수가 아닌데?’
문제는 그 사실을 주심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삐이이익!
-페널티킥! 주심이 찍었습니다!
-헤라르트 하위스만이 유니폼을 잡으면서 박규태 선수를 조금 밀어버린 것 같았거든요? 문제는 박규태 선수가 이미 공을 소유하고 슈팅을 가져가려는 장면이었단 말이죠!
-첼시의 수비진은 그저 정당한 몸싸움이었다고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페널티킥이 맞는 것 같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헤라르트 하위스만 선수가 유니폼을 잡으면서 거친 몸싸움을 시도했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결국에는 뒤에서 민 것처럼 된 거거든요?
-이러면……. 박규태 선수의 PK를 기대해도 될까요? 성공률이 상당하거든요!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중계진의 국뽕이 섞인 해설과 다르게 박규태는 이번 페널티킥을 엠마누엘에게 양보했다.
‘솔직히 이건 엠마누엘에게 양보해야지. 난 70%의 평균적인 페널티킥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고, 엠마누엘은 90% 이상의 페널티킥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으니까.’
비교할 걸 비교해야 한다.
박규태는 그렇게 생각하며 공 앞에 선 엠마누엘을 조용히 바라봤다. 그의 옆에 있는 가스통 렌도가 턱을 긁으며 악동처럼 미소를 지었다.
“내가 엠마누엘한테 이번 PK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청국장에 취두부를 섞은 걸 먹이겠다고 했어.”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
“글쎄……. 저 녀석 요즘에 청국장을 좀 즐기는 것 같은데? 난 냄새가 너무 심해서 먹지를 못하겠던데…….”
정신 나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천천히 공을 향해 걷던 엠마누엘이 순간적으로 공을 향해 달려서 자신의 오른발을 휘둘렀다.
뻐엉! 철썩!
결과는 당연히 성공이었다.
엠마누엘이 골을 넣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동시에 선수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전반전 7분에 1 대 0으로 앞서나가는 울브스.
첼시의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급히 선수들에게 전술적인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 * *
-울브스가 첼시를 상대로 1 대 0으로 앞서나갑니다! 상당히 기분 좋은 출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첼시로서는 헤라르트 하위스만의 반칙이 상당히 아쉽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취점이 나오고 나서 10분이 지나는 시간 동안 첼시가 제법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군요. 에르네스토 감독이 프레데릭 후텔커 선수를 홀딩 미드필더로 내려 앉히면서 안정감이 생겼습니다.
첼시는 일단 수비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울브스를 상대로 이겼던 경기도 결국에는 탄탄한 수비를 중심으로 잡고 상대의 뒷공간을 노렸으니까.
“좋아……. 이렇게만 흘러가면 할 수 있어.”
에르네스토 감독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실점을 허용했던 장면을 제외한 지금까지의 경기력에 나쁘지 않은 점수를 매겼다.
‘뛰어난 공격진을 갖췄지만……. 풀백이 상대적으로 약한 울브스다. 우린 그 부분을 잘 노리면 이길 수 있어.’
그때였다.
“음?”
에르네스토 감독의 생각과 다르게 첼시가 다시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약점이라 생각했던 울브스의 측면이 변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 카를로스 페레즈의 경기력이 좋습니다!
-왼쪽을 지배하기 시작하는 울브스! 첼시가 차분하게 잘 수비를 하고 있었는데……. 기어코 오른쪽에 구멍이 뚫립니다!
-토미 린튼이 놓쳤어요! 카를로스 디오고가 거침없이 파고들어 갑니다! 날카로운 오버래핑이에요!
쭉 치고 올라가는 카를로스 디오고.
그의 앞을 막을 선수는 없었다.
중앙으로 파고드는 공격수들을 확인한 카를로스 디오고가 낮고 빠른 크로스를 중앙으로 올렸다.
첼시의 수비진은 크로스를 보자마자 자리를 잡고 공을 걷어낼 준비를 끝냈다.
“큭!”
하지만 헤라르트 하위스만은 자신을 밀어내고 높게 뛰어버린 박규태를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게 결정적인 실점이 되었다.
철썩!
박규태는 여유롭게 날아든 크로스의 궤적을 머리로 살짝 바꾸었다. 그것만으로 첼시의 골키퍼인 얀코 마르치치는 날아드는 공에 반응할 수 없었다.
공이 골망을 흔들기 무섭게 박규태가 빠르게 중계카메라를 향해서 달렸다.
그는 오늘 경기를 병원에서 보고 있을 아이를 위해서 손가락 2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해트트릭을 기록하겠다는 약속을 한 아이의 이름을 말하며 그가 흥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제 2골 남았다! 미켈!”
와아아아아아!
주-모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몰리뉴 스타디움은 이미 광란에 빠져 있었다. 당연히 첼시의 선수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무력하게 박규태에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거기다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다른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때와 박규태가 골을 넣었을 때의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엠마누엘이 골을 넣었을 때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저 일반적인 축구 팬들이 내뱉는 환호성이랑 똑같았다.
‘하지만 팍이 골을 넣으면……!’
그때부터 몰리뉴 스타디움은 ‘김치 지옥’이 된다. 그들이 내지르는 김치 중독 발언과 광기 어린 목소리로 내뱉는 이상한 한국말은 무서울 정도였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EPL팀 중 원정 가기 제일 싫은 구장 TOP3에 몰리뉴 스타디움이 포함되기도 했다.
1위는 당연히 안필드였다.
그만큼 원정팀에겐 박규태가 있는 몰리뉴 스타디움의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다.
“집중해! 이제 전반전의 절반이 지나갔어!”
에르네스토 감독이 급히 선수들은 다독였다. 하지만 첼시의 수비진이 아까보다 크게 흔들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첼시가 오늘 경기에서는 울브스의 측면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지난 첼시와 경기에서 자주 뚫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카를로스 디오고가 오늘 경기에서는 정말 최고의 활약을 여러 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카를로스 디오고가 이번에도 치고 올라갑니다!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은 얼마 남지 않은 전반전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상태로는 실점만 더 허용할 뿐이야. 하프 타임에 뭔가 분위기는 물론이고 세부적인 전술을 고쳐야 해!’
하지만 울브스는 놔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남는 시간 동안 그들은 첼시의 수비진을 계속해서 흔들었다.
그리고 첼시의 수비진은 다시금 실수를 허용하면서 울브스에게 좋은 기회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카를로스 디오고입니다!
-오늘 울브스의 왼쪽 측면이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를로스 디오고는 물론이고 가스통 렌도 선수도 첼시의 오른쪽 측면을 잘 공략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파고드는 카를로스 디오고.
첼시의 오른쪽 풀백인 마그너 비니시우스가 측면을 파고드는 카를로스 디오고를 어쩔 수 없이 반칙으로 끊었다. 그대로 돌파를 허용했다가는 1골을 그대로 헌납할 상황이었다.
조금 가까운 거리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울브스는 기회를 잘 활용했다.
이번에도 엠마누엘 메르시에였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프리킥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골망을 흔드는 프리킥을 성공시킨 그가 두 팔을 벌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신을 찬양하라는 몸짓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엠마누엘! 엠마누엘! 엠마누엘!
모처럼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몰리뉴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대단하네…….”
첼시의 공격수인 사이먼 셔틀워스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나도 김치를 외치면 골을 넣을 수 있을까?”
박규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들은 사이먼 셔틀워스의 혼잣말을 듣고 음흉하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김치와 한국을 찬양하면 넣을 수 있지.”
그의 말에 사이먼 셔틀워스가 잠깐 고민을 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김치!’를 외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사이먼 셔틀워스는 뭔가 자신이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침을 삼켰다.
그의 간절한 기도를 김치신이 들었을까.
아니면 진짜로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일까.
사이먼 셔틀워스는 전반전의 추가시간 1분에 첼시의 만회 골을 넣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의 슈팅이 골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는 앤디 수아즈의 몸에 맞고 골망을 흔드는 공을 보면서 좋아했다가 자책골로 기록된 전광판을 보며 뭔가 깨달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 이게 김치의 힘인가?’
그렇게 골을 넣은 사이먼 셔틀워스가 뭔가를 중얼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김치……! 태극기……! 한쿡조아요!”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박규태가 사이비 교주처럼 웃었다.
* * *
철썩!
-고오오오오오올!
-박규태! 해트트릭입니다! 후반 37분에 터진 울브스의 다섯 번째 득점! 첼시가 5 대 1로 크게 무너집니다!
-첼시의 에르네스토 감독이 후반전에 적극적으로 선수를 교체하면서 전술적인 변화를 주었지만……. 아쉽게도 울브스의 측면을 뚫어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첼시가 확실히 준비는 잘 되었어요.
-맞습니다. 하지만 보니크 실바가 없는 공격진은 저희가 알던 첼시의 강력한 측면이 아니었습니다. 특히나 오른쪽 측면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해트트릭을 성공한 박규태가 중계카메라를 향해서 달려갔다. 그리고 유니폼을 들어 올려서 이너웨어에 적어놓은 글씨를 전 세계의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보여주었다.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소아암 환자들과 울브스를 사랑하는 미켈에게 내 해트트릭을 바친다.]
박규태가 병원에서 아이와 했던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병원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미켈은 해트트릭을 기록한 박규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반대로 그의 옆에 있는 첼시를 응원하는 친구가 울쌍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경기는 그대로 5 대 1로 끝났다.
FA컵 4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둔 울브스의 경기력에 많은 언론이 찬사를 보냈다.
[김치팍의 부활! 잠깐의 부진을 해트트릭으로 부수다!]
[박규태의 해트트릭! 그가 울브스를 이끌다!]
[FA컵 4라운드에서 대폭발! 울브스는 이번 시즌에 트레블을 노린다!]
[약점이라 지목받았던 풀백들의 활약! 울브스의 장래는 아직도 밝다!]
[사이먼 셔틀워스, ‘김치팍이 말한 국뽕은 신비롭다. 조금 더 한국을 알아보고 싶어졌다.’]
[첼시팬들, ‘한국인이 셔틀워스에게 독을 풀었다!’]
[박규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첼시는 강한 팀이었기에 해트트릭이 힘들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린 팬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 ‘사이먼 셔틀워스가 어떤 선수냐고? 내 생각에는 조금 아쉬운 선수다. 뭐? 사이먼 셔틀워스가 김치와 한국을 좋아한다고? 정정하겠다. 그는 울브스에서 영입하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선수다.’]
그리고 울브스의 팬들은 첼시의 공격수인 사이먼 셔틀워스에 작은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33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