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19화 (119/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19 >

라두 웅구레아누.

지난 시즌 후반기.

그러니까 올해 초에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리버풀의 새로운 에이스가 될 선수라 평가받는 윙어였다.

그는 이번 시즌이 시작되고 리버풀의 무패행진을 이끌며 리버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회귀 전에는 좋은 선수였지만 지금처럼 유명했던 선수가 아닌 것 같았는데……. 뭔가 많이 바뀌었어.’

박규태는 힐끗 라두 웅구레아누를 살피고는 리버풀의 수비진을 책임지는 세 명의 센터백을 바라봤다.

마티아스 카라스코.

그리고 조나단 마이어.

두 선수의 키는 모두 180㎝였다.

중앙수비수라기에는 두 선수 모두 키가 매우 작았지만, 그들은 빠른 발을 갖췄다.

거기다 두 선수는 점프력을 제외한 모든 피지컬이 박규태보다 훨씬 뛰어난 수비수였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박규태는 여유롭게 상대 진영 깊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리버풀의 중앙수비수인 조나단 마이어가 붙었다.

“난쟁이.”

“지금 날 난쟁이라 부른 건가?”

“나보다 작으면 다 난쟁이야.”

“미친놈.”

“예전에 A매치에서 만났을 때는 이렇게 거칠고 차가운 녀석이 아니었는데……. 실망이구나. 조나단!”

“그때는 네가 또라이가 아닌 줄 알아서였지!”

“아……. 그때 줄리아노 네우만과 함께 내 유니폼을 얻겠다고 열심히 싸우던 녀석이었는데……. 벌써 사춘기가 온 건가? 김치 아저씨는 매우 슬프구나.”

“김치 아저씨? 너랑 나랑 나이 차이 얼마 안 나거든!”

아련한 박규태의 말에 조나단 마이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잠깐 바라봤다.

그는 조용히 입을 닫고 박규태가 어떤 말을 내뱉든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과 준수한 점프력. 그리고 중앙수비수치고는 상당히 빠른 발을 갖춰서 상대하기 더 힘들겠어. 거기다 몸싸움 능력도 내가 조금 밀리고……! 예전 A매치에서 상대했을 시절과 다르게 더 성장했어.’

첫 경합에서 박규태는 점프력을 제외한 피지컬적인 부분에서 자신이 조금 밀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시즌까지는 이런 선수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점점 잠재력이 폭발하는구나.’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았다.

울브스가 리버풀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도 울브스를 상대로 쉽게 라인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188㎝의 키를 갖춘 박규태에게 높은 공이 날아들면 리버풀로서는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그들은 조금의 틈도 허용하기 싫었다.

그래도 리버풀은 과감하게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다. 박규태를 마크하는 조나단 마이어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의 중앙수비수가 적극적으로 빌드업에 가담했다.

그런 리버풀의 틈을 울브스는 놓치지 않았다.

뻐어엉!

마르시오에게 공이 이어지기 무섭게 그가 최전방에 있는 박규태를 향해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찔렀다.

박규태는 조나단 마이어를 앞에 두고 여유롭게 스루패스를 받으며 돌파를 시도했다.

‘나이스 패스!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데……. 생각보다 잘 맞는데? 마르시오랑 나중에 투톱으로 뛰어도 괜찮겠어.’

박규태가 빙긋 웃었다.

그가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했고.

조나단 마이어는 급히 몸을 밀어 넣었다. 박규태가 쉬이 피지컬에서 밀리지 않았기에 그는 강한 압박으로 박규태의 돌파 속도를 줄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나단 마이어보다 조금 더 중량이 나가는 박규태의 몸에 가속도가 붙자 쉽게 막을 수 없었다.

“흡!”

급히 팔을 내밀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조나단 마이어는 속도를 높인 박규태를 놓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스리백을 구성하는 다른 두 명의 수비수가 빠르게 자신들의 위치로 복귀했다는 점이었다.

박규태가 파고들 틈을 가로막는 두 선수.

툭!

그러나 박규태의 선택은 패스였다.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컷백 플레이에 모두의 시선이 중앙에 비어 있는 공간으로 향했다.

철썩!

-고오오오오오올!

-마르시오! 깔끔한 마무리!

-박규태 선수의 돌파! 그리고 이어지는 컷백 플레이에 리버풀의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흔들렸습니다!

-리버풀에겐 원치 않았던 실점이에요. 너무나 이른 시간대에 골이 터졌습니다!

-전반 8분에 터진 울브스의 선취점!

-골을 넣은 선수는 울브스의 마르시오입니다!

마르시오는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박규태와 하이파이브를 하고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까 했던 생각은 번복했다.

‘음……. 꽤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았는데.’

해볼 만했다.

솔직히 조나단 마이어는 피지컬을 제외한 기술적인 부분에서 박규태가 충분히 압도할 수 있는 선수였다.

“새꺄! 형이 어! 막! 어! 회귀도 하고! 어! 경험도 많아서! 어! 20대 초반의 젊은 수비수는 날 막을 수 없어! 어! 알겠어? 어!”

“한국말로 이상한 말 내뱉지 마. 짜증 나니까.”

“마! 니 으디 조씨가? 니 으디 출신이가?”

“브뤼헤.”

조나단 마이어는 박규태의 말을 무시하며 고개를 돌려 다른 선수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팔을 뻗어서 박규태의 위치를 가늠했다.

“브뤼헤? 으이! 니! 그쪽에 사는 조나스 헬덴베르크 아나? 브뤼헤 지역 유명한 펍 주인!”

“네가 조나스 아저씨를 어떻게 알아?”

조나단 마이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박규태를 바라봤다. 그는 조금 놀랐다.

“내가 그 조나스 아저씨랑 친구야!”

박규태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회귀 전에 동유럽을 전전하던 박규태는 벨기에 리그에서 뛴 기억도 있었다.

그때 사귄 친구가 조나스였다.

‘그때 브뤼헤에 있던 조나스 아저씨의 한국식 치킨 안주가 진짜 죽여줬지. 거긴 진짜 잊을 수 없는 곳이야.’

박규태는 그렇게 생각하며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

“내가 으이! ‘브뤼헤 조씨’ 54대손이랑 의형제를 으이! 조나스 햄이랑 으이! 아주 죽마고우 그 자체다! 으이! 내가 거기 사장이랑 친해서 매일 맥주도 마시고 했지!”

“…….”

조나단 마이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그러는 사이에 박규태는 눈으로 바삐 공의 위치와 울브스 공격진의 위치를 살피고는 슬금슬금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조나스 햄이랑 친분으로 딱 1골만 내줘라.”

“확실히 세계가 상당히 좁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은 알겠는데……. 그런 이유로 뻐킹 김치맨에게 내어줄 골은 없어. 개소리할 거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서 해”

야박한 놈.

박규태가 중얼거리며 급히 그의 뒤를 돌아 움직였다. 조나단 마이어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손에 박규태가 잡히지 않자 급히 뒤를 돌아 그를 쫓았다.

툭!

동시에 이번에는 측면에서 올라온 얼리 크로스가 박규태의 발에 깔끔하게 안착했다.

-박규태, 조나단을 속이고 안으로 파고듭니다! 하지만 아까와 다르게 리버풀의 남은 두 중앙수비수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깊게 파고드는 박규태!

-빠릅니다! 박규태! 속도를 줄일 생각이 없습니다!

“막아! 측면으로 밀어내!”

“중앙으로 아구스틴 퀴논이 파고든다!”

“마르시오의 위치를 확인해!”

“아까처럼 컷백이 들어올 수 있어!”

“팍의 크로스 능력은 많이 떨어지니까. 유도할 수 있으면 차라리 크로스를 올리게 만들어!”

리버풀의 수비진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규태는 씩 웃으며 주변을 살폈다.

‘확실히……. 다른 능력은 많이 올라왔는데……. 크로스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

그래도 못 올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뻐엉!

조나단 마이어를 끌고 측면으로 빠진 박규태가 낮고 빠른 크로스를 중앙으로 보냈다.

중앙에는 마르시오와 아구스틴 퀴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은 리버풀의 마티아스 카라스코가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박규태의 크로스!

-마티아스 카라스코가 커트를…… 어?

-아! 고오오오올! 이건……. 자책골이죠? 마티아스 카라스코가 어이없는 실책을 허용했습니다!

-이건 리버풀에게 있어서 좋지 않은 상황인데요! 마티아스 선수는 자신의 뒤에 있던 마르시오 선수가 살짝 밀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판이 VAR심판에게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군요.

주심을 긴장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선수들.

VAR을 보고 나온 주심은 마르시오의 몸싸움이 정당했다고 손짓을 하며 골을 인정했다.

그제야 좋아하며 웃는 울브스의 선수들.

얼떨결에 자책골을 유도한 박규태가 안필드 한쪽에 있는 울브스의 원정석으로 달려가 펄쩍 뛰었다.

그리고 그의 시그니처 세레머니를 보여주었다.

“주-모우우우우우우!”

* * *

전반전이 끝나기 전 리버풀이 추격을 시작했다.

마티아스 카라스코가 박규태의 크로스에 자책골을 허용한 것처럼 앤디 수아즈도 리버풀의 라두 웅구레아누가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에 비슷한 자책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전.

리버풀은 전반전과 다르게 더욱 적극적으로 울브스의 수비진을 뚫기 위해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갔다.

그리고 라두 웅구레아누의 패스를 받은 왼쪽 윙 포워드인 자코모 보리나토가 2-2 동점으로 만드는 환상적인 골을 넣으면서 안필드를 찾은 리버풀의 홈팬들을 기대하게 했다.

“그래! 그걸 기다렸어!”

“커모오오오오온!”

“라두우우우우우우우우!”

“1골만 더 넣자! 최고다!”

동점으로 따라잡으며 기세가 오른 리버풀.

안필드를 가득 채운 홈팬들.

콥들이 큰 목소리로 ‘YNWA’를 부르기 시작했다.

걸어가세요!

계속해서 가슴 속에 희망을 품고!

그러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조금만 집중하자! 이길 수 있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을까.

리버풀 선수단의 목소리에도 조금씩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반대로 경기를 잘 풀어나가던 울브스는 자잘한 실수를 남발하기 시작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우!

-위험했습니다! 톤 필크만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역전까지 허용했을 실책입니다.

-울브스!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리버풀에 크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급히 교체 카드를 꺼내 듭니다.

-마르시오 선수를 빼고 엠마누엘 메르시에를 투입하고 가스통 렌도 선수를 빼고 알렉스코 아리에타 선수를 투입합니다.

그리고 울브스의 선수들이 흔들리는 것을 파악한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선수를 교체하며 승부를 걸었다.

변화의 결과는 금방 드러났다.

리버풀의 홈팬들이 가진 기대감을 울브스가 단 한 번의 역습으로 엉망을 만들어버렸다.

아까 실수했던 앤디 수아즈가 수비진에서 바로 최전방에 있는 박규태를 향해 긴 패스를 연결했다.

박규태는 수비진 뒤로 빠지는 공을 향해 옆으로 돌아 뛰면서 조나단 마이어를 제쳤다.

-박규태! 빠르게 달립니다!

-순간적으로 리버풀의 수비진을 허물었어요!

-빠릅니다! 박규태 조나단 마이어의 태클을 피했습니다! 더 깊게 파고듭니다!

-리버풀의 잭 윙게이트 골키퍼! 어떻게든 슈팅의 각도를 주지 않기 위해서 급히 앞으로 나옵니다!

툭!

잭 윙게이트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한 박규태.

그는 차분하게 공을 가볍게 찼다.

공은 잭 윙게이트가 막을 수 없는 머리 위를 지나서 그대로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고오오오오올!

-박규태! 3 대 2로 달아나는 멋진 원더골을 터뜨렸습니다! 시즌 25호 고오오오오올!

-순간적으로 안필드가 침묵에 잠깁니다! 울브스의 원정팬들이 박규태 선수의 골에 크게 환호합니다!

와아아아아아!

박규태의 무릎 슬라이딩을 본 울브스의 팬들이 큰 목소리로 리버풀의 ‘YNWA’을 개사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걸어가세요!

계속해서 가슴 속에 희망을 품고!

그러면 당신은 김치팍이 될 거예요!

박규태는 그런 울브스의 팬들을 바라보며 두 팔을 벌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리버풀의 선수들이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19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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