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16 >
-고오오오오올!
-어나더 팍! 레전드 팍! 센트럴 팍! 김치팍팍! 박규태 선수가 시즌 15호 골을 터뜨리며 점수의 균형을 1 대 1 동률로 만들었습니다! 정말 어메이징한 슈팅이었습니다.
-골을 넣기 위해서 달려들었던 집념을 보세요! 이게 평범한 선수가 보여줄 움직임입니까?
-이번 시즌에서도 멋진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는 박규태 선수와 울브스입니다!
중계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입을 움직였다.
그들의 격정적인 말투는 TV로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귓가를 즐겁게 만들기 충분했다.
카메라는 신나게 ‘주-모우!’까지 외친 박규태를 찍고 있었다.
박규태는 세레머니가 끝나고 그에게 달라붙은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맨유의 수비진은 그런 박규태를 보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박규태가 보여준 골에 대한 집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집중하자.”
“상대가 원하는 타이밍에 파고들었어. 조금만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라인의 사이에 있는 공간을 잘 틀어막아야 해.”
“디에고! 저 뻐킹 크레이지 김치맨을 계속 막아낼 수 있어? 필요하면 내가 같이 붙어줄까?”
“아니, 네가 날 도우려고 내려선다면 아구스틴 퀴논의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이 날아들 거야. 어쩔 수 없이 나 홀로 저 망할 녀석을 막아야 해.”
“오케이. 그것보다 투박하기만 했던 뻐킹 김치맨이 이제는 완전 괴물이 다 돼버렸네.”
“동양인답지 않게 얼굴이 삭은 녀석이지만……. 아직 22살인 녀석이야. 전성기가 오려면 한참이 남은 녀석이라고.”
“얼굴도 뻐킹 김치맨인데……. 실력도 뻐킹 김치맨이네.”
“후……! 좋아! 조금만 더 집중하자. 저 망할 김치 좀비들이 좋아하는 꼴을 볼 수 없잖아. 안 그래?”
디에고 페레즈가 조용히 선수들을 다독였다.
반대로 울브스의 선수들은 끌어 오른 기세를 더욱 불태우고 있었다.
박규태는 맨유의 공격을 이끄는 루이스 너츠를 보며 작년과 다르게 뭔가 자신이 더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음……. 뭔가 할만한데?’
작년에 봤던 루이스 너츠는 대단한 선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박규태는 자신의 실력이 루이스 너츠와 비교해서 절대 밀리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러다가 코리안 김치 즐라탄이 되는 게 아닐까? 갑자기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치는데.’
박규태가 할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울브스의 선수들도 맨유의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할만하다 생각했다.
-울브스! 전반전이 거의 끝나가는 시간까지 상당히 무서운 기세로 맨유를 몰아붙입니다!
-이제 울브스는 확실한 빅클럽인 것 같습니다. 맨유가 쉽게 울브스를 상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맨유의 원정 팬들이 긴장 어린 표정으로 필드를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울브스가 맨유라는 거인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만큼 기세에서 울브스는 맨유를 압도했다.
“제길…….”
거친 성향을 갖춘 다니엘레 모레티가 얼굴을 찌푸렸다. 특히나 절묘하게 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또 그런 돌파를 성공시키는 박규태가 거슬렸다.
“다니엘! 나도 신념이 있다. 네가 이런 식으로 내 국뽕을 짓밟으면은 마 그때는 뻐킹 김치맨이 되는 거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망할 김치 원숭이 새끼가!”
박규태는 슬쩍 눈웃음을 지었다.
다니엘레 모레티가 이를 꽉 물었다. 박규태는 그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음에도 무시했다.
‘언제까지 저런 반응에 주먹을 휘두를 수 없지. 내가 스트리트 파이터도 아니고.’
다니엘레 모레티가 열심히 입을 움직였다.
어떻게든 그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려고 했지만, 돌아온 것은 김치와 국뽕으로 범벅된 대답이었다.
‘벽을 보면서 축구를 하는 기분이야. 망할 뻐킹 김치 원숭이 자식……. 유벤투스에서 뛰던 시절에 걸렸으면 뼈도 못 추릴 녀석인데……. 제길!’
박규태는 다니엘레 모레티의 저급한 트레쉬 토크에 쉽게 반응하지 않았다.
필드에서 선수들이 내뱉는 조롱과 모욕은 의외로 유용한 수단 중 하나였으니까.
특히나 다혈질인 상대의 이성을 마비시킬 수 있고, 거친 플레이를 끌어내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너 태권도를 해볼래? 내가 태권도 블랙 벨트야. 즐라탄도 나한테 한 수 접어줘야 할걸?”
“닥쳐. 진짜 죽여버리기 전에.”
“아! 그러고 보니까. 넌 유벤투스 출신이었구나. 거기 울트라스가 미사일까지 가지고 있었지. 무서운데?”
“…….”
다니엘레 모레티의 입이 꾹 닫히는 순간 박규태는 나불거리던 입을 닫았다.
‘더 입을 털었다가는 내 강냉이가 털리겠네.’
그리고 문전을 향해 급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테오 나두가 조금 먼 거리에서 대각선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립니다!
-박규태! 빠르게 문전으로 쇄도합니다!
자신의 뒤를 돌아 파고드는 움직임 덕분에 다니엘레 모레티는 문전으로 쇄도하는 박규태의 뒤를 반 박자 늦게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맨유에게 다행이라면 테오 나두의 크로스 능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건 힘들겠는데?’
박규태는 슈팅을 가져가기에는 모호한 타이밍의 크로스라 생각했다. 그래서 몸을 살짝 낮췄다.
급히 그의 옆을 막은 다니엘레 모레티와 자신을 뒤에서 자리를 잡고 밀기 시작한 디에고 페레즈를 상대로 박규태는 단단한 피지컬로 잡아놓은 자리를 지켜냈다.
-박규태, 공을 따냈습니다!
-공은 중앙으로 파고드는 알렉스코 아리에타에 연결됩니다!
알렉스코 아리에타는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박규태가 공을 밀어주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역시 대단해. 매 시즌 리그에서 30골씩 기록한 골잡이의 클래스가 어디 가지를 않네. 최근에 폼이 좋은 맨유의 수비진을 상대로 저런 플레이가 가능하다니……!’
박규태는 등 뒤에 전해지는 상대 수비수의 압박에도 여유롭게 알렉스코 아리에타에게 공을 연결해 주었다.
공을 받은 그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었는데 실수하고 싶지 않았다.
-알렉스코 아리에타!
-슈우우우우웃!
공이 발등에 제대로 얹어졌다.
그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슈팅을 바라보며 확신했다.
‘이건 무조건 들어간다!’
하지만 그는 하나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맨유의 골키퍼인 다비드 에레라가 아직 남아 있지 못했다. 그는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몸을 날려 손을 뻗었다.
-다비드 에레라아아아아아!
-슈퍼 세이브! 다비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위기에서 구합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건 1골을 넣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환상적인 선방입니다! 그가 맨유를 살렸습니다!
오우우우우!
아쉬움이 가득한 탄식이 몰리뉴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다니엘레 모레티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위험했어…….’
하지만 위기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울브스의 맹공.
전반전이 끝나는 시간까지 맨유의 수비수인 다니엘레 모레티와 디에고 페레즈는 박규태를 막기 위해서 온 힘을 다했다.
그렇게 주심이 전반전이 끝나는 휘슬을 부는 순간 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쉽지 않아…….”
“후반전에도 저 괴물을 계속 막으라고?”
“어떻게든 후반전에도 1골을 더 넣어야 해. 저 괴물이 날뛰면 후반전을 무실점으로 막을 거라 확신할 수 없어.”
그렇게 전반전이 끝나고 이어진 하프타임에서 맨유의 제라르 트뤼포 감독은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어지는 후반전에 공격적으로 나선 맨유.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골은 터지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22분에 알렉스코 아리에타가 만든 기회를 반대편 윙 포워드인 테오 나두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고오오오올!
-울브스가 2 대 1로 역전에 성공합니다!
-테오 나두! 이번 시즌 4호 골을 넣었습니다.
1 대 1과 2 대 1은 달랐다.
골을 허용한 맨유의 선수들이 무섭게 달려들었지만, 남은 시간 동안에 울브스는 메튜 카니와 아마로 멜로를 제외하고 라스 하젤레스커와 앤서니 백스터를 투입했다.
탄탄한 수비로 1점 차이 리드를 지킨 울브스.
후반전의 끝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
맨유의 선수들이 필드에 주저앉았다.
* * *
[박규태! 시즌 15호 득점! 맨유전에서 활약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2대1 승리를 거둔 울브스! 프리미어리그 1위 수성!]
[울브스-맨시티-첼시! 리그 우승을 위한 1-3위 팀의 삼파전이 예상되는 EPL!]
[다니엘레 모레티, ‘김치랑 태극기랑 한국 치킨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제발 그만 물어봐라! 필드는 물론이고 기자회견장에서도 그런 질문을 받으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코리안 즐라탄? No! 즐라탄이 스웨덴 박규태!]
“음…….”
꽤 정리가 잘된 사무실.
탈모가 와서 머리가 반쯤 날아간 중년인이 스마트폰으로 박규태의 기사를 살피고 있었다.
그는 반쯤 미친 듯이 날뛰는 한국의 위대한 공격수에 큰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슈퍼 갈락티코 1기는 이제 퍼즐 한 조각을 남겨두고 있지. 그리고 우리는 그 퍼즐이 누구인지 알고 있어.”
레알 마드리드의 페레즈 회장이 마지막으로 내세웠던 슈퍼 갈락티코 1기를 완성한 사내.
지난해 페레즈 회장의 뒤를 이어서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으로 선출이 된 마르티뇨 이글레시아스.
그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르티뇨 회장이 구단의 스텝들을 바라봤다.
“팍의 예상 몸값은 얼마지?”
“1억 6천 유로로 예상이 됩니다. 다만……. 팍이 발롱도르를 수상했을 시에 1억 8천 유로에서 2억 유로까지 몸값이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이적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딱히 이렇다 할 재계약 이야기가 없으니까요. 아마도 이번 시즌이나 다음 시즌이 끝나고 이적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팍이 스페인에서 통할 확률은 얼마나 되지?”
“언어가 조금 걱정이지만……. 팍이라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PL로 이적한 첫 시즌에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선수에게 적응력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는 좀 그러니까요.”
마르티뇨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쟁할 구단은?”
“바이에른 뮌헨, 맨유, 맨시티, 바르셀로나, PSG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유벤투스나 AC 밀란은…… 최근에 자국 리그에 있었던 사건으로 징계를 피할 수 없어서 큰돈을 쓸 수 없으니까요.”
“뮌헨과 바르셀로나가 제일 큰 경쟁자겠군.”
“PSG가 무라트 카잔키를 맨시티에 팔 때 그들도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것 같습니다.”
“무라트 카잔키라…… 확실히 매력적인 선수지.”
현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인 로이슨 레미 감독은 기대감이 어린 표정으로 회의를 이어나가는 마르티뇨 회장을 바라봤다.
‘팍을 영입할 수 있다니……!’
박규태와 파비오 실바.
두 선수는 분명히 역사에 남을 영혼의 투톱이 될 것이다. 로이슨 레미 감독은 확신할 수 있었다.
‘니콜라스 브라보나 티아고 알메이다가 결코 부족하다는 게 아니야! 하지만 분명히 무엇인가 격의 차이가 있다.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어. 팍은 그런 수준의 선수다.’
그는 벌써 김칫국을 마시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인생은 항상 김칫국처럼 시원 짭짤한 것이 아니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박규태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다른 구단들도 박규태의 이적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특히나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두 팀의 관심은 이제 노골적이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오히려 조금 늦었을 정도로 두 팀은 진즉 박규태에게 큰 관심을 보내고 있었다.
“팍은 슈퍼 갈락티코 1기의 마지막 퍼즐이야. 그를 꼭 잡아서 레알 마드리드의 역사에 남을 슈퍼 팀을 만들겠어.”
야심만만한 마르티뇨 회장.
그가 반짝이는 눈으로 박규태의 사진이 걸린 기사를 한동안 길게 바라보았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16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