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07화 (107/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07 >

기자들.

축구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면서도 조금은 거리를 두어야 하는 존재인 그들은 조금만 꼬투리가 잡히면 그것을 물어뜯고 즐기며 자신의 기사로 선수들을 괴롭히고는 했다.

‘그런 녀석들은 기자가 아니라 기레기지.’

박규태는 그런 기자가 아닌 ‘기레기’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인터뷰에서 상당히 낮은 자세로 나왔다.

예전 중국의 쑨 하이징이 그랬던 것처럼.

레알 마드리드의 파비오 실바가 박규태를 향해 날카로운 인터뷰로 신경을 거슬리게 했음에도 말이다.

“진짜야?”

“그래. 사실이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원정 라커룸.

울브스의 선수들이 박규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뭔가 기대감이 가득했다.

“진짜 팍의 위인전이 한국에 있다고?”

“거기다 이번에 팍을 주인공으로 잡은 뮤지컬과 다큐멘터리가 한국에서 방영된다고 들었어.”

“와……! 대단하구나! 예전에 한국 최고의 공격수였던 쏜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어!”

“나중에 영화라도 찍는 게 아닐까? 예전에 메시와 관련된 영화도 아르헨티나에서 극장에 걸렸잖아.”

“대단하네……. 우리는 어쩌면 미래의 슈퍼스타를 지켜보고 있는 걸지도 몰라!”

박규태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그가 이번에 찍었다던 다큐멘터리와 그를 주제로 한 뮤지컬이 한국에서 공개된다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덕분에 선수들은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를 앞두고 크게 긴장감을 떨칠 수 있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선수들이 나쁘지 않은 표정으로 경기를 앞둔 것을 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좋아! 레알 마드리드? 확실히 무서운 팀이야. 지난 시즌에 무관하며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내 생각에는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과 같이 성적과 다르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이지. 그들은 역사를 가졌으니까.”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레알 마드리드는 역사를 가진 팀이었다. 신흥 강자가 된 울브스와 다른 전통의 강자였다.

그렇기에 주의해야 했다.

역사와 전통을 갖춘 팀은 언제나 무서우니까.

“그래도 우리 상대로는 힘들 겁니다.”

“맞아! 우리에게는 ‘슈-퍼-김-치’가 있으니까!”

“수우우우퍼! 김-치 슬램!”

“레츠 고! 고! 고! 고!”

“그래, 그런 자신감이야. 가서 녀석들에게 우리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자고.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우리 울브스가 어떤 팀인지 그들의 눈에 제대로 새기라고!”

기세를 끌어올린 울브스의 선수들.

그들이 라커룸을 박차고 나섰다.

그 모습을 보면서 테오 나두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경기 시작하려면 아직 30분은 더 남았는데…….”

* *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챔피언스리그 D조 레알 마드리드와 울브스의 조별예선 1차전을 중계해드릴 캐스터 박진웅입니다.

-해설에 김문식입니다.

-하하하! 역대급 지옥의 조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D조의 첫 번째 경기입니다.

-네!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인 울브스와 챔피언스리그 14회를 우승한 최다 우승팀은 레알 마드리드의 치열한 경기! 벌써 많은 분이 새벽에 일어나 TV 앞에 앉았을 것 같습니다.

그들의 말처럼 새벽 4시에 가까운 시각에 많은 해외축구 팬들이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서 TV 앞에 앉아 있었다.

특히나 그들은 박규태와 파비오 실바의 대결을 기대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경기가 시작하기 1분 전까지 SNS는 물론이고 각종 사이트에 기사를 올리며 기대감을 키웠다.

-말씀드리는 순간 두 팀의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관중들이 큰 소리로 환호성을 내뱉으며 두 팀의 선수들을 지켜봅니다.

규-태-팍!

넌 블랑코스가 어울려!

울브스의 주황 유니폼과 다르게 블랑코스의 하얀 유니폼은 김칫국물이 잘 스며들거든!

규-태-팍!

넌 블랑코스가 어울려!

블랑코스의 하얀색은 너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어!

그들은 선수들이 입장하기 무섭게 하나의 돌림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레알 마드리드에 어울리는 선수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면 불러주는 하나의 작은 의식이었다.

너는 블랑코스가 어울리는 슈퍼스타다.

그런 의미가 담긴 응원가였다.

2020년대에 접어들며 레알 마드리드는 ‘슈퍼 갈락피코 1기’의 시작을 알렸고, 팬들은 자신들이 데려오고 싶어 하는 선수를 향해서 저런 노골적인 노래를 불렀다.

“멍청한 마드리드 녀석들! 그래도 팍이 위대한 선수라는 건 공감할 수 있지만, 울브스가 블랑코스보다 부족하다는 건 인정할 수 없어.”

울브스의 구단주인 폴 앤더슨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중동의 기름 부자들을 제외하면 자신에게 돈으로 이길 사람은 몇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와아아아아아!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내지르는 관중들.

삐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통적인 4-3-3을 꺼내 들었다. 상당히 고전적인 전술이었는데, 양측 윙 포워드가 순수한 포워드에 가까운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수비진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티아고 알마에다, 니콜라스 브라보, 파비오 실바.’

레알 마드리드의 삼각 편대는 이런 전통적인 전술에서 자신들의 창의성을 마음껏 선보였다.

그들의 무서움은 울브스와 경기에서도 제대로 드러났다.

특히나 적극적인 전방 압박은 미드필더 라인에서 드러난 수적 열세를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활동량으로 치환한 레알 마드리드는 울브스가 수비진용부터 빌드업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거기다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진의 기량은 울브스의 선수들과 비교해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의 탄탄한 4-3-3을 보며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라서 가능한 전술이야. 다른 팀이었으면 이런 전통적인 4-3-3을 꺼낼 수 없을 거야.”

“맞습니다.”

“그것보다 쉽지 않군.”

“어쩔 수 없습니다.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니까요. 그래도 다행인 점은 점유율을 제외한 경기력은 나쁘지 않다는 점입니다.”

전술 코치의 말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거친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레알 마드리드! 경기 초반부터 울브스를 상대로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기세를 잡았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울브스의 수비진이 흔들리기를 기다릴 겁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에 이런 식의 경기력으로 강한 상대를 많이 잡아냈으니까요.

-반대로 울브스는 점유율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지표에서 크게 밀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슈팅만큼은 허용하지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만큼 레알 마드리드가 보유한 공격진의 슈팅이 무섭다는 뜻이니까요. 특히나 니콜라스 브라보와 파비오 실바는 주의해야 할 선수입니다. 그들은 어떤 위치에서든 위력적인 슈팅을 가져갈 수 있는 선수니까요.

중계진의 말처럼 울브스는 다른 지표는 몰라도 슈팅만큼은 절대 허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을 이끄는 세 명의 공격수들은 슈팅이 정말 뛰어난 선수들이다.’

울브스의 수비진을 이끄는 앤디 수아즈는 PSG에서 뛰던 시절에 챔피언스리그에서 파비오 실바와 니콜라스 브라보의 무서움을 겪었던 선수였다.

‘그만큼 정교하고 강력한 슈팅을 가져갈 수 있는 공격수들이다. 거기다 파비오 실바는 슈팅만 주의할 선수가 아니야. 그는 경기를 바꿀 수 있는 크랙이야.’

거기다 파비오 실바는 연계까지 뛰어난 선수였다.

호날두가 탐욕스러운 득점력을 보유한 선수라면, 파비오 실바는 반대로 그 뛰어난 득점력에 뛰어난 시야와 창의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다.

니콜라스 브라보와 티아고 알마에다는 그리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지만, 파비오 실바가 공을 잡으면 식은땀이 흘렀다.

-파비오 실바!

-이번에도 멋진 패스였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제는 중앙 미드필더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합니다.

-스트라이커가 어떻게 저런 연계와 창의성을 갖추고 있을까요? 정말 대단합니다!

파비오!! 파비오!! 파비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관중들이 큰 목소리로 그들의 에이스인 파비오 실바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세를 올리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15분이 지나고 있음에도 단 2개의 슈팅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쉽지 않다. 울브스는 우습게 볼 수 없는 팀이야.’

파비오 실바는 오늘 경기가 쉽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부분에서 앞서고 있지만, 슈팅을 가져갈 수 없었다.

울브스는 철저하게 그들의 슈팅을 막았다.

동시에 울브스는 날카로운 역습으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찾은 블랑코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박규태의 아쉬운 슈팅!

-아! 정말 아깝습니다! 조금만 깔끔한 패스가 이어졌으면 박규태 선수가 제대로 마무리를 할 수 있었을 텐데요!

-모든 부분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앞서고 있지만, 묘하게 슈팅의 숫자는 울브스가 앞서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2개의 슈팅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울브스는 4번의 역습 모두 슈팅까지 마무리했다.

거기다 그중 한 번은 레알 마드리드의 수문장인 틸로 쿠르투아의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으면 위험했을 상황이었다.

“이렇게 치열한 경기가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지?”

레알 마드리드의 로이슨 레미 감독이 얼굴을 찌푸렸다. 벌써 전반전의 절반이 지나갔다.

그런데도 레알 마드리드는 울브스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아니, 제대로 된 슈팅도 몇 번 못 가져갔다.

“상대가 저희 공격수들의 슈팅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니콜라스 브라보는 아예 공을 잡을 수 없게 자리를 잡더군요. 아무래도 뭔가 변화를 가져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음…….”

그나마 파비오 실바가 차분하게 뭔가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니콜라스는 역시 나이가 너무 어려.’

올해 22세인 니콜라스는 나이가 어려서 경험이 상당히 부족했다.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갖췄지만 울브스의 수비진을 뚫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팍이 니콜라스 브라보와 같은 연령대였나? 그런데 보여주는 모습은 너무나 다르군.’

로이슨 레미 감독이 박규태를 바라봤다.

오늘 경기에서 울브스의 모든 슈팅은 박규태가 만들었다.

거기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뚫고 유효 슈팅을 3개나 만들면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찾은 관중들의 심장을 철렁하게 했다.

‘니콜라스의 자리에 팍이 있었다면…….’

울브스는 벌써 2골을 헌납하면서 무너지고 있겠지.

그의 시선이 박규태에게 향했다.

‘얼마를 줘야 데려올 수 있을까?’

몇몇 전문가들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서 2억 유로(한화로 약 2600억 원)를 울브스에 넘겨야 한다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파블로 로탱과 비슷한 몸값인가?’

맨체스터 시티가 PSG에서 파블로 로탱을 데려왔던 몸값이 1억 7천만 유로였으니까.

피식.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상대 공격수를 막을 생각은 하지 않고 몸값을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 뭔가 웃겼다.

‘일단은 막고 생각해야겠지.’

그가 터치라인 가까이 붙었다.

“페드로! 상대 9번의 움직임을 마크해! 호세는 필요하면 미드필더 지역에서 수비지역까지 내려가서 수비를 도와주고!”

“감독! 그렇게 되면 순간적으로 중원이 뻥 뚫리는데요?”

“니콜라스가 적극적으로 3선까지 내려가서 수비할 거야! 니콜라스! 적극적으로 상대 미드필더까지 괴롭혀! 필요하면 윙어처럼 뛰어도 상관없어! 너무 공격만 생각하지 마!”

니콜라스 브라보가 로이슨 레미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울브스의 수비진을 바라봤다.

‘날 완벽하게 파헤친 느낌이었어.’

덕분에 전반전의 절반이 지난 상황에서 그는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감독의 말처럼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더 적극적으로 활동량을 가져가며 울브스의 중원까지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기 시작했다.

박규태는 그런 레알 마드리드의 움직임을 보며 슬쩍 로이슨 레미 감독을 바라봤다.

‘비대칭 4-4-2처럼 포메이션이 변했다. 거기다 최근에 경기력이 좋지 않은 우리 왼쪽을 노리고 있어.’

카를로스 디오고가 문제였다.

지난 시즌에 퀴라시 아메드를 제치고 확고한 주전을 차지한 그는 이번 시즌에 썩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백업인 퀴라시 아메드도 경기력이 좋다고 말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불안한데…….’

그리고 박규태의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전반 41분.

레알 마드리드의 선취점이 터졌다.

파비오 실바가 만든 기회였는데, 그 기회를 공격진까지 파고든 중앙 미드필더인 발렌틴 디아즈가 완벽하게 잡아냈다.

-고오오오올!

-발렌틴 디아즈! 환상적인 중거리 슛이 터졌습니다! 파비오 실바가 드리블을 하며 울브스의 수비진을 흔든 것을 잘 활용한 영리한 슈팅이었습니다!

-울브스! 잘 풀어나가고 있었는데, 전반전 막판에 아쉬운 모습을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미안하다……. 내가 조금 더 상대 미드필더진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움직였어야 했는데…….”

수비형 미드필더인 루이스 페레즈가 고개를 푹 숙이고 선수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사과했다.

“어쩔 수 없었어. 우리도 파비오 실바에게 너무 시선을 몰려 있었으니까. 이번 네 잘못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이야.”

앤디 수아즈가 그를 다독였다.

“쉽지 않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니까.”

“역시…… 레알 마드리드야.

쉽지 않은 경기였다. 역시 레알 마드리드는 달랐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박규태는 달랐다.

그는 다른 선수와 다르게 오늘 경기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보며 살벌하게 웃었다.

“그래, 포기는 김치를 세는 단위일 뿐이지.”

< 국뽕 박규태 선생 #107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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