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89화 (89/199)

< 국뽕 박규태 선생 #89 >

(모두 일어섯!)

광고였다.

이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인 박규태.

그가 찍은 광고였다.

(위 낫 챔피온!)

(위 스틸 낫 챔피온!)

어두컴컴한 라커룸.

박규태가 선수들을 향해 소리친다.

(여기는 적들의 홈이 아니다! 적들의 무덤이다!)

다시 화면이 전환되면서 필드에서 뛰고 있는 박규태가 멋진 터닝슛으로 골을 터뜨리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검은 화면이 지나가고 로고가 떠올랐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움직임)

(나이x)

세계적인 스포츠 의류기업의 광고였다.

“이야……. 잘 뽑혔네!”

박규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그가 찍었던 광고와 다르게 그가 멋지게 나오는 광고는 오랜만이었다.

-박규태 잘나가네.

-캬……. 김치, 태권도, 태극기 없는 광고는 처음이네. 김치팍이 드디어 국뽕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ㅋㅋㅋㅋㅋ 멋진 척 오진다 ㅋㅋㅋ

-화이팅! 김치팍 뽜이어!

한국팬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광고는 그리 큰 이슈가 될 수 없었다.

기대되는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유로파리그 4강 1차전.

울브스와 포르투의 경기를 시작으로.

포르투갈 원정이 끝나고 2일 뒤에 벌어지는 맨체스터 시티와 리그 37라운드 경기까지.

해외축구를 좋아하는 한국의 축구팬들이 잠 못 이룰 경기가 연이어 이어진다.

-포르투 상대하고 맨체스터 시티까지 꺾자! 제발 한국인이라면 울브스를 응원합시다!

-이번 시즌 미니 트레블 찍고, 다음 시즌에 트레블 찍어서 발롱도르 수상하자! 진짜 다음 시즌에 가능성이 있다!

-진짜 역대급 상황이네. 거기다 전반기와 다르게 이번 맨체스터 시티전은 주전과 주전으로 붙잖아.

-진짜 이번 시즌에 파블로 로탱이 슬럼프만 아니었으면……. 발롱도르 수상각이었는데.

-이번 시즌 21골 5도움을 기록한 윙 포워드를 보고 슬럼프라고 말할 수 있는 건 파블로 로탱이 유일할 듯.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

-일단 유로파리그 4강 1차전부터 봐야지.

-캬! 4월에 볼만한 경기가 많구나!

팬들의 기대감이 가득했다. 시즌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꾸밀 최고의 경기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4월 27일에 모두가 기다리던 경기가 찾아왔다. 유로파리그 4강 1차전 FC포르투와 경기.

새벽 4시임에도 많은 이들이 TV 앞에 앉았다.

* * *

뜨거웠다.

FC포르투의 홈을 찾은 울브스.

그들이 뜨거운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멀리 있는 이들이 봤다면 싸우는 줄 알고 착각할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컸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도 선수들의 틈에 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르게 선수들은 평소 무서워하던 마이크 타이슨 감독에게 항명하고 있었다.

“감독님, 실망입니다!”

“젠장! 오히려 내가 너희에게 실망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언성을 높이던 그들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라커룸에서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코크가 최고입니다! 그런데…… 펩시라뇨? 감독님, 휴먼이 맞습니까? 조금 실망입니다.”

“멍청한 녀석들! 너희가 펩시의 맛을 알아? 그런 유사 음료 같은 코크를 마시다니……! 너희에게 큰 실망을 했다!”

“감독님이 더 실망입니다!”

고작 코크와 펩시를 가지고 싸우다니.

그 모습을 박규태가 가만히 지켜보다가 한숨을 내뱉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펩시와 코크로 싸우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아무리 팍이라도 신성한 콜라를 두고 그런 말을 내뱉으면 용서할 수 없어!”

테오 나두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따지기 시작했다. 주변 선수들의 눈도 꽤 흉흉했다.

하지만 박규태는 여유로웠다.

“펩시? 코크? 확실히 좋은 음료지. 하지만……. 한국에 있는 특별한 콜라와 비교하면 그저 하찮은 음료일 뿐이다.”

“도대체 그 특별한 콜라가 뭐기에……?”

박규태가 스마트폰을 꺼내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콜라가 있었다.

“815 콜라다. 코리안 시크릿 콜라지.”

“이런 디자인은 처음 보는데?”

“뭔가 신기하네. 815라는 숫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이게 펩시나 코크보다 더 뛰어난 콜라라고?”

다른 주제로 떠들썩한 라커룸.

박규태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즌에 들어가서는 탄산을 마시지 않는 편이지만, 시즌이 끝난 뒤에는 항상 이 815 콜라를 마시려고 노력하지.”

“으음…….”

“난 데뷔하고 꾸준하게 815 콜라를 마셨지. 그리고 매 시즌 리그에서 30골을 꾸준하게 넣었고.”

“설마!”

“후후후……! 그래! 이 콜라가 내 골 결정력의 원천이다. 거기다 815라는 숫자는 한국에서 8월 15일은 식민지를 벗어나 우리나라를 되찾은 날을 기념하는 날이지.”

“뭔가 숭고한 콜라 같은데?”

“맞아. 뭔가……. 팍이 보여준 이 콜라를 마시면 축구를 잘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야.”

선수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가운데 마르시오는 눈을 반짝이며 815 콜라를 열심히 외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815 콜라를 마시고 싶은 녀석은……. 오늘 최고의 활약을 보여줘 봐! 내가 특별히 한 박스를 사주지!”

박규태의 말에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815 콜라가 도대체 어떤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박규태가 저렇게 활활 타오르는 눈빛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분명히 펩시나 코크와 다른 새로운 느낌의 콜라일 것이 분명했다.

어수선했던 라커룸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선수들의 눈빛에 불이 들어왔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런 라커룸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지켜봤다.

“좋아! 시간 됐다! 가서 포르투 녀석들을 상대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 팍이 말했던 코리안 시크릿 콜라를 먹고 싶은 녀석은 오늘 경기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거야!”

“옛설!”

그렇게 라커룸을 나서는 선수들.

박규태는 그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펩시와 코크……! 두 콜라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맛없는 콜라가 815 콜라인데…….’

오죽하면 마실 때마다 맛이 바뀌어서 여러 번 단종이 된 콜라였다.

하지만 여러 번 단종을 당했음에도 ‘815 콜라’는 일정 주기마다 다시 유통되었다.

지난 8월에도 그랬다.

‘815 콜라’라는 이름으로 다시 판매가 시작된 콜라는 당연히 3개월 뒤에 다시 단종되었다.

코리안 시크릿 콜라?

815 콜라는 맛있어서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너무 맛이 없어서 특별한 콜라가 된 것이다.

“설마 맛없다고 나중에 때리기라도 하겠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씩 웃은 박규태.

그가 선수들을 따라서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 * *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FC포르투와 울브스.

두 팀의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했다.

그들의 홈인 아스타디우 두 드라강은 5만여 명이 넘는 홈팬들로 가득 찼다.

그들은 FC포르투의 승리를 부르짖고 있었다.

“조니! 녀석들을 상대로 3골만 넣어!”

“팔레이 누네스! 너의 저력을 보여줘!”

“가자, 포르투의 브라질 커넥션!”

“두피 리안코! 너만 믿는다! 탄탄한 수비로 상대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줘!”

박규태는 포르투갈어는 몰랐지만, 적어도 잉글랜드와 다른 순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뭐……. 저러다가 골을 내주면 갑자기 홍염도 터뜨리고 오물도 필드로 날아오고 하겠지.’

그래.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경기에 집중하자.

박규태는 그렇게 생각하며 앞에 섰다.

곧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그리고 포르투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삐이이익!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내지른 팬들.

그들은 포르투를 위해 힘차게 소리를 질렀다.

경기는 꽤 치열했다.

특히나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한 중원의 싸움이 심했는데, 울브스는 상대의 강한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측면에서 움직이는 윙 포워드를 활용했다.

-공을 받은 임마누엘 메르시에! 그가 거침없이 오른쪽 측면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상당히 벨런스가 잘 잡힌 윙 포워드입니다. 거기다 발을 움직이는 테크닉이 상당히 뛰어난 선수입니다.

엠마누엘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공을 더 몰았다.

박규태가 보여준 드리블에 충격을 받은 뒤에 짧은 시간 동안 그는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차분한 드리블입니다! 빠르면서도 결코 볼을 제어하는 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빠릅니다! 속도를 살린 드리블로 포르투의 좌측을 완벽하게 허물어트리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찬스를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골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중앙으로 올린 크로스를 받은 박규태의 슈팅을 포르투의 골키퍼인 안드레 구스망이 몸을 날려 막아냈다.

워우우우우……!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포르투의 홈팬들.

이번에는 포르투의 역습이었다.

-중앙으로 연결되는 공! 그리고 이어서 공격형 미드필더인 조니 제수스에게 공이 연결됩니다!

-상당히 창의적인 패스를 찔러넣을 줄 아는 선수입니다. 울브스의 수비진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겁니다!

브라질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 조니 제수스.

이번에는 그가 울브스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빠릅니다! 조니 제수스!

-날카로운 패스가 최전방에 있던 팔레이 누네스에게 연결되면서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기회입니다! 울브스의 수비진을 뚫고 얻은 기회! 그리고 슈티이이잉! 고오오오오올!

-와우! 멋진 골입니다! 포르투가 그들의 홈에서 기분 선취점을 올리면서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 * *

툭!

기회는 순간적으로 넘어왔다.

전반전이 15분이 지나가는 상황까지 골이 터지지 않았지만, 박규태는 느긋하게 자신에게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곧 기회가 오겠지.’

그래, 기회가 올 것이다.

1골을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조급함은 없었다.

박규태는 잘 알고 있었다.

‘조급함은 모든 것을 망치지.’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박규태의 옆에 붙어서 밀착 마크하고 있는 포르투의 중앙 수비수 ‘두피 리안코’는 전반전 20분이 좀 지나는 시간까지 박규태가 큰 활약을 하지 않자 조금 마음을 놓았다.

‘그래, 이 녀석도 안 풀리는 날이 있겠지.’

그때였다.

박규태가 그의 옆에서 입을 열었다.

“너 탈모냐?”

“탈모? 내가 빡빡이라서 물어보는 거야?”

“패션 빡빡이였군.”

“그게 무슨 뜻이야?”

“탈모가 아니니까. 이제 봐주지 않아도 되겠어.”

“지금까지 봐주고 있었다는 거야?”

“그래, 난 빡빡이는 괴롭히지 않거든, 두 번째로 짝불알도 괴롭히지 않고, 마지막으로 모태솔로도 괴롭히지 않아.”

“미친놈.”

피식.

절로 웃음이 나왔다.

두피 리안코는 허세라고 생각했다.

‘입만 살아 있는 녀석이야.’

오늘 박규태는 결코 좋은 컨디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앙에서 아구스틴 퀴논의 날카로운 스루패스가 박규태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날카롭게 파고든 순간에야 두피 리안코는 박규태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가벼운 드리블.

그리고 발에서 떨어지지 않는 공.

두피 리안코가 급히 박규태의 유니폼을 잡고 그의 전진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아까와 다르게 박규태는 두피 리안코가 습관적으로 내민 오른발을 피해서 더 깊게 파고들었으니까.

그제야 깨달았다.

‘날 관찰하고 있었어!’

박규태가 두피 리안코를 관찰하고 있었음을 말이다.

그리고 박규태는 모든 것을 파악한 순간 흉악한 드리블을 꺼내 들어 포르투의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한 명.

그리고 두 명.

수비진을 완전히 제치는데 필요한 행동은 딱 두 번의 간단한 상체 페인팅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뻐엉!

제대로 감아 찬 공을 휘어서 안드레 구스망 골키퍼의 손을 피해 골대 상단에 걸쳤다.

철썩!

골이 들어간 순간.

박규태는 약 1,500여 명의 울브스팬이 모여 있는 원정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릎 슬라이딩을 하며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

그 모습을 포르투의 수비수 두피 리안코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세레머니를 끝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박규태는 다시금 경기가 시작되고 아까보다 더 자신에게 붙은 두피 리안코를 보며 웃었다.

“이름처럼 두피가 멋지네! 패션 빡빡이를 할 정도로 확실히 매력적인 두피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두피야?”

“내 이름으로 장난치지 마.”

두피 리안코가 발끈했다.

한국말을 섞어서 뭐라고 말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두피 리안코는 박규태가 이름으로 그를 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이를 꽉 물었다.

‘어떻게든 완벽하게 막아낸다!’

하지만 박규태는 격이 다른 선수였다.

어느 순간 포르투의 수비진이 예측하지 못한 움직임으로 공을 잡아내더니 냅다 슈팅을 가져가 버렸다.

철썩!

문제는 이 슈팅이 골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전반전 37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박규태는 골을 넣고 이번에도 원정팬이 있는 관중석까지 달려가 두 팔을 벌리며 소리쳤다.

“두-유 노?”

그의 시그니처 세레머니였다.

원정까지 따로 온 울브스의 팬들이 큰 목소리로 박규태의 물음에 대답했다.

(대-한-민-국!)

어설펐지만 그들은 한국어로 박규태의 물음에 답했다.

그 장면이 중계 카메라를 거쳐서 대한민국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치사량의 국뽕이었다.

한 명의 선수를 위해서 언어까지 배운 팬들과 그런 팬들의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서 큰 노력을 한 EPL 최고의 스트라이커까지.

프로 스포츠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래! 갓-한-민-국! 커모오오오온!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정순헌철고순! 조오오오오오오오오오선의 스트라이이이이이커! 이제 해트트릭까지 한 골 남았다!”

그리고 박규태는 막장 드라마의 각본을 죽이게 뽑는 필드의 환상적인 각본가였다.

근본 없는 말을 내뱉는 박규태.

그가 전반전 막판에 포르투를 상대로 경기를 뒤집으며 다시금 분위기를 울브스 쪽으로 끌고 왔다.

< 국뽕 박규태 선생 #89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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