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86 >
에당 아자르.
메시와 날강두의 시대가 끝나고.
네이마르, 파블로 로탱,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새로운 신계에 합류할 것이라 여겨지던 뛰어난 선수였다.
그리고 슈퍼 크랙, 드리블의 마술사 같은 별명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개인 능력을 갖춘 선수이기도 했다.
다른 능력은 몰라도 에당 아자르의 드리블은 메시와 비교해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능력이라 평가되었다.
툭! 툭!
정말 대단했다.
공이 발에 붙어 있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박규태는 공을 차고 나아가는 순간에 알아챌 수 있었다.
“키야아아아! 에당 아자르의 드리블이 이런 재능이었다니……! 내가 했던 드리블은 그냥 애들 장난이었구나! 내 인생의 절반을 손해 봤어! 캬아아아! 쥑이네!”
달랐다.
그가 알고 있던 드리블과 전혀 달랐다. 그가 하고 있던 것은 드리블이 아니라 7살짜리 애들 장난이었다.
“드리블을 잘하게 만들어주는 약이 있을까?”
“그런 게 있었으면 벌써 이 세상에 메시만 몇만 명은 넘을 것 같습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갑자기 늘어난 박규태의 드리블 능력을 보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어쩌면 재능의 영역이 아닐까.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박규태를 바라보던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다음 상대를 떠올렸다.
“맨유가 놀라겠지.”
“그럴 겁니다. 갑자기 저런 드리블을 선보이면……. 맨유의 수비진이 흔들릴 수밖에 없겠죠.”
이번 겨울에 감독 교체의 강수를 둔 맨유.
하지만 7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들은 지난 시즌에 리그 우승을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그나마 ‘루이스 너츠’라는 뛰어난 골게터가 팀을 지탱하고 있어서 리그 7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 만약에 그도 없었다면 맨유의 순위는 지금보다 더 아래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김치 드리블!”
“김치 스페셜!”
“김치 알까기!”
“김치 라 크로케타!”
에당 아자르의 드리블 재능을 마음껏 만끽하고 있는 박규태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부끄러운 말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테오 나두가 소리쳤다.
“팍! 김치는 이제 질려!”
그의 말을 들은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금 입을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불고기 드리블!”
“불고기 알까기!”
“불고기 스쿱 턴!”
“불고기 마르세유 턴!”
그 모습을 바라보던 테오 나두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김치보다 불고기야.”
* * *
맨유는 좋은 팀이었다.
EPL에 오래 살아남아 있었고, 지난 시즌에는 저력을 발휘해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명문이 왜 명문일까.
저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첼시나 아스날도 최근에 썩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도 나름의 저력이 있었다.
FA컵은 물론이고 리그컵에서도 꾸준한 결과를 만들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명문을 상대하는 팀은 압박감을 느낀다. 그들이 쌓아온 역사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으니.
그리고 울브스가 새로운 빅6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저런 역사를 쌓은 팀을 이길 줄 알아야 했고 그런 역사를 쌓은 팀을 상대로 꾸준한 승리를 거두면서 자신들의 역사를 쌓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에 명문이 될 것이다.
그것이 울브스의 큰 목표였다.
매 시즌 리그 7-8위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들은 2018년도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빅6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 노력했으니까.
이제 그 노력의 결실을 얻어야 했다.
“이번 시즌이 그 시작이겠지.”
울브스의 전담 기자인 알렉스 포터.
그가 노트북의 자판은 열심히 두들기며 몰리뉴 스타디움에 입장하는 두 팀의 선수를 바라봤다.
“리그 1위와 리그 7위의 경기! 그리고 지난 시즌에 리그 1위였던 맨유와 리그 7위였던 울브스가 순위가 바뀐 상태로 겨루는 이번 시즌 첫 번째 경기.”
역사를 쓰기에 딱 좋은 경기였다.
상황도 재미있었다.
리그 7위인 맨유는 지난 에버튼과 경기에서 1 대 0 패배를 기록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잡아내고 4강에 진출한 상황이었다.
반대로 울브스는 유로파리그 8강 2차전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기세를 탄 상황이었다.
“유로파 4강과 챔피언스리그 4강의 대결.”
무엇을 주제로 써도 오늘 경기는 많은 축구팬들에게 큰 재미를 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난 이 경기를 끝까지 볼 생각이고.”
“무슨 혼잣말을 그렇게 하고 있어.”
“아! 클라크! 벌써 왔어?”
“벌써는 무슨……. 경기 시작에 맞춰서 아슬하게 왔지.”
동료 기자와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두 팀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맨유는 이번 겨울에 영입한 루카스 밀리탕을 중심으로 짠 포백 수비진을 구성했다.
그 위로 3명의 3선 미드필더와 3명의 공격진을 배치한 비대칭 4-3-3을 선보였다.
이번 겨울에 새롭게 맨유의 사령탑이 된 사무엘 토드 감독이 좋아하는 전술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답답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전술이기도 했다.
수비할 때는 4-5-1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가져갔고, 공격에서는 4-2-4처럼 3선의 미드필더 하나가 높게 올라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까지 보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3선의 미드필더 중에 창의적인 패스를 찔러주는 선수가 없어지는 순간에 맨유의 공격은 답이 없어진다.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을 하던 호세 펠릭스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공격력 자체가 달랐다.
“다행히 오늘 경기에서는 호세 펠릭스가 주전으로 나섰지. 허벅지를 다치고 첫 복귀전으로 말이야.”
“호세 펠릭스가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울브스와 경기에서 호세 펠릭스가 복귀한 것은 맨유에게는 정말 다행인 점이었다.
걱정이라면 과연 호세 펠릭스가 정상이냐는 것인데, 알렉스 포터와 그의 동료 기자가 보기에 전반전 5분 동안에 보여준 호세 펠릭스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몰리뉴 스타디움이 크게 울렸다.
박규태를 응원하는 관중들의 목소리.
그가 공을 가진 상대 수비수를 압박하는 모습만 보여주었음에도 울브스의 홈팬들은 그의 별명을 부르짖었다.
맨유는 확실히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수비할 때 맨유는 그 어떤 팀도 넘볼 수 없는 단단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호세! 호세! 호세!
몰리뉴 스타디움까지 찾아온 맨유의 원정팬이 내뱉는 외침이 기자석에 있는 알렉스 포터의 귀에 들려왔다.
호세 펠릭스가 공을 잡기 무섭게 울브스의 미드필더진이 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호세 펠릭스는 특유의 볼컨트롤과 뛰어난 패스 감각으로 자신을 압박하는 선수들을 피해서 공을 최전방에 있는 루이스 너츠에게 연결했다.
땅콩! 땅콩! 땅콩!
공을 잡기 무섭게 이번에는 그의 별명을 외치기 시작한 맨유의 팬들은 그가 날카로운 슈팅을 선보이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루이스 너츠의 날카로운 슈팅!
-아쉽게 크로스바를 맞고 넘어가는 공!
-멋진 슈팅이었습니다! 루이스 너츠!
확실히 멋진 슈팅이었다.
골키퍼인 톤 필크만이 한도의 한숨을 내뱉었을 정도로 루이스 너츠의 슈팅은 강렬했다.
몰리뉴 스타디움을 찾은 울브스의 팬들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필드를 바라봤다.
“이러다가 1골 내주고 내려앉은 맨유에게 지는 거 아니야? 저 망할 맨유 녀석들이라면 이런 졸렬한 짓을 자주 하잖아.”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엠마누엘! 슈팅해야지!”
“오늘 선수들의 움직임이 썩 좋지 않은 것 같아.”
“지난 토트넘과 경기에서 너무 체력을 많이 쏟아서 그런 게 아닐까? 뭔가 몸이 무거워 보이잖아.”
걱정스러운 시선이 필드를 향했다.
거기다 박규태도 평소와 조금 달랐다.
“팍도 경기가 안 풀리니 밑으로 내려와서 공을 받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다른 경기와 다르게 미드필더가 있는 지역까지 내려와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 왜 이러지? 지난 경기에 좋았잖아!”
“가스통! 왜 공을 잡고 질질 끄는 거야?”
사실 답답한 경기력의 원인은 맨유의 단단한 수비에 있었다.
그들은 울브스의 단순하면서도 파괴적인 측면 역습을 막기 위해서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있었다.
풀백의 공격 가담은 물론이고, 윙 포워드인 티모 베일리와 트로이 퍼렛은 아예 윙어처럼 내려와서 수비 가담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박규태에게 향할 크로스가 많이 줄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가스통 렌도가 자주 공격의 흐름을 끊어먹었다.
덕분에 중앙에서 볼을 배급하는 아구스틴 퀴논이 공격적으로 가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박규태가 최전방이 아닌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으려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울브스에게 좋지 않은 상황.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평소와 다르게 뭔가 골똘히 생각에 담긴 표정으로 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이상한 괴성을 내지르고 있을 사람이 조용하니, 맨유의 벤치도 ‘오늘은 울브스가 정상이 아니구나!’ 하면서 좋아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틀렸다.
적어도 박규태는 그들의 생각과 다르게 오늘 경기에서 멋진 드리블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아래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전반 15분.
결국에는 참고 참았던 아구스틴 퀴논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미드필더진까지 내려온 박규태에게 공을 연결했다.
박규태가 공을 잡자 맨유의 호세 펠릭스가 붙었다.
‘피지컬이 무서운 선수지. 드리블은 그리 인상적인 선수가 아니야. 내가 충분히 빼앗을 수 있어!’
그리고 박규태가 공을 가지고 달리자 빠르게 발을 뻗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박규태가 아니었다.
가볍게 호세 펠릭스를 제친 박규태.
그가 분노의 질주를 시작했다.
-박규태! 달립니다!
-빠릅니다! 급히 맨유의 라파엘 테소로가 붙습니다! 하지만 막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정교한 컨트롤로 기어코 라파엘 테소로의 압박을 벗어납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진실인가요? 박규태! 예전에 보여주었던 투박한 드리블이 아닙니다!
-빠릅니다! 그리고 이제는 정교합니다! 급하게 자리를 잡는 맨유의 수비진! 디에고 페레즈가 급히 몸을 밀어 넣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박규태! 공이 발에 붙은 것 같습니다!
-디에고 페레즈가 중심을 잃고 쓰러집니다!
-데클란 토이스가 급히 따라붙습니다! 벌써 3명의 선수를 제친 박규태! 이제 남은 것은 데클란 토이스와 맨유의 골키퍼인 다비드 에레라입니다!
-아아아악! 우리가 지금 뭘 보고 있죠?
비명이 중계진을 가득 채웠다.
반대로 몰리뉴 스타디움은 순간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박규태가 40M를 넘는 거리를 홀로 주파하면서 맨유의 선수들을 바보로 만드는 순간.
울브스의 팬들은 앞선 전반 15분에 보여주었던 경기력을 잊고 그저 짐승처럼 울부짖을 뿐이었다.
그리고 박규태는 데클란 토이스를 알까기하고 골키퍼인 다비드 에레라의 키를 넘는 로빙슛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박규태! 어메이징! 어마어마한 골이 터졌습니다! 40M를 달려서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진을 허물고 환상적인 원더골을 터뜨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정정하겠습니다! 맨시티가 아니라 맹구! 아니……! 맨유의 수비진을 허물었습니다! 무려 40M를 질주하고 만들어낸 박규태의 충격적인 돌파였습니다!
-놀랍습니다!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박규태 선수! 언제 저렇게 드리블이 늘었죠?
-기다렸습니다! 몰리뉴 스타디움을 찾은 울브스의 팬들이 기다린 ‘주-모우우우우우우우우!’ 입니다!
-그렇죠! 주-모우우우우우! 어나더 레벨의 코리안 팍! 어나더 팍! 오늘 박규태 선수가 맨유를 상대로 어마어마한 드리블을 선보이며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몰리뉴 스타디움이 오직 박규태를 원했다.
오직 그를 위해서 소리치고 있었다.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울브스의 팬들이 광기에 빠졌다.
박규태는 골을 넣고 관중석 근처로 달려갔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중계 카메라를 붙잡았다.
그는 오늘 경기를 TV나 인터넷 중계로 보고 있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누가 나를 막을 수 있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계 여러 해외축구 커뮤니티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온 ‘김치왕’이 국뽕을 터뜨렸다.
< 국뽕 박규태 선생 #86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