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84화 (84/199)

< 국뽕 박규태 선생 #84 >

“아…….”

팰리스의 파노르 솔로몬이 고개를 푹 숙였다.

남은 시간에 따라잡기에 2골 차이는 너무 멀었다.

박규태가 골을 넣고 웃통을 깐 순간.

그는 팀의 패배를 받아들였다.

관중들 사이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보였다.

아직도 자신과 팰리스를 외치며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팬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경기에서 이기고 저 팬에게 리그컵 우승을 선물하고 싶었다.

“김치!! 파뤼이이이이이! 커모오오오오온!”

하지만 한국에서 온 또라이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팬들이 원하는 동화는 물론이고 한 소녀의 희망을 짓밟았다.

“두 유 노!”

비빔밥!

“두 유 노!”

VTS!

“두 유 노!”

코리아! 포에버!!!

모든 세레머니가 끝나고.

광란에 빠진 울브스의 팬들은 남은 추가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신나게 응원가를 불렀다.

골키퍼인 톤 필크만을 시작으로.

곽진수-앤디 수아즈.

라스 하젤레스커-퀴라시 아메드.

도미닉 메든-브란도 사미-샘 빈치.

테오 나두-알렉스코 아리에타.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규태의 응원가까지.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 팍팍!)

(오오오! 팍! 김치의 정령! 김치팍!)

(어디에나 한국산 공격수가 눈에 들어오지! 김치팍!)

(울브스의 작은 늑대가 김치의 매운맛을 보여줄 거야!)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소쇼의 팬들이 박규태를 위해 만든 응원가를 이제는 울브스의 팬들이 각색해서 자신들의 응원가로 쓰고 있었다.

박규태가 세레머니를 길게 가져가서인지는 몰라도 예상보다 추가시간이 길게 주어졌다.

물론, 팰리스가 남은 시간에 경기의 결과를 바꾸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삐이익! 삐익! 삐이이이익!

주심이 경기의 끝을 알렸다.

휘슬이 울리기 무섭게 팰리스와 울브스의 팬들이 동시에 눈물을 흘렸다.

당연히 눈물의 의미는 달랐다.

-끝났습니다! 리그컵 결승! 승자는 울브스입니다! 4 대 2로 울브스가 팰리스를 잡아내면서 리그컵 우승을 달성합니다!

-1979-80시즌에 리그컵 우승을 했던 울브스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금 리그컵 우승을 가져갑니다!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노인은 지난 시즌 FA컵 준우승을 보고 얼마나 속상했을까.

리그컵 우승을 달성한 순간.

몇몇 팬들은 필드까지 내려와 선수들을 껴안았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우락부락한 몸과 다르게 감수성이 예민한 것인지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울었다.

마크 캠벨 수석코치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스태프들과 격한 포옹을 했다.

곧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팰리스의 메달 수여가 먼저 진행이 되는 동안에 울브스의 선수들은 한쪽에서 기다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기자들은 선수들에게 붙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늘 경기에서 멋진 선방을 보여준 톤 필크만부터 시작해서 수비의 중심을 잡은 앤디 수아즈.

그리고 아구스틴 퀴논을 대신해서 오늘 경기에서 플레이 메이커로 준수한 모습을 보여준 브란도 사미까지.

마지막으로 태극기를 목에 두른 박규태를 향해 마이크가 향했을 때, 국내 중계진은 목소리는 감격에 빠졌다.

손형민의 유로파리그 우승.

그리고 이강민의 유로파리그 우승.

그 이후로 한국 선수가 유럽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가장 가능성이 있었던 것은 지난 시즌 FA컵 결승전에서 울브스의 공격수였던 황지찬이었지만, 아쉽게도 울브스는 토트넘을 상대로 FA컵 우승 트로피를 내주어야 했다.

곧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한 명씩 시상대에 올랐다.

울브스의 팬들은 환호성을 보냈으며 팰리스의 팬들은 결과를 승복하고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주장이었던 파비오 델파우리가 이번 겨울에 상하이 상강으로 이적하면서 새롭게 주장이 된 앤디 수아즈가 길게 심호흡을 하고서는 리그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아아아아아아!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환호성.

울브스가 2027-28시즌 리그컵 우승을 차지했다.

“진짜 황홀하네요.”

곽진수의 말에 박규태가 환하게 웃었다.

“그래, 우승은 진짜 황홀하지.”

맞다.

어떤 리그든 우승은 황홀하다.

그리고 박규태는 수명을 길게 유지하면서 이런 우승을 많이 만끽하고 싶었다.

자신에게 넘어온 트로피.

박규태가 트로피를 잡고 높게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

큰 소리로 들려오는 팬들의 함성.

이제야 리그컵 우승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 * *

[울브스 리그컵 우승!]

[트로피에 샴페인이 아닌 한국의 전통 음료인 식혜를 가득 담고 마셔버린 박규태!]

[박규태의 광기! 기어코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해트트릭으로 팀의 리그컵 우승을 견인한 박규태! 그에게 남은 것은 리그 우승과 유로파리그 우승?]

[마이크 타이슨 감독, ‘너무 황홀한 하루다. 하지만 우리는 리그와 유로파리그를 남겨두고 있다. 이 기쁨은 딱 오늘까지 느끼고 버려야 한다. 아니면……. 내일까지이거나.’]

[앤디 수아즈, ‘행복하다. 리그 우승과 유로파리그 우승을 결정지을 때도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다.’]

[박규태, ‘리그컵 트로피로 식혜를 담아 마셨으니, 유로파리그 우승컵에는 수정과를 담아 마시겠다. 그러면 ‘빅 이어’에는 뭘 담아 마시겠냐고? 당연히 막걸리 아니겠는가?’]

-박규태 떡사아아앙 가즈아아아아!

-미니 트레블 가즈아아아아아!

-와……! 트로피에 샴페인을 담아 마시는 것은 봤어도ㅋㅋㅋ 바락식혜를 담아 마시는 것은 또 처음 보네.

-저거 분명히 바락식혜 광고 노린 거다.

-ㅋㅋㅋㅋㅋㅋ 김치팍 돌았누.

-근데……. 골 넣는 것 하나는 신계다.

-이미 신계 아님? 솔직히 지난 시즌에 리그앙에서 35골 넣었을 때는 리그 수준이 낮아서 깎아내렸는데, EPL에서 저런 폼을 보여주면……. 할 말이 없지.

-진짜 신계에 제일 근접한 공격수가 아닐까?

-또 국뽕들 설레발 오지죠? 저러다가 다음 시즌에 죽 쓰면 어떻게 하려고 저럴까……. 쯧쯧쯧.

-응 3시즌 연속 30골 꾸준히 박아버리는 공격수를 깎아내리는 일뽕들은 아닥하시구연.

-주-모오오오오오! 외국 출장 가서 왜 안 돌아와!!

-주모 이미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한국 국적 버리고 영국 국적 취득해버림. 큰일 났음.

리그컵 우승.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선수들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었다.

혹여나 나태해진 선수가 있을까 봐 걱정하는 몇몇 팬들이 있었지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수박을 엄지손가락으로 도륙 내는 것을 보고 정신을 놓을 선수는 울브스에 없었다.

아직 시즌을 길었으니까.

팰리스는 리그컵 우승에 실패한 순간에 동화가 끝났음을 알렸다.

팀을 이끌던 크리스티안 위건 감독이 경질되고 새로운 감독이 사령탑에 앉았다.

“진짜 동화가 끝났네.”

“그래서 팰리스가 더욱 리그컵 우승에 목을 매고 있던 것일지도 모르지.”

툭! 툭!

가스통 렌도와 패스를 주고받던 박규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팰리스가 절박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프로 스포츠에서 상대 사정을 봐줄 필요는 없지. 불법적인 일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승리를 위해서 활용해야지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니까.’

그래.

프로의 세계는 냉혹한 법이었다.

상대의 사정을 봐주는 그런 세계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이어지는 일정이 너무 빡빡한데? 23일에 에버튼전, 27일에 사우스햄튼전, 3월 2일에 유로파리그 8강 1차전까지……. 쉴 틈이 없네.”

“그렇지. 빡빡한 일정 덕분에 우리 보스가 리그컵 결승에서 로테이션을 돌렸으니까. 아마 남은 일정에서도 선수들의 체력을 고려해서 로테이션을 돌릴 거야.”

“그렇겠지.”

“팍은 에버튼과 경기에서 아예 빠질 수 있을걸?”

그건 조금 아쉬웠다.

에버튼으로 이적한 황지찬.

그리고 이번 겨울에 손형민도 레스터 시티에서 에버튼으로 이적하면서 오늘 경기를 기대하고 있는 한국 팬들이 많았다.

역대급 코리아 더비라고.

4명의 한국인이 뛸 수 있는 경기라고.

하지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에버튼과 경기도 로테이션으로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국뽕을 채울 기회가 사라져 아쉽네.’

아마도 리그컵에서 선발로 뛴 모든 선수가 명단에서 빠지거나 벤치에서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찾아온 2월 23일 에버튼전.

당연하게도 박규태와 곽진수는 아예 명단에서 빠졌다.

덕분에 오늘 경기를 중계하는 한국의 방송사는 ‘역대급 코리아 더비’라는 광고가 흐지부지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방송사 홈페이지와 SNS를 모두 닫아버렸다.

아마도 담당 PD는 조인트를 까이고 있겠지.

그래도 경기는 꽤 재미있게 흘러갔다.

드디어 EPL 데뷔전을 치른 마르시오.

그의 활약 덕분에 경기가 재미있게 흘러갔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마르시오는 ‘브라질에서 온 백작’이라는 별명처럼 우아한 터치로 멋진 연계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팀의 공격을 도왔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감각적인 터치를 보여준 마르시오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그래! 저 우아함이야! 크하하하! 아무도 마르시오에게 달라붙지를 못하잖아!”

멋진 볼 터치로 상대의 압박을 흘러내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마르시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그가 에버튼의 수비진을 곤욕스럽게 만든 것은 그의 몸에서 나오는 청국장 냄새 때문이었다.

“으악! Fxxk! 도대체 이 썩은 냄새는 뭐야?”

“젠장! 주심! 저 브라질리언 녀석에게 경고 좀 해주세요! 냄새가 너무 나서 마크를 할 수 없어요!”

격한 에버튼 선수들의 반응.

반대로 울브스의 선수들은 적응이 된 듯이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굳이 마르시오의 근처에 가까이 붙지는 않았다.

결국에는 주심이 다가가서 전반전이 끝나고 씻으라는 권고를 했지만, 마르시오는 어설픈 영어로 이렇게 대답했다.

“오늘 3번 씻었는데도…… 이래요.”

뭐라 경고를 내릴 수 없었다.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옐로카드를 꺼낸다고?

분명히 경기가 끝나고 분쟁 거리가 될 것이다.

거기다 지난 시즌에 상대 선수에게 입 냄새가 난다는 발언을 했다고, 본머스의 한 수비수가 3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에버튼의 수비수들도 크게 항의를 할 수 없었다.

결국에는 코가 청국장의 냄새에 익숙해질 때까지 참을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에버튼의 수비진은 마르시오를 강하게 압박하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전반전 동안에 마르시오가 몸싸움 걱정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마르시오는 연계에 집중하며 울브스의 경기를 풀어주었고, 울브스는 엠마누엘의 2골로 전반전을 끝낼 수 있었다.

주심은 전반전이 끝나기 무섭게 마이크 타이슨 감독에게 다가가서 마르시오의 냄새를 없앨 수 없냐고 물었다.

“저 친구…… 브라질에 있던 시절부터 냄새나는 음식을 먹는 게 루틴이에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대답에 주심이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황지찬과 손형민은 브라질리언 주제에 청국장 냄새를 풍기는 마르시오를 보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다행히 후반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청국장 냄새가 많이 사라지면서 에버튼의 수비진이 드디어 마르시오에게 달라붙어 몸싸움할 수 있었다.

물론, 마르시오를 마크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울브스의 두 윙 포워드가 날뛰기 시작했고, 후반전 22분에 교체로 들어온 테오 나두에게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렇게 3 대 0으로 에버튼을 잡아낸 울브스.

경기가 끝나고.

당연히 오늘 경기는 화제가 되었다.

[제이미 틸랑, ‘충격적인 냄새였다. 사람의 몸에서 날 만한 냄새가 아니었다.’]

[마르시오의 충격적인 데뷔전!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좋은 연계로 마이크 타이슨 감독을 흡족하게 만들다!]

[엠마누엘 메르시에, ‘청국장이란, 한국의 전통 음식으로 상당한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이다. 그것을 냄새가 조금 난다고 깎아내리는 것은 부적절한 행위다.’]

[미셸 요렌테, ‘아니……! 그게 무슨 냄새가 조금이야? 엠마누엘의 코는 사람의 코가 인가? 외계인의 코인가?’]

[FA(잉글랜드 축구협회)의 권고, ‘마르시오, 냄새가 심한 음식을 조금은 줄여라.’]

덕분에 한국에서는 마르시오의 별명이 빠르게 생겨났다.

‘청국장 스컹크.’

에버튼전을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곽진수가 마르시오의 활약을 보면서 박규태에게 물었다.

“저 녀석 한국인이 아닐까요?”

그 물음에 박규태가 대답했다.

“한국인도 저렇게 청국장을 진하게 먹지는 않아. 저건 진짜 청국장 빌런이야, 빌런……. 나랑은 차원이 다른 놈이라고.”

김치 빌런인 박규태도 청국장 빌런인 마르시오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르시오, 그는 ‘진짜’였다.

< 국뽕 박규태 선생 #8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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