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81 >
울버햄튼은 영국 스태퍼드셔주 남부에 있는 공업 도시다.
소쇼와 비슷하게 울버햄튼에 있는 중공업과 화학공업을 이끄는 공장의 직원들이 서포터로 유입되고 있다.
거기다 몰리뉴 스타디움 근처에 있는 울버햄튼 대학교에서 학생들도 울브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이 찾는다.
덕분에 울브스의 경기가 있는 날.
울버햄튼 대학교와 인근 공장에 있는 펍은 울브스를 사랑하는 팬들로 가득 채워지고는 했다.
-팍! 어마어마합니다!
-토트넘의 포백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측면으로 스위칭해서 시도하는 돌파를 거의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로베르트가 팍을 막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워낙 피지컬 차이도 심하고……! 거기다 박규태 선수를 막아도 그 뒤를 받쳐주는 2선 공격수가 워낙 뛰어난 울브스이기에 토트넘의 수비진이 힘을 쓰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 녀석들을 조져!”
“팍! 천국에 있는 공원으로 로베르트를 보내버려!”
“우아아아아! 죽여! 멍청한 치킨 녀석들에게 더 울브스의 무서움을 보여줘!”
과격한 울브스의 팬들.
그들이 펍의 TV에 나오는 화면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아르사네 디예의 교체 이후에는 원색적인 욕설과 함께 거친 말이 난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들의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은 거대한 환호성으로 바뀌고 말았다.
-고오오오오오올!
-기어코 울브스의 변칙적인 공격이 토트넘의 수비진을 뚫었습니다! 팍의 머리로 연결된 공을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마무리 지었습니다!
-깔끔한 골이었죠?
-맞습니다! 깔끔한 골입니다!
박규태의 머리에 맞고 떨어진 공을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감각적인 인사이드 킥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골을 넣은 엠마누엘 메르시에는 뭔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외치며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을 뛰어다녔는데, 그 모습을 보고 토트넘의 홈팬들이 큰 야유를 보냈다.
아무래도 아르사네 디예와 관련된 발언 같았다.
동시에 울버햄튼에 있는 펍에서는 울브스의 팬들이 내뱉는 거대한 함성이 울렸다.
“그렇지!! 엠마누엘! 다 같이!”
“엠마!”
“누엘!”
“엠마!”
“누엘!”
신나게 떠드는 울브스의 팬들.
원정까지 따라온 팬과 TV로 경기를 보고 있을 팬들에게 기쁨을 준 엠마누엘 메르시에는 박규태를 보며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짐 테인이 전반전 42분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박규태를 보며 소리쳤다.
“팍! 지금까지 리그 26골이지? 금방 따라가 줄게.”
“그래, 열심히 따라와라. 8골 차이를 따라잡으려면 고생을 좀 해야겠는데?”
하지만 짐 테인은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치타는 지금 웃고 있다. 경주견인 네가 앞서고 있지만, 곧 너를 제치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거다. 8골? 시즌의 남은 기간에 내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보여주지.”
허언증과 SNS 중독만 아니라면, 짐 테인은 좋은 선수였다. 그렇기에 박규태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기에는 다시 9골 차이가 날 것 같은데?”
“뭐?”
짐 테인은 그가 내뱉은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규태는 곧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몸싸움에 밀려 잔디즙으로 유니폼을 적신 로베르트가 쓰러지기 무섭게 박규태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형민존이라 불리는 위치에서 슈팅을 가져갔다.
필드에 여러 번 구른 로베르트는 혼미한 표정으로 박규태가 슈팅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감각적이게 꺾인 공을 그대로 골대 상단을 뚫었다.
골키퍼가 반응하기 힘든 코스였다.
골이 들어가기 무섭게 박규태가 어디론가 달렸다.
토트넘의 팬들은 그에게 거센 야유를 내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박규태는 그런 야유를 무시하고 토트넘의 측면 수비수인 로베르트 코흐에게 다가가 도발했다.
“뭐가 그렇게 심각하지?”
영화에서 나온 조커의 명언을 빌린 도발에 로베르트 코흐가 얼굴을 팍 찌푸렸다.
주심은 로베르트와 언쟁을 벌인 박규태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박규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다행히 두 팀의 선수들이 크게 싸우는 일은 없었다. 토트넘의 선수들도 로베르트의 거친 플레이에 조금의 불만을 품고 있었기에 가벼운 언쟁를 제외하면 말을 아꼈다.
그리고 울브스의 선수들도 방금 박규태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서 어느 정도 끓어올랐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엠마누엘 메르시에.
그가 혼자 중얼거렸다.
“벌써 경기의 절반이 지나갔네.”
그의 말에 박규태가 대답했다.
“아직 경기가 반이나 남았지.”
그래.
아직 경기는 반이나 남았다.
그리고 그 뜻은 로베르트 코흐가 박규태의 분노를 받아낼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뜻이었다.
* * *
“커어어억!”
오우! 웁스!
순간적으로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이 탄식에 잠겼다. 소중한 곳을 붙잡고 쓰러진 로베르트 코흐가 필드를 뒹굴었다.
엠마누엘과 박규태가 자주 스위칭을 하면서 로베르트 코흐가 필드를 뒹구는 일이 많아졌다.
덕분에 그의 하얀 유니폼은 어느덧 토트넘의 골키퍼 유니폼과 비슷한 초록색이 되었다.
하프 타임에 유니폼을 갈아입었음에도 그의 유니폼이 금방 잔디즙에 절인 것이었다.
-팍이 올린 크로스를 막으려고 다리를 벌린 로베르트의 급소를 향해서 공이 올라가면서 그가 쓰러졌습니다.
-상당히 아파 보이는데요.
“으어어어……!”
정신을 차리지를 못했다.
생각보다 고통이 심한 것인지 팀 닥터가 필드에 들어왔음에도 그는 소중한 부위를 잡고 일어서지를 못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로베르트를 보던 팀 닥터가 교체 사인을 보내는 것을 확인한 박규태가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복수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복수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조금은 미안하네.’
결국, 들것으로 실려 나가는 로베르트를 보며 박규태가 조용히 차가운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는 고자는 괴롭히지 않았으니까.
“저 친구 탈모도 있는데……. 2028년에 뭔가 안 풀리려 나보네. 쯧쯧……! 진짜 불쌍하다.”
로베르트의 동료 수비수인 리산드로의 혼잣말을 들은 박규태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완전히 용서해주자.’
빡빡이와 고자는 원래 괴롭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빠져나가기 무섭게 백업 풀백인 음비아 디알루가 교체로 들어왔다.
토트넘은 조금 더 공격적인 풀백인 음비아 디알루가 들어오기 무섭게 공격적으로 치고 나왔다.
토트넘은 그들의 홈에서 2 대 1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2 대 1의 점수를 2 대 2 동점으로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3 대 1로 점수가 더 벌어졌다.
공중볼 경합 도중에 흘러나온 루즈볼을 박규태가 논스톱 슈팅을 가져가면서 멀티골을 터뜨렸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치타라고 표현한 짐 테인에게 도발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치타? 출발도 못 하고 굶어 죽은 것 같은데?”
“치타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
발끈하는 짐 테인.
박규태가 피식 웃었다.
* * *
[박규태! 2골 1도움! 리그 다섯 번째 MoM!]
[경기를 지배한 울브스! 리그 1위였던 토트넘의 심장에 말뚝을 박았다!]
[드디어 리그 1위! 울브스의 리그 우승……! 진짜 가능할까? 도박사들과 전문가들이 모두 놀라고 있는 이유!]
[짐 테인의 이상한 인터뷰! ‘치타는 죽지 않는다.’]
[울브스! 이어진 유로파 32강 2차전에서도 압승! 세리에의 아탈란타 탈락!]
[레알 마드리드의 파비오 실바가 2027년도 발롱도르를 수상하는데 필요했던 공격포인트는 39골 14도움!]
[박규태는 이미 공격포인트로는 발롱도르 수상자에 가까워! 필요한 것은 우승 트로피!]
[파비오 실바가 발롱도르를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챔피언스리그 우승 덕분!]
[어째서 유럽 대륙 컵 대회의 일정이 달라졌는가?]
['티티 아르망' 현 피파 회장의 결정으로 조금은 빨라진 대륙 컵 대회 일정!]
[테러의 공포에 떠는 유럽 축구!]
-캬……. 닭집 터졌네? 77ㅓ억!! 주급 7억 짐 테인 77거억!!
-짐 테인이 무슨 주급 7억이야. 지금 주급 3억 원밖에 못 받고 있는데…….
-주급 7억 드립 모르냐? 짐 테인이 자기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고 있는 파블로 로탱처럼 주급 7억을 받아야 한다고 SNS에서 난리를 쳐서 생긴 드립이잖아.
-원래 맨유의 산체스가 주급 7억 받으면서 피똥 싸서 생긴 드립인데……. 이제 짐 테인이 7억 주급 드립을 물려받았지.
-그것보다 박규태는 진짜……. 탈아시아급이구나.
-탈아시아? 유럽에서도 최상위권 공격수다. 그렇게 기술적인 선수라고 볼 수 없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지.
-인정 또 인정이구욘.
-발롱도르 후보에 들기는 하겠지. 그런데……. 리그 우승에 유로파 우승해도……. 이번 시즌에 바르셀로나의 모레노가 보여주는 폼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힘들 거야.
-미구엘 모레노? 메좆처럼 16강, 8강따리 아니냐?
-젖닌이다! 여기 젖닌이 있다!
-저거 잡아! 지금 ‘메’가 있는데, 어디서 ‘호’를 붙이는 거지? 저기 이단자가 있다! 잡아서 족쳐라!
-응, 바르셀로나 챔스 16강 1차전에서 샬케 상대로 2 대 1 패배. 2차전 바르셀로나의 홈에서 0 대 0 무승부로 패배예정.
-ㄴㄴ 누 캄푸에서 역전할 예정. 모레노의 해트트릭이 나올 예정임. 누 캄푸의 기적이 울릴 것이다.
한창 챔피언스리그 16강이 펼쳐지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울브스와 토트넘의 경기 결과를 전달한 기사에는 챔피언스리그와 관련된 댓글이 가득했다.
동시에 발롱도르와 관련된 이야기도 계속 터져 나왔다. 하지만 박규태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이제 유로파리그 4강 진출만 기록하면……. 드리블과 관련된 플래티넘 카드가 내 손에 들어온다.”
시즌 30골과 유로파리그 4강 진출.
그중에서 시즌 30골은 이미 기록했다.
아니, 어쩌면 시즌 60골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박규태의 퍼포먼스는 예전 메시나 호날두가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득점력과 비슷했다.
더 놀라운 것은 시대가 지나가면서 점점 공격수들이 많은 득점을 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수비수들은 더 치밀해졌고.
감독들은 상대 공격수들을 묶기 위해서 그들의 작은 습관까지 연구했다.
공격수들이 한 시즌에 40골만 넣어도 발롱도르 후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만큼 골을 넣기가 힘들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박규태가 시즌 45호 골을 터뜨렸다.
몇몇 이들은 메시의 단일 시즌 클럽 최다 골인 73골을 넘어설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었지만, 그 기록을 넘어서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더 많았다.
“리그 13경기에서 한 골씩 넣고. 남은 유로파리그 토너먼트에서 16강에 5골, 8강에서 5골, 4강에서 5골, 남은 결승전에서 1골까지. 총 16골 몰아넣으면 가능하겠네.”
“미친놈.”
“아! 리그컵 결승도 있네.”
“넌 진짜 미친놈이야.”
테오 나두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박규태를 바라봤다. 허언을 내뱉는 박규태의 말이 그에게는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기에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박규태가 씩 웃었다.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솔직히 그도 메시의 한 시즌 최다 득점인 73골을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그래, 아직은.
아직은 무리였다.
하지만 나중에는 가능할 것이다.
그는 그렇게 예상하였다.
이번 시즌은 무리다.
‘다음 경기에는 침묵하겠지.’
모든 팀이 그를 견제하고 있었다.
거기다 그 견제를 잘 견딘다고 해도 2월에 접어들면서 쌓인 피로도 문제였다.
‘일정이 빡빡한 EPL이라서 더 힘들어.’
그리고 스스로의 예상처럼 박규태는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 경기인 볼프스부르크 원정에서 침묵했다.
경기는 1 대 1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2차전인 그들의 홈에서 유리한 상태로 볼프스부르크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 2월 13일에 있는 아스날과 리그 26라운드 경기에서도 박규태는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아스날의 수비진이 박규태를 철저하게 마크했으니까. 다행이라면, 박규태를 너무 집중적으로 마크한 아스날의 수비진이 울브스의 2선 공격수를 놓치기 시작하면서 무너졌다.
4 대 0 대패.
그 날 경기가 끝나고 토트넘 팬들의 조롱에 아스날의 팬들이 분노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서 들려왔다.
아스날은 리그 6위로 미끄러졌다.
리그 1-3위를 제외하면 중상위권의 순위가 점점 굳혀지기 시작했고, 덕분에 EPL을 지켜보는 팬들의 시선도 리그 우승 경쟁을 하는 울브스-토트넘-맨시티를 향하기 시작했다.
울브스는 그런 상황에서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을 준비했다. 이번 시즌에 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유로파리그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어 했다.
구단의 EPL 4번째 우승.
그리고 구단의 유로파리그 최초 우승.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 울브스의 스태프는 물론이고 선수들도 구슬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노력은 훈련은 물론이고, 16강 2차전에서도 드러났다.
-박규태!! 박규태!!
-엄청납니다! 해트트릭!! 몰리뉴 스타디움이 광란에 물들었습니다!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에서 자랑스러운 박규태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점수는 이제 6 대 1입니다! 울브스가 경기를 잡았습니다! 볼프스부르크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앞선 2경기에서 침묵했던 박규태 선수가 폭발했습니다!
박규태가 폭발하면서 터뜨린 해트트릭으로 볼프스부르크를 찍어누른 울브스는 기어코 유로파리그 8강에 진출했다.
‘유로파 4강까지는 절대 질 수 없지.’
박규태의 플래티넘 카드가 걸려 있었다. 4강 진출을 하는 순간까지 절대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질 수 없었다.
그렇게 이룩한 유로파리그 8강 진출.
하지만 승리를 만끽할 시간은 없었다.
2월 20일.
리그컵 결승전.
울브스와 팰리스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승 트로피를 원하는 굶주린 늑대에게 있어서 이번만큼 좋은 기회가 없었다.
당연히 팬들의 기대감도 상승했다.
그리고 박규태도 리그컵 결승전을 기대했다.
회귀 전과 이번 삶까지 합쳐서 그의 인생 처음으로 유럽 리그에서 겪는 결승이었으니까.
“올 것이 왔군.”
박규태가 씩 웃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81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