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65화 (65/199)

< 국뽕 박규태 선생 #65 >

축구의 종주국 잉글랜드.

잔디 위를 굴러다니는 축구공을 보는 것은 대한민국의 길거리에서 피시방을 발견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신사의 나라’라는 잉글랜드의 별칭답게 잉글랜드인들은 격식과 매너를 중요시하지만, 축구라는 스포츠 앞에서는 그들은 과감하게 원시인이 된다.

“죽여! 저 멍청한 러시아 얼간이를 밟으라고!”

“팍! 녀석들에게 지옥을 보여줘!”

“부우우우우우우!”

“엿 먹어! X같은 새끼들아!”

몰리뉴 스타디움은 울브스의 홈팬들이 내뱉는 거친 욕설과 응원에 물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중간마다 그들은 응원가를 불렀다.

(멍청한 중국인이 울브스에 들어오면 안 돼!)

(이곳에는 김치의 수호자가 있으니까!)

(ㅈ같은 면상을 치워! 멍청한 중국인!)

(이번에도 공을 뺏기겠지! 멍청한 중국인!)

상당히 거칠고 욕설이 가득한 응원가를 외치는 울브스의 팬들은 곧이어 박규태의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김치 범벅이 된 그의 응원가는 묘한 운율로 필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럴수록 쑨 하이징의 움직임은 움츠러들었다.

가스통 렌도는 그런 쑨 하이징을 힐끔 쳐다보고는 중앙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아구스틴 퀴논을 바라봤다.

그것은 하나의 신호였다.

뛰어 들어갈 테니까 내 앞으로 공을 찔러라.

그리고 가스통 렌도가 준수한 주력을 자랑하는 순간에 맞춰 아구스틴 퀴논이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넣었다.

‘완벽해.’

-아구스틴 퀴논의 날카로운 패스!

-전반 11분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측면을 돌파하는 가스통 렌도에게 날카로운 패스가 전달됩니다.

-내려앉은 크라스노다의 수비진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울브스의 크로스 공격을 대비합니다.

가스통 렌도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크라스토다의 풀백을 가벼운 개인기로 제치고 크로스를 올렸다.

타이밍은 완벽했지만, 패스가 살짝 길었다.

‘끙…….’

아쉬웠다.

훈련에서 하던 것처럼 되었다면 더 완벽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공을 가슴으로 잡아낸 박규태.

그가 크로스노다의 중국인 수비수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과 동시에 완벽한 슈팅을 가져갔으니까.

-박규태 선수, 슈우우웃!

-아아아아! 아깝습니다! 완벽한 기회였는데요!

-크로스노다의 안드레아 루뇨프 골키퍼의 환상적인 선방이었습니다! 울브스의 좋은 기회가 몇 번은 날아간 것 같습니다.

가스통 렌도에게 따봉을 하나 날린 박규태.

인터넷 중계창의 댓글란이 순간적으로 폭발했다.

-누가 여기에 빠꾸이태 투입했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이게 문제임. 중국산 빠꾸이태 투입해서 간 보다가 가끔 박규태 넣어서 이김.

-빠꾸이태 극혐이네……. 1따봉 적립!

-가스통 렌도가 깔끔하게 넣어준 패스인데…… 어떻게 저걸 못 넣냐? 응? 빠꾸이태! 정신 차려라!

하지만 3분 뒤에 나온 박규태의 헤딩골이 터지기 무섭게 댓글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믿고 있었습니다. 박규태 님!

-아아아! 5252 김치팍! 믿고 있었다고!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맨날 비겁하게 빠꾸이태로 상대를 방심하게 하고 박규태를 투입해서 골 넣음.

-캬! 최고입니다! 박규태 님!

전반전에 터진 선제골.

골을 넣은 박규태는 팬들에게 달려가서 소리쳤다.

“두 유 노 코리아?”

커뮤니티에서 미리 호흡을 맞춘 울브스의 팬들이 박규태의 물음에 완벽한 호응을 해주었다.

아-이!

노-우!

코-리아!

와아아아아아!

함성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금 응원가를 내뱉기 시작한 울브스의 홈팬들을 보며 박규태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에서 온 머저리들!)

(너희들은 김치팍을 이길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가 멍청한 마더 러시아!)

(돌아가서 젖이나 더 먹고 와! 마더 러시아!)

(아니면 우리 X이나 빨아라!)

외설적인 내용이 들어간 응원가에 가스통 렌도는 피식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잉글랜드 사람들은 축구와 관련되면 짐승처럼 날뛰기 시작한다. 그런 분위기가 가스통 렌도는 꽤 마음에 들었다.

그의 시선이 박규태에게 향했다.

‘대단하네.’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헤딩으로 마무리한 박규태를 보면서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랑 다르게 팍은 훈련과 실전의 차이가 거의 없네.’

그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훈련에서 하던 플레이만큼 실전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박규태가 부러웠다. 자신과 다르게 실전에서 강했으니까.

‘거기다 큰 경기에서는 더 뛰어나지.’

그래서 더 대단했다.

공격수가 큰 경기에서 침착하기란 정말로 힘드니까.

계속해서 이어지는 경기.

전반전 37분이 지나가는 상황.

박규태는 이번에 아구스틴 퀴논의 감각적인 패스에 환상적인 터닝슛으로 응답하며 시즌 22호 골을 터뜨렸다.

가스통 렌도는 그저 감탄을 내뱉었다.

‘굉장해.’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다.

* * *

“훈련과 실전의 차이를 줄이는 방법?”

“어,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프타임.

박규태는 자신에게 훈련과 실전에서 보여주는 간극을 줄일 방법이 없는지 묻는 가스통 렌도의 질문에 살짝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볼을 긁었다.

‘내가 그걸 알고 있었다면, 축구선수가 아니라 어디 가서 축구감독을 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가스통 렌도의 질문을 무시하기엔 최근에 훈련에서 보여준 그의 환상적인 패스가 머릿속에 강렬히 남았다.

훈련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실전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박규태에게 날아드는 패스의 질이 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패스가 늘어나면 내가 골을 넣을 확률도 늘어나고, 골을 넣을 확률이 늘어나면 두 번째 시련을 클리어할 확률이 많이 늘어난다는 뜻이지.’

그렇기에 뭔가 방법이 없나 골똘히 생각했다.

하지만 딱히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젠장……. 머릿속에서 김치랑 국뽕……! 두 가지밖에 떠오르지 않아! 멍청한 빡대가리 자식! 생각해! 저 도시가스 LPG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뭐가 있지?’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가스통 렌도를 위해 한참을 고민하던 박규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어…… 클럽에서도 국가에서 뛴다는 것처럼 뛰는 게 어떨까? 나도 클럽에서 뛰는 것을 국가대항전에서 뛴다는 생각처럼! 그러니까…… 국가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가짐을 클럽에 대입하는 거지! 그걸 나는 ‘국뽕’이라고 불러! 국뽕!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클럽에도 보여주는 거야. 난 울브스라는 클럽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알리고 있는 국뽕의 선두주자라는 마음가짐으로!”

횡설수설.

박규태가 무논리의 말을 내뱉었다.

그는 말을 내뱉고 후회했다.

‘어휴…… 병신아! 결국에는 김치랑 국뽕이잖아!’

가스통 렌도가 얼마나 실망하겠는가.

아마도 박규태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음…… 일리가…….”

“하하하! 일리가 없지!”

“있어! 일리가 있어!”

“뭐?”

가스통 렌도가 뭔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박규태는 보여 씩 웃었다.

“그래! 그런 마음가짐으로 뛰어봐야겠어. 울브스에서 내가 아르헨티나를 알리는 선수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뛰는 거야. 그걸 한국에서는 ‘쿡퐁’이라고 부르는구나! 좋은 걸 알았어!”

아니야.

넌 오염된 거야.

박규태가 죄책감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자신의 이상한 무논리로 국뽕의 희생자를 하나 더 만들어버린 것 같았다.

가스통 렌도가 환하게 웃었다. 뭔가 실마리를 잡은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박규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개를 푹 숙이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공중 주먹질과 알 수 없는 동기부여 조언을 들으며 후반전을 준비한 울브스의 선수들.

그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나 가스통 렌도의 표정은 꽤 비장했다.

마치 국가대표팀 경기를 앞둔 선수처럼.

그리고 찾아온 후반전.

박규태의 걱정과 다르게 가스통 렌도는 천천히 후반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가스통 렌도! 날카로운 움직임!

-놀랄 정도로 정확한 크로스가 중앙으로 올라갑니다! 이 선수 전반전도 굉장했는데, 후반전에는 더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놀랍습니다!

-중앙에 있는 박규태가 크로스에 맞춰 뜁니다!

-헤더!

-으아아! 안드레아 루뇨프의 선방!

박규태가 살짝 놀랐다.

이건 훈련에서 보여줬던 수준의 크로스였다.

‘내가 반응이 살짝 늦을 정도로 환상적이었어.’

놀라서 반응이 조금 늦었다.

만약 완벽한 타이밍에 맞춰서 그가 헤딩을 시도했다면, 안드레아 루뇨프의 선방을 피해서 골을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쑨 하이징이 그의 옆에서 이상한 중국어를 내뱉으며 최대한 트레쉬 토크를 하려는 것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방금의 크로스는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진짜…… 그 무논리의 조언이 통했다고?’

박규태가 살짝 충격에 빠졌다.

사실은 박규태의 조언이 정확했던 것이 아닐까.

아니면 가스통 렌도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던가.

그러거나 말거나.

박규태는 이번에 수비진이 밀집된 지역에서 자신의 발에 정확하게 도달한 가스통 렌도의 패스에 반응했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철썩!

-고오오오오올!

-와아아아아! 방금은 대단했습니다! 가스통 렌도의 패스가 크라스노다의 수비진을 모두 속였습니다! 완벽한 타이밍! 그리고 완벽한 마무리까지! 울브스가 3 대 0으로 달아납니다!

-그리고 박규태 선수의 해트트릭까지! 오늘 경기 정말 볼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쑨 하이징을 밀어내고 득점에 성공한 박규태가 세레머니를 하지 않고 가스통 렌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를 껴안으며 소리쳤다.

“젠장! 진짜 환상적인 패스였어!”

박규태의 말에 가스통 렌도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가스통 렌도는 결정적인 기회를 하나 더 만들며 크라스노다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박규태는 시즌 24호 골을 넣으면서 오늘 경기에서 4골을 몰아넣는 환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쑨 하이징을 놀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치가 짜요! 김치가 짜요!”

“닥쳐! 죽여 버리겠어.”

부르르 몸을 떠는 쑨 하이징.

4실점의 원인이 된 그가 후반전 27분에 교체되어 나가고 박규태도 후반 30분에 대니얼 캘버트와 교체되어 필드를 나왔다.

그리고 곧 경기가 끝났다.

* * *

[울브스, 크로스노다를 상대로 5 대 1 승리!]

[박규태 4골 폭주! 압도적인 골 결정력을 보여주다!]

[가스통 렌도, “후반전의 경기력은 팍의 조언 덕분이었다. 그는 팀에 많은 도움을 주는 훌륭한 선수다.”]

[앞서나가는 울브스! 유로파리그에서 만든 기세를 프리미어리그까지 끌고 올 수 있을까?]

[박규태! 발롱도르 페이스? 어마어마한 득점력!]

-캬! 요즘 물이 올랐구나.

-진짜 박규태 경기 보는 맛으로 산다.

-벌써 시즌 24호 골임. 활약 미쳤음.

-저러다가 진짜 발롱도르 수상하는 거 아니지?

-응, 아직은 아니야.

-2년 뒤에는 수상할 수 있을 듯함. 빅 클럽으로 이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뽕워리어 가즈아아아아아!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올라온 기사들.

몇몇 언론은 박규태의 어마어마한 득점력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나 EPL과 대륙 컵 대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박규태의 득점 페이스는 발롱도르 수상자였던 파블로 로탱과 비교해도 밀릴 것이 없었기에 나온 말이었다.

‘그래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없으면 힘들지.’

파블로 로탱이 2020-21시즌에 제3의 황금기를 달리던 호날두를 제치고 발롱도르를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유로 우승 덕분이었다.

박규태는 발롱도르를 수상하기 위해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리그 우승과 유로파 리그 우승으로는 솔직히 발롱도르를 수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니까,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이번 시즌에 꼭 좋은 성적을 거둬야지.’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던가.

아니면 리그 4위 이상을 기록하던가.

지금까지는 상당히 순조로웠다. 크라스노다전을 끝내고 울브스는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 만났다.

경기에서 박규태가 2골을 몰아넣으면서 팀의 5 대 3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리그 2위를 지킬 수 있었다.

1, 맨시티 11경기 8승 1무 2패 25승점.

2, 울브스 10경기 8승 1무 1패 25승점.

3, 리버풀 11경기 8승 1무 2패 25승점.

4, 토트넘 10경기 7승 2무 1패 23승점.

치열한 선두권.

미세한 골득실 차이로 갈린 순위.

그 뒤로 맨유, 첼시, 뉴캐슬, 아스날.

4팀이 바짝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가온 리그컵 4라운드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울브스는 2군을 내보내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했다.

3 대 2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었지만,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할 수 있어서 경기가 끝나고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인터뷰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자들도 딱히 셰필드 유나이티드 경기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들은 울브스의 다음 상대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리그 5위.

‘빅6’의 멤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 국뽕 박규태 선생 #65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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