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7 >
“모두 진정해! 고작 한 골이야.”
팀의 주장이자 수비수인 케뱅 론도가 흔들리는 로데즈의 선수들을 다독이기 시작했다.
비록 1골을 허용했지만, 그들이 준비한 것은 어느 정도 먹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팍이 골을 넣은 다음부터 로데즈가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소쇼가 중앙에서 뛰던 엔조 마이어를 측면으로 돌리는군요. 확실히 중앙에서는 상대의 압박에 많이 취약한 선수입니다.
-필리페 가보리프가 소피안 다함과 함께 중앙으로 들어가면서 전보다는 훨씬 편하게 로데즈의 중앙 공격을 막고 있습니다.
반대로 FC소쇼는 아까와 다르게 조금은 수비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로데즈의 틈을 노렸다.
역습을 위해서 벤자민 몽맹이 로데즈의 최종 수비수 옆에 붙어 있었고, 활동량이 많은 박규태가 아래까지 내려가 숫자가 부족한 중원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어느덧 전반 34분이 조금 지나가는 상황.
“귀찮은 녀석! 비켜!”
공을 받은 로데즈의 중앙 미드필더, 장 자크 르루가 얼굴을 찌푸렸다.
플레이 메이커인 자신을 상대로 공격수인 박규태가 들러붙자 공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았다.
‘공격수가 왜 이렇게 수비가 능숙해?’
거기다 171㎝에 몸무게도 66kg밖에 안 되는 그와 188㎝에 몸무게가 80kg이 나가는 박규태가 마주치면 당연히 몸싸움에서는 장 자크 르루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툭!
“제길!”
이번에도 공을 뒤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수비진이 벤자민 몽맹을 잘 막고 있다는 점이었다.
장 자크 르루가 얼굴을 찌푸렸다.
‘수비만 잘하면 뭐해?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잖아!’
최소한 비기려면 1점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
루헌트 페렐라드 감독도 지금의 상황이 좋지 않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프랑코!”
수석코치인 프랑코를 부른 루헌트 감독.
“4-3-3 전술은 어때?”
그의 물음에 프랑코 수석코치가 고개를 흔들었다.
“루헌트, 지금 상황에서 4-3-3으로 전환했다가는 오히려 4-5-1이랑 똑같을 거야! 우리 팀의 윙어들은 돌파력이나 주력이 그리 빠른 선수들이 아니니까.”
“음…….”
“거기다 우리 팀의 선수들은 전술적인 이해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야. 알잖아! 수비진은 물론이고 모든 선수의 전술적인 역량이 부족해서 3-5-2를 주력 전술로 삼은 거고.”
“3-4-3은 어때?”
“음……. 나쁘지 않아. 다만 측면이 강한 소쇼를 상대하는 우리 팀 측면 수비수들이 꽤 힘들 거야.”
프랑코 수석코치의 말에 루헌트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걸로 가자."
“3-4-3이라기보다는…… 정확히는 3-4-1-2겠네. 조금은 위험할 수 있겠어.”
“그래도 지금보다는 상황이 좋겠지.”
결론을 내린 루헌트 페렐라드 감독이 측면 수비수인 맥심 푼지를 불러 전술을 지시했다.
“맥심! 아르투로에게 전방으로 움직이라고 전해줘.”
“3-4-3입니까?”
“그래, 그리고 피치 전체를 강하게 압박해.”
“지시사항이 더 있습니까?”
“수비수들에게 크로스는 허용해도 되지만, 중앙 수비수들의 라인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로데즈가 아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포메이션의 변화가 있군요. 3-4-3으로 보입니다.
-정확히는 3-4-1-2의 느낌인데……. 공격형 미드필더인 아르투로가 필요하다면 최전방까지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로데즈의 측면이 3-5-2와 다르게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런 부분이 측면이 날카로운 소쇼의 윙어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될 것 같습니다.
전술을 변화시킨 로데즈는 아까와 다르게 전방위적인 압박을 통해서 소쇼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체력을 불태워서 1골을 넣고, 체력이 떨어진 후반전에 내려앉아서 무승부를 가져갈 생각이군.”
“승점 1점을 챙기기만 해도 로데즈에게는 나쁘지 않겠죠.”
그때였다.
와아아아아아!
순간적으로 환호성으로 가득 찬 경기장.
오늘 경기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두 번째 골의 주인은 당연히 박규태였다.
골을 넣은 박규태가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20m에서 나온 중거리 슛이었다.
골키퍼는 반응하지 못했다. 골망이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볼 뿐.
중요한 순간에 터진 최고의 쐐기골이었다.
“아무래도 로데즈가 실수한 느낌인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박규태를 보면서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후반전의 로데즈는 전반보다 더 강한 압박을 가하면서 소쇼의 공격을 막았다.
거기에 어떻게든 최전방으로 빠진 3명의 선수에게 공을 연결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FC소쇼도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았다.
후반 15분에 벤자민 몽맹을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살림 아칼을 투입하면서 4-1-4-1로 전환했다.
덕분에 미드필더의 수적 우위를 가져갔고, 떨어진 점유율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박규태는 그런 상황에서 원톱으로 움직였다.
‘4-1-4-1은 원톱의 고립을 피하기 힘든데……. 이대로 경기를 굳힐 생각인 것 같군.’
조금 아쉬웠다.
오늘 그의 컨디션은 정말로 좋았으니까.
기회만 온다면 해트트릭을 기록할 자신이 있었다.
‘그것도 공식전 첫 해트트릭을 말이지.’
후반 27분.
로데즈는 다시 3-5-2로 회귀하면서 어떻게든 FC소쇼의 수비진을 뚫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최악의 상황을 불러왔다.
강한 압박을 위해 많이 움직인 로데즈의 윙백이 지친 상황에서 엔조 마이어가 로데즈의 왼쪽 측면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크로스!
-헤더!
-아! 아쉽습니다! 이번에도 빗나가는 공!
‘빡세다.’
아무리 박규태가 경험이 많고 뛰어난 골 결정력을 갖춘 공격수이지만, 고립된 상황을 즐기는 선수는 아니었다.
리그를 씹어 먹는 탑급의 선수들도 원톱으로 고립되면, 결국은 심신에 큰 무리가 따른다.
거기다 4-3-3처럼 공격을 도와주는 윙 포워드도 없었다.
4-1-4-1의 날개는 모두 윙어니까.
‘그래도 기회는 꼭 온다.’
박규태는 그래도 참고 기다렸다.
어차피 오늘 경기에서 자신의 몫은 끝냈다.
이제부터는 추가 보너스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을 잘 추슬렀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41분.
‘왔다!’
박규태는 느낄 수 있었다.
엔조 마이어가 올린 저 크로스가 너무나도 완벽하게 자신의 머리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을.
‘살짝 궤적을 튼다는 생각으로!’
그는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공중볼의 궤적을 살짝 바꾼다는 생각으로 그가 머리를 움직였다.
‘이걸 놓치면 축구선수가 아니다!’
철썩!
오늘 3번째로 듣는 골망을 흔드는 소리에 박규태가 소리를 지르며 소쇼의 팬들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팍!! 해트트릭!! 해트트릭입니다!
-기어코 로데즈의 수비를 뚫고 해트트릭을 성공시킵니다!
-정말 깔끔한 움직임이었습니다.
와아아아아!
환호성을 내지르는 소쇼의 팬들.
무릎 슬라이딩을 하면서 박규태가 소리쳤다.
“내가 누구!!”
그러자 가까이 있던 소쇼의 몇몇 팬이 외쳤다.
“Coréen(한국인!)!!”
* * *
3 대 0으로 벌어진 점수.
이미 로데즈의 선수들은 의욕을 잃었다.
덕분에 남은 시간 동안 소쇼는 그들의 공격을 쉽게 막아내면서 점수를 지킬 수 있었다.
삐이익! 삐익! 삐이이익!
“끝났다!”
“8월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겼어!”
“으아아, 이제 2주는 쉰다!”
선수들은 8월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겨서 그런지 표정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라커룸으로 들어선 선수들.
곧 크리스티 조엘 감독도 기쁜 표정으로 라커룸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위 고 리그 앙! 위 고 리그 앙!”
그는 상당히 들뜬 것처럼 보였다.
그런 크리스티 조엘 감독을 보면서 몇몇 선수들이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들떴으면 불어가 아닌 영어로 저러고 있을까.
그만큼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소쇼의 경기력은 ‘리그 되’의 그 어떤 팀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지난 시즌과 다르게 초반부터 1위로 치고 나가면서 분위기도 전혀 달랐다.
설레발을 칠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라커룸을 바라보는 박규태.
엔조 마이어가 그의 옆에 앉았다.
“해트트릭이라니! 정말 대단해!”
그의 말에 박규태가 씩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골은 엔조가 만들어준 골이지.”
“히히히. 정말이지?”
순박하고 바보 같은 미소를 짓는 엔조 마이어.
그의 얼굴을 보면서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정말 대단했어.”
마지막에 그의 머리에 정확히 올라온 크로스는 박규태의 인생에서 몇 번 받아볼 수 없는 아주 깔끔한 크로스였다.
덕분에 해트트릭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틀 뒤에 한국으로 떠나지?”
“어, 난 하루 늦게 합류하라고 감독님이 배려해주셔서 그나마 여유 있게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구나.”
엔조 마이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프랑스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까?”
“음…….”
차마 가능하다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 자리에 경쟁하는 선수가 많았다.
중앙에는 파울로 포그드바와 토마스 레르마.
그리고 올리 마르테가 있었다.
측면으로 시선을 돌리면 더 어려웠다.
지난해 발롱도르를 수상한 파블로 로탱이 있었으니까.
지금의 엔조 마이어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의 단점을 고친다면 가능성은 있겠지.”
그래도 프랑스 1부리그에서 살아남은 선수였다.
신체능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조금만 보완할 수 있다면, 대표팀의 4번째 미드필더는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박규태의 말을 들은 엔조 마이어.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리그 되의 지배자! 박규태 선수 국가대표팀 합류!]
[시즌 8경기 10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프랑스 2부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기대되는 젊은 공격수!]
[미튜브로 알려진 젊은 공격수, 대한민국의 부족한 골 결정력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국뽕전사 박규태, 미튜브 조회수 300만 넘어!]
-아니, 저게 뭐라고 조회수가 300만이 넘냐 ㅋㅋㅋ
-그래도 리그 되에서 시즌 8경기 10골이면 기대는 되네.
-황지찬보다 잘하냐?
-황지찬은 울브스에서 뛰고 있잖아. 비교할 수 있냐? 당연히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더 잘하지.
-응. 황지찬 지난 시즌 31경기 8골 2도움임. 수준이 떨어져도 박규태는 8경기에서 10골 2도움임.
-아니 ㅋㅋㅋ 프리미어리그랑 프랑스 2부리그랑 똑같냐? 비교를 그따위로 하냐?
-황지찬은 잘츠부르크 시절부터 골 결정력이 너무 떨어짐. 진짜 너무한 수준이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연령별 대표팀에 한 번도 뽑히지 않은 친구인데, 너무 빨리 성인대표팀으로 부른 느낌임.
-태국전에서 시험해보겠지?
-일본전에 내보내겠냐? 거기서 골 못 넣으면 그대로 국가대표 은퇴하는 거야 ㅋㅋㅋ
-잘했으면 좋겠다. 누가 하이라이트 모아놓은 거 봤는데, 골 결정력은 미쳤던데.
드디어 박규태가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팬들의 반응은 기대 반 그리고 걱정 반이었다.
파주 NFC에서 짧게 기존의 선수들과 훈련으로 호흡을 맞춘 박규태는 곧 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2026 북중미월드컵 최종예선 B조.
태국과 대한민국의 경기가 가까워졌다.
< 국뽕 박규태 선생 #7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