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화타-69화 (69/255)

# 69

3장, 결자해지(結者解之)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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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촬영도 무사히 끝났다.

2화의 반응 덕분에 제작진들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이끌었다.

메인 MC인 아나운서 문주연도 지난 촬영들보다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제작진이나 출연자나 프로그램이 잘 되어 가면 더욱 의욕이 생기기 마련이다.

당장 방송국으로부터 받는 월급이나 출연료는 똑같다.

하지만 성공한 프로그램의 일원이 되면 본인의 주가가 수직 상승한다.

PD와 작가들, 아나운서인 문주연까지 2화의 반응에 고무될 수밖에 없었다.

한지호는 완전히 물이 오른 실력으로 촬영을 즐겼다.

적당히 완급조절을 한 그는 서양의학을 대표하는 패널인 양승찬에게 발언권을 넘겨주기도 하며 승자의 여유를 누렸다.

이미 확실한 관심을 받았으니 경쟁에 연연하지 않고 프로그램 전체의 완성도를 살피는 것이다.

스튜디오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방송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한지호와 양승찬의 태도 차이를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어떻게든 한지호처럼 화제를 만들어내려 애쓰기 급급한 양승찬은 드문드문 방송의 맥을 끊었다.

반면 한지호는 발언권이나 분량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여유를 보였다.

당연히 힘이 잔뜩 들어간 양승찬보다 한지호가 훨씬 카메라를 잘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작은 차이들이 제작진의 머릿속에는 빠짐없이 각인되고 있다.

채성일 PD와 조연출, 작가들은 촬영장에선 마냥 웃고 있어도 내부 회의를 하면 누구보다 냉정하게 출연진을 평가할 것이다.

그들의 마음속에서 한지호는 확실한 카드로 자리 잡히고 있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약속이라도 있으신가봐요?”

한지호가 스튜디오의 스텝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데 문주연이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한지호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둘만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낮췄다.

한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저녁 약속이 있습니다.”

“그래요? 아쉽네요. 한 원장님이랑 저녁이나 할까 했는데.”

문주연이 묘한 표정으로 한지호를 쳐다봤다.

단아한 미모를 자랑하는 문주연은 연예인 못지않은 남성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게다가 재벌가에서 며느리감 1순위로 꼽는다는 지상파 방송국의 아나운서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면 보통 남자들은 당장 약속을 취소하고 저녁을 먹자 할 것이다.

하지만 한지호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아쉽네요. 다음에 기회 되면 식사 같이 하시죠.”

“네? 아, 네. 그래요.”

“다음 촬영 때 뵙겠습니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 그럼 이만.”

한지호는 미련 하나 남기지 않고 등을 돌렸다.

오늘 촬영을 잘 끝냈으니 이제 이지은을 만나 고백에 답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너무도 쿨한 반응에 문주연이 벙 찐 얼굴로 한지호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이제껏 그녀를 이런 식으로 대한 남자는 처음이었다.

어떻게든 문주연과 밥이라도 한 번 같이 먹어보려고 줄을 서는 남자들이 천지였다.

그러나 한지호는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료 정도로 선을 딱 그은 것 같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MBS에서 대놓고 밀어주는 차세대 간판 여자 아나운서인 문주연에게 말이다.

“참 알 수 없는 사람이야.”

문주연이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한지호는 이미 촬영 스튜디오를 벗어났다.

그녀는 마치 방송 프로처럼 고작 2회 만에 이슈를 일으킨 한지호를 꽤 자주 떠올리게 될 것 같았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그를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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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연을 뒤로하고 MBS 방송국에서 나온 한지호는 곧장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그는 최근 TV에 자주 나오며 스타 쉐프가 된 젊은 요리사의 레스토랑을 빌렸다.

원래는 2층과 3층을 사용하는 레스토랑인데, 오늘 저녁을 위해 3층을 통째로 빌린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이지은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잘 나가는 쉐프의 레스토랑 3층을 다 빌리느라 돈이 많이 들어갔지만, 그렇게 아깝지는 않았다.

이지은은 그녀 자신이 한지호의 VIP 고객일 뿐 아니라 야소녀 모임의 크리스탈이나 김여정을 소개해준 고마운 사람이다.

레스토랑 한 층을 빌리는 것 이상을 해줘도 이상하지 않은 사이다.

게다가 그녀는 한지호를 향한 진심을 표현했다.

진지한 고백에 답을 하는 자리인 만큼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끼이익-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의 레스토랑 건물에 도착한 한지호는 차에서 내려 키를 맡겼다.

발렛을 맡아주는 직원이 아주 정중하게 키를 건네 받았다.

한지호는 계단을 거슬러 3층으로 올라갔다.

오늘 저녁 타임에 3층을 예약한 사람은 오직 한 명, 한지호밖에 없다.

미리 지정된 직원들과 한지호, 이지은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3층에 들어올 수 없다.

계단을 올라간 그가 2층 홀 입구에 다다르자 정장을 입은 직원이 신분을 확인했다.

“엘본 더 테이블입니다. 예약하고 오셨습니까?”

“3층을 예약했습니다. 한지호입니다.”

“네.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입구의 직원은 매니저 명찰을 달고 있었다.

그는 한지호의 이름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 앞서 걸어갔다.

한지호는 매니저의 뒤를 따라 3층에 다다랐다.

“일행 분께서 먼저 도착해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한지호는 안내를 해준 매니저에게 인사를 하고 3층 홀 안으로 들어섰다.

가로수길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창가, 쉐프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오픈 키친, 그리고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치장된 테이블들.

이 모든 게 오직 한지호와 이지은만을 위해 준비 된 것이다.

“한 선생님!”

조금 일찍 도착해 창가쪽에 앉아있던 이지은이 손을 흔들었다.

아이처럼 반가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한지호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에요. 방금 막 도착했어요. 창밖으로 한 선생님이 주차 맡기는 것도 봤죠, 헤헤.”

“요즘은 활동 끝나서 좀 여유롭죠?”

“응응. 맞아요! 스케줄이 안 잡히니 좀 살 것 같아요. 바로 다음 앨범이랑 해외 투어 준비해야 하는데…… 그래도 이만하면 완전 여유로운 거죠.”

이지은은 들뜬 얼굴로 대답했다.

한지호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일주일만에 만난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웨이터가 테이블로 왔다.

“실례합니다. 지금부터 오늘의 코스를 시작하겠습니다. 오픈 키친에서 쉐프님들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웨이터가 오픈 키친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언제 나왔는지 여러 명의 쉐프들이 오픈 키친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요즘 TV에 자주 나오는 스타 쉐프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직접 선발하고 키운 쉐프 군단이 단 두 사람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것이다.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피어올랐다.

이지은은 그녀를 위해 레스토랑 3층을 통째로 빌린 한지호의 배려에 감동한 것 같았다.

단순히 돈을 많이 썼다고 해서 감동을 받지는 않는다.

돈이라면 이지은도 누구 못지않게 많다.

대신 그녀가 편할 수 있게 배려를 하고, 마음을 썼다는 게 느껴져 감동을 받은 것이다.

사실 좋아하는 사람이 뭘 해도 좋아 보이기 마련이다.

이미 한지호에게 마음을 고백한 그녀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곧이어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이 세팅 됐고, 알맞게 잘 구워진 식전 빵을 시작으로 애피타이저가 올라왔다.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레스토랑 엘본 더 테이블의 코스 요리가 선보여졌다.

“우리 건배해요, 한 선생님.”

“건배요?”

“그냥… 이렇게 저녁 시간에 좋은 레스토랑에서 사람들 시선 신경 안 쓰고 밥을 먹는 거, 나한테는 처음 있는 일이거든요.”

“그렇겠네요. 지은 씨는 워낙 어릴 때부터 데뷔를 했으니까.”

“그래서 오늘을 기념하고 싶어요. 한 선생님이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오늘은 나한테 아주 특별하고 좋은 날이 될 거에요.”

한지호는 아직 고백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지은은 설령 그가 마음을 거절해도 오늘 저녁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20대 초반답지 않게 속 깊은 말에 한지호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와인 잔을 들었다.

“합시다, 건배.”

“건배사는 어떻게 할까요? <건강 백서, 진짜! 가짜!>의 시청률 대박을 위해? 아니면 내 월드 투어를 위해?”

“그런 거 말고, 좀 더 사적인 걸로 하죠.”

한지호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와인 잔을 든 이지은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는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우리 만나는 겁니다. 그걸 기념하며 건배하죠.”

“저, 정말요?”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기대 이상의 대답을 들은 이지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뮤직 비디오에서 종종 짓는 백치미 넘치는 표정이다.

물론 뮤비에서는 연기를 한 것이고, 지금은 100% 진심인 상황이었다.

한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지은 씨도 바쁘고, 나도 아마 연예인들보다 더 바빠질 거라 서로에게 신경을 못 써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오해가 쌓이면 지금보다 못한 사이가 될 수도 있겠죠. 사실 그게 걱정되어서 좋은 친구이자 동료로만 남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한 번 사는 인생, 이것저것 잴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뭐 대단한 남자라고 지은 씨의 진심을 잴 수 있겠습니까. 사실 며칠 전 제가 아는 분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나도 어쩌면 불의의 사고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모든 사람들이 내일 일을 모르고 살아가죠. 그러니까 오늘 하루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게 정답일 것 같습니다.”

“역시 한 선생님다워요. 세상에 어느 남자가 고백을 승낙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말을 하겠어요?”

“그렇긴 하네요.”

“그래서 더 좋아요. 한 선생님도 나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서. 고마워요, 제 마음 받아주신 거.”

“고마워 할 사람은 나죠. 주위 사람들이 알면 전부 도둑놈이라고 할 텐데.”

“사실 엄청, 엄청 떨렸었는데 기분 좋아요. 다리에 힘도 풀리고…… 헤헤.”

한지호의 대답을 들은 이지은이 천진하게 웃었다.

소녀와 숙녀의 경계에 선 그녀의 미소가 오늘따라 더 예뻐 보였다.

내심 고민을 많이 했던 한지호는 원래 거절을 하려 했었다.

그러나 최치우의 사고를 보며 느껴진 바가 있었고,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다짐했다.

“건배?”

“건배!”

한지호와 이지은은 별다른 건배사를 덧붙이지 않고 와인 잔을 부딪쳤다.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위한 건배인지 둘 다 알고 있었다.

10대 후반부터 국민 여동생으로 불려온 최고의 여자 솔로 가수 이지은과 이제 막 스타 한의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지호가 정식으로 교제하게 됐다.

연예부 기자들이 알게 되면 눈을 뒤집고 달려들 대형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둘은 처음 시작하는 평범한 연인들처럼 내내 미소를 지으며 특별한 저녁을 만끽했다.

이것저것 고민하고 결단할 문제들이 수두룩한 한지호도 오랜만에 편안한 시간을 누렸다.

따지고 보면 일상의 모든 문제를 잠시 내려놓고 쉬게 만드는 것이 바로 연애다.

바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지호와 이지은은 서로를 통해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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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좋은 일 있나? 얼굴에 웃음기가 도는구만.”

“그런가요?”

“그래, 평소보다 안색이 더 환해진 것 같네.”

“하하, 나중에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지호는 멋쩍은 웃음을 터트렸다.

최치우는 과연 만만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였다.

얼굴만 보고 한지호의 변화를 알아차린 것이다.

어제 저녁, 이지은과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한 한지호는 목요일 내내 밝은 얼굴로 진료를 했다.

그는 진료를 마치자마자 한세 병원으로 찾아왔다.

최치우는 그런 한지호를 보고 곧바로 달라진 점을 캐치한 것이다.

한때 전국을 호령하던 최고의 약초꾼다운 본능적 직감이었다.

“그런데 최 사장님, 오늘 주치의에게 설명을 들으셨다고…….”

한지호는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질문을 했다.

잠시 자리를 비워준 이원복이 말하기를, 오늘 오후에 의사가 들러 최치우의 경과를 체크했다고 한다.

수술 후 사흘이 지난 시점에서 확인한 1차 경과가 어떨지 궁금하지 그지없었다.

최치우는 한지호를 안심시키려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커허허, 이 사람 참. 바쁘고 유명한 사람이 너무 걱정이 많은 것 아닌가?”

“최 사장님 일인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하겠습니까.”

“말이라도 고맙네. 오늘 아침부터 사진을 찍었는데 뼈는 잘 붙었다더구만. 척추 쪽 근육이랑 허리도 큰 부상은 아닌 것 같다네.”

“정말 다행입니다.”

한지호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눈을 반짝 빛냈다.

최치우의 수술 경과가 좋다는 소리를 들으니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그런데 아직 더 들을 말이 남아있었다.

최치우가 낮은 음성으로 중요한 말을 더했다.

“헌데 의사 말로는 신경 회복이 더딘 거 같다고, 더 지켜봐야겠지만 예후가 좋지 않아 걱정스럽다고도 하더군.”

“신경이요?”

“왼쪽 팔꿈치 아래가 이상하다네. 마취가 풀릴 때 잠깐 통증이 있더니만, 그 뒤로는 계속 얼얼한 느낌이야. 마치 내 팔이 아니라 다른 사람 팔을 갖다 붙여놓은 것 같은 기분일세.”

최치우의 설명을 들은 한지호는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뼈를 포함해 근육과 신경을 봉합하는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후유증이 발생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신경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아예 감각을 상실하는 환자들도 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걱정을 할 정도면 최치우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한지호는 원활한 소독을 위해 간이 깁스를 해놓은 최치우의 왼팔을 쳐다봤다.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올라오고 있었다.

“최 사장님, 제가 반드시 고치겠습니다. 수술 후유증이건 감각 상실이건 아예 없었던 일처럼 완벽하게 치료하겠습니다. 한의학으로 수술 외상과 신경도 치료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일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사실 조금은 마음이 쓰였는데 자네가 그리 말해주니 한결 낫네. 나야말로 한 선생 의술의 첫 번째 신봉자가 아니겠는가.”

한의학으로 수술 후유증과 손상된 신경을 치료하겠다는 건 허무맹랑하게 여겨지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지호는 진심으로 각오를 다졌고, 최치우는 그런 그를 믿었다.

“또 한 가지, 한국 한약 협회의 김일은이 뺑소니 사고에 관련 돼 있다면 그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겁니다.”

“그러지 말게나. 자네가 엮였다가 더 큰 화를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더 큰 화는 제가 아니라 김일은이 겪게 될 겁니다. 저로인해 생긴 모든 일, 제 손으로 직접 풀어야죠. 최 사장님은 아무 걱정 말고 회복에만 전념하세요.”

한지호의 목소리에서 자연스레 오금희의 기운이 묻어나왔다.

단전에서 뿜어진 기운이 그의 전신을 충만하게 채우고 있었다.

한지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치우의 왼팔을 완벽하게 치료하고, 뺑소니 사고의 진실을 알아내 대가를 치르게 할 작정이었다.

최치우도 그를 만류할 수 없었다.

천하제일의 의술을 계승한 한의사인 동시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무인(武人)인 한지호의 진가가 무서운 빛을 발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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