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화타-65화 (65/255)

# 65

1장, 후폭풍 (2)

“안녕하세요. 원화 한의원 원장, 한지호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지호는 2층 입구에서 기자들을 맞이했다.

그는 여섯 명의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기자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호감을 사면 자연스레 좋은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

“반갑습니다. 비즈 서울의 신대식입니다.”

“데일리 헬스에서 나온 이태화입니다.”

기자들은 각자의 명함을 전달하며 한지호와 인사를 주고받았다.

한지호 역시 악수를 나누고 자신의 명함을 한 명 한 명에게 건네줬다.

어떻게 보면 기자들은 막무가내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지호는 취재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고, VIP 손님을 모시듯 수준 높은 서비스로 환대를 했다.

간밤의 방송이 화제가 되는 걸 보고 무턱대고 찾아온 기자들은 나름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원래 기자들은 뻣뻣하기로 악명이 높은 직업군에 속한다.

기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한 사람이나 가게, 병원의 평판이 땅에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지호는 원화 한의원에 모인 여섯 명을 부드럽게 다루고 있었다.

“원장실로 들어가서 이야기 나눌까요? 여기까지 오셨으니 궁금해하시는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겠습니다.”

취재 대상인 한지호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기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연락도 없이 찾아왔는데… 감사합니다, 한 원장님.”

“어제 방송은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아직까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있던데, 여파가 대단할 것 같습니다.”

나름 날고 기는 신문과 잡지의 기자들이 덕담을 하며 한지호를 따라갔다.

원장실에는 기자들이 앉을 의자가 준비 돼 있었다.

간호사 이해나가 작은 기자회견장처럼 미리 세팅을 해 놓은 것이다.

여섯 명의 기자들이 나란히 의자에 앉았고, 한지호는 맞은편에서 그들을 쳐다봤다.

이미 무엇을 물어보든 대답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기자들이 궁금한 것을 질문할 차례였다.

“제가 먼저 여쭤보겠습니다. 어제 <건강 백서, 진짜! 가짜!>를 통해 다이어트 한약의 실태를 고발하셨는데요, 시중의 한의원이나 한약방에서 판매되는 다이어트 한약이 대부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주제가 주제이니 시작부터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왔다.

기자들은 병원 건물 밖에서 기다리며 미리 말을 맞춰놓은 것 같았다.

한지호도 진료를 봐야 하고,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으니 효율적으로 질문을 분배한 모양이다.

한지호는 민감한 물음에도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비약할 수는 없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말은 언제나 진리인 것 같습니다. 다만 방송에서는 억지로 식욕을 감퇴시키는 약재를 넣으면 부작용과 요요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렸고, 본인의 체질에 맞추지 않은 약은 효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했을 뿐입니다.”

정확하면서도 교묘한 발언이었다.

대놓고 모든 한의원과 한약방을 비판하진 않지만, 듣는 사람은 누구나 기존의 다이어트 한약에 의구심을 품게 될 것이다.

방송에서도 이런 화법으로 의문을 제기했기에 엄청난 화제가 됐었다.

답을 정해주는 것보다는 시청자가 의심할 수 있도록 문제를 제기하는 게 이슈를 만드는데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채성일 PD와 제작진의 도움도 있었지만, 한지호는 본능적으로 화제를 일으키는 법을 알고 있었다.

녹음기를 켜놓은 채 그의 대답을 경청한 기자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다른 기자가 입을 열었다.

“체질에 맞지 않는 한약이 효과가 없다는 말씀, 조금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방송에서는 시간 상 설명이 간추려진 부분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기자분들도 사상 체질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지호의 말에 여섯 명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 태음, 소양, 소음 네 가지 체질로 사람을 나누는 이제마의 사상 체질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한지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상 체질도 좋고, 최근 유행한 팔 체질도 좋고, 저 같은 경우는 오행 체질을 신뢰합니다만, 아무튼 중요한 건 서로 다른 환자의 체질에 맞춰서 약을 처방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똑같이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해도 환자의 체질에 따라 써야 할 약재와 절대 쓰면 안 될 약재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야 부작용 없이 효과가 더 커지겠죠. 하지만 현재 다수의 한의원이나 한약방에서 짓는 다이어트 한약은 개인의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처방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상 체질과 팔 체질은 잘 알겠는데 한 원장님이 신뢰하시는 오행 체질은 뭔가요?”

“똑같은 오장육부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건강함이 다릅니다. 누구는 폐가 튼튼하고. 또 다른 사람은 심장이 유독 건강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장기의 기운을 강하게 타고났느냐를 기준으로 오행을 나누는 겁니다. 수, 화, 목, 금, 토. 저는 이렇게 다섯 종류로 체질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여기 모인 기자들은 각 신문사와 잡지에서 의학과 건강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에 일반인 이상의 전문 지식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들도 오행 체질 감별법은 생소한 듯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마친 한지호는 아직 질문을 안 한 기자들을 쳐다봤다.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세 번째 기자가 메모지를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이번 방송으로 한의학 업계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실시간 검색어와 뉴스로 엄청난 화제가 되면서 늦은 밤 한국 한약 협회가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런 반응이 부담스럽지는 않으십니까?”

“한국 한약 협회가 성명서를 냈나요?”

한지호는 대답에 앞서 반문을 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여러 협회에서 연락이 와 있었고, 그는 굳이 대응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그런데 공식 성명서를 낸 곳도 있다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김일은 협회장 명의로 쓰여진 성명서가 각 언론에 뿌려졌습니다. <건강 백서, 진짜! 가짜!> 2화의 다이어트 한약 방송분은 지나치게 편파적이며 대부분의 한약방에서는 부작용 없는 처방을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주목을 받기 위한 젊은 한의사의 무리수라는 노골적인 표현도 있었습니다.”

한지호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침에 확인한 메시지 중 하나가 떠올랐다.

한국 한약 협회장 김일은이 직접 연락을 바란다고 메시지를 보냈었다.

어젯밤 성명서에 이어 개인적인 메시지까지, 화가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그런 반응을 이해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제가 모든 한의원과 한약방을 비하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청자들의 알 권리 아니겠습니까? 시청자들이 제대로 된 선택을 내릴 수 있게 프로그램 취지에 맞춰서 방송을 한 것뿐입니다. 한의학 업계 내부의 반응보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 중요합니다.”

정중하면서도 당찬 태도였다.

한지호는 내부 고발자로서 명분을 잃지 않았다.

업계 내부의 반발보다 수많은 시청자들과 환자들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말에서 깊은 울림이 전해졌다.

뒤이어 나머지 기자들이 각각 궁금한 것을 물어왔고, 한지호는 망설임 없이 분명하고 정확한 답변을 해줬다.

여섯 명의 기자들은 취재가 진행될수록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이만큼 똑 부러지는 인터뷰 대상자를 만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우물쭈물 거리거나 장황한 대답을 늘어놓아 기자들이 편집하는데 애를 먹는다.

하지만 한지호는 달랐다.

그의 태도는 지나치게 거만하지도, 또 너무 겸손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핵심만 짚어서 대답을 하기에 더하고 뺄 것 없이 바로 기사를 쓸 수 있게 해줬다.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 제 기자 생활을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하하, 그런가요? 아무쪼록 좋은 기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주어진 시간 동안 충실한 질의응답이 끝났고, 한지호는 기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환하게 웃었다.

굳이 따로 청탁을 할 필요는 없었다.

뒤통수를 치는 게 기자들의 주특기라고 하지만, 적어도 오늘 원장실에서의 취재 분위기는 더 할 나위 없이 훈훈했다.

전반적으로 어제 방송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는 기사가 나갈 것 같았다.

한지호는 불어 닥치는 후폭풍에 몸을 맡겼다.

그는 능숙하게 바람에 올라타 이슈 메이킹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취재를 마친 기자들이 원장실 밖으로 나갔고, 진료를 준비하는 한지호의 표정에선 여유가 흘러 넘쳤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한의사가 되겠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열렬한 팬덤도 필요하고, 또 욕을 하는 적들도 필요하다.

한지호는 <건강 백서, 진짜! 가짜!> 2화를 통해 수많은 시청자들을 팬덤으로 확보했고, 기존의 한의학 업계를 적으로 만들었다.

과연 그의 행보가 순탄하게 이어질 수 있을지 아직은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그러나 한지호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기자들은 부지런했고, 또한 신속했다.

아침부터 한지호를 취재하고 나서자마자 곧바로 기사를 정리해 뉴스로 내보냈다.

요즘은 대부분의 뉴스가 인터넷에서 소비된다.

네이버, 네이트 등 주요 포털 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하면 전국민이 뉴스를 봤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원화 한의원을 방문한 여섯 명의 기자들은 토요일 아침부터 바삐 움직인 소득을 거뒀다.

대부분의 기사가 포털 상위권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 직접 만나본 한지호 원장, 그가 말하는 다이어트 한약! -

- 충격적인 다이어트 한약 고발! 그 실체는? -

- <건강 백서, 진짜! 가짜!>가 낳은 스타 한의사 -

다양한 제목의 기사들이 포털 뉴스에 머무르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발 빠른 기자들의 후속 보도는 어제 방송에서 만들어진 이슈를 연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한지호는 묵묵히 토요일 오전 진료를 마쳤고, 틈틈이 기사와 네티즌 반응을 확인했다.

대부분의 댓글이 호의적이었다.

용감하게 다이어트 한약의 허실을 고발해준 한지호를 칭찬하는 댓글들이 많았다.

물론 악플도 섞여 있었지만, 무슨 일을 해도 소수의 악플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한지호는 거기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멘탈을 보유하고 있었다.

“원장님!”

오전 진료를 끝내고 원장실에서 뒷정리를 하는데 사무장 박우식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직원들을 퇴근시킨 박우식이 2층으로 올라온 것이다.

“박 사무장님. 퇴근 안 하세요?”

“저는 원장님께서 나가시면 가야지요.”

“이것저것 체크할 것도 있고, 생각도 정리할 겸 원장실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사무장님 먼저 퇴근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대단하십니다. 황만금 회장님께서 원장님과 함께 일하는 걸 좋은 기회라고 추천해주신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네?”

“아침에는 조금 걱정했지만, 방송으로 인해 엄청난 홍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전 내내 안내 데스크로 걸려온 문의 전화가 100통이 넘습니다. 몇 억짜리 광고를 내보낸 것 이상의 효과를 낼 것 같습니다.”

“굳이 우리를 홍보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죠. 방송과 기사를 통해 신뢰감을 주면, 환자들은 알아서 움직이게 돼 있습니다. 아무튼 박 사무장님께 인정을 받으니 기분 좋네요.”

“다음 주부터 환자들이 대폭 몰릴 것 같은데 병원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신경을 쓰겠습니다.”

“믿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만 퇴근해서 푹 쉬세요.”

“그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원장님.”

박우식이 허리를 꾸벅 숙이고 나갔다.

그는 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CEO 출신의 인재다.

나이로 따져도 한지호보다 열 몇 살은 더 많은 중년이다.

평창동 황만금의 추천으로 함께 일하게 됐지만, 한지호 입장에서도 어려운 상대였다.

그런 박우식이 점점 한지호를 신뢰하고 진심으로 인정하는 게 눈에 보였다.

한지호는 박우식이 나간 자리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벌써부터 100통이 넘는 문의 전화라……. 다음 주엔 다이어트 한약을 지으려는 환자들이 폭증하겠네.”

그의 예상은 100% 맞아떨어질 것이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기존의 다이어트 한약을 불신하게 되고, 자연히 부작용 없고 체질에 맞춘 약을 찾게 될 터였다.

특히 번번이 다이어트에 실패해온 강남 사모님들이 대거 몰려들 것 같았다.

한지호는 예상되는 수익에 미소를 지으면서도 상황을 마냥 낙관하지는 않았다.

음식점이 맛집으로 소개되면 온갖 사람들이 다 몰려든다.

병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방송을 통해 화제의 인물이 됐으니 타겟으로 삼은 VIP 환자들 말고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병원 문을 두드릴 것 같았다.

VIP가 아니라는 이유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무작정 쳐내기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지호는 다각도에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괜히 혼자 원장실에 남아 생각을 정리하는 게 아니었다.

병원 운영에 관해서도 고민할 게 많았고, 이지은의 고백도 머릿속에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천사원 아이들의 행방을 알아보고 있을 조기운의 소식도 궁금했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스마트 폰이 진동을 토해냈다.

한지호는 반가운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최 사장님!”

명징약초의 최치우가 전화를 건 것이다.

두 사람은 우연히 인연을 맺은 이후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눴고, 결국 명징약초는 원화 한의원에 약재를 공급하는 파트너가 됐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최치우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한 선생, 어제 방송이 난리가 났더구만. 여기 경동 시장 약재상 거리에서도 다들 자네 이야기만 하고 있다네.”

“아무래도 좀 민감한 주제였죠. 약재상들이나 한약방 사장님들 입장에서 달가운 방송은 아니었을 겁니다.”

“뭐 자네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아주 귀찮은 놈을 건드렸더군.”

“귀찮은 놈이요?”

“거 왜 한국 한약 협회인가 뭔가에서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김일은이라는 놈이 있네.”

“알고 있습니다. 성명서를 냈다고 하더군요. 저한테 개인적으로 연락도 와있었습니다.”

“역시 그랬구만. 그놈이 독이 바짝 오른 모양일세. 자네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말을 했다는군.”

“어젯밤 사이 일어난 일인데, 혹시 최 사장님이 아는 사람입니까?”

“왜 모르겠나. 한창 시절 나와 같이 산을 타던 약초꾼 출신이네. 아주 독하고 성가신 놈일세. 비열하기로는 따를 자가 없고. 자네가 조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전화를 했다네.”

“그렇군요. 염두에 두고 있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가게로 한 번 오게나. 얼굴이나 보고 이야기 합세.”

“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한지호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한국 한약 협회장 김일은이 최치우와 잘 아는 사이라는 건 의외의 소식이었다.

명징약초의 최치우는 괜한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

김일은이 실제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전화를 건 것이다.

개인적인 연락과 성명서는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방송의 후폭풍이 좋은 쪽으로만 불어온 건 아니었다.

나쁜 방향에서 불어온 바람도 한지호가 정면으로 부딪쳐 이겨내야 한다.

“후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시급한 일부터 처리하자.”

그는 심호흡을 하며 하나씩 생각을 정리했다.

깊게 고민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문제가 한 둘이 아니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고 했던가.

한지호가 머리에 쓴 왕관이 빛날수록 무게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그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뒤따르는 일상을 버거워하지 않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은 한지호의 모토가 된 지 오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