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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97화 (197/200)

197화.  < 절대 장벽은 없다 (2) >

바로 그 순간.

천마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이곳에? 너는 재윤이 아니냐?”

“사부님 기억이 돌아오셨군요.”

재윤은 빠르고 간략하게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천마가 크게 탄식했다.

“그렇게 된 것이구나. 결국 나는 죽었는데 시간이 회귀되며 다시 살아난 것이로군."

“그렇습니다. 잘 된 일이죠.”

재윤은 미소 지었다.

파투아 덕분에 그는 죽은 사부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방금 전 운명의 힘으로 천마에게 있는 파투아의 족쇄를 없애버렸다.

그로 인해 천마는 앞으로 파투아의 그림자 노릇을 하지 않아도 된다.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가 된 것이다.

천마 또한 그 사실을 깨닫고는 재윤을 향해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이토록 뛰어난 경지에 이르다니 진정 놀랍구나.”

“모두 사부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재윤이 겸손하게 말하자 천마가 껄껄 웃었다.

“천만에! 내가 가르친 건 아주 기초에 불과할 뿐 모든 건 네 스스로 터득한 것이니라. 덕분에 내가 자유로워졌으니 이제부터 너를 돕겠다. 무엇이든 나의 힘이 필요하면 서슴없이 말하거라.”

“그보다 사부님께서는 절대 파투아와 싸우시면 안 됩니다.”

“알고 있다. 운명의 힘을 지배하지 못하는 나는 그놈을 어찌할 수 없다는 걸 말이야.”

싸워서 이겨도 종속되고, 패배해도 종속된다.

승패의 여부와 관계없이 파투아에게 모든 힘을 빼앗기고 말 것이다.

따라서 천마는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파투아와의 직접적인 전투를 피할 생각이었다.

“우선 마계를 접수해 주십시오. 마왕들이 날뛰지 못하게 통제해 주시기만 해도 지구에는 큰 재앙이 오지 않습니다. 그 사이 제가 파투아를 찾아내 제거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마.”

천마는 미소 지었다.

마계를 접수하는 거야 그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었으니까.

스스스.

곧바로 천마는 환영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 테네르! 이곳으로 와라. 》

그러자 곧바로 재윤의 앞에 테네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지 않아도 그대를 찾아오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 사이 파투아에게 당했을까봐 걱정했는데 무사해 다행이야.”

제1거점 프리뭄의 관리자답게 테네르 역시 시간 회귀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녀는 재윤이 혹시라도 스스로의 존재를 자각하지 못할까봐 최대한 빨리 그에게 와서 기억을 일깨워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초월자인 재윤의 능력은 그녀의 상상 밖에 있었다.

그는 이미 스스로를 자각했을 뿐 아니라 천마까지 순식간에 아군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파투아는 운명의 공역 제2거점 세쿤둠의 관리자 세라넬이 가진 회귀의 능력을 활용해 시간을 되돌린 거야. 하지만 그건 진정한 운명의 힘을 얻은 지배자가 일곱 관리자의 힘을 모두 합쳐야만 가능한 일. 불완전한 회귀라 세상이 엉망으로 변해버렸어.”

“불완전한 회귀?"

“지금 이곳은 멀쩡해보이지만 대부분은 불완전한 회귀의 여파로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뜻이야. 이전과 달리 지구는 하루도 되지 않아 사람이 살 수 없는 장소로 변할 거고, 특히 그대에게 운명의 힘을 보태주었던 각성자들이나 지인들은 아무도 회귀하지 못한 상태야.”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재윤은 그렇지 않아도 부모님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아 당황스러운 상태였다.

초월자인 그는 이제 부모님이 어디에 계시든 그들 곁으로 즉각 이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들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민철이나 장예찬도, 루니스나 데카투스의 존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테네르에게 상황을 듣고 보니 이해가 갔다.

‘그러고 보니 아루넬과 베르타도 없다.’

정말로 시간이 회귀된 것이라면 그들도 모두 살아나야 정상이리라.

그러나 이전과 달랐다.

천마를 살려놓은 이유는 그로 하여금 재윤을 죽이기 위함이었을 뿐 단순히 회귀로 인해 살아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본래로 되돌릴 수는 없는 거냐?”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 지금 상황에서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야.”

테네르는 차분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파투아를 찾아 해치우고 운명의 공역에 있는 일곱 거점을 그대가 완전히 점령하게 된다면, 어쩌면 지구에 재앙이 미치기 전의 시간으로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을 지도 몰라.”

“재앙 이전의 시점으로?”

“물론 그대는 예외야. 지금도 그렇지만 그대는 시간 회귀에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지구가 재앙 직전의 시간대로 회귀해도 재윤이 가진 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

운명의 공역을 지배하는 운명의 군주로서 살아야 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무조건 해야 한다.”

지구를 재앙 이전의 시점으로 되돌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재윤이 운명의 군주로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때는 괴물들에게 죽었던 사람들도 모두 살아나겠지.’

물론 초월자가 아닌 다른 각성자들은 그들이 가진 각성의 능력을 모두 잃어버리겠지만, 아니 자신들이 각성자였다는 사실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최선이었다.

아마 그들에게 물어본다고 해도 모두 찬성할 것이다.

대부분은 가족들이 죽은 상태다.

게다가 지구가 멸망해 마계에서 살아야 할 판이다.

그들 모두에게 꿈이 있다면 그것은 재앙 이전의 시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재윤 또한 마찬가지.

설령 모든 능력이 사라진다고 해도 이전으로 돌아가는 걸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계속 흐른다면 재윤은 영원히 부모님을 만나지 못하게 될 테니까.

부모님 뿐이 아니다.

그를 신뢰하고 지원해줬던 이들은 그저 흐릿한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돌아간다. 무조건 돌아간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는 그때로.

당시에는 지루할 정도로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재앙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보니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부모님과 산책을 하거나 가족들이 모두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휴일에 늦잠을 자고 산책을 하고, 저녁에 친구들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먹거나 술잔을 기울이는 아주 평범한 일들이 마왕을 해치우고 대량의 득템을 하는 것보다 훨씬 즐겁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여전히 파투아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아. 그놈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회귀된 세계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거야. 하지만 운명의 공역에 있는 거점들을 점령해나가면 별 수 없이 그대 앞에 모습을 드러내겠지. 그대가 일곱 거점을 모두 점령하면 그에게는 파멸의 순간이 도래할 테니까.”

회귀된 세계 밖에서 지켜보고 있다니.

“이번에는 반드시 놈을 죽이고 만다.”

“그럼 운명의 공역 제7거점 셉티뭄으로 가는 포탈을 열께. 다른 관리자들과 운명의 전사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어."

“좋아. 당장 안내해.”

곧바로 재윤의 앞에 찬란한 빛의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그곳을 통과하자 거대한 요새로 이루어진 부유섬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번에 모두 박살이 났는데 그 사이 파투아가 이곳을 새로 복구해둔 것이다.

그러나 그곳을 지키는 병력은 소수였다.

“운명의 군주시여!”

“운명의 군주를 뵙습니다.”

그때 제3거점 관리자 테르툼을 포함한 다섯 명의 관리자가 재윤을 향해 정중히 예를 취했다.

또한 재윤이 운명력으로 회복시켜준 1만여 운명의 전사들도 사기 충천한 모습으로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

“운명의 군주시여!”

“사악한 군주 파투아를 물리치고 진정한 운명의 지배자가 되어 주소서!”

재윤은 끄덕였다.

“이제 제7거점부터 차례로 점령해나갈 것이다. 모두 진격하라!”

“와아아아!”

운명의 전사들이 부유섬의 요새를 향해 파도처럼 밀려갔다.

그런데 요새에 있던 수천여 명의 전사들은 애초부터 싸울 의지가 없었다.

“항복하겠습니다!”

“저희들을 받아주소서!”

그러자 뒤에서 지켜보던 테네르가 말했다.

“파투아가 도망친 상태라 저들은 그대에게 대항하지 못해. 받아주면 그대에게 충성을 바칠 거야."

이미 운명의 전사들이 이같이 나올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파투아가 도망친 이상 운명의 공역에 군주는 오직 재윤 뿐.

운명의 전사들은 재윤에게 대항할 아무런 명분이 없었다.

“좋아! 받아주겠다.”

재윤은 흔쾌히 허락했다.

[운명의 거점 제7거점 셉티뭄을 점령했습니다.]

[셉티뭄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재윤은 제6거점 섹스툼, 제5거점 퀸툼, 제4거점 콰르툼, 그리고 제3거점 테르티움까지 그야말로 파죽지세처럼 밀고 나갔다.

[섹스품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퀸툼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콰르품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테르티움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전투는 없었다.

군주 파투아는 물론이고 관리자조차 없는 상태라 거점을 방어하는 운명의 전사들은 재윤을 보자마자 굴복해버린 것이다.

이로써 재윤은 운명의 공역에 존재하는 일곱 개의 거점 중 여섯 개를 점령했다.

이제 남은 건 제2거점 세쿤둠 하나 뿐.

그는 조금도 지체없이 그곳으로 진격했다.

***

부유섬 세쿤둠에 위치한 거대한 요새의 광장.

관리자 세라넬은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1만이 넘는 운명의 전사들이 집결해 있었지만, 순식간에 다른 거점들을 점령한 후 이곳으로 진군해오고 있는 재윤의 군대를 막을 자신이 없었다.

“파투아 님은 어째서 오시지 않는 것일까?”

운명의 군주 재윤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오직 같은 군주인 파투아 뿐이었다.

그만 아니라면 현재 세쿤둠에 있는 병력으로 충분히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다.

“파투아 님은 이곳을 버린 듯합니다.”

“차라리 군주 강재윤에게 항복을 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렇습니다. 파투아 님이 오시지 않는 한 우리의 힘으로는 그를 막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곳에 있는 운명의 전사들은 파투아가 만든 그림자들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운명의 공역을 수호하던 운명의 전사들.

그 동안 그들은 파투아가 운명의 공역을 사실상 지배해온 터라 그에게 충성을 바쳤지만, 이제 새로운 군주가 나타나 벌써 여섯 개의 거점을 점령한 상태라 모두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날더러 파투아 님을 배신하라는 것이냐?”

세라넬이 부하들을 노려봤다.

“거점을 두고 도주한 군주는 군주라 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군주 강재윤에 의해 전멸당하고 말 것입니다.”

“운명의 공역에 남은 군주가 강재윤 뿐이라면 우리는 그를 따르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세라넬은 코웃음 쳤다.

“파투아 님은 곧 오실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하찮은 인간 놈 따위를 주인으로 섬길 생각은 없다.”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그녀의 부하들은 탄식하며 말했다.

“군주 파투아 님이 오시지 않는다면 더 이상 당신을 따를 수 없습니다.”

운명의 전사들은 관리자에게 충성을 바치지 않는다.

오직 군주에게 충성을 바친다.

그런데 군주가 도망을 쳤으니 그들이 이렇게 나오는 건 당연했다.

‘이놈들이 감히!’

세라넬은 부하들의 태도에 당황했다.

‘큰일이야. 저들은 강재윤이 오는 순간 모두 항복할 게 분명해.’

모두 군주 파투아가 없어서 벌어지는 일.

그녀가 아무리 관리자라 하지만 운명의 전사들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 없었다.

바로 그때.

“어리석은 자들이군. 내가 그 따위 인간 놈이 두렵다고 도망을 쳤을 것 같은가?"

돌연 우레가 울리는 듯한 음성과 함께 황금발의 사내 모습을 드러냈다.

군주 파투아였다.

동시에 그의 친위 부대인 1만여 병력도 나타났다.

고대의 전쟁신을 비롯한 각종 고대의 전사들.

모두 파투아가 운명의 힘을 이용해 창조한 그의 그림자들이었다.

“아아, 파투아 님! 역시 돌아오셨군요.”

세라넬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순간 운명의 전사들은 파투아 앞에 즉시 허리를 숙였다.

“위대하신 군주 파투아 님을 뵙습니다!”

“로드께서 오셨으니 저희들은 이대로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사기가 떨어지다 못해 전의마저 상실했던 운명의 전사들은 파투아가 나타나자 금세 사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파투아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그놈에게는 시간 회귀도 통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승산이 희박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곳에 나타난 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제2거점 세쿤둠이 점령당하면 재윤이 공역의 완전한 지배자가 되어버리니까.

‘그렇게 되면 나의 운명도 그놈에 의해 주관되게 된다.’

그는 군주로서의 삶이 끝나고 그 즉시 소멸될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어떻게든 그같은 상황을 막아 보려고 나타난 것이었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놈이 했다면 나라고 못하란 법은 없지.’

곧바로 파투아는 자신의 그림자들을 한데로 모은 후 그들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운명의 힘으로 만들어진 존재들.

이들의 운명력을 모두 흡수하게 되면 그는 지금의 한계를 돌파하게 된다.

절대 장벽에 도전하는 극히 위험한 일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강재윤을 죽이고 내가 진정한 운명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로드시여! 군주 강재윤의 군대가 이곳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각 거점에서 항복한 이들까지 포함해 3만이 넘는 운명의 전사들이 부유섬 세쿤둠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멀리서도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을만큼 강력한 기운으로 둘러싸인 존재.

군주 강재윤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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