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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80화 (180/200)

180화.  < 마왕의 특별 포상 (3) >

“크으윽! 가, 감히 네놈이!”

하이루스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재윤을 노려봤다.

그는 어떻게 한낱 마족 따위가 자신이 날린 최후의 일격을 방어해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그의 심장을 단번에 부숴버린 일격!

그것은 마왕 데사오가 날린 공격 못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런 의문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미 그의 몸을 지탱하던 마력을 한계까지 쏟아부었던 상황에 심장까지 박살나고 말았으니까.

그는 이내 먼지로 변해 흩어졌다.

[3,000,000코인을 얻었습니다.]

[283,900,230루페스를 얻었습니다.]

[마왕에 대한 C급 지식을 얻었습니다.]

[마왕에 대한 약점 파악이 가능해집니다.]

[영구적으로 마기가 대폭 증가합니다.]

마왕답게 무려 3백만이라는 대량의 코인이 들어왔다.

그런데 마족들의 화폐인 루페스는 더욱 엄청났다.

무려 2억 8천만 루페스.

마왕 하이루스는 마족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계에서 살 것도 아니고 루페스는 별 필요도 없는데.’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으니 일단 챙겨두기로 했다.

한편 지금 다른 마족들은 경악에 빠져있는 상황이었고, 데사오는 죽기 직전 살아나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순간적으로 데사오를 기습해 처치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무리였다.

‘생명력이 떨어진 상태니 승산은 있지만, 실패하면 골치 아파진다.’

마왕답게 그녀 역시 최후의 필살기가 있을 터.

무적기가 재사용 시간 중인 지금은 섣불리 모험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칫 숨겨진 힘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

‘일단 저 날개와 상자부터 챙기자.’

마왕 하이루스가 남긴 드롭템은 두 개.

하나는 그의 날개였고, 다른 하나는 상자였다.

재윤은 잽싸게 그것들을 챙겨 아공간에 넣었다.

[마왕 하이루스의 날개(신화)를 얻었습니다.]

[마왕 하이루스의 상자를 얻었습니다.]

날개는 신화 2성의 날개로 흑룡 데카투스나 최상급 마족의 날개보다 성능이 월등히 좋았다.

장착 시 마계의 상공뿐 아니라 각종 공역을 엄청한 속도로 비행이 가능했다.

장착 제한 레벨이 Lv95라 지금은 장착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뿐.

‘날개는 이제 남아도는군.’

사실 이것말고도 날개는 더 있다.

최상급 마족의 날개들은 물론이고 환족의 날개도 있으니까.

전부다 90레벨 이상 장착 가능한 터라 나중에 숨겨진 힘을 드러낼 때만 장착이 가능할 것이다.

“나룬! 이번 전쟁의 승리에 너의 공로가 아주 크구나.”

그 사이 몸의 상태를 회복한 데사오가 재윤을 향해 말했다.

‘벌써 완전히 몸을 회복했다. 역시 마왕인가?’

섣불리 기습을 하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일.

“로드께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러자 데사오는 무척 뿌듯해하는 눈빛으로 재윤을 쳐다봤다.

“나는 이번 전쟁에서 오른팔과 같은 마족 마르티오스를 잃었다. 이제부터 나룬 네가 그를 대신해서 나의 오른팔이 되도록 하라.”

그 순간 상공에 있던 최상급 마족들이 경악했다.

지금 데사오의 입에서 나온 말.

나의 오른팔이 되라!

그것은 사실상 참모 마르티오스의 자리를 나룬이 이어받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마왕군의 모든 군단을 지휘할 수 있는 일마지하 만마지상(一魔之下 萬魔之上)의 자리.

그러나 누구도 이에 토를 달지 않았다.

방금 전 재윤이 마왕 하이루스를 해치웠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위급한 상황에 있던 마왕 데사오의 목숨도 구해냈다.

이미 최상급 마족으로서의 위용을 보여주었던 재윤이 추가로 엄청난 공을 두 개나 세운 것이다.

사실 둘 중 하나의 공만 세워도 참모가 될 만한 대단한 공로였다.

“영광입니다, 로드.”

재윤은 짐짓 영광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예를 갖췄다.

속으로는 황당하긴 했다.

어쩌다 마족으로 변신하긴 했지만 설마 마왕의 참모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해봤던 일이니까.

‘이렇게 된 이상 운명과 관련된 조건이 뭔지 알아봐야겠다.’

마왕을 비롯한 소수의 최상급 마족들만 알고 있다는 운명의 조건.

이제 재윤도 그것을 알 수 있는 반열에 올라선 것이니까.

* * *

한편 그때 마법사 로벨 일행은 동굴에서 차후의 일에 대해 회의 중이었다.

“지금 이곳은 외곽 마계라는 곳입니다. 본래는 지구처럼 마계가 아닌 세계였지만 마왕들에 의해 점령되어 마계로 변한 곳을 외곽 마계라고 하죠.”

로벨은 말을 이었다.

“우리가 희망 성에서 이곳으로 이동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운명의 탑에서 뭔가 농간을 부리거나 아니면 이곳 외곽 마계를 지배하고 있는 마왕의 소행입니다.”

“그럼 돌아갈 방법은 없습니까?”

강두성이 물었다.

로벨은 끄덕이며 대답했다.

“계속 방법을 찾아보고는 있지만 아직은 막연한 상황입니다. 일단 이곳이 외곽 마계의 어디쯤인지를 알아야 하고, 지구로 향하는 통로도 찾아야 합니다. 문제는 도처에 마족들이 득실거리고 있어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큰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러던 그는 돌연 동굴 밖을 쳐다보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 밖에서 결계로 감춰진 이곳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흑색 장발의 중년 남자.

‘저 자는?’

로벨의 굳어진 표정이 이내 풀렸다.

흑룡 데카투스.

엘프 로사엔이 보낸 신호를 그 역시 알아차리고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로벨은 즉시 결계를 열고 데카투스를 맞이했다.

예전에는 원수나 다름없었지만 이제는 재윤 덕분에 동료가 된지 오래라 서로 꽤 친해진 터였다.

“잘 찾아오셨군요, 데카투스 님.”

“제법 쓸만한 장소를 찾은 것 같구나. 최상급 마족 정도가 나타나면 금세 간파당하겠지만 그런 경우만 아니라면 안전할 것이다.”

로벨은 미소 지었다.

“운좋게도 결계를 펼치기 아주 적합한 장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혹시 다른 분들은 못봤습니까?”

“인간들을 조금 보호하고 있다. 이곳으로 데려와야겠지.”

“루니스 님은요?”

“못봤어. 용사야 어디서든 잘 지낼테니 걱정할 것 있겠느냐?”

루니스가 마계 한 가운데 떨어져도 살아날 거라 생각하는지 데카투스는 별로 걱정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보다 앞으로가 문제다.”

“어떻게든 지구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돌아가지 못해. 지구는 이미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 말에 로벨 뿐 아니라 모두가 깜짝 놀랐다.

채시은이 물었다.

“지구가 어떻게 되었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내게는 별 상관없지만 지구의 기후와 환경이 인간들이 지내기에는 매우 혹독한 상태로 변했다. 너와 같은 인간들은 그 전에 이곳 마계로 이동된 것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여긴 마계 외곽에 위치한 유사 마계라 그래도 인간이 어렵게나마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지.”

데카투스는 그 말과 함께 동굴 안을 살폈다.

그러다 강두성과 김지현이 무사히 있는 걸 보고는 안도했다.

‘그 녀석의 부모님이 무사해서 천만다행이군.’

데카투스는 마계에 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보니 상황 파악을 비교적 빨리 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강두성과 김지현을 찾는 것이었다.

그들을 지켜내지 못하면 재윤을 볼 면목이 없기 때문이다.

‘강재윤! 너의 부모님은 내가 최선을 다해 지켜줄 테니 염려마라. 그러나 오래는 못 버틴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운명의 힘이 매우 강력해진 것 같으니까. 이제 네가 어떤 식으로든 운명과 맞설 힘을 찾지 않으면 나는 물론이고 네 녀석의 부모님도 모두 죽을 것이다.’

곧바로 데카투스는 그가 찾아낸 희망 성의 거주자들을 동굴로 데려왔다.

이민철과 박은빛 등을 포함한 30여 명의 인간들이었다.

* * *

킨디노스 성은 순식간에 마왕 데사오에게 점령되었다.

마왕이 죽고 최상급 마족들까지 모조리 학살당했는데 그 이하 마족이나 마물들이 농성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성에 남아있던 모든 마족과 마물들이 즉각 항복했고 데사오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오늘 너의 공이 매우 크구나, 나룬.”

데사오는 재윤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으윽! 또?’

이 특별 포상은 참모로 임명된 것과는 별도의 포상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쓰다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윤을 일으키더니 살짝 끌어안고 입술에 키스를 했다.

‘으! 이건?’

재윤이 놀라자 데사오가 입술을 떼고는 픽 웃었다.

“뭘 그리 놀라지? 이건 내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한 특별 포상이다.”

“여, 영광이옵니다.”

“물론이야. 이는 네 마생의 영광으로 기록될 일이라 할 수 있다.”

키스 한 번 해준 게 무슨 마생(魔生)의 영광이란 말인가.

재윤은 어이가 없었지만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쓰다듬는 것 정도로도 나를 부러워할 정도니.’

나룬의 지식을 떠올려봐도 마족이 마왕의 키스를 받는다는 건 극히 드문 일.

사실상 거의 없는 일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나저나 마왕에게 쓰다듬을 당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키스까지!

물론 키스 좀 당한 게 대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데사오는 철전지 원수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보니 기분이 묘했다.

‘마왕의 부하 노릇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네.’

그 사이 데사오는 다시 본래의 오연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내가 마력을 회복하는 동안 네가 킨디노스 성을 잘 관리하도록 해라.”

“예, 맡겨주십시오.”

데사오는 생명력은 다 회복되었지만 이번 전투에 적지않은 마력을 쏟아부은 터라 마력 회복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스스로를 봉인하듯 자신만의 공간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는데, 그녀가 언제 봉인을 풀고 나올지는 재윤도 알지 못 했다.

‘빨라도 열흘은 걸릴 텐데.’

나룬이 알고 있던 기억과 그간 마계에서 얻은 지식을 토대로 추정해 보건대, 아무리 빨라도 10일은 꼬박 마력을 회복해야 데사오는 본래의 마력을 회복할 것이다.

이는 마왕 대 마왕의 무지막지한 전투를 벌이며 극도의 마력을 소모했으니 당연한 일.

‘그럼 이제 내가 왕이네.’

왕이라는 말이 우습긴 하지만 사실이었다.

앞으로 마왕이 없는 10여일 동안, 이 거대한 킨디노스 성에 있는 수천의 마족과 수십만 마물들 중 현재 가장 서열이 높은 존재가 바로 재윤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물들은 물론이고 마족들도 재윤 앞에 숨조차 쉬지 못했다.

마왕의 참모가 가진 권력은 마왕군 내에서는 무소불위나 마찬가지.

설령 상급 마족이라 해도 기분 나쁘면 그 자리에서 죽여도 마왕이 왜 죽였는지 이유조차 묻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최상급 마족들이라 해도 죽일 수 있다.

물론 그 이유 중에는 재윤의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혹은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는 터였다.

그러니 최상급 마족들조차 재윤의 눈치를 보며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다.

“리타니아.”

재윤이 부르자 은색의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가진 늘씬한 다크 엘프 여성이 즉각 정중히 부복했다.

부참모 리타니아.

그녀 역시 최상급 마족으로 그동안에는 마르티오스를 보좌하는 임무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로 그녀의 상관이 바뀌었다.

“하명하실 게 있으신가요, 나룬 님?”

“차원 포탈에 대한 모든 것. 그리고 저기 아성의 최상층에 있는 신비한 기운의 정체에 대해 네가 알고 있는 걸 말해라."

리타니아는 즉시 끄덕였다.

“그 일은 비밀로 관리되고 있지만 나룬 님은 그 비밀을 알 자격이 있습니다.”

“좋아. 말해봐.”

“이 성에 있는 차원 포탈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지구로 이동이 가능한 통로입니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그 통로를 이용하는 조건이지.”

“아성의 최상층에 차원 포탈의 관리자들이 있는데 그들이 조건을 결정합니다.”

재윤은 놀랐다.

“차원 포탈에 관리자가 존재한다는 거냐?”

“운명에 속한 존재들이죠. 우리는 그들이 내건 조건을 들어줘야 통로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꽤 번거로운 일이군.”

“로드께서 작정하면 그 조건을 무시하고 저 통로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만 그럴 경우 운명과 적대 관계가 되어 상황이 매우 복잡해집니다. 따라서 번거롭긴 해도 지금껏 그 조건을 수용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마왕 하이루스는 그렇지 않았죠.”

“하이루스가 운명과 적대 관계가 되었다는 뜻이냐?”

리타니아는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번에 하이루스를 가둘 수 있던 결계진. 그것은 사실 운명에서 우리에게 알려준 것입니다. 하이루스가 이 성을 점령한 후 운명의 조건을 따르지 않자 운명에서 그를 제거하기 위해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결국 이 킨디노스 성은 운명의 관할이었다.

심지어 운명은 배후에서 마왕들의 전쟁에까지 관여해 운명의 조건을 따르지 않는 마왕을 제거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놈들의 꿍꿍이는 뭔가?’

재윤은 그동안 운명의 도움으로 지구의 재앙을 막는 임무를 수행했었다.

그리고 그 재앙의 대부분은 마왕 데사오와 관련된 일이었다.

빙의 인간의 재앙, 도시 초승달에 있던 구름 폭풍의 재앙, 마인의 숲 마인(魔人)의 재앙, 심지어 피 그림자의 재앙도 모두 마왕 데사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던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재앙들을 이길 힘을 준 것이 바로 운명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도 운명의 세력이 존재했다.

마치 지구에 운명의 탑이 존재하듯, 마계에 차원 포탈 관리자가 존재해 마계의 마왕들을 컨트롤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치고 장구치고!

“리타니아. 넌 운명의 속셈이 뭐라 보느냐?”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무슨 상관일까요? 우리야 적당히 그들의 조건을 들어주고 소세계를 접수하면 되는 일이죠."

리타니아의 생각이 곧 데사오의 생각일 것이다.

그녀는 운명의 속셈 따위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저 운명을 이용해 그녀의 목적을 달성하기만 하면 될 뿐.

“그렇지 않아도 그쪽에서 방금 전 연락이 왔습니다. 새로 참모가 되신 나룬 님을 뵙고자 했어요.”

“나를 보겠다?”

“그들과 협상을 벌이는 건 참모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입니다.”

“좋아. 그럼 만나봐야지.”

어차피 어떤 놈들인지 궁금하긴 했다.

그러나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일단 흑요정의 탑에 가서 레벨을 올린 후 그들을 만나는 게 좋을 것이다.

“이제 이쪽으로는 아무도 접근하지 말게 해라.”

“명을 받듭니다.”

귀룡을 소환해야 하는데, 눈에 띄면 좋지 않다.

그런데 잠시가 지나자 주변이 고요해졌다.

‘정말로 한 놈도 근처에 없군.’

이런 면에서는 참모가 된 것이 편했다.

명령이 떨어지자 왜인지 이유도 묻지 않았다.

리타니아는 모든 마족과 마물들을 재윤의 처소 근처에서 완전히 이동시킨 것이다.

‘일단 결계부터 치고.’

재윤은 마기를 이용해 안개를 일으켜 주변의 시야를 차단했다.

그 후에 곧바로 귀룡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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