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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79화 (179/200)

179화.  < 마왕의 특별 포상 (2) >

우르르르! 콰과콰광!

쏴! 쏴아아아!

화르르르! 쿠아아앙!

상공 높은 곳에서는 검은 구름이 폭풍처럼 휘돌았다.

결계로 감춰진 그곳에선 마왕 데사오와 마왕 하이루스가 격돌 중이었고, 그 아래 킨디노스 성을 두고 펼쳐진 방대한 공성전의 전장에서는 수많은 마족들과 마물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재윤은 마물들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직 마족들.

마물 100여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 하급 마족일지언정 마족 1명을 해치우는 것이 경험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을 가로막는 녀석들이 너무 많았다.

마족들만 찾아죽이기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다 죽인다.’

촤라락! 파파파-

“크아아악!”

“꾸아악!”

다크 스네이크 소드(Lv87)와 연계된 쌍검술 위력 앞에 마물이나 마족들이 허수아비처럼 쓰러졌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마족을 얼마 못 죽인다.’

재윤은 지금 마왕 데사오를 위해 마왕 하이루스의 군대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그의 목적은 오직 경험치 뿐.

이 전쟁의 승패 따위는 솔직히 알 바가 아니었다.

재윤은 부대 지휘를 참모 세라니아에게 맡긴 후 혼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상급 마족들간 전투가 벌어지는 곳만 노리자.’

그러다 보니 상급 마족 슈테나가 거대한 뱀 형상의 상급 마족과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둘 다 재윤이 해치웠던 상급 마족 리몬보다 강한 녀석들이었다.

같은 상급 마족들간에도 전투력은 천차만별이니까.

스슷!

재윤은 혼전의 틈을 타 뱀 형상 마족의 뒤쪽으로 접근해 재빨리 놈의 목을 가격했다.

서걱! 촤아아악!

슈테나의 공격에 집중하고 있던 녀석은 느닷없이 뒤쪽에서 일어난 기습에 놀랐지만 그때는 이미 목이 잘려나간 상태였다.

[170,000코인을 얻었습니다.]

[52,878루페스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재윤이 상급 마족을 해치워버리자 슈테나가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재윤을 노려봤다.

“뭐하는 거냐, 나룬?”

“이런! 군단장님과 싸우는 줄 몰랐습니다. 닥치는 대로 막 죽이다 보니 그놈이었습니다.”

“크큿, 괜찮다. 아주 잘하고 있구나. 계속해서 놈들을 죽여라.”

“예, 군단장님.”

정당한 결투도 아니고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막타를 좀 뺏는다고 기분 나빠할 자들은 없었다.

재윤처럼 막타를 쳐서 죽인다고 대량의 코인이 들어오거나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윤은 설령 아군의 군단장들이 기분 나빠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슈테나에게 말한 것처럼 정신없이 싸우다 자신도 모르게 죽였다고 하면 되는 일.

그렇게 말하면 뭐라고 할 수도 없을 테니까.

‘최대한 많은 마족을 죽인다.’

설마 이 치열한 난전의 와중에 전문적으로 막타만 노리며 전투를 벌이는 이가 있을 줄은 모두들 상상도 못할 것이다.

물론 그런 재윤을 못마땅하게 노려보고 있는 존재가 있긴 했다.

다름 아닌 마왕 하이루스!

그는 자신의 권속 마족들이 죽을 때마다 누가 그를 죽였는지 알 수 있다.

그 과정이 어찌됐든 결국 마지막으로 숨통을 끊어놓는 존재가 그의 앞에 환상처럼 떠오르게 된다.

그런데 유독 한 녀석의 모습이 자주 나타났다.

‘저놈이 벌써 몇 명을 죽이는 건가?’

그는 재윤이 매우 거슬렸다.

지금 마왕 데사오와 전투 중이 아니었다면 벌써 재윤을 소환해 공격했을 것이다.

물론 상공의 결계 속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그는 생각을 분리해 아래 전장의 상황을 살피는 건 가능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도 재윤은 또 다른 마족 하나의 목숨을 끊었다.

이번에도 상급 마족!

분노한 하이루스는 그는 자신의 부하 중 하나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다.

《 라다우스! 저놈이 더 이상 날뛰지 못하도록 네가 죽여라. 》

그와 함께 재윤의 모습을 환영으로 보내주자 최상급 마족 라다우스는 즉각 명을 받았다.

《 맡겨주십시오. 놈을 찢어죽이겠습니다, 로드. 》

동시에 재윤의 주위를 시커먼 결계가 휘감았다.

라다우스가 순식간에 그의 곁으로 다가와 죽음의 결계를 펼친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흩어지는 결계.

그 외에는 무슨 방법으로도 저 결계를 없앨 수 없었다.

재윤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완벽한 함정을 판 것이다.

“날파리같은 놈! 분수를 모르고 날뛰었지만 나에게 걸린 이상 끝장이다.”

라다우스는 무려 30미터도 넘는 거대한 신장을 가진 거인이었다.

여섯 개의 팔에 달린 손에는 각각 거대한 대도(大刀)를 쥐고 있었는데, 붉은빛 광채의 도강(刀至)들이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보통 놈이 아니군.’

재윤은 라다우스의 기세 앞에 흠칫 놀랐다.

상급 마족이 아닌 최상급 마족!

아무리 봐도 레벨 87의 다크 스네이크 소드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강적이었다.

‘그러나 죽음의 결계를 펼치다니! 너는 스스로 무덤을 팠다.’

라다우스가 펼친 죽음의 결계는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별개의 공간이었다.

즉, 이 안에서 벌어진 일은 마왕들도 볼 수 없다는 뜻.

물론 그렇다 해서 숨겨진 힘을 드러낼 정도는 아니었다.

분신의 힘을 동원하면 운명은 단번에 그것을 눈치챌 테니까.

하지만 87레벨 한도 내에서 펼칠 수 있는 다른 특화 능력을 쓰는 건 상관없었다.

아무리 천마라 해도 재윤이 죽음의 결계 안에서 마경 심법과 전쟁신의 검술을 펼치는 것까지 알아차리긴 쉽지 않을 테니까.

[마경 심법(Lv87)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동시에 마기 축적(Lv87)이 비활성화 되었지만, 재윤의 마기는 급증했다.

츠츠츠.

또한 재윤의 오른손에 신화 등급의 병기인 플루토(Lv24)가 나타났다.

《 왜 이렇게 날 처박아만 두는 거냐, 주인? 심심해 죽을 지경이다. 》

플루토가 모처럼 밖으로 나와 투덜거렸다.

《 지금은 사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조만간 실컷 바람을 쐬게 해주마. 》

그렇게 재윤의 기세가 갑자기 변하자 라다우스는 흠칫 놀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만만해 보이던 재윤의 기세가 그조차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해졌기 때문이다.

“네놈은 누구냐?”

“누구긴. 마족 나룬이다.”

재윤은 그 말과 함께 라다우스를 향해 돌진했다.

길게 끌 것 없었다.

본실력을 드러낸 이상 라다우스는 그의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감히! 무엇을 믿고 까부는지 모르겠다만 나는 하이루스 님 휘하 최강의 마족 라다우스다. 네놈 따위에게 밀릴 것 같은가?”

동시에 여섯 개의 대도가 재윤을 향해 빗발치듯 날아왔다.

암흑 공간 속에서 붉은 광채의 도강들만 연속으로 날아드는 것처럼 보였다.

파파파파! 파파파팟-

끝없이 쇄도하는 대도들의 공세에 공간이 무수히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대도들 사이를 한줄기 광채가 번개처럼 가르고 지나갔다.

“크윽!”

순간 짤막한 신음과 함께 거검들의 움직임이 느려지는가 싶더니 일순 그대로 정지되었다.

라다우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뜬 채 재윤을 노려보고 있었다.

“쿠윽!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그의 거대한 몸체가 비스듬히 갈려나고 있었다.

그 사이 재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플루토를 아공간에 입고 시킨 후 본래의 기세로 돌아갔다.

[마기 축적(Lv87)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동시에 그의 좌수가 길게 뻗어나가 불신의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는 마족 라다우스의 미간에 박혔다.

푸확!

“크아아악!”

라다우스는 처참한 비명과 함께 죽었다.

[320,000코인을 얻었습니다.]

[128,900루페스를 얻었습니다.]

대량의 코인과 루페스 획득.

동시에 라다우스가 죽은 자리에서 반짝인 채로 둥둥 떠 있는 두 개의 아이템.

하나는 흑색의 날개이고 다른 하나는 대도였다.

‘오! 득템이다.’

결계 밖 전장에서는 드롭템을 주울 여유가 없었지만 여기는 다르다.

[라다우스의 날개(신화)를 얻었습니다.]

[라다우스의 대도(신화)를 얻었습니다.]

재윤은 두 개의 신화 등급 드롭템을 여유롭게 주워 아공간에 넣었다.

스스스-

그 사이 라다우스가 펼친 죽음의 결계가 흩어졌다.

그로인해 몸체가 두 쪽으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미간이 꿰뚫린 채 죽어 나자빠지는 라다우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물론 차갑게 조소를 흘리며 라다우스의 사체를 밟고 서있는 재윤의 모습도 나타났다.

“저럴 수가!”

“라다우스 님이 당하다니!”

“나룬이 라다우스를!”

그 상황에 경악한 것은 저 상공의 마왕 하이루스 뿐이 아니었다.

하이루스 진영의 마족들과 마물들, 또한 데사오 휘하의 마족들과 마물들도 깜짝 놀랐다.

그들은 설마 재윤이 최상급 마족 라다우스를 처치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마왕 데사오 또한 이 상황에 무척 놀랐다.

‘의외로군. 저 녀석의 능력으로는 어림없다 여겼는데.’

조금 전 데사오는 재윤이 라다우스가 펼친 죽음의 결계에 휩싸이는 걸 보고는 안타까워하긴 했다.

제법 유능한 마족 하나를 꼼짝없이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라다우스는 재윤이 소속된 군단의 군단장 슈테나도 감당할 수 없는 강적!

그러나 이미 죽음의 결계가 생성된 이상 둘 중 하나만 살아나올 수 있게 된다.

그녀도 손을 써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재윤이 라다우스를 당당히 해치워버린 것이다.

“쿠와아아아! 멋집니다, 나룬 님!”

“와아아아!”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하이루스 휘하 최상급 마족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맹장 라다우스의 죽음은 데사오 마왕군의 사기를 급증시켰다.

《 마르티오스, 준비는 되고 있느냐? 》

그때 마왕 데사오가 그녀의 참모인 최상급 마족 마르티오스에게 은밀히 뜻을 전했다.

《 물론입니다, 로드. 저를 비롯해 최상급 마족들은 로드께서 준비하시면 일제히 상공으로 올라가 하이루스를 포위할 것입니다. 나룬이 라다우스를 처치함으로 인해 승산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

《 나룬이란 녀석도 합류시켜라. 》

《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 했습니다. 나룬은 최상급 마족의 반열에 든 자입니다. 그의 마력까지 더해지면 승산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

곧바로 마르티오스는 재윤을 향해 은밀히 뜻을 전했다.

재윤은 그의 작전을 듣고 놀랐다.

정말 그의 계획대로만 되면 오늘 마계에서 마왕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

마왕 하이루스가 오랜 숙적 데사오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될 테니 말이다.

《 저는 준비되었습니다. 신호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재윤은 즉각 답을 보낸 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누가 죽더라도 잘 된 일이지.’

마왕을 죽이는 일이라면 당연히 협조해야 할 것이다.

재윤은 마족들을 해치우며 신호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을까?

여전히 지상에서는 마족과 마물들이 벌이는 지옥과 같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전세를 보니 데사오의 마왕군이 압도적 우세였다.

그 사이 재윤은 킨디노스 성의 성벽을 돌파해 성안의 마족과 마물들을 닥치는대로 주살했다.

이미 데사오 휘하 다수의 마족들은 킨디노스 성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아성(牙城)을 포위하고 있었다.

거대한 원기둥 형태의 아성에서는 신비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는데, 재윤은 그 기운이 심상치 않다 느꼈다.

‘저 기운은 뭐지?’

재윤도 처음 느껴보는 기운.

마왕이나 마족의 마기(魔氣)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전혀 다른 기운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기운이 아성 전체에서 피어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아성 건물의 최상층에서만 뿜어져나왔다.

‘저 위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바로 그때 마르티오스가 다급히 뜻을 전해왔다.

《 지금이다. 모두 즉각 결계를 펼치라. 》

드디어 마왕을 잡는 작전이 펼쳐지는 것인가?

아성의 최상층에서 나오는 신비한 기운의 정체는 잠시 후에 알아보기로 하고 재윤은 일단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츠츠츠츠!

스스스스!

데사오 휘하 최상급 마족들이 일제히 마기를 쏟아내며 거대한 결계를 형성했다.

동시에 데사오와 하이루스가 펼쳐놓았던 결계가 외부 결계와 합쳐지기 시작했다.

재윤은 이러한 거대 결계를 만드는 방법은 모른다.

참모 마르티오스의 지시에 따라 마기를 지원해주고 있을 뿐이니까.

그래도 어떤 식으로 결계가 만들어지는지 유심히 살폈다.

‘환술진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군.’

그 차이가 뭔지만 알아낸다면 그 역시 자유자재로 이러한 마기 결계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데사오! 나를 상대로 이 따위 수작이 통할 것 같은가?”

한편 마왕 하이루스는 자신과 데사오의 주위를 마르티오스를 비롯한 데사오의 마족들이 포위한 채 결계진을 생성시키자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스슷.

그가 손을 휘젓는 순간 그의 주위에도 일단의 마족들이 나타났다.

그의 휘하에 있는 최상급 마족들.

비록 라다우스가 재윤에 의해 죽은 상태지만 그 외에는 모두 건재한 상태였다.

그러자 데사오가 하이루스를 향해 냉소했다.

“네가 그렇게 나올거라 예상했다, 하이루스. 하지만 넌 내가 오늘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모를 테지. 이제 곧 그것을 알게 해주마.”

《 마르티오스, 시작하라. 》

《 예, 로드! 》

마르티오스는 즉각 결계를 조종했다.

순간 결계에서 일어난 강력한 중압의 기운이 하이루스와 그의 권속 마족들을 휘감았다.

“크카카카캇! 고작 이 따위로 나를 잡겠다는 건가?”

하이루스는 가소롭다는 듯 웃더니 손을 슥 휘저어 중압의 기운을 소멸시켜버렸다.

“정녕 오늘 끝장을 보자는 것이라면 데사오 네년이야말로 마계에서 영원히 지워질 것이다.”

곧바로 하이루스와 그의 권속 마족들이 거세게 반격을 펼쳐왔다.

상공에 펼쳐진 결계 속의 전장!

이는 마왕과 최상급 마족들로만 구성된 각 진영의 최강자들의 전투인 만큼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대난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결계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며 지속적으로 아군에게 유리한 형태로 변형시키는 참모 마르티오스로 인해 마왕 하이루스 등은 매우 불리한 전투를 수행해야 했다.

데사오 등에게는 아무런 움직임의 제약이 없는데 반해, 하이루스 등에게는 지속적으로 디버프가 걸리는 상황.

처음에는 무시할만한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로 인한 차이가 현격히 벌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마왕 하이루스에게는 겉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했다.

어느새 그의 주위를 지키던 최상급 마족들이 전멸했다.

반면에 데사오 휘하의 최상급 마족들은 모두 건재한 상태로 그를 향해 공격을 쏟아붓고 있었다.

“크으윽! 데사오, 네년이 감히! 정녕 날 죽일 셈이냐?”

“당연한 걸 묻는구나.”

데사오는 싸늘히 웃었다.

하이루스가 인상을 구겼다.

“데사오! 마계의 규율을 잊었느냐? 패배를 인정할 테니 여기서 그만 끝내라.”

마왕들의 영역 전쟁 시 한쪽 마왕이 패배를 인정하면 전쟁을 멈추게 되어 있다.

대신 패배한 마왕은 승리한 마왕에게 자신이 소유한 모든 걸 넘기고 떠나야 한다.

이는 고대의 마존 즉, 천마가 만든 규율.

마왕들이 전쟁을 벌이다 계속 죽어버리면 마계의 세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그 따위 케케묵은 규율을 내세우다니 너답지 않구나. 너라면 이 상황에서 날 살려줄 것 같으냐?”

데사오의 말에 하이루스는 자조어린 미소를 지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그라도 지금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데사오를 무조건 죽였을 것이다.

“크큭! 내가 나 혼자만 죽을 것 같으냐?”

하이루스의 손에서 뻗어나간 시퍼런 빛줄기가 최상급 마족 하나를 휘감았다.

“카아아악!”

그 마족은 그대로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하이루스는 더 이상 데사오에게 안되는 것 같자 그녀의 부하 마족들을 모조리 죽일 심산인 것이다.

"감히!”

데사오가 그것을 두고볼 리 없었다.

그녀는 전력을 다해 하이루스를 공격했다.

암흑으로 이루어진 무수한 병기들이 하이루스의 거대한 몸체를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크으으윽! 크큭! 크카카카카카! 데사오! 너 또한 끝장이란다.”

갑자기 하이루스의 두 팔이 어깨로부터 분리되었다.

데사오의 공격이 아닌 그 스스로 끊어낸 것이었다.

동시에 그 두 팔이 사라지더니 데사오의 지척에 번쩍 나타나 그녀의 목을 졸랐다.

“으으윽!"

데사오가 당황한 표정으로 신음을 질렀다.

‘이, 이런! 내가 이걸 잊고 있었다니.’

마왕 하이루스가 죽음 직전에만 펼칠 수 있다는 동귀어진의 최후 필살기였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니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생명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지만 하이루스의 팔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하이루스 뿐 아니라 그녀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크큭! 버터도 소용없다, 데사오. 네년은 이미 죽은 몸이니까. 그리고 다른 놈들은 몰라도 네놈들은 반드시 죽인다.”

하이루스가 돌연 고개를 홱 돌려 두 명의 마족을 노려봤다.

데사오의 참모인 마르티오스, 그리고 재윤이었다.

“죽어라!”

그의 두 눈에서 뻗어나온 죽음의 기운이 두 줄기로 갈라져 마르티오스와 재윤의 몸을 각각 휘감았다.

‘크윽! 젠장!’

기운이 많이 빠진 공격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최상급 마족의 육체로는 버티기 힘든 막강한 압력!

재윤의 몸은 순식간에 만신창이 상태로 변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죽고 말 것이다.

물론 그렇게 순순히 당할 재윤이 아니었다.

그는 생명력이 20% 남짓 남았을 무렵 재빨리 무적기인 광혈의 의지(Lv6)를 펼쳤다.

‘이러면 내가 무적기를 펼친 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지.’

그냥 죽기 직전에 극적으로 살아났다고 볼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전쟁신의 투혼이 발동되었습니다.]

[당신의 공격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생명력이 하락할수록 공격력이 증가하는 전쟁신의 투혼!

이 능력의 발동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터라 누군가 알아볼까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쿠아아아악!”

그 사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참모 마르티오스가 몸이 터져 죽었다.

그러나 재윤은 앞으로 돌진하며 왼손을 쭉 뻗었다.

‘저놈은 반드시 내가 죽인다.’

이미 하이루스는 데사오의 무자비한 공격에 의해 처참한 고깃덩이로 변해 있었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거검으로 변한 재윤의 왼손이 놈의 심장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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