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 비밀 결계 (2) >
물 위에 떠 있는 것일까?
자세히 보니 수면이 아니라 공중에 떠 있었다.
‘음? 저건?’
재윤은 흠칫 놀랐다.
그것은 사람의 머리였다.
머리카락을 치렁하게 늘어뜨린 여성의 머리만 둥둥 떠 있었다.
몸체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여성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설마 귀신인가?’
그냥 뜻밖이어서 놀랐을 뿐이다.
흡혈귀에 대한 S급 지식 효과로 높은 공포 저항을 보유하고 있는 재윤이 귀신을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
설령 공포 저항이 없다고 해도 마경 심법을 통해 극마(極魔)의 능력을 갖춘 그에게 있어 공포 계열의 저주나 협박은 가소로울 뿐.
스슷.
그렇게 재윤이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귀신의 머리가 점점 더 커지더니 집채 만하게 변했다.
그것은 매우 살벌한 모습이었지만 재윤은 코웃음을 날리며 번쩍 도약해 플루토를 내리그었다.
“아아아앗!”
뾰족한 비명과 함께 귀신이 기겁했다.
그 순간 재윤이 픽 웃으며 검을 거뒀다.
“걱정마라. 안 죽일 테니까.”
애초부터 귀신으로부터 별다른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던 터라 그냥 그도 겁만 줘본 것이었다.
그러자 귀신은 안도하더니 재윤을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이내 어디론가 사라졌다.
슥.
그 사이 재윤은 숲의 도처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기괴한 형체의 존재들을 감지했다.
하나같이 귀신들이었는데, 재윤이 노려보자 섣불리 다가오지 않았다.
‘뭐지? 여긴 귀신 소굴인가?’
그래봤자 재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들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입구가 사라졌네.’
인환단주가 있는 밀실에서 이곳으로 통하는 결계의 틈이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뜻.
‘뭔가 조건을 달성하면 다시 생겨나겠지.’
이런 상황을 하도 많이 겪어서인지 재윤은 별달리 놀라지 않았다.
이 안에 있는 뭔가를 얻거나 하면 결계의 틈은 다시 생겨날 게 분명하니까.
‘근데 귀신들은 또 어디로 간 거야?’
멀리서 재윤을 힐끔거리던 귀신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여기도 평범한 숲은 아니다. 뭔가 비밀이 있는 건 분명해.’
숲을 좀 더 살펴보려는 찰나.
한 명의 여자가 재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카락부터 피부, 심지어 옷까지 백색.
다만 두 눈의 홍채는 사파이어처럼 신비한 푸른색이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용모였지만 백발로 인해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환괴들을 두려워하지 않다니 제법이구나.”
음성 또한 매우 맑았다.
다만 상당한 권위와 함께 숨조차 쉬기 힘들만큼 강력한 기세가 느껴져 재윤도 깜짝 놀랐다.
‘으음!’
믿기지 않지만 그녀의 기세는 혈마 못지 않았다.
지금껏 재윤이 만난 이들 중 두 손가락 안에 드는 존재.
“너는 누구인데 이곳에 들어왔느냐?”
재윤은 솔직히 대답했다.
“저는 강재윤이라고 합니다. 레벨 60 이상의 인연자는 들어오라는 문구를 보고 들어왔습니다.”
“레벨이 뭐지?”
그녀는 레벨이 뭔지 모르는 눈치였다.
“운명의 힘에 의해 강해지는 단계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강해지는 단계?”
“그렇습니다.”
재윤은 그녀가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상세히 설명해줬다.
그러자 그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중요한 건 네게서 매우 위험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말하라. 너는 천마와 무슨 관계인 것이냐?”
재윤은 흠칫 놀랐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네 몸에 흐르는 마기(魔氣), 물론 악기(惡氣)가 정제되어 사라진 특이한 마기이다만 그래도 내 눈은 못 속인다. 천마의 마경 심법을 통해 얻은 것이 아니면 뿜어낼 수 없는 순도 높은 마기이니라.”
마경 심법까지 알고 있다니.
게다가 천마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마치 천마가 활동했던 알 수 없는 시공간대에 그녀 역시 존재했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나 그녀의 두 눈에서 증오와 혐오가 가득한 태도가 느껴져 재윤은 긴장했다.
‘사부님을 극도로 증오하고 있다.’
자칫하면 이 자리가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숨겨진 힘을 동원한다고 해도 혈마와 엇비슷한 기세를 뿜어내는 이 정체불명의 여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저는 천마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자 그녀의 입가에 냉소가 피어났다.
두 눈에서는 칼날같은 섬뜩한 빛이 번쩍였다.
“감히 내게 거짓을 말하겠다?”
“저는 천마가 아니라 혈마의 제자입니다. 그분께 전수받은 심법을 통해 저의 마기는 마에 종속되지 않고 오히려 마를 지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숨길 수 없다면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나을 것이다.
“혈마? 진정 네가 혈마의 제자라는 것이냐?”
그런데 재윤의 말에 그녀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재윤은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혈마가 곧 천마인데 역시 넌 나를 기만하고 있구나.”
놀랍게도 그녀는 그 비밀조차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음성은 더욱 차갑게 변했다.
“기만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천마와 혈마는 하나인 것 같지만 엄연히 분리된 인격입니다. 저는 혈마의 제자이지 천마의 제자는 아닙니다.”
“굳이 그렇게 애쓸 필요없다. 혈마는 그저 억누르고 있을 뿐 천마로 복귀하고자 하는 욕구를 절대 버리지 못한다. 그가 깨어났다면 천마가 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지.”
놀랍게도 그녀는 혈마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걱정할 것 없다. 단지 네가 그의 제자라는 이유로 널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천만다행히도 너의 성품은 악마 중 악마인 천마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와 인연이 있는 너를 이곳에 둘 수는 없는 일. 이만 돌아가도록 해라.”
그렇게 그녀는 재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재윤은 한편으로 안도했다.
꼼짝없이 죽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녀는 재윤이 천마이자 혈마인 존재의 제자임을 알고서도 살려준 것이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차피 이곳에서 뭔가를 얻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공연히 지체했다가 그녀의 마음이 변하기라도 하면 무슨 끔찍한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일.
“그런데 결계의 틈이 사라졌습니다만.”
“그걸 왜 내게 묻느냐?”
“저의 능력으로는 그 틈을 다시 만들 방법이 없습니다. 결계를 열어주시면 곧바로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재윤은 자신이 왔던 부근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녀가 그곳을 잠시 살펴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결계인지 모르겠다만 나로서도 당장은 그 틈을 복구할 방법이 없구나.”
그 말에 재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결계를 복구하는 건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으니 일단은 숲에 머물거라. 호수 쪽으로 접근하는 건 용서하지 않겠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로인해 재윤은 이 정체모를 숲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지. 일단 잠시 이곳에 머물면서 나갈 방법을 찾아보자.’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던 백발의 여성은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 귀룡! 이곳으로 나올 수 있어? 》
그러자 귀룡이 대답대신 거대한 몸체를 재윤의 앞에 드러냈다.
다행이었다.
귀룡 소환이 가능한 장소라면 흑요정의 탑도 들어가 아까 못 얻은 경험치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재윤은 귀룡 성으로 들어간 후 지체없이 정원에 위치한 흑요정의 탑으로 이동했다.
눈을 감은 채 석상처럼 굳어있던 테네르가 슬쩍 눈을 떴다.
“옜다! 여기 초코바!”
그러다 재윤이 초코바 하나를 꺼내자 반색하며 다가왔다.
“잊지 않고 챙겨왔네.”
“여긴 별일 없어?”
“별일이 생길만한 장소였으면 좋겠구나. 여긴 너무 무료한 장소라서.”
재윤의 분신은 한쪽에서 가부좌를 튼 자세로 묵묵히 앉아만 있을 뿐 그녀와 대화를 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혹시 지금 귀룡이 위치한 숲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어?”
재윤은 밖에서 벌어진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테네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고 그대가 만났다는 백발의 여자가 혈마 못지않은 기세를 가지고 있다면 조심하라는 말밖에는 할 것이 없다.”
그 사이 모습을 드러낸 베르타도 한 마디했다.
“변화된 지구도 아니고 방대한 마계로 나온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떤 위험한 일이 있을지 모르니 그대가 민첩하게 잘 대응하기를 바란다.”
“레벨 제한이 붙어 있던 걸 보면 설마 운명의 안배는 아니겠지?”
“운명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다만 그대가 이곳으로 들어올 거라고는 운명조차 짐작하지 못했겠지.”
재윤은 끄덕였다.
“일단은 경험치부터 얻어야겠다. 오늘 괴물들을 꽤 해치웠으니까.”
“좋은 생각이야. 그렇지 않아도 게이트가 생겨났거든.”
테네르가 뒤쪽의 검푸른 게이트를 가리켰다.
“분신과 합체 상태로 가는 게 편할 거야.”
“그래야지.”
재윤이 다가가 분신의 몸에 손을 대자 그것은 연기처럼 변해 재윤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흐읍!’
레벨 87에서 90으로 변하자 갑자기 어린 아이에서 어른이 된 것처럼 힘의 격차가 느껴졌다.
‘불과 3레벨 차이인데.’
물론 엄밀히 말하면 89레벨과 90레벨의 차이다.
‘이 상태라면 데라프를 혼자서도 충분히 처치할 수 있겠다.’
마족 데라프는 인환단주와 함께 재윤이 2시간이 넘도록 죽을 힘을 다해 간신히 해치웠을 만큼 강한 존재였다.
87레벨 상태로 데라프와 여기서 맞붙었다간 재윤이 오히려 당하고 말 것이다.
곧바로 게이트를 통해 수련의 던전 앞으로 이동하자 지난 번처럼 테네르가 땅의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을 파보자 던전의 지도가 나왔다.
“좋아! 그럼 시작해볼까?”
던전 안으로 들어가자 아까 해치웠던 마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것들을 해치웠지만 별다른 알림이 뜨지 않았다.
‘코인과 아이템 보상은 아까 받았으니 경험치만 들어오는가 보군.’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재윤에게는 코인이나 아이템보다 경험치가 몇 배는 더 중요했다.
그렇게 지하 통로에서 출몰했던 슬라임들까지 모조리 다시 죽이자 갑자기 주변 공간이 광활한 황무지처럼 변했다.
"쿠우우우우우우!"
동시에 상공에 거대한 뱀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족 데라프였다.
“인간 놈!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겠다만 네놈은 결코 용서하지 못한다.”
데라프는 아까 재윤에게 죽었던 것도 기억이 나는 모양이었다.
괴상한 공간에서 부활했으니 기막힐 법도 했다.
“미안하지만 한 번 더 죽어줘야겠다.”
재윤은 싸늘히 웃으며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데라프가 눈에서 강기를 마구 쏟아냈지만 그것들을 가볍게 쳐내며 전진했다.
그리고 놈의 목을 검으로 갈랐다.
촤아악!
플루토의 검신을 뒤덮은 검강의 크기가 검신의 두 배도 넘게 길어진 상태였는데, 단 한 번의 검격에 데라프의 목이 절반 이상 잘려나갔다.
“꾸으으윽!"
이에 데라프가 당황한 듯 뒤로 물러나며 꼬리 공격을 날렸지만, 재윤은 검강으로 꼬리도 잘라버렸다.
동시에 다시 전방으로 돌진하며 검을 휘둘러 데라프의 목을 마져 잘랐다.
“꾸아아아악!”
데라프는 세 동강이 난 채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아쉽게도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아주 많은 경험치를 얻은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런 알림은 들려오지 않으니까.
‘별 것 아닌 녀석이었네.’
최상급 마족이라 하지만 90레벨에 이른 재윤 앞에서는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사체가 아직 남아있으니 피를 뽑아볼까?’
아까 낮에는 놈을 해치운 즉시 결계가 흩어지며 사방에서 공격을 받은 터라 피를 뽑을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으니 느긋하게 피를 뽑을 수 있는 것이다.
[최상급 마족의 피(신화) 1병을 얻었습니다.]
[최상급 마족의 피(전설) 2병을 얻었습니다.]
신화 등급 혈액 1병과 전설 등급 2병.
챙겨두면 어디서든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운명이 눈치채지 않도록 당분간은 분신의 아공간에 보관해둬야겠지.’
잠시 후 흑요정의 탑을 나온 재윤은 다시 87레벨이었다.
수련의 던전에서 얻은 경험치와 아이템은 분신에게 맡겨두고 아까 탑에 들어가기 직전의 상태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제 이 숲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봐야겠는데.’
호수쪽으로만 접근하지 말라고 했으니 숲은 좀 뒤져봐도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전처럼 촉수를 이용해 숲을 면밀히 살펴봤지만 별 게 없었다.
밤이 되자 재윤은 귀룡 성의 정원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달리 할 일도 없으니 내공 수련이나 해야겠군.’
그런데 그때 뭔가가 귀룡 성을 기웃거렸다.
귀엽게 생긴 검은색 고양이였다.
‘저 녀석은?’
재윤은 단번에 저 고양이의 정체를 알아봤다.
아까 낮에 흉악하게 머리만 보였던 귀신.
그것은 바로 저 고양이가 변신한 환영이었던 것이다.
실체인지 환영인지 알 수 없는 기괴한 기운이 고양이의 몸을 이루고 있었으니까.
‘환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여자가 키우는 괴물 고양이인가?’
확실한 건 고양이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가득했고, 재윤에 대한 적개심은 없어보였다.
재윤이 슥 쳐다보면 두 눈을 깜빡이는 것이 그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렇게 잠깐 기웃거리기만 할 뿐 귀룡 성 안에 들어오지 않고 금세 사라졌다.
재윤은 고양이를 무시한 채 내공 수련에 몰두했다.
그렇게 어느덧 3일이 지나갔다.
그 사이 재윤은 낮에는 숲을 살피고 밤에는 귀룡 성의 정원에 앉아 마경 심법을 펼치며 내공을 수련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날이 어두워지자 조용히 내공을 수련하고 있었는데.
콰르르릉!
갑자기 멀리서 커다란 굉음이 울렸다.
콰르르! 콰아앙! 콰아앙!
호수쪽이었다.
그 정체불명의 백발 여성이 살고 있는 곳.
‘이건 싸우는 소리인데?’
대체 누가 혈마 못지 않은 기세를 가진 그녀에게 싸움을 건 것일까?
죽고 싶어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
‘이곳에 적이 침투했다면 어딘가 다른 곳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는 건데? 아니면 본래부터 이곳 결계에 있던 자인가?’
그런데 전투는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무려 한 시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걸 보고 재윤은 놀랐다.
‘적이 누군지 모르지만 엄청난 자군.’
기세로 느껴지는 건 하나였다.
분명한 건 그가 혈마 못지 않은 기세의 백발 여성과 거의 대등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전투를 벌이기란 불가능한 일.
재윤은 잠자코 있기로 했다.
공연히 끼어들어봤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될 테니까.
그런데 잠시가 지나자 사방은 고요해졌다.
드디어 전투가 끝이 난 것일까?
누가 이겼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저 녀석은?’
그때 재윤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귀룡 성 안에 들어온 뭔가를 발견했다.
다름아닌 고양이었다.
녀석은 뭔가 다급한 기색으로 재윤을 쳐다봤다.
“부탁입니다! 도와주세요!”
냐옹 소리와 함께 선명하게 들려오는 음성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