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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64화 (64/200)

64화.  < 흑요정이 원하는 것 (2) >

흑요정 소녀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슥 재윤 앞에 다가와 섰다.

아까는 날개로 몸을 뒤덮고 있어 박쥐처럼 보였지만, 이제보니 커다란 날개 이외에는 사람의 모습과 동일했다.

전신은 얼굴을 제외하고는 어둠이 옷처럼 입혀져 있어서 그런지 뭔가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박쥐 형상의 날개만 없다면 로사엔 못지 않은 아름다운 외모일 것이다.

“그 정도면 조금은 나의 흥미를 자극하는구나.”

흑요정 소녀는 혈액병을 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재윤은 먼저 물었다.

“이걸 주면 나의 부모님이 계신 곳을 알려줄 건가?”

“그건 너의 능력에 달려 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순간 재윤의 손에 있던 혈액병이 사라지더니 흑요정 소녀의 손에 쥐여졌다.

그녀는 덮개를 열고 안을 슥 살폈다.

재윤이 꺼림칙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자 그녀가 다시 덮개를 닫으며 말했다.

“그렇게 이상한 표정으로 볼 것 없어. 나도 이걸 마실 생각은 없으니까.”

“마시려던 게 아니었나?”

“뭔가를 먹으려면 이런 걸 먹겠지. 제법 달콤해보이네.”

그녀의 손에는 초코바가 들려 있었다.

재윤이 바닥에 늘어놓은 것들 중 하나.

관심없다더니 언제 챙긴 건가?

“괜찮으니 여기서 뭐든 필요한 거 다 가져라. 내가 원하는 건 부모님의 행방이다.”

그러자 흑요정 소녀는 아까와 달리 재윤이 늘어놓은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것도 먹을 것들로만.

그리고는 의자로 돌아갔다.

재윤은 실소를 지었다.

‘컵라면도 챙기네. 먹을 줄은 아는 건가.’

어쨌든 상관할 바 아니었다.

저런 거야 이제 안전 지대 기적의 보급품 창고에 넘쳐나게 많다.

그동안 괴물을 죽일 때마다 보급품 상자들이 보급품 창고에 쌓였기 때문이다.

오늘 갑자기 괴물들이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그거야 이 근처일 것이고 멀리 나가보면 괴물들 천지일 것이니 보급품이 떨어질 걱정은 없었다.

그때 흑요정 소녀는 품안에 잔뜩 쌓인 먹을거리 등을 보며 뭔가 뿌듯해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재윤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 말은 그걸 알고 싶다면 네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

“내 능력을 어떻게 보여주라는 거지?”

“그럼 일단 그 잡다한 쓰레기들은 치우도록 해라.”

흑요정 소녀는 파투스 물약이나 능력 강화석 같은 것도 무슨 쓰레기 취급을 하고 있었다.

재윤은 바닥에 있는 아이템들을 모두 아공간에 넣었다.

“다 치웠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그러자 흑요정 소녀가 손을 슥 휘저었다.

순간 밀실 안에 시커먼 구름이 휘몰아치더니 주변 공간이 크게 확장되었다.

본래도 큰 공간이었는데, 마치 학교 운동장만큼 넓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흑요정 소녀가 앉아 있는 의자는 그대로 있었다.

공간이 넓어져 재윤과 아주 멀어졌을 뿐이다.

스스스.

그와 동시에 재윤의 앞에 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가 4개나 되는 거대한 괴물.

각 머리는 뱀의 형상이었다.

‘히드라?’

재윤은 그 괴물이 뭔지 단번에 알아봤다.

지난 번에 책으로 얻은 괴물 지식 중에 히드라가 있었으니까.

* 히드라

-획득 지식 등급 : E

-히드라에게 주는 피해 5% 증가

-독 저항 +5

갑자기 히드라를 소환하다니 뭐하자는 것일까?

재윤이 흑요정 소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놀랄 것 없다. 어차피 환상 속의 결투니까 그대가 패배해도 죽지는 않아.”

“저놈과 싸워 이기면 되는 거냐?”

“저놈을 죽이면 새로운 적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그대의 능력이 닿는 데까지 싸워라. 그것이 운명이 결정한 룰이니까.”

“운명이 결정한 룰?”

“그대가 아무리 내게 훌륭한 선물을 줬다고 해도 내 마음대로 모든 걸 알려줄 수는 없어. 운명이 결정한 룰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흑요정 소녀는 초코바를 한입 베어물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회를 주는 것은 나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그대는 내가 그럭저럭 마음에 들만한 선물을 했고, 나는 그 대가로 그대에게 특별한 기회를 주는 것일 뿐이다. 이제 남은 건 그대의 능력에 달려 있으니 최선을 다해보라, 인간.”

그리고는 흥미롭다는 듯 다리를 꼬고 앉아 초코바를 먹기 시작했다.

곧바로 들리는 알림.

[흑요정의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3분 후 전투가 시작됩니다.]

[장비를 갖춰 전투를 대비하세요.]

곧바로 재윤은 광혈검을 빼들었다.

이것말고 따로 장비는 갖출 건 없었다.

이미 다 장착하고 있으니까.

아까 얻은 오크 로드의 공간 망토를 장착 완료했고, 레벨이 34로 오르며 얻은 보너스 스탯은 민첩에 분배해서 근력과 균형을 맞췄다. 【레벨】 34

【생명력】 850/850(↑370)

【파투스】 157/157(↑29)

【스탯】

근력 42(↑7)

체력 35(↑7)

민첩 42(↑8)

지능 38(↑7)

망토의 효과는 모든 스탯 7 증가 및 최대 생명력 300 증가!

덕분에 재윤은 스탯만으로 치면 도저히 34레벨이라 할 수 없었다.

영웅의 탑 최초 도달자 및 각종 S급 지식 효과, 거기에 각종 전설 장비 장착 효과로 인해 스탯이 엄청나게 증가했으니까.

사실 레벨이 1 올라봤자 보너스 스탯은 1 증가할 뿐이다.

스탯 증가만 따지면 전투력 증강 효과는 레벨 업보다 전설 급의 좋은 장비를 얻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러나 재윤에게는 스탯 효과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바로 특화 능력인 전쟁신의 검술이다.

그것은 오직 레벨이 올라야 단계가 오르니 레벨 업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현자의 비약도 먹자.’

10분간 지능 스탯을 10 올려주는 특별한 비약.

재윤이 준 희귀 등급의 혈액들을 이용해 연금술사 이나연이 제조한 것으로 아공간에 12병이 있었다.

재윤은 전투가 시작되기 몇초 전 그것을 한 병 마셨다.

[현자의 비약 효과로 지능 스탯이 10분간 10 상승합니다.]

[지능 48(↑10)]

[1 단계 전투가 시작됩니다.]

“콰우우우!”

곧바로 히드라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재윤을 향해 덤벼들었다.

뱀 형상의 긴 머리들이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히드라의 몸체에서도 거대한 입이 생겨나며 시커먼 독가스같은 걸 쏟아냈다.

‘바람의 화살!’

재윤은 뒤로 피하며 화살을 날렸다.

오늘 얻은 오크 로드의 공간 망토를 장착한 덕분에 이제 바람의 화살 유효거리는 20미터나 된다.

푸화아악!

바람의 화살은 독가스를 뚫고 히드라의 쩍 벌어진 입안으로 작렬했다.

그러자 히드라의 몸체가 경련하듯 떨렸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뱀의 머리들이 사납게 달려들었다.

그것들의 속도는 바람처럼 빨랐지만 재윤에게는 우습기만 했다.

광혈검을 휘둘러 모조리 목들을 베어버린 후 몸체를 강하게 몇 번 가격하자 히드라는 이내 축 늘어졌다.

[1단계 전투에서 승리했습니다.]

‘별거 아닌 녀석이었군.’

히드라와 싸우는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싱거웠다.

그러나 사실 히드라가 약한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재윤이 강한 것이다.

아까 혼자서 오크 로드를 가볍게 쓰러뜨린 이후에 레벨이 오른데다 스탯도 또 대폭 상승했으니, 재윤도 지금 자신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다.

[2단계 전투가 시작됩니다.]

이번에는 히드라 5마리.

마찬가지로 재윤은 금세 승리했다.

3단계는 히드라 10마리.

4단계는 히드라 15마리.

5단계는 히드라 20마리.

......

9단계는 히드라 40마리.

2단계부터는 매 단계마다 5마리씩 숫자가 증가하고 있었다.

그래도 재윤은 9단계까지 무리없이 통과했다.

이 또한 환상 전투의 일종이다보니 코인이나 경험치 보상은 없었다.

다만, 히드라를 계속 처치하다보니 지식 등급이 그 사이 두 단계 상승해 C등급이 되었다.

* 히드라

-획득 지식 등급 : C

-히드라에게 주는 피해 15% 증가

-히드라 처치 시 아이템 획득 확률 증가

-히드라의 약점 파악 1 단계

-독 저항 +15

‘지식 등급이 정말 안 오르는군.’

무려 200마리 가까이 해치웠는데도 C등급이라니.

다른 괴물들은 이 정도 해치웠으면 B급은 줬을 것이다.

S급 괴물 지식 획득 특성이 있는 재윤의 경우 A급부터는 확실히 어렵지만 B급까지는 상당히 빨랐으니까.

그만큼 히드라가 강한 괴물이라는 뜻이었다.

보스 급이 아닌 일반 급으로 따졌을 때 오크는 물론이고 오우거보다도 강했다.

어쨌든 C급이 되어 약점 파악이 가능해졌으니 앞으로 전투는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그러나 10단계가 되자 난이도가 급상승했다.

[10단계 전투가 시작됩니다.]

“콰우우우우우!"

거대한 포효와 함께 나타난 것은 보통의 히드라보다 몇십 배는 큰 녀석이었다.

뱀 형상의 머리가 백여 개는 되어 보였다.

시뻘건 몸체 주변으로는 독안개로 보이는 짙은 안개가 휘돌고 있었다.

그놈뿐 아니라 보통의 히드라도 50마리가 포진해 있었다.

‘정말 엄청 나게 크네 . 저게 바로 히드라 보스인가?’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였다.

지금껏 만났던 괴물 중 단연 최강!

저놈에 비하면 오크 로드도 별볼일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재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콰우우우우우!"

거대한 포효와 함께 히드라 보스가 내뿜은 독가스가 운동장만한 공간을 검붉은 독안개로 가득 채웠다.

‘으윽!’

재윤도 독안개를 피할 수 없었다.

[보호막 내구도 2321/2670]

[보호막 내구도 2207/2670]

[보호막 내구도 2078/2670]

광혈의 막 내구도가 빠르게 깎여 나가기 시작했다.

‘독 저항이 늘어났는데 이 정도인가?’

보스에 근접할수록 독 데미지는 증가했다.

그래서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질풍의 화살과 검기파, 바람의 화살을 날려봤지만, 놈은 건재했다.

물론 필살기가 적중할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는 걸 보면 완전히 타격을 받지 않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본체만 신경을 쓸 수가 없다는 것.

뱀의 머리들이 재윤을 향해 끊임없이 덤벼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혈검으로 그것들의 목을 계속 베어내며 재사용 시간이 돌아올 때마다 본체에 필살기를 날렸다.

‘검기파! 질풍의 화살!’

“콰우우우우우!"

필살기가 연신 작렬하자 히드라 보스도 괴로운지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재윤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광혈의 막이 파괴되었습니다.]

[보호막 내구도 0/2670]

그 사이 독안개 데미지로 인해 광혈의 막이 파괴되어버린 것이다.

재윤은 즉시 광혈의 막을 다시 펼쳤다.

[보호막 내구도 2670/2670]

현재 3분에 한 번 광혈의 막을 펼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독안개로 인해 광혈의 막이 깎여나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3분을 버티기 힘들다는 것!

[광혈의 막이 파괴되었습니다.]

[보호막 내구도 0/2670]

불과 1분만에 보호막이 사라졌다.

이때부터는 재윤의 몸에 직접적인 데미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명력】 623/850

동시에 재윤의 피부가 독에 노출되어 문드러졌다.

‘으윽! 젠장!’

재윤은 오른 손으로 광혈검을 휘둘러 끊임없이 날아드는 뱀의 머리들과 일반 히드라를 상대했고, 왼손으로는 재사용 시간 10초 마다 생명력 물약을 마셨다.

자그만 드링크 음료 크기의 물약.

이제는 요령이 생겨 한손으로도 뚜껑을 없애고 한입에 털어넣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벌컥!

10분의 재사용 시간을 가진 파투스 물약과 달리 생명력 물약은 10초가 지나면 마실 수 있다.

그동안에는 매우 짧아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10초가 너무 길게 느껴졌다.

벌컥! 벌컥!

지금까지 싸우며 생명력 물약을 이렇게 마셔보기는 지금이 처음.

이런 때를 대비해 아공간에 물약은 잔뜩 쌓아놨지만, 독안개의 데미지가 너무 강해 물약을 계속 마셔도 생명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생명력】 429/850

망토 덕분에 최대 생명력이 상승해 천만 다행이었다.

생명력이 조금이라도 적었다면 벌써 죽었을 테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자.’

【생명력】 241/850

피부 전체에 기포가 일어나 터지고 녹아들어갔다.

지금 이 상태에서 누가 재윤을 보면 그가 누군지 못알아볼 것이다.

그래도 재윤은 안간힘을 다해 버터냈다.

다행히 그 사이 광혈의 막 재사용 시간이 돌아왔다.

[보호막이 생성되었습니다.]

[2670/2670]

덕분에 재윤은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다시 보호막의 내구도가 깎이고 있어 안심할 때가 아니었다.

그 사이 생명력 물약 덕분에 그의 모습은 본래로 돌아왔다.

피부는 물론 녹아 사라졌던 머리카락 등이 멀쩡하게 복구되었다.

‘그래도 뱀 머리들이 다 사라져 다행이다.’

집요하게 날아들던 뱀의 머리들이 모조리 광혈검에 의해 토막나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보통의 히드라들 역시 마찬가지 .

이제 남은 건 재윤과 보스 히드라 본체 뿐이었다.

[226/2670]

그런데 그 사이 보호막의 내구도도 바닥을 기고 있다.

이제는 어떻게든 결판을 내야 한다.

‘질풍의 화살! 검기파!’

재윤은 때마침 재사용 시간이 돌아온 두 필살기를 날린 후 질풍 이동을 펼쳐 보스 히드라의 측면으로 순간 이동했다.

‘광혈의 의지!’

이곳은 독안개가 폭풍처럼 휘돌고 있어 접근하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

그러나 3초 동안 모든 피해를 막아주는 무적기가 둘러졌다.

재사용 시간 1시간이라 최후의 순간까지 아껴두다 지금 펼친 것이다.

어차피 이제 이 공격이 실패하면 죽는다.

죽기아니면 까무라치기!

“죽어라! 이 괴물 놈!”

재윤은 놈의 약점을 향해 도약한 후 미친 듯 광혈검을 휘둘렀다.

붉은 빛 검기(Lv10)에 휩싸인 광혈검이 빛살처럼 히드라 보스의 몸체를 가르고 또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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