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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2화 (2/200)

2화.  능력의 각성 (1)

“사람 살려! 아아아악!”

“으아! 이 괴물들 뭐야?”

“사, 살려줘···아악!”

순식간이었다.

거리 도처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쏟아져 나오는지 알 수 없는 괴물들은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커다란 입으로 살점을 마구 뜯어먹었다.

촤각!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너무도 황당하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보니 순간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정신이 아득해질 듯 엄습하는 피비린내.

귀를 찢을 듯 들려오는 비명들.

이건 꿈이다.

현실이 아니다.

아니, 꿈이어야 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절대 현실이어서는 안 되니까.

“꺄아악! 저, 저리 꺼져! 너희들 대체 뭐야? 아아아악!”

그러나 현실은 부인한다고 부인되는 것이 아니었다.

눈을 감고 외면한다고 지금 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일이 없는 것이 될 수 없다.

“사람 살려―!”

사람들의 절규와 비명.

재윤은 금세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 멍하니 있다가는 그 역시 저 꼴이 되고 말 테니까.

그는 빠르게 창문을 닫아 잠그고는 스마트폰을 살펴봤다.

‘미치겠네! 왜 안 켜지는 거냐?’

어떻게 된 일인지 스마트폰이 꺼져 있었는데 켜지지 않았다.

배터리가 나간 것일까?

충전기에 연결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뭐야? 전기가 안 들어와.’

TV는 물론이고, 냉장고도 꺼져 있다.

전등도 마찬가지.

지금이 밤이 아닌 낮이었기에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암흑 속에 갇혀 있어야 했을 것이다.

‘이게 대체?’

재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이상하게 변했다.

가족들은 어떻게 됐을까?

평소처럼 일요일 아침 일찍 등산을 가셨을 부모님들은?

‘설마?’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장면이 떠올랐지만 재윤은 이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일단 지금은 아무 것도 속단하지 말자.

그 사이 빌라의 계단으로 괴물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재윤의 집이 있는 2층까지는 아니지만 1층의 현관문을 괴물들이 마구 두들겨 부수고 있었다.

‘이런 난리가 났는데 경찰이나 군대는 뭐하는 거지?’

물론 이런 위급 사태에서 경찰이나 군대가 놀고만 있지는 않겠지만, 지금 당장 재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괴물들은 곧 이곳 2층으로도 올라올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싸워야 한다.

‘목검은 도장에 있으니 망치라도.’

재윤은 즉시 공구함에 있는 쇠망치를 꺼내 손에 쥐었다.

콰아앙!

“크르르르!”

그 사이 마치 수류탄이라도 터진 듯한 굉음과 함께 아랫집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으아아악! 저, 저리 나가!”

뭔가가 깨지고 박살나고 그러다 결국 울부짖는 소리.

“아악! 아아아악!”

비명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저토록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는 것일까?

일순 비명이 그쳤고, 괴물이 으적으적 뭔가를 씹어대는 소리만 들려왔다.

‘젠장!’

현관문을 부숴버릴 정도의 괴력이라니!

그렇다면 역시나 재윤의 집도 안전 지대가 아니었다.

“으아아악! 살려줘!”

“크르르르!”

“아악!”

아랫집 뿐 아니라 도처에서 들려오는 비명들.

재윤은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후! 꿈이면 제발 좀 깨어나라!’

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망치를 쥐고 있는 팔이 떨렸다.

전신에 소름이 돋았고 숨막힐 듯 엄습해오는 공포에 두 다리가 떨려 서있기도 힘들었다.

쾅!

기어코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재윤이 있는 201호의 현관문을 뭔가가 세차게 후려치기 시작한 것이다.

“크르르르!”

괴물의 거친 숨 소리.

현관의 벽이 그대로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쾅! 쾅쾅!

재윤은 망치를 움켜쥔 채 현관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침착해! 겁 먹지 말자!’

재윤은 검도(劍道) 공인 2단이다.

검도 수련만 5년!

솔직히 상대가 사람이라면 겁날 것 없지만.

‘이걸로는 승산이 없어.’

총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곰보다 강해 보이는 괴물을 자그만 망치 하나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단 번에 머리를 깨부수지 않으면 끝장이야.’

어쨌든 이대로 죽을 수는 없으니 괴물이 들어오는 순간의 틈을 노려 머리를 후려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

갑자기 시간이 멈춘 듯 사방이 고요해지더니, 어디선가 환한 빛이 일어나 재윤의 몸을 휘감았다.

[특별한 각성의 빛이 당신을 비춥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알 수 없는 중성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음성이었다.

‘지금 누가 말을 하는 거지?’

그 순간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눈 앞에 환상처럼 뭔가가 번쩍임과 동시에 투명한 푸른 빛으로 이루어진 글자와 숫자들.

[이곳은 시간의 틈새.]

[특별한 행운이 작용해 당신에게 각성의 기회가 도래하였습니다.]

[각성에 성공하면 당신은 각성자로서의 능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름】 강재윤

【레벨】 1

【생명력】 ??/??

【파투스】 ??/??

【스탯】 근력 ?? 체력 ?? 민첩 ?? 지능 ??

【잔여 스탯 포인트】 0

【능력】 없음

【특성】 없음

게임에서나 보던 상태 창이었다.

현재 레벨은 1.

능력은 없고, 각종 상태는 모두 물음표로 되어 있었다.

[각성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시험을 통해 당신의 초기 스탯이 결정됩니다.]

[초기 스탯들의 총합이 16 미만일 경우 당신은 각성에 실패하게 됩니다.]

[그 경우 이곳에서의 모든 기억이 지워지고 평범한 상태로 돌아갑니다.]

‘각성을 위한 시험이라고?’

저 상태 창은 대체 뭐고 시험은 또 뭐냐?

현관 밖에서 괴물이 문을 부수고 있는 와중에 무슨 시험?

[시험의 종목은 운명의 룰렛을 통해 무작위로 결정됩니다.]

[그 종목은 당신에게 매우 유리할 수도 있고, 혹은 매우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건 당신의 행운에 달려 있습니다.]

운명의 룰렛이라니?

[먼저 당신의 근력을 시험합니다.]

[운명의 룰렛이 돌아갑니다.]

재윤의 의사와 상관없이 시험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팔굽혀 펴기]

[턱걸이]

[벤치 프레스]

······

마치 카지노의 슬롯 머신이 돌아가듯 재윤의 시야에 갖가지 반짝이는 글자들이 적힌 카드들이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팔씨름]

그러다 환한 빛과 함께 정지된 카드에는 팔씨름이라고 적혀 있었다.

[당신의 근력 시험 종목은 팔씨름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당신 앞에 나타난 인형과 팔씨름을 하십시오!]

곧바로 앞에 웬 마네킹처럼 생긴 인형이 하나 번쩍 나타났다.

마치 SF 영화에서 보던 로봇과 비슷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에 감정없는 눈빛으로 재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

설마 인형?

대체 어떻게 집안에 들어온 거지?

게다가 현관문을 부수고 있던 괴물은 왜 지금은 잠잠한 거냐?

이런 와중에 근력 테스트를 한다니!

‘이거 진짜 뭐야?’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 오지 마!”

인형이 다가오자 재윤은 망치를 위로 쳐들었다.

그러나 인형은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팔씨름 자세를 취했다.

“뭐 하자는 거냐?”

재윤은 황당했지만 갑자기 알 수 없는 힘이 그를 인형 반대편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어서 인형과 팔씨름을 시작하십시오.]

[거부하면 기권패로 당신의 초기 근력 스탯은 0으로 확정됩니다.]

음성이 경고했다.

황당했지만 재윤은 왠지 기권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어디 해보자.”

곧바로 팔씨름이 시작됐고, 재윤은 가볍게 인형의 팔을 넘겨버렸다.

인형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어린 아이 수준이었으니 이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1단계 근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2단계 근력 시험이 시작됩니다.]

인형이 다시 팔씨름 자세를 취했다.

아까보다 세진 힘!

그러나 재윤은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인형의 팔을 넘겼다.

[2단계 근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3단계 근력 시험이 시작됩니다.]

또 다시 시작된 팔씨름!

인형의 힘은 점점 더 강해졌지만 재윤은 여유롭게 이겼다.

검도를 하며 꾸준히 근력 운동도 해온 덕분에 팔힘에는 자신 있었다.

[3단계 근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4단계 근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순식간에 네 판을 이겼지만, 5단계부터는 쉽지 않았다.

4단계 정도가 평범한 성인 남성의 힘이라면, 5단계는 운동 좀 한 남성의 힘이랄까?

‘이놈! 제법 만만치 않네.’

그래도 재윤이 힘을 주자 인형의 팔이 넘어갔다.

[5단계 근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문제는 6단계였다.

정말로 죽을 힘을 다해봤지만, 6단계는 역부족이었다.

가까스로 버티던 재윤의 팔이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6단계 근력 시험 통과에 실패했습니다.]

[당신의 초기 근력 스탯은 5입니다.]

그와 함께 물음표로 되어 있던 상태창의 근력 스탯이 5로 변했다.

그런데 숨 돌릴 사이도 없이 곧바로 다른 시험이 시작됐다.

[각성의 빛이 당신의 체력을 시험합니다.]

[운명의 룰렛이 돌아갑니다.]

아까처럼 반짝이는 카드들이 또 나타나 요란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달리기]

[당신의 체력 시험 종목은 달리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인형을 따라 달리십시오!]

인형이 벌떡 일어나더니 조깅을 하듯 달렸다.

어느덧 주변은 거실이 아닌 널따란 운동장과 같은 장소로 바뀌어 있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재윤은 마치 홀린 듯 인형의 뒤를 따라 서서히 달리고 있었다.

그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뭔가에 의해 조종이 되는 듯한 느낌이랄까?

‘별 이상한 꿈을 다 꾼다.’

재윤은 지금 상황이 꿈이라 확신했다.

그렇다.

꿈일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질 거라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마치 그런 재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벌어지는 현상은 꿈이 아닌 현실입니다.]

[각성자로서의 자격을 유지하지 못하면 당신은 변화된 환경에서 생존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살고 싶다면 최선을 다해 시험에 응해주십시오.]

‘미친!’

재윤은 절대 현실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라면?

그럴 리 없지만 정말로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면?

‘일단 뛰자!’

[1단계 체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뛰다 보니 1단계 체력 시험을 통과했다는 음성이 들려왔다.

곧바로 2단계 체력 시험이 시작되었지만, 방식은 동일했다.

인형의 속도가 약간 더 빨라진 것외에는 다름이 없었다.

[2단계 체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3단계 체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4단계가 되자 인형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슬슬 벅차네.’

재윤은 숨이 차올라 당장이라도 멈추고 싶었지만 기를 쓰고 뒤었다.

[4단계 체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휴! 성공!’

간신히 4단계 통과!

계속해서 5단계로 넘어갔다.

인형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으! 죽겠구나! 더 이상은 못 뛰겠어!”

재윤은 결국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5단계 체력 시험 통과에 실패했습니다.]

[당신의 초기 체력 스탯은 4입니다.]

신기하게도 시험이 끝나자 언제 뛰었냐 싶었을 정도로 몸에 기운이 돌아왔다.

【스탯】 근력 5 체력 4 민첩 ?? 지능 ??

[각성의 빛이 당신의 민첩을 시험합니다.]

[운명의 룰렛이 돌아갑니다.]

[동작 따라하기]

[당신의 민첩 시험 종목은 동작 따라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인형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세요.]

그와 함께 인형이 앞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두 팔을 아래 위로 흔들었다.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동작이다 보니 재윤은 어렵지 않게 따라했다.

[1단계 민첩 시험에 통과했습니다.]

1단계는 가볍게 통과!

2단계가 되자 움직임에 리듬이 들어갔다.

3단계는 마치 춤을 추듯 간단한 웨이브 동작까지.

[2단계 민첩 시험에 통과했습니다.]

[3단계 민첩 시험에 통과했습니다.]

‘이거 몸치인 사람들은 최악의 시험이겠네.’

동작을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특히 박자가 들어가게 되면 운동 신경이 나쁜 사람은 허둥대기 마련이었다.

[4단계 민첩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5단계 민첩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다행히 검도를 꾸준히 해온 재윤의 운동 신경은 제법 좋은 편.

게다가 어디 가서 춤 못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을 만큼 수준급 춤 실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6단계가 되자 재윤은 인형의 동작을 따라할 수가 없었다.

5단계도 간신히 통과했으니까.

[6단계 민첩 시험 통과에 실패했습니다.]

[당신의 초기 민첩 스탯은 5입니다.]

재윤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근력 시험도 그러더니 6단계는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넘을 수 없는 것 같은데.’

【스탯】 근력 5 체력 4 민첩 5 지능 ??

‘이게 지금 높은 거야? 낮은 거야?’

숫자만 보면 왠지 한숨이 나오는 스탯이었다.

‘그러고 보니 스탯의 총합이 16 미만인 경우에는 각성자로서의 능력을 상실한다고 했는데?’

현재까지의 총합은 14.

그렇다면 아주 나쁜 편은 아니었다.

이제 지능에서 2만 얻으면 각성자로서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설마 2는 얻을 수 있겠지.’

장담할 일이 아니다.

어떤 종목으로 시험을 볼지 모르니 말이다.

‘하긴 최악의 경우에 1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잖아.’

불현 듯 재윤은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분명 여기는 시간의 틈새라고 했는데.’

황당한 일이지만 그 말대로라면 시간이 마치 정지되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

잠시 후 멈췄던 시간은 다시 흐를 것이다.

여기서 각성자로서 뭔가 이능력을 얻지 못하면 재윤은 아까의 그 상황 그대로 돌아가 망치 하나로 괴물들과 싸워야 한다.

그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

‘지능 시험에서 어떻게든 2단계는 통과해야야 해.’

[각성의 빛이 당신의 지능을 시험합니다.]

[운명의 룰렛이 돌아갑니다.]

마지막 지능 스탯을 결정하기 위한 시험!

반짝이는 글자들이 적힌 카드들이 빠르게 회전했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종목은 뜻밖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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