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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3화 (3/200)

3화.  능력의 각성 (2)

[장기]

[당신의 지능 시험 종목은 장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인형과 장기를 두어 승리하세요.]

놀랍게도 장기(將棋)였다.

바둑 장기할 때 바로 그 장기 말이다.

‘장기라고?’

재윤의 두 눈이 일순 묘하게 반짝였다.

다른 것도 아닌 장기라!

그는 사실 장기광이었다.

프로 기사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장기 못 둔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그런데 운명의 룰렛이 지능 스탯을 결정하는 시험 종목으로 장기를 결정할 줄이야.

‘그래도 운빨이 따라주는 건가?’

혹시라도 수학 문제 같은 걸 푸는 것이 나올까봐 걱정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장기라면 2단계 통과는 무리 없을 테니까.

[먼저 장기를 두는 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곧바로 앞쪽에 장기판과 장기알의 환영이 나타났다.

알 수 없는 음성은 장기를 두는 방법을 기초부터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장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장기를 둘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처음 장기를 배운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장기를 둬봤던 사람에게는 매우 유리한 상황.

[1단계 지능 시험이 시작됩니다.]

[인형과 장기를 두어 승리하십시오.]

재윤은 차분하게 장기를 두기 시작했다.

[1단계 지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1단계 시험은 아주 싱겁게 끝났다.

[2단계 지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3단계 지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4단계 지능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재윤은 무아지경 속에서 장기에 몰두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4판을 내리 이겼다.

‘후! 막판은 운이 정말 좋았다.’

재윤은 사실 4단계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더니 이길 수 있었다.

인형의 장기 실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4단계는 꽤나 난전이었던 것이다.

‘이기긴 했지만 다음 판부터는 쉽지 않겠네.’

아니나 다를까.

다음 판에서는 초반부터 점차 밀리기 시작해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5단계 지능 시험 통과에 실패했습니다.]

[당신의 초기 지능 스탯은 4입니다.]

[당신의 초기 스탯 총합은 18.]

[각성의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찬란한 빛이 일어나 재윤의 몸을 휘감았다.

[당신은 각성자가 되었습니다.]

[스탯에 맞게 당신의 육체를 재구성합니다.]

【이름】 강재윤

【레벨】 1

【생명력】 40/40

【파투스】 18/18

【스탯】 근력 5 체력 4 민첩 5 지능 4

【잔여 스탯 포인트】 0

【코인】 0

【전투 능력】 없음

【생활 능력】 없음

【특성】 없음

재윤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눈 앞에 갱신된 상태 창을 쳐다봤다.

각성에 성공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도 지금 상황이 잘 믿기지 않았다.

무슨 게임도 아니고 상태 창과 스탯, 레벨이라니!

‘게다가 몸도 좀 이상해진 것 같아.’

딱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본래의 몸이 아닌 것 같은 상태.

스탯에 맞게 육체가 재구성되었다고 하더니 혹시 그것 때문인 것일까?

‘아, 이게 진짜 현실 맞나?’

[각성자가 된 당신에게 무작위로 고유 특성이 부여됩니다.]

[운명의 룰렛이 돌아갑니다.]

[몬스터 지식 획득(S)]

곧바로 설명 창이 하나 나타나 반짝였다.

* 몬스터 지식 획득(S)

-몬스터에 대한 지식 획득 확률 대폭 증가

-몬스터에 대한 상위 지식 획득 확률 대폭 증가

[적과 전투를 벌이거나 전투에서 승리할 시 일정한 확률로 대상에 대한 지식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대상에 대한 지식을 얻으면 대상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하여 전투를 유리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상위 지식을 얻을수록 전투는 더욱 수월해집니다.]

그렇게 재윤은 몬스터 지식 획득(S)이라는 괴상한 특성 하나를 얻었다.

곧바로 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각성자가 된 당신에게 전투 능력이 무작위로 하나 주어집니다.]

‘오! 전투 능력?’

재윤의 눈이 빛났다.

특성을 얻긴 했지만 그건 전투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것이 아니다.

현관 앞에 나타난 괴물과 싸우려면 그보다는 전투 능력이 훨씬 중요할 것이다.

‘드디어 각성자로서의 진정한 능력이 주어지는 건가?’

주사위가 돌아가듯 무작위로 얻는 것이니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제발! 강한 능력이 나오길!’

[운명의 룰렛이 돌아갑니다.]

[능력 〈바람의 화살〉을 배웠습니다.]

* 바람의 화살(Lv1)

-바람의 화살을 하나 소환해 단일 대상을 공격한다.

-효과 : 대상에게 〈20 + 지능 스탯의 100%〉만큼 피해를 준다.

-유효 거리 1m

-파투스 1 소모

-시동어 : 바람의 화살

-재사용 대기 시간 : 30초

바람의 화살이라!

판타지 소설에서나 보던 바람 계열의 마법!

재윤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정말로 바람으로 화살을 만들어 적에게 날릴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 거리가 1미터?’

설명 창을 잘못봤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진짜 1미터네.’

고작 1미터 앞의 적에게만 타격을 줄 수 있다니!

게다가 한 번 펼치면 재사용 대기 시간이 무려 30초!

왠지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아무런 능력이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각성자 시험 통과 보상으로 100코인을 얻었습니다.]

[코인으로 당신의 전투 능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 바람의 화살

-현재 단계 : Lv1

-Lv2로 강화 시 : 100코인 소모

[현재 당신의 코인 잔액은 100입니다.]

[100코인을 소모해 바람의 화살(Lv1)을 Lv2로 강화하겠습니까?]

이런 건 주저할 필요가 없다.

“예! 강화합니다!”

잠시 후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괴물들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꿈이라면 다행이지만, 진짜로 지금이 현실이라면 그 괴물들과 맞서 싸워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능력을 올리고 보자.’

[100코인이 소모 되었습니다.]

[바람의 화살이 Lv2가 되었습니다.]

* 바람의 화살(Lv2)

-바람의 화살을 하나 소환해 단일 대상을 공격한다.

-효과 : 대상에게 〈40 + 지능 스탯의 200%〉만큼 피해를 준다.

-유효 거리 2m

-파투스 1 소모

-시동어 : 바람의 화살

-재사용 대기 시간 : 29초

‘좋아! 거리가 늘었네.’

유효 거리가 1미터나 늘어났고, 재사용 대기 시간은 1초 줄었다.

또한 데미지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재윤의 지능 스탯이 4이니, 바람의 화살을 펼치면 도합 48포인트의 데미지를 준다는 뜻.

그게 과연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 바람의 화살

-현재 단계 : Lv2

-Lv3으로 강화 시 : 200코인 소모

[현재 당신의 코인 잔액은 0입니다.]

[코인이 부족해 더 이상 강화할 수 없습니다.]

[시간의 틈새가 곧 사라집니다.]

[전투에 대비하세요.]

갑자기 주변 공간이 환영처럼 일그러지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눈부신 빛무리가 시야를 가렸다가 사라진 순간.

콰앙! 쾅쾅쾅!

귀를 찢는 듯 엄습하는 굉음!

현관문을 뭔가가 후려치는 소리였다.

‘미친! 진짜로 돌아왔어!’

재윤은 현관문 바로 안쪽에서 자그만 망치를 오른 손에 쥔 채로 서 있는 상태.

제발 이 상황이 꿈이었으면 했는데, 역시나 현실이었다.

콰아앙!

그때 현관문이 너무도 무력하게 무너져내렸다.

동시에 괴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2미터 쯤 되는 신장.

악어의 머리에 인간의 몸체를 가진 기괴한 형상.

꿈에서도 보지 못했던 끔찍한 괴물이었다.

“쿠오오오오!”

괴물은 재윤을 보자 입을 크게 벌려 포효를 했다.

‘윽!’

재윤은 하마터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각오는 했지만 막상 눈 앞에 괴물이 나타나니 제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역시 망치로 저 놈과 싸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어.’

그러나 이대로 겁 먹은 채 있으면 괴물의 간식거리가 되고 만다.

지금 믿을 것은 하나 뿐.

바로 방금 전 각성하며 얻은 능력이었다.

게임의 스킬과 같은 능력인 바람의 화살!

‘정말로 그게 될지 모르지만.’

재윤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크게 외쳤다.

“바람의 화살!”

그러자 앞쪽에 녹색 빛의 바람이 모여들더니 투명한 화살 형상으로 변했다.

[바람의 화살이 소환되었습니다.]

[파투스가 1소모 되었습니다.]

[파투스 17/18]

‘진짜로 되네.’

정말로 바람의 화살이 소환되자 재윤은 신기했다.

파투스라는 것은 능력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인 모양이었다.

‘근데 이걸 어떻게 발사하는 거지?’

[왼손으로 타겟 포인트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오른 손을 휘두르면 타겟 포인트를 향해 화살이 발사됩니다.]

‘타겟 포인트?’

그러고 보니 괴물의 몸체 부근에 붉은 십자 모양의 포인트가 나타나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왼손으로 위치를 조종한다고?’

황당하지만 지금은 머뭇거릴 때가 때가 아니었다.

괴물이 달려들기 전에 일단 어디든 한 방 맞춰야 한다.

경황 중이라 재윤은 괴물의 가슴팍에 타겟 포인트를 이동시켰다.

“에잇!”

이어서 망치를 쥔 오른 손을 살짝 휘두르자 화살이 빛살처럼 쏘아져나가 괴물의 가슴에 적중했다.

파악!

쇠처럼 단단해 보이는 근육질의 가슴 일부가 퍽 터져나가며 시뻘건 피가 튀었다.

“쿠어어억!”

괴물이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생각보다 위력이 꽤 센데?’

놀랍게도 바람의 화살은 총을 쏜 것 못지 않은 위력이었다.

괴물 역시 경악한 듯 두 팔로 상체를 가리면서 섣불리 다가오지 못했다.

‘이때야. 한 방 더!’

머뭇거릴 때가 아니었다.

이 틈을 타서 놈을 완전히 해치우지 않으면 오히려 당하고 말 테니까.

“바람의 화살!”

[재사용 대기 중이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젠장!’

그러고 보니 재사용 대기 시간이 있었다.

바람의 화살(Lv2)을 한 번 펼친 후 다시 펼치기 위해서는 29초를 기다려야 한다.

[재사용 대기 시간 29초 중 3초 경과]

[26초 후 사용가능합니다.]

앞으로 26초.

재윤은 1초가 1분처럼 느껴졌다.

‘26초! 버틸 수 있을까?’

단 몇 초면 괴물이 성큼 달려들어 재윤의 머리를 뜯어버리고도 남을 시간.

“가까이 오기만 해! 죽여버린다!”

재윤은 최대한 눈에 힘을 주고 괴물을 노려봤다.

‘쫄지 마! 위축되면 끝이다.’

위축된 모습을 보여주면 괴물은 그 즉시 달려들 것이다.

재윤은 망치를 번쩍 쳐든 채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며 괴물을 노려봤다.

그러나 괴물은 재윤의 위협에 속지 않았다.

놈은 기다란 두 팔로 상체와 머리를 가린 채 성큼 현관을 통과했다.

“어딜 들어와! 죽엇!”

재윤의 망치가 빠르게 괴물의 팔을 찍었지만, 놈은 마치 방패로 망치를 쳐내듯 한 팔로 막아낸 후 그대로 달려들었다.

위 아래로 쩍 벌어진 악어 형상의 입!

재윤은 아슬아슬하게 뒤로 물러나 괴물의 공격을 피했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그의 머리는 괴물의 입속에 있을 것이다.

“크르르르!”

그러자 괴물이 팔과 주둥이를 이용해 공격을 해왔다.

재윤은 망치로 놈의 손과 머리를 있는 힘껏 치며 다시 뒤로 물러났다.

‘손목! 머리!’

퍽! 퍽!

쇠망치에 맞았으니 뼈가 부서질만도 하지만 괴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거푸 날아드는 재윤의 망치를 손으로 후려쳐 날려버렸다.

‘으! 이런!’

손에서 망치가 사라진 재윤은 다급히 주방으로 뛰어가 식칼을 집어들었다.

“죽어! 이 괴물 새끼야!”

식칼을 마구 찔렀지만 괴물의 몸에 박히지 않았다.

오히려 재윤의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미치겠네! 무슨 쇳덩이를 향해 칼을 찌르는 것 같아.’

바람의 화살이 놈에게 중상을 입을 만큼 큰 타격을 준 것과는 달리 망치나 식칼 공격은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그나마 놈이 부상을 입은 상태라 움직임이 느려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재윤은 이미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윽!”

그 사이 식칼 또한 괴물의 손에 날아갔다.

맨손이 된 재윤은 뒷걸음질치며 외쳤다.

“바람의 화살!”

[재사용 대기 중이라 사용할 수 없습니다.]

[14초 후 사용가능합니다.]

쿨 타임이 돌아오려면 아직도 14초나 남았다.

‘잘 하고 있어! 조금만 더 버티면 돼!’

재윤은 주방의 식탁 주위를 좌우로 돌며 괴물을 따돌렸다.

무작정 도망치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장애물을 이용해 시간을 끄는 게 최선이었다.

“쿠오오오!”

그러자 괴물이 화가 난 듯 포효를 지르더니 훌쩍 식탁을 넘어 덤벼들었다.

“젠장!”

재윤이 옆으로 뛰며 의자를 집어던졌지만 괴물의 손짓 한번에 부서졌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방안으로 피했다.

콰아앙!

방문을 닫았지만 괴물이 후려치자 그대로 부서졌다.

하긴 현관문도 부순 괴물의 괴력을 목재로 만들어진 방문이 무슨 수로 버틸 수 있을까?

괴물이 문을 부수고 방안으로 성큼 뛰어들었다.

재윤은 문 옆 벽에 기대있다가 괴물이 안으로 들어가자 그 틈을 이용해 다시 거실로 뛰어나갔다.

“쿠오오오!”

괴물이 즉각 뒤따라오며 재윤의 등을 후려쳤다.

“크윽!”

재윤은 등이 그대로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앞으로 나가 떨어졌다.

‘죽는 건가?’

정말로 딱 죽는다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 환청처럼 들리는 음성.

[바람의 화살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지났습니다.]

[바람의 화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크르르르!”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위를 쳐다보니 괴물이 입을 쩍 벌린채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달려들고 있었다.

어디서 힘이 났는지 재윤은 필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굴려 피했다.

“바람의 화살!”

그리고는 바람의 화살을 소환했다.

타겟 포인트는 괴물의 머리!

소환된 바람의 화살이 괴물의 머리에 작렬한 순간, 놈의 머리가 마치 망치에 맞은 수박처럼 터져나갔다.

“쿠어어억!”

그것이 끝이었다.

머리가 터진 괴물의 몸체는 잠시 난동을 부리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1코인을 얻었습니다.]

[크로거에 대한 E급 지식을 얻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동시에 재윤의 몸을 신비한 빛이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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