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302화 (302/308)

< 제44장 여명 작전 - 5 >

전쟁은 언제나 비참하다.

수많은 생명이 소멸되는 전쟁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커다란 재앙임이 분명했다.

알 하사카 외곽에 진영을 구축한 해병대의 청룡대대장 권인혁은 황폐하게 변한 도시를 바라보며 긴 신음을 흘렸다.

알 하사카는 삼족오-2의 폭격으로 인해 처참하게 변한 상태였다.

이런 상태라면 잔존 병력이 남아 있어도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중대장들을 소집한 권인혁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잔존 병력이 있을지 모르나 시가전을 하게 되면 아군 쪽의 희생도 발생하게 될 것이다.

두렵지는 않다.

군인으로서 전쟁에 참여한 이상 어떤 동정심도, 어떤 두려움도 가져서는 안 된다.

“현재 시간 9시 30분, 우리는 오늘 알 하사카를 완전 점령 한 후 알 바드리를 체포한다. 작전 종료 시간은 17시 30분. 그 안에 모든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각 중대별로 맡은 섹터에 따라 전진하도록. 출발!”

마음이 급했기 때문에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번 알 바드리 체포 작전의 시한은 단 8시간뿐이었다.

시리아 북부는 IS의 주 거점지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작전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주변에서 몰려든 지원군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전단 수뇌부에서는 이 작전을 구상하며 오로지 8시간을 허락했던 것이다.

권인혁의 작전 시달 명령에 4명의 중대장들이 거수경례를 한 후 막사를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부관을 옆에 매달고 천천히 전투부대의 지원을 맡은 화기중대로 향했다.

알 하사카의 하늘은 잿빛이었다.

죽음을 닮았다.

이 하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행처럼 하늘은 한 점 푸르름조차 간직하지 못했다.

오늘 작전이 이번 원정의 핵심이었다.

무사히 알 바드리를 체포하게 된다면 그대로 후퇴해서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대통령이 원한 것은 점령이 아니라 응징이었고, 전 세계 테러 집단에 대한 경고였으니 지금까지 한 것만 가지고도 충분했다.

그동안의 폭격으로 인해 IS의 주력이 응집된 알라카, 알레포, 하마, 아드리브는 이미 엄청난 타격을 입어 회생 불능 상태까지 몰렸다고 들었다.

이대로 IS 지도자인 알 바드리만 확보한 후 퇴각을 한다면 나머지 IS 집단은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군의 공격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컸다.

시선을 들어 반대쪽 능선을 바라보자 육군 최강이라는 특전사가 알 하사카를 향해 전진하는 것이 보였다.

IS가 아무리 강한 전투 능력을 지녔다 해도 체계적인 전술 전략과 지옥 훈련을 거친 대한민국의 최정예부대를 상대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오늘 알 하사카는 대한민국 해병대와 특전사로 인해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 * *

“콰앙, 쾅, 쾅!”

권인혁은 1중대 앞으로 떨어지는 폭탄 소리에 눈을 퍼뜩 치켜떴다.

병력을 산개해서 진입하는 선봉 부대의 앞으로 수많은 휴대용미사일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해병대원 5명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권인혁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잔존 병력이 저항을 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미사일까지 날릴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뭐 해, 저기 건물부터 차례대로 날려 버려!”

분노로 인해 명령을 내렸으나 이미 중화기 지원을 맡은 화기중대장의 지시로 공격을 해온 건물들에 미사일이 틀어박히는 중이었다.

근본적으로 위력이 다른 피닉스 중공업의 단거리 미사일 RX-10은 공격해 온 건물들을 차례대로 붕괴시키며 적들을 무력화시켜 나갔다.

RX-10에 당한 건물에서 병력들이 엉금엉금 기어 나와 접근하는 해병대원들을 향해 총을 난사해 왔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해병대의 십자포화망에 걸려 있는 상태였다.

순식간에 50여 명의 IS 대원들이 쓰러졌고 그 틈을 해병대원들이 바람처럼 빠져나갔다.

IS의 방어망은 허술했다.

도시 전체에서 병력들이 산재되어 방어망을 형성했으나 폭격에 당한 상처를 미처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방어 라인이 무척 허술했다.

이 정도 방어 라인으로 대한민국 최강인 해병대와 특전사의 공격을 막는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IS쪽은 대한민국 병력의 공격 루트가 해안 지역일 것이란 판단 아래 주력을 아들리브, 하마, 알카포 등으로 이동시킨 것이 분명했다.

차례차례 방어 세력들을 제거하며 전진해 나갔다.

도시였으나 대한민국의 기준으로 봤을 때 도시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만큼 규모가 작았다.

더군다나 폭격으로 인해 황폐해진 상태였으니 제대로 서 있는 건물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불과 6시간 만에 거의 300명의 적을 사살했고 200여 명을 생포한 후 알 하사카를 완벽하게 점령했다.

문제는 IS 지도자인 알 바드리의 행적이 묘연하다는 것이었다.

포로로 붙잡은 IS 병사들조차 알 바드리의 행방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철수할 수는 없기에 권인혁은 전 병력을 동원해서 알 하사카의 전역을 이 잡듯 뒤졌다.

알 바드리를 체포하지 못한다면 이 작전은 실패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다.

앞으로 후퇴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이대로 알 바드리를 체포하거나 사살하지 못하고 후퇴하게 된다면 자신은 후회 속에서 남은 생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후위를 맡은 제2중대장 문병호가 지휘부로 달려온 것은 후퇴가 예정되어 있던 18시가 거의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이미 서쪽 상공에서는 연합군의 수송기들이 줄지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에 선봉대를 제외한 나머지 병력들은 철수 대형을 구축한 채 대기하는 상황이었다.

“대대장님, 알 바드리의 시신을 찾았습니다.”

“정말이냐?”

“여기서 1㎞ 정도 떨어진 지하 석실에서 놈을 찾았습니다. 자살한 것 같은데 포로들이 그가 알 바드리라는 걸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시신은?”

“지금 1중대 병력이 옮겨오는 중입니다.”

“잘했다. 정말 수고 많았어.”

반가움으로 눈알이 충혈되었다.

다행이다.

자살한 시신이 알 바드리가 맞다면 소수의 희생이 따랐지만 이 작전은 완벽한 성공임이 분명했다.

우방국의 도움 아래 병력을 무사히 철수시킨 원정군은 포로와 알 바드리의 시신을 시라아 정부군에 넘겨주고 지체 없이 함대의 방향을 틀었다.

5일간의 공격.

하지만, 그 5일간의 공격으로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군을 오랫동안 괴롭혀 왔던 IS의 주력들이 박살 났다.

세계 언론들은 대한민국 원정군의 가공할 파괴력에 IS가 괴멸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걸 보도하며 또 다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군사력 9위로 평가되어 왔던 대한민국의 저력은 서방 언론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해서 그동안의 평가가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확실하게 증명했다.

세계 언론은 단 5일간 보여주었던 광개토대제 항모전단의 위력을 분석한 후 미국의 최신예 항모전단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물론 정확한 분석은 아니다.

이번 원정군은 전폭기와 폭격기만을 이용해서 적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에 함대 간 전투에서는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광개도대제를 호위하는 8척의 구축함과 순양함의 대함, 대공 능력은 비룡에서 개발한 신형미사일들로 완전무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투력과 방어 능력 면에서 미국이 보유한 구축함보다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원정군의 승리 소식을 접하며 열광을 멈추지 않았다.

IS 세력을 괴멸 지경에 빠뜨릴 정도의 승리였으나 아군의 피해는 전부 합해 17명이 전부였기에 국민들은 안타까움 속에서도 승리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 * *

“돌아오는 일정이 어떻게 된다고 하던가요?”

“이번 달 12일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9알 남았군요. 참 먼 길인 것 같습니다.”

“예, 대통령님.”

비서실장 김도환이 최강철의 표정을 살피며 걱정을 나타냈다.

거칠어진 얼굴.

최강철은 원정군이 떠난 후부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에 얼굴에 기미까지 낄 정도였다.

“대통령님, 국민들은 이번 원정군의 승리로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되찾았다면서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습니다.”

“뉴스를 봐서 저도 알고 있습니다.”

“오전에 행안부장관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원정군의 귀국에 맞춰 커다란 환영 행사를 연다는군요.”

“해야죠…….”

“왜 그러십니까?”

“마음이 무거워서 그렇습니다. 저의 명령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제 명령을 받고 출병했던 17명의 우리 병사들과 IS의 병사들 말입니다. 전쟁은 이런 것입니다. 이렇게 잔인하고 무서운 것이지요.”

“국민들은 대통령님의 결단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초래한 일이 아니잖습니까. 그러니 대통령님 그런 생각으로 심력을 낭비하시면 안 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군사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입니다.”

“이번 원정도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먼저 우리 국민들을 처형시켰기 때문에 발생한 전쟁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위 수단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던 거였습니다.”

“압니다. 그래도 마음이 아프군요.”

“휴우…….”

대통령이 돌아서며 창밖을 바라보자 김도환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색하다.

그가 지금까지 봐온 최강철은 철혈의 심장을 가진 사내였다. 한데 이런 모습을 보게 되자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대일물산의 김영호와 류광일은 부산항으로 거대한 동체를 자랑하며 당당하게 들어오는 항공모함 전대를 텔레비전 화면으로 확인한 후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벌써 감자탕 집에 들어온 지 2시간이 훌쩍 지났는데 이제서야 함대가 완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

감자탕 집에는 그들과 비슷한 생각으로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실내는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화면을 가득 채운 항공모함 전대의 위용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떠들썩했던 감자탕 집이 광개토대제가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순간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반대로 화면에 잡힌 부산항의 모습은 열광 그 자체였다.

수많은 국민들이 광개토대제 항모전단의 귀환을 환영하며 뜨거운 함성과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김영호가 불쑥 입을 연 것은 잠잠했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사람들이 항모전단의 위용과 전쟁 소식에 대해 떠들기 시작할 때였다.

“저런 항모전대가 또 하나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저번 뉴스에 나왔더라. 내년이면 두 번째 항모전대가 출범한다는구만.”

“허어, 참. 대통령이 작정을 한 모양이네. 그런데 그건 언제 준비한 거지?”

“광개토대제는 피닉스조선이 만들었고 두 번째 항모인 장수대제는 현대조선에서 만들었단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건 똑같은 모양이야. 광개토대제를 만들었던 비룡을 중심으로 방산업체들이 전부 가담했대. 이지스 구축함과 순양함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까 장수대제만 나오면 항모전대를 구성하는 건 어렵지 않단다.”

“넌 그런 걸 어디서 들었어?”

“내 대학 동창 놈이 피닉스 조선 임원이야, 그놈이 그러는데 우리나라는 3개의 항모전대를 운용할 계획이래. 그래서 피닉스 조선에서 마지막 항모를 작년부터 건조하기 시작했다는데 마지막 항모의 이름이 뭐라더라… 맞아, 단군이랬어.”

“끝내주는구만. 항모전대 하나 구성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50조라며. 도대체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는 거야. 우리나라 국방 예산은 70조밖에 안 되는데?”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 누구도 우리 대한민국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한다는 거야. 최신예 전폭기 불사조-3의 배치가 완료되고 이지스 구축함과 순양함의 건조가 끝나면 아무도 우릴 못 건드릴 거다.”

“그래도 이번 전쟁은 소 잡는 칼로 닭 모가지를 비튼 거였어. 애초부터 싸움이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고.”

“누가 그걸 몰라.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그동안 참고 참았던 울분을 풀었기 때문이야. 우리나라는 계속 당하고만 살았잖아. 그런 울분이 사람들 가슴속에 들어차서 잔뜩 쌓여 있었던 거지. 너도 알겠지만 이번 공격으로 세계의 테러 집단이 다시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건들지 못할 거다.

함부로 건드리면 죽는다는 걸 보여줬으니 어떤 놈이 감히 납치할 생각을 하겠어.”

“그건 그렇지…….”

류광일의 말에 김영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했다.

그의 말이 끊긴 건 최강철 대통령의 전용 차량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우리 강철 대통령님 오셨네.”

“그렇구만. 어라, 정말 얼굴이 많이 상했잖아.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하더만 정말인 모양일세.”

“저 양반, 성질머리 하고는. 원정군을 보냈으면 됐지 뭔 스트레스를 그렇게 많이 받은 거야. 몸 상하면 어쩌려고!”

“야, 수천 명을 전쟁터로 보내놓고 대통령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겠냐. 더군다나 저 양반은 국민이라면 끔찍하게 생각하는 대통령이잖아. 과거의 어떤 놈들과 비교하면 안 돼.”

“크크크…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국민들 죽이고 비리를 저질러서 구속되었던 자들과 우리 대통령을 비교한다는 건 모독이고 모욕이야. 최강철 대통령은 그런 자들 전부를 가져다주어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라고!”

“넌 언제 저 사람 팬 그만둘래. 너희 마누라가 뭐라고 안 그러디?”

“난 죽을 때까지 사랑할 거다. 저 사람은 내 인생과 평생 같이한 사람이야. 젊었을 적에는 복싱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줬고, 나이를 들어서는 정치로 나를 감동하게 만들잖아. 그러니 내가 어떻게 저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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