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198화 (198/308)

[198] 제26장 그를 부르다, 전설의 그를

“악! 서로 때리고 맞았습니다. 충격이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헌즈 선수의 충격이 더 큽니다. 돌진하는 최강철, 기회를 잡았습니다. 원투, 최강철 선수의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뒤로 도망가는 헌즈. 레프트 훅! 헌즈, 다운입니다, 다운! 헌즈 선수가 최강철 선수의 레프트 훅에 다운을 당했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이게 웬일입니까! 국민 여러분, 최강철 선수가 헌즈를 다운시켰습니다!”

“다시 일어나는군요! 조금 빗맞았어요. 아쉽습니다. 그러나 충격은 받은 것 같아요.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헌즈, 카운터 8에 일어났습니다! 경기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최강철 선수, 무섭습니다. 엄청난 포격. 헌즈 선수 이제 도망가지 못합니다. 치고받은 두 선수. 최강철 선수의 안면에 헌즈의 라이트 훅이 들어갔습니다! 위험합니다. 조심해야 됩니다. 이때 최강철 선수의 복부 공격. 복부를 집중적으로 두드립니다. 헌즈 선수의 크랩 가드가 흔들립니다. 정확히 들어갔습니다. 흔들리는 헌즈, 최강철 이번에는 헌즈 선수의 안면을 향해 무차별적인 펀치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헌즈, 위험합니다. 움직이지 못하고 로프에 기대 있습니다. 그로기에 몰린 것 같습니다. 최강철의 라이트 스트레이트! 악! 맞았습니다. 헌즈 위험합니다! 번개 같은 최강철의 양 훅. 헌즈, 쓰러졌습니다! 정신을 잃었습니다! 고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최강철 선수가 헌즈를 무너뜨렸습니다! 만세! 만셉니다. 국민 여러분 보이십니까! 최강철 선수가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모습입니다. 전율적인 장면입니다! 번개 같은 펀치가 순식간에 헌즈의 턱을 통타해서 기절을 시켜 버렸습니다. 지금 관중들은 전부 일어서서 허리케인을 연호하고 있습니다. 믿기십니까? 최강철 선수는 국민 여러분께 약속했던 것처럼 불굴의 투지로 복싱 영웅 토머스 헌즈를 무너뜨렸습니다! 저 모습을 보십시오. 정말 당당한 모습입니다. 아, 심판이 최강철 선수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승리를 확정 짓는 심판의 표정 역시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기적적인 승리입니다! 화면으로는 보이지 않겠지만 지금 이곳 시저 팰리스 호텔 특설 링에서 중계방송하고 있는 전 세계의 중계진들이 전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흥분하고 있는 상탭니다.”

김영국은 두 팔을 번쩍 든 채 떠들고 있었는데 한쪽에는 마이크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자세가 무척 불편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은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악을 써댔다.

국민들에게 이 기쁨을 생생하게 중계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지만 스스로도 감격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중계석 앞에 서 있던 방송 스태프들도 전부 펄쩍펄쩍 뛰었는데 한국 기자들은 본업조차 잊고 서로를 끌어안은 채 기쁨을 나누느라 사진 찍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다.

“정 위원님, 저기 저것이죠. 저 양 훅이 피니시 블로였죠?”

“그렇습니다. 피니쉬 블로는 저 양 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들어간 라이트 스트레이트에서 이미 승부는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최강철 선수는 불가능을 극복하고 슈퍼 웰터급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정말 엄청난 경기였습니다. 헌즈의 무시무시한 공격을 전부 받아냈고 끝끝내 KO승을 거둔 최강철 선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로써 최강철 선수는 26전 전승 KO승을 이어나가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허리케인, 최강철! 오늘 그가 보여준 경기력은 그의 애칭처럼 태풍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자랑스럽고 감격스러워 목이 메어 옵니다. 대한민국에 최강철 선수가 있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최강철 선수는 전 세계 복싱 선수들의 우상이 되었습니다. 오늘 경기는 금세기 최고의 명승부였습니다. 비록 헌즈 선수가 KO패를 당했지만 2라운드에서 두 선수가 벌인 경기는 복싱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훌륭한 명승부였습니다!”

* * *

윤문호 교수는 아들들과 함께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꼼짝하지 못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배탈이 나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중계방송을 보는 중이었다.

집에는 막내아들이 합동 응원을 하겠다고 나갔기 때문에 큰아들과 둘째만 남아 있었다.

그들 역시 불안함과 초조한 모습으로 3라운드를 기다렸다.

무서웠다.

헌즈가 던지는 펀치들은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가졌는지 거실에 앉아 있는 그들의 몸까지 움찔거리게 만들 정도였다.

저런 펀치를 직접 맞고 있는 최강철의 지금 심정은 어떨까?

3라운드가 시작되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때 윤교수와 아들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댔다.

간절한 바람, 승리를 위한 열망이 담긴 외침이었다.

드디어 최강철의 라이트 훅이 헌즈를 쓰러뜨렸을 때 제일 먼저 벌떡 일어선 사람은 윤문호 교수였다.

그는 노구에도 불구하고 헌즈가 다운되자 벌떡 일어나 두 팔을 치켜든 채 아내를 끌어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경기가 계속 진행되고 최강철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기어코 헌즈가 캔버스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자 윤문호 교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화면을 가득 채운 채 두 팔을 들어 올리고 당당하게 걷고 있는 최강철의 모습을 보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아들들은 최강철이 KO승을 거두는 순간 집안을 뛰어다니며 만세를 불렀는데 꼭 미친놈들 같았다.

“이겼다, 만세! 이겼다!”

거실을 달리던 두 아들이 뛰어와 윤문호 교수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최강철이 헌즈를 쓰러뜨리는 순간 아파트 단지 전체가 흔들거렸다.

모든 사람이 그들 가족처럼 동시에 뛰어올라 광란의 기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었기에 이젠 최강철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당연히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윤문호 교수는 자신을 안아 온 아들들의 등을 두드리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왜 그런지 모른다. 왜 이렇게 감격스러운지…….

“아버지, 왜 우세요. 이렇게 좋은 날, 울지 마세요.”

“그래, 그런데 이상하게 눈물이 멈추지 않는구나. 저놈이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떠날 때의 눈이 자꾸 생각나.”

그랬다, 정말 그랬다.

최강철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그에게 인사를 왔는데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떠났다.

오랫동안 그 눈을 잊을 수가 없었다.

저 친구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최강철의 나이 이제 스물여덟.

자신의 큰아들보다 오히려 3살이 적었으니 새파랗게 젊은 나이였다.

그럼에도 최강철의 눈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깊이가 담겨 있었다.

결코 지식으로 인해 만들어진 눈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경험이 없다면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눈이었다.

그리고 그 눈을 볼 때마다 마치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해서 점점 그가 자신의 제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했다.

학생회관에 모여 있던 서울대 학생들은 최강철이 KO승을 거두는 순간 전부 만세를 부르며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이제 학생회관뿐만 아니라 서울대 곳곳에 응원 장소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헌즈가 쓰러지는 순간 학생들의 함성이 서울대 전체를 울릴 정도로 커다랗게 터져 나왔다.

열렬한 최강철의 추종자 김철중과 일당들은 최강철이 헌즈를 KO시키는 순간 펄쩍펄쩍 뛰다가 균형을 잃은 채 서로를 끌어안고 뒤로 넘어졌다.

학생회관의 바닥은 깨끗하지 않았으나 그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바닥을 뒹굴며 승리를 마음껏 축하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뒤늦게 바닥에서 일어난 세 놈의 시선이 다시 텔레비전 화면으로 향했다.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이번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다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저거 맞을 때 오금이 다 저렸어. 얼마나 놀랐는지 오줌까지 찔끔 쌌다.”

“오늘 강철 선배도 많이 맞았어.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거야.”

“세상에 저런 펀치를 맞고 어떻게 견디지? 난 저 펀치를 맞으면 벌써 죽었을 거다.”

“저거 봐. 저 칼 같은 크로스 카운터. 저기서 저런 펀치를 꺼내 든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러게 말이야.”

“저게 컸어. 비록 정확하게 맞은 건 아니었지만 저 펀치로 다운을 시키면서 강철 선배가 승기를 잡은 거야.”

세 놈이 침을 튀겨가며 관전평을 이어나갔다.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는 허공을 붕붕 날아다니고 있었다.

학생회관 전체가 학생들의 목소리 때문에 대화가 힘들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시합이 끝났어도 학생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영웅, 최강철의 인터뷰를 말이다.

* * *

윤성호는 최강철이 헌즈를 다운시키는 순간부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시합 내내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으나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참을 수가 없었다.

경기장은 관중들이 내지르는 함성으로 인해 옆에서 바락바락 소리 지르고 있는 이성일의 고함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과 흥분.

천하의 헌즈를 맞아 불같은 투혼으로 맞짱 뜨고 있는 최강철을 보면서 기적이 연출되기를 한없이 기도했다.

얼마나 말렸던가.

최강철이 헌즈와 싸우겠다는 소리를 했을 때 그는 삼 일 동안 밥조차 먹지 않으면서 말렸다.

협박도 했고 달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의 생각처럼 그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결코 헌즈를 이겨야만 최강철이 영웅으로서의 자격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왜 꽃길을 두고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한단 말인가.

아니다, 헌즈와의 대결은 가시밭길 정도가 아니라 죽음 속으로 걸어가는 지옥의 문턱을 넘어서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강철의 고집은 말릴 수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마음을 다 잡은 건 최강철이 그에게 했던 말 때문이었다.

“관장님, 관장님과 저, 그리고 성일이는 챔피언의 꿈을 가진 채 머나먼 미국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어요. 그리고 우리는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관장님, 우린 사나이들이잖습니까. 꿈을 이루었다고 안주한다는 건 우리 체질에 맞지 않아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도전입니다. 관장님, 두렵습니까? 저는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지고 이기는 건 하늘의 뜻이 아니라 우리,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웰터급 통합 챔피언 허리케인 최강철이 헌즈가 두려워 시합을 포기한다면 얼마나 쪽팔린 일입니까. 아마 관장님도 저도, 성일이도, 죽을 때까지 그 사실을 생각하며 후회하고 부끄러워할 겁니다. 우리 그렇게는 되지 맙시다.”

그렇다.

자신의 생각은 영광스러운 현실 앞에서 안주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어느새 만들어진 비겁함이 이유였다.

그랬기에 돈 킹이 적극적으로 말렸을 때 가차 없이 최강철의 편을 들었다.

남자는 단 한 번만 죽는다.

쪽팔림 속에서 정신이 죽은 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윤성호는 훈련을 하면서 더 이상 시합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한 번 동의한 이상 후회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랫동안 복싱 세계에 몸을 담아왔지만 최강철 같은 놈은 처음이었다.

그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아내인 황인혜는 자세하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최강철이 기업에 투자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귀띔해 주었다.

그럼에도 놈은 웰터급 통합 챔피언으로서 매 경기마다 엄청난 파이트머니를 받는다.

그런 최강철이 23평짜리 전세를 살고 있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지만 그의 성실함은 더더욱 이해가지 않는 일이었다.

이제 막 복싱을 시작한 놈도 그런 지독한 훈련을 감당하지 못한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 해도 최강철이 지닌 지위라면 조금의 나태함 정도는 가질 수 있었으나 그는 시합이 결정되면 언제나 전력을 다해 훈련을 했다.

다운당했다가 일어난 헌즈를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는 최강철을 보면서 윤성호는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최강철, 이 새끼야. 이 미친 새끼야!’

오랜 경험으로 이미 경기가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로기에서 헤매는 헌즈가 최강철에게 역전 펀치를 날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8년 동안 봐온 최강철은 이런 순간에서도 차가운 이성을 지닌 채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공격을 하기 때문이다.

링 위의 포식자이자 공포스러운 존재로 변하는 게 바로 최강철이다.

그는 언제나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차가운 이성을 잃은 적이 없었다.

드디어 로프에 걸려 있던 헌즈가 최강철의 번개 같은 양 훅을 맞고 실신하는 순간 흘러내리던 눈물이 폭포처럼 변했다.

“강철아, 이 새끼야!”

미친 듯이 뛰어 들어가 최강철을 끌어안았다.

너무 기쁘니까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왜 울고 그래요. 남자가!”

관중들의 함성 때문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빙그레 자신을 마주 끌어안는 최강철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자식은 입만 열면 남자 타령이야.

인마, 지금은 울어도 돼. 그리고 난 쪽팔리지도 않아.

너무 기뻐서 난 지금 졸도할 지경이란 말이다.

“관장님! 비켜봐요. 이 자식, 지금 이렇게 있으면 안 된다고요!”

최강철을 붙잡고 사랑하는 여인처럼 끌어안고 있을 때 이성일이 다가와 그를 밀쳐냈다.

그러고는 대가리를 최강철의 가랑이 사이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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