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 전쟁 공포, 전쟁 준비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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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라퓨타 관리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 한 가지 물음으로 세상의 이목이 이 땅에 집중되었다.
그 해답을 지닌 이들이 서울의 한 호텔에 도착했고,
잠시 후…… 그곳에서 예상 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콰—앙——!
방 전체를 뒤흔드는 폭음과 진동, 모든 창문이 깨짐과 동시에 샤오준이 튕겨 나가 벽에 처박혔다. 악수하고자 앞으로 내밀었던 그의 오른손이 박살이 나며 손가락이 이리저리 흩어졌다.
철컥!
"이, 이런 쌍—!"
이현욱이 재차 펌프를 당기자 두 명의 중국인이 ‘문신’ 속의 무기를 소환했다. 키 작은 남자가 방패와 검을 빼 들었고, 덩치가 큰 남자—오크 주술사는 양손을 휘저으며 주술을 발현했다.
이현욱의 총구가 기울어지며, 먼저, 방패든 놈을 겨누었다.
콰—앙——!
“—억!”
아무리 방패를 들고 있다고 한들 ‘블랙라이노’의 파괴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정말로 코뿔소 한 마리가 달려와 들이받은 것처럼, 작은 인간의 몸뚱이가 붕— 떠올라서 벽에 처박혔다.
"으— 이, 씨발......."
그리고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푹!
어디에선가 은색 화살이 날아들어 그의 왼쪽 안구를 꿰뚫었다.
그것은 페일노트였고 곧장 블랙 오크 주술사를 향해 쏘아졌다.
텅!
하지만 보이지 않는 보호막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직후, 놈이 무언가를 ‘발현’했다.
놈의 굵은 팔뚝에 새겨진 문신이 꿈틀거리며 검은 일렁임이 번져 나오더니 마치 호숫가의 물안개처럼, 방 안을 가득 채운다.
고—오—오—오——!
"......."
이현욱은 그 기이한 징조를 경계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주술이란 것은 원체 기묘하고 고약한 데다가, 일정한 규칙 없이 제멋대로이기도 했다. 즉,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특히나 블랙 오크 국왕 스토녹스가 중국의 랭킹 3위 플레이어를 한 마리 숫염소로 만들어버렸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했다.
‘그렇기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게 상책이다.’
이내, 놈의 등 뒤에서 블랙 오크들의 잔영(殘影)이 떠올랐다.
'……공간 마법이군?’
공간과 공간 사이에 통로를 만드는 ‘포탈’ 마법과 달리, 공간과 공간을 일시적으로 겹치게 하는 고대의 주술인 듯했다.
그 중첩된 공간 속에서 8마리의 블랙 오크가 등장했고, 그 모습이 점차 뚜렷해지며 이내 호텔 방에 ‘존재’하게 되었다.
그것들은 하나 같이 거대한 쇠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어어——!
- 블랙 오크 정예 전사 (LV 61)
- 블랙 오크 정예 전사 (LV 63)
- 블랙 오크 정예 전사 (LV 64)
.
.
.
개체 당 레벨이 61~64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었다.
'……언젠가 저런 것들이 떼거리로 몰려온다.’
즉, 블랙 오크와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적어도 B등급 5티어 플레이어와 맞먹는 몬스터를 수천 마리를 막아내야 할 터— 그렇기에, 이제부터 그때를 위한 화력을 준비해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작 8마리뿐이다.’
이현욱은 블랙라이노에 마나를 잔뜩 부여했고,
이내 총구에 3개의 붉은 마법진이 떠올랐다.
‘—괴멸 분사!’
콰—과—과—과—과—광——!
무자비한 연사, 그 진동만으로 천장의 상들리에가 끊기며 추락했고, 이현욱을 향해 달려들던 8마리의 오크 척살대가 강철 폭풍에서 휩쓸리며, 마치 트럭에 치인 것처럼 튕겨 나가버렸다.
쿠구구구…….
그리고 그 화력을 고스란히 두들겨 맞은 벽이 허물어졌다.
그으으…….
그런데도, 그것들은 죽지 않았다.
역시 최고 수준의 전사들로서, 몸이 걸레짝이 되었음에도 기어코 다시 일어나서 이현욱을 향해 붉은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음…… 아무래도 조금 더 잔인해져야겠군?”
어느새 이현욱의 왼손에 거검, 모글레이가 들려 있었다.
그 500kg의 질량이 담긴 2m짜리 검신이, 방 안을 횡단했다.
후—웅——!
그저 검을 휘두른 것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압도적인 검풍— 커튼이 찢어지며 이미 깨져 있던 창문 너머로 날아가 버렸고,
퍼—석——!
그 궤적에 서 있던 블랙 오크들의 몸뚱이가 마치 폭발하듯 끊어지고 상—하반신이 분리되며 내장이 철퍽— 쏟아져 내렸다.
그게, 끝이었다.
아주 잠깐 사이에, 비즈니스 룸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 그 위로 절단 난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는, 끔찍한 장면만이 남았다.
"......."
한편, 이현욱의 뒤를 따라서 들어왔던 이정준을 비롯한 비형랑팀의 플레이어들은 그 장면을 넋 놓고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들도 함께 싸우러 왔건만, 뭘 할 필요가 없었다.
"와—"
“……진짜 보면 볼수록, 너무 황당하네요.”
그래도 나름대로 최정예 플레이어 부대인 이들이었다. 그런데, 이현욱과 함께할 때마다 알 수 없는 박탈감을 느끼곤 했다.
언젠가부터 들러리가 된 느낌…….
‘매번,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주도한다.’
이번 일도 그랬다. 정부 측이 모든 정보망을 동원했음에도 홍도 길드의 음모를 눈치채지 못했건만, 그가 실마리를 제시했다.
‘그리고 적이 아무리 강해도, 정확하고 과감하게 공략한다.’
4차 웨이브, 아바돈, 몰렉의 화신체, 와이번, 지금 이 순간까지…… 그가 보여주는 활약은 전부 다 상식 밖, 규격 외였다.
그는 모글레이를 허공에 띄 워 둔 뒤, 앞으로 걸어갔다.
“—쿨럭!”
의외로, 샤오준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팔 아래에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밧줄?’
그건, 웬 은색의 얇은 은색 팔찌처럼 보이는 끈이었다.
이현욱은 그걸 집어 들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글레이프니르 (전설)
- 효과 : 마나를 불어 넣을 시 특정 대상을 포박합니다. (포박된 대상은 10분간 자력으로 밧줄을 풀 수 없습니다.)
"아, 이걸로 날 포박할 생각이었군?”
이건 예상 밖의 수확이었다.
아니, 대박이었다.
글레이프니르란,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이 괴물 늑대인 ‘펜니르’를 포박할 때 썼다는 절대 끊을 수 없는 마법의 족쇄였다.
‘무려 전설 등급의 유틸리티 아이템이다.’
이건 여러모로 아주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터였다.
이현욱은 그걸 챙긴 뒤, 신음하는 샤오준를 내려보았다.
“샤오준, 나는 널 죽일 생각은 없다.”
“커—으—어, 어째서—”
이현욱은 샤오준을 쓸 때, 일부로 조금 빗겨 쏜 것이었다.
왜냐하면…….
"와…… 이게 다 뭐야? 한국 호텔은 참 특이하네?”
그렇게 말하며 방 안으로 들어오는 금발의 여자,
그녀는 놀랍게도 ‘성녀’ 에밀리아 뮐러였다.
"자, 여기 준비됐어요.”
이현욱은 그렇게 말하며 샤오준을 가리켰다.
이현욱은 이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그녀에게 연락하여 빌런의 꼬리를 잡을 기회가 왔노라고 말했고, 그녀는 곧바로 세계수의 힘을 빌려 ‘초광역 텔레포트’를 이용, 이 땅에 온 것이었다.
"이 남자가 그…… 빌런이에요?”
그녀는 ‘빌런’이라는 말을 아주 작게 속삭였다.
"네, 맞아요.”
"좋아요, 시작하죠.”
그녀가 샤오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웬 빛 가루가 흘러넘치며 놈의 온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건 힐이었다.
"어!”
이내 샤오준의 상처가 씻은 듯 나았다. 잘려나간 손가락도 천천히 회복되는 게…… 역시나 S등급 프리스트의 힘이었다.
“대, 대체, 왜……."
샤오준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갑자기 샷건을 맞고 곤죽이 된 것도 황당하기 그지없는데, 무려 성녀가 등장해서 직접 치료를 해주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그때, 이현욱이 더욱 충격적인 한 마디를 내뱉었다.
"네 머릿속에 어떤 ‘잠재 마법’이 새겨져 있지?”
“—어, 뭐? 아니, 그게 무슨……."
“그래서, 이렇게 계획이 실패하면 뇌가 타 버리잖아?”
샤오준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아니 갑자기 왜 절 쏘신 겁니까! 그리고 저 오크들은 저, 전 모릅니다!”
샤오준는 당연하게도 발뺌을 시작했다.
‘젠장 어떻게 아는 거지? 일단은 모른다고 해야 한다!’
그는 애초에 이현욱을 공격하지 않았다. 오크의 출현은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둘러댄다면, 어쩌면 살 수 있을 것이었다.
“에밀리아, 준비했던 ‘정화 마법’을 걸어주세요.”
정화 마법, 말 그대로 저주 같은 불온한 마법에 걸렸을 때 그걸 씻어내는 것으로, 성녀의 정화 마법은 단연 최고였다.
그녀의 손에서 번져 나온 빛이 샤오준을 감싸 안았다.
그 순간, 샤오준의 눈앞에 한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 (!) 당신에게 걸려 있던 ‘잠재 마법’이 정화됩니다.
샤오준은 머리가 멍해지는 걸 느꼈다.
'……이것들 진짜로 빌런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거야?’
그때, 이현욱이 무릎을 굽히며 샤오준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의 무미건조한 눈초리가 온몸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자, 너는 이제 안 죽는다.”
……‘죽는다’가 아니라, '안 죽는다’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너무나 살벌하게 느껴졌다.
“이 작전이 실패했다는 게 너희 윗사람들에게 알려지더라도, 그리고 내가 널 아무리 고문하더라도, 여기 계시는 성녀께서 너를 아주 멀쩡하게 치유해주실 테니, 넌 절대로 안 죽는다.”
이현욱은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이분이라도, 고통까지 없애줄 수는 없지……."
"그것도 그렇고, 사실 나는 고통을 주는 걸 더 잘해요.”
성녀의 대답에, 샤오준은 등골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그녀가 어둠 계열을 고문한다는 유명한 소문…… 그리고 악마 승배자가 아닌 이상, 방금 보여준 최고 수준의 힐을 통해서 치유하면서, 끊임없이 손톱을 뽑고 피부를 불로 지진다고 한다.
이현욱이 그의 입을 벌리고 무언가를 억지로 삼키게 했다.
“꺽— 컥! 대체, 뭐 하는 짓이야!”
그건 쇠 구슬이었다.
"그냥 삼키는 게 좋을 거야. 배를 뜯고 넣을 수도 있다.”
“힉! 제, 젠장! 당장 중국 대사관에 연락해줘!”
이현욱은 대답 대신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뱃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몰랐지만, 쇠 구슬이 ‘변형’되며 성게 모양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억! 윽! 뭐, 뭐야!”
그리고, 회전하기 시작했다.
꾸드드드——!
이현욱은 평소보다 더욱 격렬하게, 내장을 갈아버렸다.
"끄아아아——!”
그리고 옆에서 성녀가 틈틈이 ‘힐’ 부여했다.
"와— 우리, 손발이 잘 맞네요?”
상당한 고문 경력이 있는 성녀의 짧은 감상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아주, 완벽한 고문 콤비가 아닐 수 없었다.
"자, 이제 하나씩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끄으으…… 대체, 뭐, 뭘, 컥— 말하라는 거야!”
그 물음에, 이현욱이 놈의 목덜미를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아는, 빌런에 관한 모든 걸……."
***
샤오준, 그가 포기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허,윽! 컥! 아, 알았어!”
그는 이미 온몸의 구멍에서 붉은 핏덩이가 쏟아져 나온 상태로써, 죽었어도 대여섯 번은 죽어야만 했다. 하지만 성녀가 있는 한 그럴 수 없었고, 되풀이되는 끔찍한 고통 앞에 굴복했다.
우우우우——
이현욱은 첫 번째로 '탈출 경로’를 캐물었고, 의지가 완전히 꺾인 듯한 샤오준은 바들바들 떨면서 술술 불기 시작했다.
그런데 놈이 말을 절어댔고 이현욱이 정리해서 되물었다.
"하— 그러니까 은평구의 한 폐공장에서 백업이 대기 중이고, 서해상의 한 선박과 통하는 양방향 포탈을 준비 중이다?”
이현욱은 역시 자주 이용했던 광역 마법인 ‘양방향 포탈’은 먼 거리를 연결하는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서해를 가로지를 수는 없었다. 그건, 세계수의 힘을 빌린 ‘초광역 텔레포트’ 쯤 되어야 했다.
그렇기에 이놈들은 서해상에 선박을 ‘중간 거점’으로 삼아서 일명 ‘퐁당퐁당 텔레포트’로 탈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선박이라면…… 설마 ‘목왕팔준’인가?”
이현욱이 문득 물었다.
"어…… 마, 맞아! 어떻게 알았지?”
목왕팔준, 주나라의 목왕의 마차를 끌었다는 8마리의 전설적인 말들, 8마리가 전부 특이한 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설마, 그것까지 동원할 줄이야.’
목왕팔준은 배의 이름이 아니라 ‘엔진’의 이름이었다.
즉, 그걸 떼어다가 어디에 다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 된다.
‘지금은 그냥 평범한 배에 달아뒀겠지만…….'
그것은 훗날, 게이트센티넬 이상의 비공정의 심장이 된다.
‘그리고 성장형 엔진이라는 점이 아주 특별하다.’
팔준(八驗)이라는 명칭대로 8단계까지 성장을 한다.
그런데 그때, 샤오준은 다소 충격적인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 탈출 장소에 ‘스크롤 폭탄’이 있어……."
놈은 그 말을 웅얼거리듯 작게 내뱉으며 고개를 떨궜다. 이제는 상세한 것까지 불어서 목숨을 유지해보겠는 생각인 듯했다.
"뭐? 지금, 서울에 폭탄 설치되어 있다는 말인가?”
폭탄이라는 말에 이현욱과 에밀리아 뮐러는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뒤에 서 있던 이교준의 눈까지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탈출할 때 터뜨리고 갈 예정이었다.”
스크롤 폭탄은 폭발 마법이 담긴 스크롤로서,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마나를 부여하여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굳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이현욱은 샤오준의 뱃속에 금속 통제력을 부여했다.
"끅! 몰라! 위에서 그러라고 시켰어! 난 정말 몰라!”
하지만, 그 이유는 캐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냥…… 테러다.’
말 그대로 공포를 전달하여 혼란을 야기하기 위함일 것이었다.
전쟁 공포—라퓨타 강탈—폭탄 테러까지…….
'……이 나라를 뒤흔들기 위해서 온갖 수를 쓰는군?’
본디, 놈들의 계획대로였다면, 이미 이 나라는 혼란에 휩싸여서 빌런 세력이 뿌리내릴 틈을 주었을 터였다. 그런데 이현욱에 의해서 번번이 차단된 만큼, 다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었다.
"하, 이 미친 새끼들이 진짜……."
이교준은 팀장의 식은땀은 흘리며 욕을 내뱉었다.
지금, 서울에 폭탄 테러가 일어날 수도 소리였으니, 정부 관계자이자 이 현장의 책임자로서 눈앞이 아찔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그쪽을 병력 파견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아니, 우리가 직접 가죠.”
이현욱의 대답에 이교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 시간이 없습니다! 언제 폭탄이 터질지 모릅니다!”
이현욱은 그 말을 무시하고, 깨진 창문 밖으로 방패를 던졌다.
우우우우—!
직후, 비공정 프리드웬이 빌딩 사이로 부상했다.
"아니, 아무리 비공정이라도 지금, 시간이 좀……."
하늘을 날아간다고 하더라도, 꽤 먼 거리였다.
그런데 이현욱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 팀장님, 이런 말 즘 그렇지만……”
그리고 그의 눈앞에 웬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라퓨타 : 마스터 권한]
1) 긴급 귀환 : 라퓨타의 ‘오더 타워’로 복귀합니다.
* 해당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프리드웬’이 필요합니다. (재사용 대기 : 24시간)
“……서울은 제 손바닥 위입니다.”
그는 그 말을 한 뒤, 마나 메신저를 들어 올렸다.
“여상민, 들리나?"
- 네, 들려요!
"지금 당장 <광역 강하 장치> 준비한다.”
그건 서울 전역으로 텔레포트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그 두 가지를 이용한다면,
서울이 손바닥 안이라는 건 과장이 아니었다.
***
서울 은평구의 한 폐공장,
그곳에 13명의 플레이어가 모여 있었다.
“……야, 아직도 연락이 안 돼?”
"그러게, 원래 바로 처리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들은 한국 내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중국 공안의 공작원들로, 이들이 맡은 임무는 홍도 길드원들의 탈출,
이어서 서울 도심에 대한 무차별 ‘마법 테러’였다.
그런데 예상보다 작전 전개가 느려지고 있었다.
"아, 이거…… 별로 좋지 않은데……."
그때였다.
까—가—가—강——!
굉음과 함께, 창고의 천장이 벗겨지듯 날아가 버렸다.
“씨발 뭐야!”
“—저, 전투 준비해!”
그들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며 무기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전부, 움직이지 마.”
죄다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들이 올려다보고 있는 하늘,
그곳에, 수백 개의 검과 창이 떠 올라 있었다.
그것들은 날 부분을 바닥을 향한 채 수직으로 서 있었다.
즉, 그 유명한 ‘강철비’가 쏟아지기 직전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 명의 남자가 고고하게 떠 있었다.
“……다 알고 왔다.”
그는 천천히, 폐공장을 향해 내려앉았다.
“……마법 스크롤, 전부 꺼내서, 바닥에 내려놔.”
그들은 감히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현욱 외에도, 사방팔방에서 엄청난 숫자의 ROK AMT 병력이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너희는 포위됐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그들은 결국 ‘마법 스크롤’을 꺼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 헬 파이어 스크롤(2등급)을 얻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아파트 한 채를 통째로 태울만한 물건이었다.
그게 총 3개였다.
‘이거, 아마도 대마법사 수준의 연루된 듯한데…….'
이현욱은 놈들의 목덜미에 '구속구’를 채웠다.
그리고 리더로 보이는 자를 불러서, 명령했다.
"자, 지금 당장 양방향 포탈, 개방한다.”
그러자 놈의 눈동자가 커졌다.
"내가, 다 알고 왔다고 했잖아?”
이에 그는, 머뭇거리다가 저도 모르게 질문했다.
"뭐, 뭘…… 하려는 겁니까?”
그 물음에, 이현욱이 마법 스크롤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너희 물건, 반품하려고 한다.”
잘못된 걸 탐한 대가는, 절대 작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