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
만렙
신은 죽었다.
그것도 눈앞에서.
“아아아악!”
아스트론의 화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녀의 신성력을 받아 강해졌던 아린은 가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눈 앞에서 부모가 죽는다고 해도 저만큼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터.
에드는 말을 달려 아린을 부축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아스트론을 바라보았다. 아스트론을 입을 벙긋거렸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시트라가 휘두른 검이 아스트론을 반으로 쪼갰다.
아스트론이 죽으며 푸른 하늘을 닮은 빛이 세계로 흩어졌다.
파멸의 신이라고 불리는 시트라가 양팔을 벌린 채 소리쳤다.
“내가 허락한다. 죽여라!”
에드는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걸 파악하기도 전에 론멜의 눈이 돌아가 옆에 있던 덱스를 공격했다.
쩌엉!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덱스는 전투 예지가 있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도 대응했으니까.
“미쳤어?”
덱스가 소리쳐 물었지만, 론멜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펜드래건도 마틴을 부축한 채 에드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할 거야?”
에드는 그 물음에 자신의 활을 바라보았다. 아스트론의 힘으로 강화했던 활이 이제는 빙결의 활로 돌아왔다. 게다가 화살도 모두 빙결의 활로 돌아온 수준.
이정도로는 대악마를 잡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아스트론이 죽으면서 수사들은 물론이고 그와 연관된 이들은 지금 당장 죽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에드는 아린을 부축한 채 상황을 돌아보았다.
대악마들은 마치 지금을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남은 대악마는 넷.
그 중심에 브란트가 있었다.
수많은 마물을 마치 권좌처럼 만들어 그 위에 앉아있었다. 그 오연함을 보고 에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브란트의 몸에서 대악마를 뽑아내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스트론의 가호는 물론이고 시트라의 힘이 깃든 물건도 쓰지 못한다.
진짜 헐벗은 상태로 저들과 싸워야 한다.
아무리 레벨이 깡패라고 해도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에드는 지금 당장 싸울 수 있는 이들을 살펴보았다. 신성력과 연관이 없는 이들이 지금 싸울 수 있는 이들이다.
에드는 안고 있던 아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미안해요. 잠깐만 여기 있어 줘요. 이것들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미, 미안해요.”
아린은 자신이 도움되지 않는 것이 걱정되어 사과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에드는 그녀를 지킬 수 있는 이를 찾았다.
“헬레나. 미안하지만, 아린을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헬레나는 검은 안개를 뚫고 들어오며 상처가 덧나 제대로 된 전력이 되지 못했지만, 적어도 상급 악마 이하가 다가오는 것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헬레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드는 아린을 그녀에게 맡기고는 돌아섰다.
언제부터 성유물을 가지고 악마와 싸웠다고 장비 탓을 하는가?
자신의 무기는 이런 장비들이 아니다.
더욱 날카롭고 강력한 무기가 분명 도움이 되지만 자신의 가장 큰 무기는 거리를 보는 능력이다.
상대의 공격이 닿지 않고 자신의 공격을 상대에게 꽂아 넣어 죽이는 것이 자신의 사냥법.
물론 상대가 대악마 뿐만 아니라 저 드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시트라까지 있으니 신살도 해야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드레드. 이곳을 지켜줘요.”
드레드 또한 크게 다쳤던 몸. 고대 정령들의 도움을 얻었다고 하나 그 또한 몸이 전성기 때와는 다르다.
“이쪽은 걱정하지 말게.”
아린과 아론, 아스트론 교단의 인물들을 남긴 채 에드는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에드의 시선이 덱스와 론멜을 향했다.
덱스는 두 가지 신성을 품으며 성장했었는데 지금은 하나의 신성이 없어졌고, 다른 하나의 신성이 오히려 일행을 공격하라고 했음에도 묘하게 균형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 오히려 론멜을 막고 있었다.
그러니 덱스에게 론멜을 맡긴다.
“가죠!”
에드의 외침에 일행이 달리기 시작했다. 에드의 옆으로 제라드와 노리스, 메르헨과 아리혼이 따라붙었다. 그 뒤로 각 팀이 따라 붙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앞질러 나가는 이가 있었다.
펜드래건과 세실리아.
둘 모두 놀라울 정도로 강한 기사들이지만 눈앞에서 밀려오는 마물의 파도 너머에 있는 대악마를 홀로 상대할 수는 없다.
그런 에드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아리혼이 먼저 피리를 불었다.
두두두두두.
갑자기 발 아래에서 뭔가가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놀라운 속도로 꾸역꾸역 늘어나서 앞에서 달려오는 마물들의 머리 위로 길게 다리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마물들을 베어 넘기려 달리던 펜드래건도 잠시 놀라서 고개를 내려 볼 정도였다.
“두꺼비?”
작은 두꺼비들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게 서로 엉키며 만들어낸 다리가 단숨에 마물들을 넘어 대악마에게 길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무너진 왕궁에서 모습을 드러낸 대악마 중 여인이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영감. 구경만 할 거야?”
“그럴 리가.”
노인이 지팡이를 들자 바닥에서 솟구치는 검은 촉수가 그들을 덮쳐왔다. 그 촉수가 두꺼비의 다리를 공격했다.
하지만 이미 마물의 파도를 넘어선 상태였다.
마물의 파도가 드레드와 헬레나가 지키고 있는 이들을 노릴 테지만, 그 둘을 믿기로 했다.
지금은 온 정신을 대악마에게 집중해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뭘 구경하고 있는 거냐!”
그리 외치고 달려 나오는 대악마가 있었다. 달려 나오면서 옷이 찢어지고 인간의 형태를 벗고 본체로 돌아간다. 그것은 거대한 딱정벌레였다.
문제는 그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달려오면서 마물들을 짓밟아 으깨며 달려오는 무식한 돌진.
그 돌진을 보면서 펜드래건이 검강을 일으킬 때 에드가 화살을 날렸다.
에드의 화살이 대악마의 다리 관절에 꽂혔다.
딱정벌레가 단단한 등껍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다리 관절까지 그리 단단한 것은 아니었다. 단단하다고 해도 관통으로 파고들었겠지만.
그렇게 들어간 화살을 쇄폭시로 터트렸다.
쾅! 쾅!
예전과 같은 데미지를 줄 수 없을 것을 알았기에 세 발을 모아서 터트리는 방식으로 쏘아낸 화살이었다. 다리 관절이 폭발하면서 대악마가 균형을 잃고 옆으로 기울어 진다.
여섯 개의 다리 중 두 개를 잃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칠 펜드래건과 세실리아가 아니었다. 둘이 동시에 대악마의 머리에 검을 꽂아 넣을 때 제라드도 끼어 들었다.
제라드가 가진 나무 도끼가 광풍을 몰고 날아가 대악마의 가슴에 꽂혔다.
“끄아아악!”
대악마가 비명을 지를 때 그 입속으로 에드의 화살이 줄지어 날아들었다. 빙결의 힘이 그 입을 얼릴 때 일제히 폭발 시켰다.
콰콰쾅!
대악마의 머리가 날아가며 경험치가 들어왔고, 레벨이 올랐다.
대악마가 주던 경험치보다 더 많이 주는 것은 저들이 이곳에서 쌓은 악업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덕분에 레벨이 올랐다.
다행이라면 시트라가 대악마와의 싸움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음에 안 드는 점이라면 아스트론이 죽었음에도 다른 신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고.
눈앞에서 신이 죽었는데도 나서지 않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남은 대악마는 셋.
에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브란트는 죽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그때 뒤따라 달려오던 디에고가 입을 열었다.
“혼령박을 쓸게요.”
“부탁한다.”
검은 촉수를 타고 높이 솟구쳐 있는 노인과 하늘을 날 수 있는 악마들이 만든 의자에 앉아 떠 있는 여인.
두 대악마를 바라보며 디에고가 손을 내밀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크리스탈 해골이 눈을 번쩍 뜨고 입을 벌렸다.
그 안에 깃든 원혼이 또 다른 원혼들을 부른다.
지금 이 왕궁, 왕도에 모여 있는 수를 헤아리기 힘든 수많은 원혼이 그 부름에 응답해 모였다.
그 모습을 보고 대악마들도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디에고의 뒤에 서 함께 움직이던 후안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사령술의 극의에 도달했구나.
촤라라락!
날아드는 원혼의 사슬을 보고 대악마들이 반응했다.
노인의 손짓을 따라 나타난 검은 촉수들이 디에고가 쏘아 보낸 원혼의 사슬을 막아내고, 여인의 손짓을 따라 악마와 마물들이 눈이 돌아가 사슬을 몸으로 막아낸다.
하지만 사슬은 그것들을 뚫고 지나갔다.
원혼은 형태가 없는 것. 단숨에 뚫고 지나간 원혼의 사슬이 둘을 묶었다.
혼령박의 한계조차 벗어난 것일까?
그 둘이 묶인 순간 승부의 추가 급격히 이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하나의 검이 떨어졌다. 그 검은 얼마나 거대했는지 원혼의 사슬을 모조리 잘라냈다.
그렇게 원혼의 사슬을 잘라낸 검을 따라 고개를 들어 올리니 시트라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돕겠다는 건가?
원혼의 사슬이 잘리면서 디에고가 비틀거렸다.
검을 뛰어넘어 혼령박에서 풀려난 대악마들을 마주 바라보았다. 시트라도 더는 도움을 줄 마음이 없는지 구경만 하는 중이었다.
“이것들은 내게 맡겨라!”
펜드래건의 우렁우렁한 외침이 들리더니 달려들던 수많은 마물과 악마들을 베어 넘겼다. 펜드래건과 세실리아가 남아 그들을 상대했다.
아무리 펜드래건이라고 해도 저 파도를 넘어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
하지만 그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노리스와 제라드가 양쪽으로 튀어나갔다. 각자 여인과 노인을 상대할 생각인 것 같았다.
제라드의 몸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거대해졌다. 그리고 손에 든 나무 도끼를 휘두르며 촉수들을 잘라내는데 그 움직임이 마치 바람을 타고 싸우는 것 같았다. 뒤따라온 시르케의 도움인 것 같았다.
노리스야 허공을 밟으며 싸우는 것이 이상한 것도 아니었고.
그때 아리혼이 다시 피리를 불었다. 그녀의 피리 소리가 울리자 검은 촉수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노인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그런 노인에게 다가간 제라드가 휘두른 도끼가 그의 팔을 잘라냈다.
아론이 있었다면 단번에 그 핵을 찾아낼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할 때는 머리부터 차례대로 모조리 터트려버려야 했다.
에드는 화살을 연달아 줄지어 날렸다. 노인이 제라드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빼앗겨 있을 때 그의 관자놀이와 목, 심장, 복부, 다리까지 빼곡이 화살을 박아 넣었다.
아리혼의 피리 소리에 느려진 상태에 제라드에게 집중한 상태라 화살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탓이다. 에드는 그걸 머리부터 차례로 터트렸다.
심장을 지나 복부를 터트렸을 때야 경험치가 들어왔다.
에드의 시선은 노리스를 향했다. 대체 카루아리스에게 얼마나 가르침을 받았는지 현혹이 주무기로 보이는 대악마와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있었다.
하긴 정신 상태만을 따진다면 일행 중 노리스만큼 단단한 이가 또 있을까?
금강석같이 단단한 정신력으로 대악마의 현혹을 무시한 채 공격을 퍼붓는 중이다.
그때 나선 것이 메르헨이었다.
그녀가 날린 백염과 청빙이 뒤섞인 구슬이 날아가는데 노리스도 그걸 보고는 상대가 몸을 빼낼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압박했다.
“웃기지 마!”
발악하듯 소리친 여인이 쏘아낸 것은 충격파였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것을 보면 비장의 한수로 보였는데 그 충격파를 노리스가 우아한 몸놀림으로 다가와 밟았다.
그걸 밟고 도약하는데 충격파는 아래로 방향이 틀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저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을 때 메르헨의 구슬이 대악마에게 적중했다.
몸이 반이 불타고 반이 얼어붙을 때 에드는 그녀에게도 화살을 날렸다.
신을 상대해야 하는데 경험치는 양보해줄 수 없다.
콰콰쾅!
쇄폭시가 폭발하면서 대악마는 산산이 조각 났고, 에드는 경험치를 받았다.
레벨이 올랐다.
드디어 만렙에 올랐다. 악마의 시대 1에서도 만렙을 올리려면 미친 짓을 하고 온갖 고인물 짓거리를 해야 가능한 일이었는데 쏟아져 나오는 대악마들을 죽이는 것만으로 그게 가능했다.
모든 스킬이 강화되고, 스탯조차 뻥튀기가 됐다.
에드는 그렇게 달려가 브란트의 앞에 섰다. 두꺼비 다리 위에 선 에드가 브란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페스톨레스. 그 안에서 나올 생각 없나?”
페스톨레스는 가만히 에드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보는 미래에 이 인간은 없었다. 일종의 변수. 그런데 그 변수가 인간의 힘을 하나로 모았고, 대악마들을 학살했다.
남은 것은 자신 하나.
고개를 들어 저 하늘 위의 시트라를 보았지만, 그녀가 도움을 줄 리는 없었다.
계약에 의해 움직인 것이니.
페스톨레스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지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나?”
“형님을 멀쩡히 내준다면. 단 허튼수작 부리면 지옥까지 쫓아가 죽여버릴 거다.”
에드로서는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만렙이 되면서 자신의 격이 오른 것을 알았기에 한 도박.
페스톨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아래로 향했다. 그가 권좌처럼 앉아있던 마물들의 몸이 녹아내리고 그 아래 작은 구멍이 만들어졌다.
지옥으로 향하는 1인용 출입문 정도 되는 크기.
페스톨레스의 영혼이 그곳으로 사라졌다. 브란트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에드는 그를 받아든 채 뒤를 돌아보았다.
모든 대악마가 죽었기에 모두가 그곳에 모여 있었다. 아직 마물과 악마들이 많이 남았지만,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다.
에드는 제라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거 빌릴 수 있을까?”
제라드는 자신의 나무 도끼를 바라보다가 씨익 웃었다.
“형님이 원한다면.”
에드는 제라드가 던져준 나무 도끼를 받고는 입고 있던 옷들을 벗고, 무기까지 모두 벗었다. 시트라의 손길이 닿아있는 무기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려줄게요.”
시르케가 그리 말하고 손짓하자 바람이 불어와 발바닥을 받쳐주는 것이 느껴졌다.
에드는 그 바람을 타고 높이 높이 올라갔다.
그렇게 올라간 에드는 시트라와 눈높이를 같이했다. 시트라는 에드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도 다른 수를 쓰지는 않았다.
게다가 다른 신들도 구경만 할 뿐 나서지 않았고.
에드는 시트라를 보며 물었다.
“언제부터였지?”
대악마와 손을 잡은 것이 언제였기에 아스트론이 이리 허망하게 죽었단 말인가?
에드의 물음에 시트라가 미소를 지었다.
“네가 악마를 죽이고, 아스트론에게 제물로 바치기 시작했을 때였지. 아스트론이 강해지면서 균형이 깨졌거든.”
시트라가 손을 들어 다른 신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들이 왜 나서지 않았는지 알아?”
에드가 입을 다물고 있자 시트라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스트론은 신들의 왕이 되려고 했거든. 선을 넘었지.”
마치 자신이 혁명의 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꼴이 우스웠다. 결국 자기 머리 위에 누구를 둘 수 없어서 죽여버렸다는 얘기였으니까.
에드는 손에 든 나무 도끼를 바라보았다. 무식하게 큰 이 도끼. 그 안에 깃든 고대 정령의 힘이 느껴졌다.
만렙이 되어서 격이 올라서 그런지 세상 모든 것이 전과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미안하다.”
나무 도끼를 향해 그리 말한 에드가 시트라를 향해 도끼를 던졌다.
시트라가 코웃음을 치며 검을 휘둘렀다.
“고작 고대 정령의 힘이 담긴 무기가 통하리라 생각하나?”
시트라가 휘두른 검. 그 검의 궤적이 읽혔다.
그래서 그 궤적 아래로 나무 도끼를 보냈다. 그렇게 커다란 도끼가 방향을 틀 줄은 몰랐는지 눈이 커진 시트라가 다급하게 보호막을 펼쳤다.
보호막이라고 해도 파멸의 신인 그녀가 펼친 보호막은 그 자체로 모든 것을 파멸 시킨다.
하지만 그래 봐야 보호막이다.
관통 효과로 보호막을 뚫고 들어간 나무 도끼가 시트라의 몸에 박혔다.
“컥!”
신음을 토하는 시트라를 향해 에드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죽어.”
쇄폭시로 나무 도끼를 터트렸다. 나무 도끼가 터져 나가며 그 안에 깃들어 있던 고대 정령이 광폭하게 날뛰며 시트라를 찢어 버렸다.
그 모습에 다른 신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에드는 그들의 중앙에 오연히 섰다. 시트라를 찢어발긴 고대 정령의 힘이 에드에게 돌아와 그를 받쳐주었다.
오늘 또 하나의 신이 죽었다.
경험치는 들어오지 않았다.